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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42화 (64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42화>

“…….”

무아지경에 빠진 천문석이 입을 열어 말하려는 순간.

후우우웅-

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이럴 때가 아니다!’

무공 전수는 특급 헌터와 진교은을 찾은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허공을 향해 강철봉을 휘둘렀다.

퍼어억-

강철봉에 맞은 포대가 마차에 떨어질 때, 공중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아앗! 미안! 급하게 던지느라 실수했다! 그 감자 포대는 가져라!”

수인족이 창밖으로 손을 한번 흔들더니 사라졌다.

“뭐……?”

무아지경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순간 정보의 폭풍이 몰아쳤다.

가로등에 매달려 환호하는 도깨비 꼬맹이.

어깨에 포대 자루를 올리고 지붕으로 기어 오르는 수인족.

도로, 인도, 마차 뒤 곳곳에 있는 사람들이 손에 잡히는 모든 걸 집어던지고 있다.

도시 전체가 붉게 물드는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토마티나처럼!

호랑이 일족 장원을 벗어나며 난장판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도시 전체가 난장판으로 변해 있었다!

“…….”

“…….”

멍하니 이 모습을 보는 천문석과 동료들.

“야, 이게 뭐야!? 아카린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아카린은 재빨리 허리를 숙여 토마토를 피하고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 고래! 하늘 고래가 장원 뭉개버리고! 이렇게 됐어!”

케케케켘-

순간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하얀 도깨비불!

반사적으로 강철봉을 휘두르는 순간.

파아앙-

도깨비불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하얀 밀가루가 폭발해 쏟아졌다!

콜록, 콜록-

마차가 새하얀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순간.

“지금이닷!”

“받아랏!”

우와아아아-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온 꼬맹이들이 마차를 향해 사과, 토마토, 귤을 집어던졌다!

밀가루로 시야를 가리고!

허를 찌른 완벽한 기습!

후두두두둑-

아카린, 최설, 허준, 이원, 대 공자!

모두가 과일에 얻어맞고 엉망이 된 순간.

집중 공격을 받은 아카린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꼬맹이 놈들! 크아아아아앙-.”

쿵쿵, 쿵쿵쿵-

왜소한 아카린이 가슴을 두들기는 순간.

거대한 북소리가 터지고 저릿저릿한 기파가 폭발했다!

쏟아지던 밀가루가 단숨에 흩어지고, 달려들던 꼬맹이들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깜빡깜빡깜빡-

순간 번개같이 눈짓하는 아카린!

척하면 척!

천문석은 재빨리 고삐를 낚아채 마차를 몰았다.

“가자!”

마차가 얼어붙은 꼬맹이 무리 사이를 무사히 빠져나가는 순간!

우와아아아아아-

엄청난 환호성과 함께 꼬맹이들이 아카린을 가리켰다.

“대요괴다!”

“대요괴가 나타났다!?”

“……뭐!? 쟤들 왜 저래!?”

아카린이 황당해할 때 이어지는 꼬맹이들의 외침!

“대요괴를 잡아랏!

“콩 가져와 아니, 팥, 아니 쌀!”

“아니지 동전! 동전 던져야 해!”

……

“야! 나 엄청 무서운 사람이야! 훠이, 훠이! 얼른 꺼져!”

쿵쿵, 쿵쿵쿵-

아카린이 다시 한 번 가슴을 두들기며 외치자.

우와아아아아아-

더 크게 터지는 환호성!

“애들 불러!”

“엄청난 대요괴다!”

“야, 모두 모이라고 해!”

골목, 지붕, 창문, 장작더미!

사방에서 꼬맹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

그리고 소독차를 따라 달리는 아이들처럼 함성을 지르며 마차를 쫓아 달렸다!

“…….”

“…….”

동료들이 넋을 놓고 이 모습을 볼 때.

머리를 부여잡는 아카린!

“어, 어!? 이게 아닌데!?”

천문석은 어이가 없었다.

장원 밖도 안이나 마찬가지인 난장판이다!

