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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39화 (64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39화>

“천만 원!”

생각지도 못하는 외침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보이고, 들렸다!

절박하게 외치는 헌터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일 인당 천만 원!”

“천만 원 드리겠습니다!”

“……!”

지금 데려가 주면 일 인당 천만 원 내겠다는 거야?

다섯 명이니까 오천만 원!?

아니, 사람을 뭐로 보고!

“와, 이 황당한 녀석들!”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는 순간.

허준이 버럭 소리쳤다!

“멍청한 녀석들! 내 친구는 돈으로 움직이는 시정잡배가 아니다! 신의(信義)! 오직 신의로만 움직이는 진정한 무림인! 경천동지……!”

“맞아, 맞아! 그렇지!”

천문석이 연신 고개를 끄덕일 때.

달려오는 헌터들에게서 다시 한 번 절규가 터져 나왔다.

“1억!”

“일 인당 1억…… 아니, 3억!”

“일 인당 3억씩 드리겠습니다!”

“3억!”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것과 동시에,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계산이 이뤄졌다.

3억 x 5명 = 15억원!

‘15억!? 15억을 쏜다고!?’

순간 가슴속에서 뭉클 치솟는 게 있었다.

정(情)!

만리타향, 이세계 던전 안.

한국 사람끼리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천문석이 재빨리 대답하려는 순간.

허준이 다시 한 번 준열하게 외쳤다.

“감히 무인을 돈으로 현혹하려 하다니!”

“아니, 아니아니! 잠깐만……!”

이때 찬물을 뒤집어쓴듯한 섬뜩한 감각이 느껴졌다!

남쪽!

본능적으로 고개를 든 천문석은 시선이 마주쳤다.

남궁휘!

초절정 고수 남궁휘가 먼 남쪽 전각 위에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섬뜩한 전율이 전신을 달리고, 남궁휘가 입을 여는 순간.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헌터들이 매달렸던 담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으아아악-

끄어어억-

그리고 괴성을 지르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찢어진 옷과 전신에 뒤집어쓴 흙먼지.

하나같이 절뚝이고, 피를 흘리고, 어깨가 축 늘어져 있다!

전신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으나, 눈빛만은 형형하게 살아 있는 40인!

용역 헌터!

감옥 전각에서 이곳까지 난장판이 된 장원을 간신히 뚫은 용역 헌터들이 나타났다!

이들의 형형한 눈빛이 사방을 훑을 때.

한 헌터가 악을 쓰듯 외쳤다!

“저기다! 북쪽! 담 위에 있다!”

번뜩이는 안광이 하나로 모이고.

배 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

으아아아악-

그리고 용역 헌터들은 돌진했다!

거듭된 싸움과 부상으로 몸 상태가 엉망이었으나, 이들에게서 솟아나는 기세와 투지는 그 어느 때보다 대단했다!

그리고 이들의 뒤로 수인족, 요마괴이, 궤짝과 커다란 보따리를 짊어진 무사들이 줄줄이 쏟아졌다.

“……!”

이 순간 담장 위에 선 천문석은 깨달았다.

앞에는 허고 대치 중인 정예 무사 천여 명!

뒤에는 악에 받친 40인의 용역 헌터와 수인족 요마괴이, 무사들이 밀려 온다!

이대로 꼬리를 달고 내원 심처로 들어가는 건, 몸에 불을 붙이고 화약 더미로 들어가는 격이다!

그렇다고 뒤를 뚫으려 하다간 남궁휘에게 발목이 잡히고 동료들이 위험해진다.

‘앞뒤, 퇴로가 모두 막혔다!’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바로 지금이다!’

종일 타이밍만 재다가 사용하지 못한 기술, 굉천수를 사용할 타이밍이다!

굉천수의 섬광으로 빈틈을 만들고 도망친다!

쿵-

천문석은 가볍게 발을 굴러 동료들의 이목을 끌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섬광 준비해라.”

긴 설명은 필요 없었다.

최설과 허준은 바로 알아들었다.

“그렇지! 섬광!”

“그게 있었지!”

최설과 허준이 재빨리 대 공자와 장주에게 설명하고 납작 엎드릴 때.

천문석은 빙글 몸을 돌려 앞과 뒤를 살폈다.

뒤에는 40인의 용역 헌터들과 그 뒤를 따라 달리는 사람들이 있고.

앞에는 서로 대치한 채 힐끗힐끗 담장으로 시선을 두는 천여 명의 무사들이 있다!

하늘 가운데 해가 뜬 한낮!

