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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40화 (64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40화>

삐리리리-

챠아아아앙-

땅, 땅, 따아앙-

……

하누만 농악대는 엉망진창 농악과 함께 격전지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농악대를 따라 움직이는 천문석은 깨달았다.

생경한 요력(妖力)을 사용해서 착각했다. 무공으로 초절정 급은 아니다.

그래도 절정 이상의 하누만이 10명 이상. 이 정도면 충분히 뚫고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건 예상대로 진행됐다.

차아아아앙-

징 소리가 가까워지는 순간.

격렬히 싸우던 정예 무사들은 다급히 외쳤다.

“모두 피해!”

“공갈단 놈들이다!”

무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무기를 내리고 다급히 물러섰다!

“공갈단이라니! 우린 농악대야!”

“맞아! 풍작을 기원하는 농악대다!”

“징을 울려라! 북을 쳐라! 장구를 두들겨라!”

……

외침을 들은 무사들은 기가 막혔다.

무슨 농악대가 추수가 끝난 지도 한참이 지난 지금 나타난단 말인가!?

게다가 이 귀가 터질듯한 엉망진창 농악이라니!

농업의 신이 이 농악을 들으면 풍작은커녕 당장 쟁기를 집어던질 거다!

무사들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솟았다!

‘이 미친 자해공갈단 놈들!’

그러나 수십에서 수백에 이르는 집단 중 누구도 하누만 농악대를 건드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엄청난 요력(妖力)도 두렵지만, 그보다 두려운 건 따로 있었다!

하누만 농악대는 허공도에서 왔다.

그리고 허공도에는 그가 있었다.

허공도의 제사장!

금(禁), 경계를 넘어온 혼돈에 물든 마물들!

수천의 마물을 단 하룻밤 만에 모조리 태워 버린 그 힘의 끝을 알 수 없는 천외천의 그가!

그렇기에 무사들은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하누만 농악대를 피했고.

천문석과 그 일행은 재빨리 그 뒤를 따라 격전지를 가로지를 수 있었다!

“야, 이거 진짜 괜찮은 거야!? 쟤네들 완전 폭탄 취급이잖아!”

하얗게 질린 최설이 앞서 달리는 농악대를 눈짓하며 말하는 순간.

천문석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걱정할 거 없어. 쟤들 내 동업자가 불렀어.”

앞서 전진하는 하누만 농악대 한 명이 힐끗 뒤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칠전팔기.”

“아! 붉은 털이 말한 게 너구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전진하는 하누만!

“……!?”

순간 최설, 허준, 장주, 대 공자의 의혹 어린 시선이 쏟아졌다.

지금은 궁금증을 풀 때가 아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격전지를 가로질러 북문으로 빠져나가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북문으로 빠져나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았다!

119구급차 앞에서 꽉 막힌 도로가 뻥 뚫리듯.

하누만 농악대 앞에 저절로 길이 생겨나고 있었으니까!

천문석과 동료들은 순식간에 격전지 한가운데를 통과해 북문을 향해 나아갔다.

“이제 곧 북문이다! 긴장 풀지 마!”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절절한 외침이 담장에서 들려왔다.

“문이다! 성문이 보인다!”

으악, 으아악-

악을 쓰는 소리와 함께 하나둘 담장 위로 기어 오르는 헌터들!

“……보인다!”

“성문이 있다!”

환호하던 헌터들은 곧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북문에 가기 위해서는 도, 검, 창, 도끼, 방패, 둔기……!

수많은 무기가 날아다니는 격전지를 가로질러야 한다.

강화 전투복과 방검방탄복, 안전장갑 같은 장비는 모조리 털렸다.

용역 헌터들은 제대로 된 장비 하나 없이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격전지를 뚫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용역 헌터들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워질 때,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저기! 격전지 중앙! 저기 봐!”

모두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피리리리-

차아아아앙-

엉망진창 노래를 연주하며 격전지를 가로지르는 농악대!

이 농악대 뒤에 찰싹 달라붙어 움직이는…….

이세기!

최림, 허준!

왕체, 최림, 김기철은 한눈에 알아봤다.

자신들을 이 지옥으로 인도한 이세기와 동료들이 북쪽 성문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제 곧 저들은 이 난장판을 빠져나간다!

분노, 울분, 황당.

그리고 무엇보다 이 낯선 던전에 영원히 갇힌다는 공포와 절망이 엄습했다.

끄아아아아악-

헌터들이 감정의 폭풍에 절규하며, 격전지로 몸을 던지려는 순간.