우와아아아-

마차 뒤로는 인간, 수인족, 도깨비, 요마괴이 꼬맹이들이 추격 중이고.

후둑, 후득, 후드득-

마차 앞과 좌우에서는 온갖 물건이 날아오고 있다!

“젠장 이거 뭐야!?”

“닭꼬치!? 미친놈들 뭐야!?”

“과연 요마괴이의 도시!”

최설과 허준, 이원, 대 공자, 아카린은 거적을 두르고 술통을 방패 삼아 사방에서 날아오는 물건을 쳐 냈다.

이때 천문석은 한 손은 고삐를 다른 한 손으로 방어를 하며 마차를 몰았다.

순식간에 꼬맹이들과 거리를 벌리는 마차.

그러나 인파가 점점 많아지며 마차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등 뒤에서 쫓아오는 악마 같은 꼬맹이들과의 거리도 좁혀지고, 아득히 멀리서 들려오는 외침.

[아카린! 어디냐아아아아!]

‘하누만 농악대! 이대로는 잡힌다!’

직감하는 순간.

최설이 외쳤다!

“한호석 교수님! 저 골목이야! 멈춰!”

팡, 팡, 파아앙-

폭음이 터져 나오는 골목을 가리키는 최설!

“같이 가자! 최설. 아카린 고삐 멈추지 말고 달려! 마차 멈추면 다시 못 움직인다!”

천문석은 고삐를 아카린에게 던지고, 최설의 허리를 감싸 안고 뛰어내렸다.

탁-

가볍게 땅을 밟는 동시에 최설을 놓고 난장판을 헤치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순간 터져 나오는 포효.

크어어어엉-

크아아아앙-

좁은 골목 안, 갈색과 회색 털의 곰 인간 두 사람이 서로의 손을 잡고 싸우고 있었다.

콰르르르-

벽에 부딪치는 순간 와르르 벽돌이 무너지고, 단단한 밀대를 든 아주머니가 버럭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야, 이 미친놈들아! 왜 우리 빵집 골목에서 지랄이야!”

으아아악-

악을 쓰며 곰 인간의 전신을 밀대로 두들기는 아주머니!

후두두두둑-

순간 하늘에서 환호성이 터지고 무언가 비처럼 쏟아졌다.

우와아아아아-

땡, 땡, 땡그랑-

우박처럼 떨어져 골목 바닥을 구르는 건 동전이었다!

‘아니, 동전은 왜 던져!?’

천문석이 경악하는 순간 외침이 들려왔다.

“잘한다!”

“검은 털! 10냥!”

“빵집 주인에게 20냥 건다!”

……

천문석과 최설이 어이없어할 때 뒤엉킨 곰 인간들과 골목 구석 커다란 쓰레기통이 충돌했다.

콰아아앙-

찌그러진 쓰레기통이 하늘을 날아 벽을 때리고 굴러 오는 순간.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한호석 교수님!”

“아차! 교수님 어디세요!”

뒤이어 정신을 차린 최설도 함께 외칠 때.

발아래에서 들려오는 고함!

“으아악- 여기야! 이 안이야!”

찌그러진 쓰레기통 안!

콰드드득-

천문석은 단숨에 쓰레기통 뚜껑을 비틀어 열었다!

넋이 나간 한호석 교수가 쓰레기통 안에서 다급히 기어 나오는 순간.

쿵쿵, 쿵쿵쿵-

악을 쓰며 밀려 오는 곰 인간과 어깨 위에 달라붙어 밀대를 내려치는 아주머니!

이 모습을 본 한호석 교수는 도로를 향해 달렸다!

“미쳤어! 이 도시는 미쳤어! 으아아-.”

“교수님!”

다급히 달린 최설이 한호석 교수를 낚아채는 순간.

천문석은 최설과 한호석 교수를 번쩍 들고 달렸다.

으아악-

어어엇-

“접니다! 천문석! 옆 최설이고요!

“어, 어어!? 천문석? 최설! 드디어 왔구나!”