게다가 굉천수를 사용할 대상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

굉천수를 사용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절정의 내력을 모두 때려 박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굉천수가 필요하다!

천문석은 심호흡하며 내력을 끌어올렸다.

혼원지기로 화한 내력에서 일기공과 일원공을 분리한다.

왼손에 대지의 일기공!

오른손에 하늘의 일원공!

둘에서 시작해 하나가 되고, 다시 둘로 나뉜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양손에 머물렀다!

음과 양.

어둠과 빛.

-극과 +극.

일기공과 일원공!

먹구름에서 천둥 벼락이 태어나듯.

쿠르르르릉-

천문석의 양손에서 우렛소리가 터져 나왔다.

“엇! 이거는!?”

장주가 경악한 얼굴로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최고 출력 굉천수를 펼쳤다.

엄청난 반발력에 천천히 움직이는 왼손과 오른손!

쿠르르르릉-

우렛소리가 점점 커지고.

팟, 파바팟-

번뜩이는 섬광이 튀어 올랐다!

천문석의 머리 위에서 왼손과 오른손이 마주 보는 순간.

차아아아앙-

거대한 징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 * *

‘징 소리!?’

깜짝 놀란 천문석이 하늘을 볼 때.

모두의 시선도 하늘로 향했다.

이때 뒤이어 들려오는 소리!

피리리리리-

둥둥, 둥둥둥-

땅, 땅, 따아아아-

……

피리, 큰 북, 꽹과리, 장구 소리가 줄줄이 들려오더니 곧 하나로 어우러졌다!

엉망진창 소음에 가까운 음악이지만, 듣는 순간 감이 왔다.

“농악?”

이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기 지붕 위다!”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움직였다.

태양 아래 우뚝 솟은 7층 전각 지붕 위!

피리, 징, 꽹과리, 북과 장구를 연신 연주하는 사람들이 태양을 등지고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으로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엉망진창 농악은 이들에게서 들려오고 있었다.

“농악……?”

“쟤들은 또 뭐야!?”

“저 녀석들…… 어쩐지 느낌이 낯익은데?”

이 자리의 모두가 영문을 몰라 서로를 볼 때.

태양이 구름에 가려지고 이들이 모습이 드러났다.

작은 키, 왜소한 몸.

전신을 덮은 빽빽한 털,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긴 팔.

……

“원숭이!?”

“저 녀석들 우리 데려온 놈들 아냐!?”

“몸은 왜소한데 특징은 같다!”

“그런데 쟤네들 지금 뭐 하는 거야……?”

……

헌터들이 황당해하는 얼굴로 농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

천문석은 이들의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아카린과 비슷한 모습, 하누만이다!

난장판이 된 장원에서 엉망진창 농악을 연주하는 하누만 10여 명!

하누만 농악대!

아카린이 고용한다고 말했던 하누만 농악대다!

순간 요마괴이 속에서 경악한 외침이 들려왔다.

“하누만 농악대!”

“미친! 하누만 농악대라고!?”

“저 미친놈들을 누가 불렀어!?”

……

당황하고, 어이없어하고, 공포에 질린 외침이 퍼져 나갈 때.

차아아아아앙-

다시 한 번 징 소리가 울리고 하누만 농악대는 일제히 외쳤다!

“북문에서 칠전팔기가 기다리고 있다!”

“북문에서 칠전팔기가 기다리고 있다!”

……

‘칠전팔기!’

하누만 농악대가 ‘칠전팔기’를 외치는 순간.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저절로 떠오르는 이름!

이세기 뱀술 칠전팔기!

적염성에서 칠전팔기를 아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동업자 아카린!

천문석은 하누만 농악대가 나타난 이유를 깨달았다.

저 하누만 농악대는 아카린이 보낸 메시지다.

아카린 자신이 북문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한!

“와, 아카린, 의리 있는 녀석!”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하누만 농악대가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쿵, 쿵, 쿵-

처마, 창틀, 담장을 밟고 순식간에 땅에 내려선 하누만 농악대!

하누만 농악대는 주저하지 않고 달렸다!

궤짝을 들고 보따리를 짊어지고 멍하니 자신들을 보는 무사와 수인족, 요마괴이 무리를 향해서!

그리고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하누만 농악대와 수백 명의 무리가 충돌했다.

으아악-

커어억-

인간, 요마괴이 할 것 없이 비명이 터지고, 궤짝과 보따리, 번쩍 든 문짝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피리리리-

창, 창, 차아앙-

피리 소리, 징 소리와 함께 단숨에 수인족, 요마괴이 무리를 돌파한 하누만 농악대!