파아아앙-

뜨거운 열풍이 쏟아지고 누군가 담을 밟고 한발 먼저 뛰어내렸다.

장포를 걸친 중년인, 남궁휘!

남궁휘는 성큼성큼 호보(虎步)를 펼쳐 나아갔다.

쿵쿵, 쿵쿵쿵-

북을 치는 듯한 발걸음 소리가 커지는 순간 단숨에 곤두서는 머리카락!

남궁휘는 거대한 대호가 수풀을 헤치듯 순식간에 격전지를 뚫고 나아갔다!

순간 왕체,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 모두는 직감했다.

‘마지막 기회다!’

다음 순간 용역 헌터들은 담에서 뛰어내려 남궁휘를 따라 돌진했다!

우와아아아아-

공포를 이겨 내기 위한 처절한 함성을 지르며!

* * *

우와아아아아-

등 뒤에서 함성이 들려오는 순간, 천문석은 번쩍 고개 들어 성문과의 거리를 쟀다.

북문까지 남은 거리는 불과 10여 미터!

이제 곧이다!

이때 갈지자로 북문으로 나아가던 하누만 농악대가 돌연 방향을 틀었다!

“저 뒤에 왕건이다!”

“남궁 가주! 제대로 한몫 당길 수 있어!”

“야, 야! 원! 크게 원을 그리며 돌아!”

……

하누만 농악대는 다급한 외침과 함께 크게 원을 그리며 격전지를 돌았다!

예상 밖의 돌발 상황에 당황한 동료들이 외쳤다.

“어떡하지!?”

“그냥 우리가 뚫을까!?”

뚫다가 싸움에 말려들면 꼬리가 붙는다!

꼬리가 붙으면 앞으로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천문석은 북문과 일행이 있는 곳 사이를 가늠했다.

길이는 8, 9미터가량!

하누만 농악대를 피해 생겨났던 공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가능할 거 같다!’

견적이 서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던질게! 조심해라!

“던져?”

“너 뭐를 하려고……!?”

천문석은 바로 최설의 허리띠를 낚아채, 공간을 달려 북문 방향으로 집어던졌다!

으아아악-

최설이 비명과 함께 무사들의 머리를 넘어 북문 앞에 떨어지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허준, 대 공자, 장주를 집어던졌다.

으악-

어어엇-

“잠깐, 나는……!”

먼저 던져진 최설과 허준이 뒤이어 날아가는 사람들을 받았다.

동료들이 모두 넘어가는 순간.

천문석은 격전지로 파고들었다.

왼손을 앞으로, 오른손을 등 뒤로 숨긴 채.

파스스스-

왼손에 담긴 기감을 등불 삼아, 치열한 전투의 간극으로 성큼 나아간다!

휘이잉-

날카롭게 찔러 오는 창날 아래로 데굴- 굴러 피하고.

으아앗-

기합과 함께 해머를 내려치는 무사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진다!

쿵, 쿵, 쿵-

순간 땅을 짓뭉갤 듯 전진하는 대형 방패!

용수철이 튕기듯 몸을 일으켜 대형 방패 윗면에 왼손을 얹었다.

어엇-!

갑자기 느껴지는 무게에 방패 수가 깜짝 놀라는 순간.

부드럽게 왼손을 밀어내며 내력을 폭발시켰다!

파아앙-

폭음과 함께 퉁겨지듯 허공으로 날아오른 천문석!

그리고 세 걸음!

탓, 툭, 툭-

투구, 어깨, 창대를 밟은 천문석은 떨어져 내렸다.

텅 빈 북문 앞,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쿵-

땅을 밟고 긴장이 풀리자 현기증에 핑 도는 하늘!

“너 괜찮아?”

최설의 외침에 고개만 끄덕인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격전지를 봤다.

하누만 농악대가 크게 원을 그리며 돌아가고.

엄청난 고수가 호랑이 같은 기세를 풍기며 다가오고 있다.

남궁휘!

하누만 농악대와 남궁휘의 동선이 겹쳤다!

이대로라면 천여 명의 정예 무사들이 싸우는 격전지 중앙에서 하누만 농악대와 남궁휘가 격돌한다.

요력을 사용하는 절정에 달한 하누만 농악대 십여 명.

소림 무공을 사용하는 초절정 고수 남궁휘.

둘이 붙으면 하누만 농악대가 7할 이상 승리한다!

가장 까다로운 적 초절정 고수 남궁휘가 발목을 잡힌 이상, 이제 도망치는 자신들을 막을 사람은 없다!