두 사람을 알아본 한호석 교수의 얼굴이 확 펴졌다.

그러나 골목에서 나와 난장판이 된 도로를 보는 순간 사색이 됐다!

도깨비불이 날아다니고, 거대한 수인족이 포효한다.

가로등, 창문, 지붕 사방에서 날아오는 온갖 잡동사니들!

도시 전체가 난장판이 됐다!

“이거 전쟁!? 전쟁 난 건가!?”

“그냥 축제입니다!”

“뭐……!?”

한호석 교수의 얼굴이 멍하게 변하는 순간 천문석은 천천히 나아가는 마차를 찾았다!

“마차로 올라가겠습니다!”

천문석은 외침과 함께 단숨에 인파를 뚫고 마차로 뛰어올라, 최설과 한호석 교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재빨리 마차 안을 훑었다.

문짝을 들고 잡동사니를 막는 허준.

한호석 교수의 몸에 거적을 덮는 최설.

날아오는 물체를 잡아 다시 던지는 이원과 대 공자.

그리고 마부석의 아카린까지!

진교은과 특급 헌터!

이제 둘만 찾으면 바로 배를 타고 떠날 수 있다!

천문석의 시선이 북쪽으로 움직였다.

날아다니는 잡동사니와 건물 너머로 하늘에 닿을 듯 높게 솟은 탑이 보였다.

저 탑 아래, 성주 장원에 진교은과 특급 헌터가 있다!

그러나 난장판이 된 도시를 가로질러 가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순간 여관 후원에 준비한 배와 수로가 떠올랐다.

‘모두와 함께 배를 타고 수로를 이동한다!’

천문석은 마부석으로 뛰어올라 사방에서 날아오는 잡동사니를 튕겨 내며 외쳤다.

“아카린 속도 올려! 이제 여관으로 달리면 된다!”

“…….”

“뭐야? 달리라니까!”

넋을 놓은 아카린이 말없이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뭔데!?”

바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천문석도 아카린과 같은 얼굴이 됐다.

선두에 나무 조각상을 번쩍 든 사제, 그 뒤를 따라 걷는 백여 명의 수행자가 마차 앞 도로를 막았다!

인간, 도깨비, 수인족, 암석, 나무 인간들!

우르르르르르를-

여러 종족의 수행자들은 똑같은 울림의 소리를 내며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쿵, 쿵, 쿵-

세 걸음 걷는 순간 일제히 엎드려 절을 하고 천천히 몸을 일으킬 때.

나무 조각상을 든 선두의 사제가 외쳤다.

“혼돈에 경계를 긋고 빛을 가져오신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순간 절을 한 수행자 모두가 합창하듯 외쳤다!

“신나게!”

“즐겁게!”

“놀아라!”

우르르르르르를-

그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디며 다시 같은 울림의 소리를 냈다.

쿵, 쿵, 쿵-

“……!?”

믿을 수가 없었다.

삼보일배(三步一拜)!?

축제로 난장판이 된 도로 한복판에서!

백여 명의 인간, 수인족, 요마괴이 수행자들이 삼보일배하고 있었다!

“야, 미친놈들아! 도로에서 뭐 하는 거야!? 비켜 얼른 비켜! 다른 데 가서 해!”

천문석이 외친 순간.

우르르르르르르르를-

울림소리가 더 길어지고!

쿵…… 쿵…… 쿵…….

발걸음은 더 느려지고, 절을 하는 동작은 슬로우 모션이 됐다!

“……!”

감이 왔다!

수행자 녀석들 관중을 의식하고 더 느리게 움직인다!

“아카린 설마 저 녀석들!? 일부러 저러는 거야!?”

아카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괴성을 질렀다!

“저 미친 관종 녀석들! 하필 우리 앞에서! 저래! 으아악-.”

마차는 점점 느려져 이제 걷는 것보다 느려지고.

우와아아아앙-

꼬맹이들의 환호성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로 아득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소리!

챵, 챵, 챵, 챠아아아앙-

분노한 징 소리!