하누만 농악대는 곧 용역 헌터 뒤를 잡았다.

“온다!”

“조심해라!”

“각성력 끌어올려!”

용역 헌터들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하누만 농악대는 이번에는 펄쩍 뛰어올라 용역 헌터들의 머리를 밟고 달렸다!

피리리리-

땅, 땅, 따아앙-

챠아아아앙-

……

피리를 불고, 징과 꽹과리, 북과 장구를 치면서!

순식간에 모두를 돌파한 하누만 농악대 앞에 나타난 담장!

하누만 농악대는 서로의 어깨를 밟고 뛰어 단숨에 담장마저 넘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외치며 돌진했다.

“북문에서 칠전팔기가 기다리고 있다!”

“북문에서 칠전팔기가 기다리고 있다!”

……

천여 명의 무사가 대치 중인 내원 심처의 전장을 향해서!

“……어, 어어!?”

천문석이 양손을 든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예상했던 일이 터졌다!

하누만 농악대가 대치 중인 수십 개의 집단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절묘한 균형은 깨졌다.

화약 더미에 성냥이 던져지듯 정예 무사들은 폭발했다!

이야악-

사방에서 기합이 터지고.

깡, 까아앙-

강철의 폭풍이 몰아쳤다!

바람처럼 표홀한 검이 빈틈을 노리고, 둔탁한 도끼가 일도양단의 기세로 떨어진다!

번개 같은 창이 거리를 격해서 쏘아질 때.

둔기를 든 무사가 바닥을 데굴 굴러 돌진했다!

이 순간 전장을 뒤흔드는 기합성!

하, 하, 핫-

쿵, 쿵, 쿵-

전신 갑옷을 입고 방패벽을 세운 무사들이 전차처럼 모든 걸 밀어내고 전진한다!

가주의 전각 앞은 순식간에 격전지가 됐다!

이때 엉망진창 농악이 들려오고, 하누만 농악대가 난장판 한가운데서 외쳤다.

“야! 좀 더 화끈하게 싸워!”

“하, 이 새끼들 피 안 보려는 거 보니까 목적이 따로 있구나!”

“뭐야! 저놈들 청혈회 같은데? 복면은 왜 쓴 거야!?”

“이런 도둑놈들! 도둑질하려고 썼구나!”

……

“쟤들 뭐야!?”

“원숭이!?”

어느새 일어선 최설과 허준이 황당해하는 얼굴로 외쳤다.

그러나 격전을 펼치는 무사 중 누구도 하누만 농악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혹시라도 눈이 마주칠까, 몸이라도 스칠까 봐 극도로 사리고 있었다!

“……뭐지!?”

천문석이 의문을 품는 순간 방패를 맞고 미끄러진 창이 하누만 머리 위 허공으로 날아왔다!

순간 펄쩍 뛰어 창을 향해 몸을 던지는 하누만!

으아아악-

하누만은 처절한 비명과 함께 공중에서 720도 회전해 바닥에 떨어졌다!

“아냐! 내가 한 거 아냐! 와서 부딪힌 거야!”

창을 찌른 무사가 다급히 외치는 순간.

하누만 농악대의 존재감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압도적인 존재감과 기세!

무공은 아니지만 감이 왔다!

“초절정 급! 전원 초절정 급이라고!?”

경악한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사방에서 달려든 하누만 십여 명이 창잡이를 잡아 하늘 높이 던졌다!

으악, 으앗,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동안 창잡이의 투구, 갑옷, 전신의 옷과 신발, 주머니 등등이 모조리 벗겨졌다!

창잡이는 순식간에 알몸으로 날아갔고!

차아아아앙-

징 소리와 함께 하누만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거 보상금이다! 으하하하하-.”

천문석은 격전을 펼치는 정예 무사들이 하누만 농악대를 피한 이유를 깨달았다.

하누만 농악대는 전원 초절정 급의 힘을 지닌 자해공갈단이었다!

순간 천문석의 눈이 번뜩였다.

격전지를 구불구불 뱀처럼 가로지르는 자해공갈단, 하누만 농악대!

움직이는 재앙을 피해 저절로 길이 열리고 있었다!

천문석의 시선이 이 길을 따라 움직였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은 장원 북쪽, 북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담장에서 북문까지 길이 열리고 있다!

순간 천문석은 넋을 놓고 이 모습을 보고 있는 동료들의 등을 두들겼다.

툭, 툭툭툭-

“어?”

동료들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천문석은 담장에서 뛰어내리며 외쳤다.

“모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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