카캬카카카-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10미터가 훌쩍 넘는 거대한 문이 눈앞에 있다.

마침내 북문에 도착했다.

이제 이 문을 열고 도망치면 난장판도 끝이다!

* * *

천문석은 북문으로 달리며 동료들을 훑었다.

하, 하아-

헉, 허억-

팽팽한 당겨진 긴장의 끈이 풀리자, 허리를 꺾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다.

한 명 검에 손을 올린 채 여전히 바짝 긴장 중인 대 공자를 제외하고.

순간 대 공자와 눈이 마주쳤다.

가볍게 서로 고개를 숙이는 천문석과 대 공자.

이때 주저앉아 있던 장주가 다급히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잠깐만…….”

“문 넘어가야 합니다! 나중에!”

천문석은 손을 들어 말을 끊고 한달음에 북문에 붙었다.

높이 10미터가 넘는 강철 격자가 내려진 거대한 성문.

내력이 담긴 손으로 두들기고 밀었지만, 강철 격자와 성문 모두 미동도 하지 않는다.

천문석은 바로 성문을 지나쳐 구석 쪽문을 확인했다.

쪽문에 손을 올리는 순간.

파스스슥-

강력한 주술력에 손이 밀려났다!

감이 왔다.

강철봉으로 내려치면 깨뜨릴 수 있다!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훌쩍 뛰어 물러선 후 강철봉을 어깨에 걸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며 강철봉을 내리찍는다!

후우우웅-

거센 파공음과 함께 강철봉이쪽문 중앙으로 향해 떨어질 때.

마치 촛불이 꺼지듯 핏- 주술력이 흩어지고 쪽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그리고 문틈에서 불쑥 튀어나온!

얼굴에 천을 칭칭 휘감은…….

“아카린!”

“이세기!”

천문석과 아카린이 동시에 외치는 순간.

아카린의 머리로 떨어지는 강철봉!

으아악-

천문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강철봉을 당겼다.

강철봉은 반쯤 열린 쪽문에 충돌했고,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쪽문은 통째로 떨어져 날아갔다.

무에 매달린 아카린과 함께, 텅 빈 도로에 세워진 마차를 향해서!

“야, 너 괜찮아!?”

다급히 외치며 달리려는 순간.

흐아앗-

아카린은 빙글빙글- 재주를 넘더니, 쪽문을 번쩍 들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너 왔구나! 야, 농악대! 내가 보낸 농악대 만났냐? 걔들 어디 있어!?”

“농악대, 난장판으로 들어갔어. 너 괜찮냐!?”

“당연히 난 괜찮지!. 그보다 난장판으로 들어갔다고!?”

아카린은 반색해서 되물었다.

천문석은 농악대가 달려간 격전지 중앙을 가리켰다.

“저기 남궁세가 가주 있다. 하누만 농악대들이 남궁 가주, 남궁휘 털어먹는다고 달려갔어.”

“남궁휘! 초절정 고수! 와, 이런 재수가! 네 동료는!?”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쪽문으로 달려오는 네 사람이 보였다.

“찾았어! 저기 네 명이다. 남문에 한 명 더 있는데 괜찮냐?”

아카린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큰 마차 준비하길 잘했네! 바로 마차에 태워라! 걸리기 전에 튀어야 해!”

‘걸린다고?’

의아했지만 지금은 빨리 도망치는 게 우선!

“모두 저 마차에 타면 된다!”

천문석은 동료들을 먼저 보내고 떨어진 쪽문을 통로에 박은 후 마차를 향해 달렸다.

마부석의 아카린, 짐칸의 허준, 최설, 장주, 대 공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문석.

모두 마차에 타자 아카린은 외쳤다.

“바로 출발한다! 가자!”

찰싹-

두 마리 말이 움직이고 마차가 바로 출발했다.

마차는 점점 속도를 붙였고, 북문이 빠르게 멀어졌다.

천문석은 내심 안도하며 말했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술은 제대로 납품한 거야?”

“난장판 되기 전에 인수증 받았어!”

아카린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품에서 종이를 꺼내 흔들었다.

“이제 농악대 놈들 쫓아오기 전에 튀면 완벽하다!”

“……지금 뭐라고? 누가 쫓아온다고?”

천문석이 반문하고.

아카린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릴 때.

흐흐흐흐흐-

다급한 징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창, 창, 차아아아앙-

북문 방향!

성벽 위에서 징을 때리는 하누만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붉은 털! 아카린! 야, 너 의뢰비 주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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