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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38화 (63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38화>

언제나 그렇듯 만드는 것보다 박살 내는 게 쉬운 법!

휘이이이-

회초리처럼 가볍게 떨어진 강철봉이 벽에 닿기 직전.

천문석은 그립을 변화시키고, 내력을 움직였다.

파스스스-

강철봉 안에서 모래가 흐르고 회초리처럼 가볍게 떨어지던 강철봉의 첨단이 급격히 무거워졌다!

무게와 속도는 곧 파괴력이다.

임팩트 순간 쏟아질 엄청난 충격량이면 단숨에 벽을 뚫을 수 있다!

강철봉이 벽과 충돌하는 순간.

툭-

막대기로 벽을 때린 것 같은 가벼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강철봉 주위로 퍼져 나가는 금!

콰드드드득-

벽 전체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가는 순간.

“안 돼!”

다급한 외침과 함께 창문에서 한 사람이 달려왔다!

휙-

반사적으로 강철봉을 휘두르는 순간.

불쑥 튀어나온 검과 강철봉과 충돌했다.

깡-

순간 자석처럼 찰싹 달라붙어 빙글빙글 회전하는 봉과 검!

차르르르릉-

쇠 갈리는 소리와 함께 우수수 불꽃이 쏟아지고, 회전하는 강철봉과 검이 동시에 변화했다.

쉴 새 없이 경중(輕重), 둔쾌(鈍快)를 오가는 강철봉과 강철검!

맞닿은 강철봉과 강철검에서 쏟아진 경력에 저릿저릿한 기파가 터져 나오는 순간.

쿵-

짧은 진각과 함께 천문석과 습격자의 주먹이 동시에 날아갔다.

타다다다닥-

권(拳), 장(掌), 지(指)법이 쉴 새 없이 얽히는 순간.

하아앗-

동시에 기합이 터지고.

후우웅-

동시에 로우킥이 날아갔다!

“……!”

“……!”

다리가 십자로 충돌하려 할 때.

천문석과 검사는 동시에 몸을 비틀어 던졌다!

데굴데굴- 구르다 벌떡 일어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강철봉과 강철검!

사용하는 권장지법!

무기와 무공은 다르지만, 공방의 진행이 마치 거울을 상대하듯 똑같다!

‘뭐지 이 녀석!?’

‘뭐지 이 녀석!?’

같은 생각을 한 두 사람은 동시에 외쳤다.

“넌 누구냐!?”

“넌 누구냐!?”

천문석이 반사적으로 대답하려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대 공자!? 잠깐만! 저 허준입니다! 대 공자 맞죠!?”

허준이 재빨리 달려와 외쳤다.

순간 얼굴을 가린 복면을 내리는 검사.

“허준 소협!?”

허준은 환한 얼굴로 외쳤다.

“야, 멈춰! 내가 찾던 은인이야! 대 공자, 장주님은!?”

이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여기 있네.”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움직였다.

창문!

복면을 쓴 남자가 창턱을 밟고 전각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장주님! 무사하셨군요!”

“허준 소협도 무사했군!”

창문으로 들어온 장주라는 남자를 보는 순간 어떻게 된 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허준의 은인은 기척을 죽이고 지붕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천문석의 시선이 거미줄 같은 금이 간 벽으로 움직였다.

아니, 비밀 공간이 있는데 왜 지붕에 있던 거야!?

의문은 바로 풀렸다.

“소협! 우선 여기서 빠져나가고 보세!”

한달음에 달려온 장주는 거미줄 같은 금이 간 벽을 보는 순간 경악했다.

“어어엇! 비밀 통로가 왜 이래!?”

“……네? 비밀 통로요!?”

“설마, 이 뒤에 비밀 통로가 있습니까!?”

장주는 황당해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벽 뒤에 장원에서 빠져나갈 비밀 통로가 있어! 갑자기 강도 놈들이 쏟아져서, 지붕으로 피했는데…… 이게 뭐야!? 아니지! 통로가 무너진 건 아니니까! 입구만 열면 안은 멀쩡할 거야!”

다급히 외치더니 재빨리 벽에 달라붙어 촛대를 빙글빙글 돌리는 장주!

그르르륵-

돌 갈리는 소리와 함께 금이 간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무너진 벽 잔해 너머로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가 나타났다!

“됐어! 바로 빠져나가면 되네!”

장주가 앞장서 통로로 뛰어들려는 순간.

탁-

천문석은 재빨리 장주를 낚아채 뒤로 당겼다.

“어엇! 뭐야!? 시간 없어! 빨리 튀어야!”

장주가 다급히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무너진 벽 잔해를 강철봉으로 때렸다.

땅-

벽돌이 날아가 통로 벽을 때리는 순간.

쿠르르르릉-

굉음과 함께 통로 벽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굉음과 진동이 벽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르-

5, 4, 3, 2, 1층까지!

그리고 잠시 후 비밀 통로가 있던 부분이 무너졌다.

1층에서 5층까지 통째로!

5층 전각의 가장자리가 잘려 나간 케이크처럼 무너졌다.

“…….”

“…….”

“…….”

“…….”

이 자리의 모두는 뻥 뚫린 벽을 멍하니 바라봤다.

휘이이잉-

그리고 뚫린 벽에서 바람이 쏟아지는 순간.

최설의 시선이 천문석에게 향했다.

“…….”

최설의 눈빛만 봐도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천문석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는 순간.