빡친 하누만 농악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이대로는 잡힌다!’

이대로 시간을 허비하느니 그냥 맨몸으로 뚫고 나가는 게 낫다!

“야, 내려서 뚫고 나가자!”

“그래! 차라리 그게 낫겠…….”

아카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로 어깨를 걸고 도로를 막아 버리는 삼보일배의 수행자 무리!

“와! 이 미친놈들! 야, 너희 원하는 게 뭐야!”

아카린이 버럭 소리치며 달려가는 순간.

후미에서 삼보일배하며 걷던 수행자가 빙글 몸을 돌렸다.

새하얀 로브로 전신을 감싼 수행자는 양손을 내밀며 외쳤다.

“위대하신 분께 성의를 표해라!”

“와 미친! 사방에 공갈단이야!”

아카린은 분통을 터트리며 주섬주섬 돈주머니를 끌러 동전 몇 개를 내밀었다.

아카린의 손을 찰싹- 때리며 버럭 소리치는 수행자!

“성의를 표하라니까!”

“그러니까 돈으로 성의를 표한다고!”

“돈 필요 없어!”

“와, 와와! 완전 도른 놈들 아냐!”

아카린이 뭐라 말을 잇지 못할 때.

천문석은 삼보일배의 수행자를 유심히 살폈다.

삼보일배하며 천천히 나아가는 백여 명의 수행자, 이 무리의 핵심은 선두의 사제다!

특히 선두의 사제가 들고 있는 기이한 나무 조각상!

나무 조각상을 유심히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을 깜빡이게 된다!

이 나무 조각상을 본 인간, 수인족, 요마괴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손을 모아 허리를 숙이고 길을 열었다!

마치 신성한 유물을 마주하듯이!

“……!”

순간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저 나무 조각상처럼 모두를 물러나게 할 존재가 생각났다!

이 존재에게 약간의 특수효과만 입히면 된다!

천문석은 전생 천마 시절 무림맹의 주요 12 문파 모두와 싸워 이겼다.

그러나 그중 한 문파와는 싸우지 않았다. 아니, 싸울 필요도 없었다.

무림의 태산북두, 소림!

소림의 본산, 속가 제자 수천이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한 그 기술.

그 기술을 이용한다!

‘우선은 확인부터!’

찌익-

재빨리 재킷 지퍼를 내리자 보였다!

퐁, 퐁-

입가에서 작은 방울을 흘리며 해롱해롱 잠든 어린 하늘고래!

구으으-?

하늘 고래가 검은 눈을 깜빡이더니 가슴지느러미로 햇살을 가린다.

순간 천문석은 나무 조각상과 어린 하늘 고래를 견주었다.

영체와 실체를 오가는 신비한 육체!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과 착해 보이는 검은 눈!

게다가 퐁, 퐁, 퐁- 전신에서 들려오는 즐겁고 신나는 소리!

보는 순간 마음이 녹아내리는 귀여움!

신비함은 부족하지만, 그건 자신이 채울 수 있다!

감이 왔다.

이건 먹힌다!

소림사의 장로들이 감히 고개를 들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때처럼.

이 자리의 모두가 길을 열어 주리라!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모두 마차 버리고, 내 뒤로 바짝 붙어! 삼보일배! 쟤들 몸으로 뚫고 나간다!”

“야, 힘들어! 얘네들 보통 놈들 아냐! 돈도 안 먹혀! 완전히 돌았어!”

“뭐!? 우리가 돌았다고!? 이런 불경스러운 놈!”

아카린을 막은 수행자가 버럭 외칠 때.

천문석은 마차에서 뛰어내려 삼보일배 후미로 바짝 붙었다.

그리고 하늘 고래를 든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구으, 구으응-?

어린 하늘 고래가 졸린 눈을 깜빡이는 순간.

천문석은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실어 천둥처럼 외쳤다.

[모두 물러서라! 대자대비! 미륵광명! 원시천존! 반짝반짝! 퐁퐁퐁퐁! 하늘고래님이 강림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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