장주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으으윽- 비밀 통로가 통째로!”

대 공자가 장주의 팔을 잡고 외쳤다.

“그러니까. 얼른 튀었어야죠! 아버지 촉 때문에 이게 뭡니까!”

“야, 비밀 통로 한번 밖에 못 열잖아! 우리가 튀었으면 허준 소협 못 만났어! 우리를 구하러 온 소협이 허탕을 치고 여기 고립됐다니까!”

“…….”

대 공자의 말문이 막히는 순간.

허준은 감격한 어조로 외쳤다.

“역시 장주님! 대협다운 풍모 십니다!”

“허준 소협도 요새 보기 힘든 신의 있는 무림인이네!”

장주와 허준이 연신 허리를 숙이며 서를 칭찬하고.

대 공자와 최설이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볼 때.

천문석은 어쩐지 눈에 익은 장주와 무너진 비밀 통로를 번갈아 봤다.

장주는 단 한 번 열 수 있는 비밀 통로를 열지 않고 허준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협객은 은원을 잊지 않는다.’

장주는 허준의 외침과 비슷한 사람이었다.

비밀 통로가 무너졌지만 괜찮다.

처음 계획대로 난장판을 뚫고 도망치면 되니까!

천문석은 바로 뻥 뚫린 창문 너머로 주위를 살폈다.

거대한 장원 곳곳에서 연기가 치솟고, 도망치고, 약탈하고, 싸우는 무사와 사람들로 장원 전체가 난장판이 됐다.

무사들이 밀려 오는 방향은 동쪽과 남쪽, 동문과 남문이 있는 방향.

가장 많은 무사가 몰린 곳은 서쪽, 창고가 몰려 있는 방향이다.

그렇다면 빠져나갈 곳은 한 곳이다.

북문!

지금 있는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성문.

그러나 북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장주와 그 식솔의 거처가 있는 내원 심처를 지나가야 한다.

가장 가치 있는 보물이 있을 내원 심처는 당연히 엄청난 난장판…….

장원 북쪽을 훑던 천문석은 깜짝 놀랐다.

연기, 불길, 함성, 무사!

아무도 없다!

당연히 난장판이 돼야 할 장원 가장 깊숙한 곳!

가주의 집무실이 있는 내원 심처가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당장 내원 심처를 가로질러 북문으로 튀는 것!

북문으로 빠져나가 아카린, 한호석 교수와 합류.

성주 장원에서 특급 헌터와 진교은을 찾아서 튀면 적염성도 안녕이다!

천문석은 바로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야, 위에 길 뚫렸어! 내원 심처! 텅 비었다! 바로 튀자!”

“그게 무슨……?”

“뭐!? 길이 뚫렸다고!?”

“가주 집무실이 있는 곳인데!? 그럴 리가!?”

깜짝 놀란 최설, 허준, 장주, 대 공자는 다급히 창으로 달려가 북문 방향을 살폈다!

그리고 얼어붙었다.

북문 방향, 내원 심처!

호랑이 일족 가주의 전각과 식솔들의 거처가 있는 곳이 텅 비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황당해할 때.

천문석이 다시금 외쳤다.

“야, 당장 움직여! 생각은 장원에서 빠져나가고 하자!”

천문석이 달리는 순간 모두는 반사적으로 그 뒤를 따라 뛰었다.

천문석, 최설, 허준, 장주, 대 공자.

이제 다섯이 된 일행은 단숨에 전각을 내려 와 내원 심처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곳곳에서 일어난 약탈과 전투로 직선으로 달릴 수는 없었다.

담을 넘고, 수풀을 지나고, 가산을 오르는 다섯 명.

한참을 달려 마침내 내원 심처의 높은 담을 눈앞에 둔 순간 절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저기다! 저기 계신다……!”

담에 줄줄이 매달려 소리치는 헌터 다섯 명!

“잠시만!”

“제발 같이 좀!”

“저희도 데려가 주세요!”

……

외침과 함께 헌터들은 담에서 뛰어 달려왔다.

“와, 너희들 저 난장판을 뚫었다고!?”

천문석이 감탄하자 달리던 헌터들은 재빨리 외쳤다.

“부디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헉, 허억- 제발 좀…….”

……

헌터들은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듯 숨을 몰아쉬며 절절하게 외쳤다.

그러나 자신은 아카린, 한호석 교수와 합류해 성주 장원에서 특급 헌터와 진교은을 찾아야 한다.

다섯 명의 헌터들을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헌터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 격려를 해 줬다.

“야, 인생은 독고다이야! 각자도생 모르냐? 모두 힘내고 최선을 다해라! 그럼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보자!”

“…….”

“…….”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힌 헌터들의 멍하니 바라볼 때.

천문석은 북쪽 담을 가리키며 달렸다.

“저 담 뒤가 내원 심처다! 저곳만 지나면 북문이다!”

천문석과 동료들이 달리자, 다시 한 번 다급한 외침이 쏟아졌다.

“잠시만……!”

“이야기 좀 들어 주세요!”

그러나 더 할 이야기는 없다!

천문석은 뒤돌아보지 않고 단숨에 치고 나가 가장 먼저 담에 도착해 깍지를 끼고 외쳤다.

“바로 위로 던질게! 뛰어!”

이미 몇 번이나 했던 일.

허준과 최설, 대 공자와 장주를 단숨에 담 위로 던져 올리고.

천문석도 담 위로 올라갔다.

“바로 뛰어내려…….”

그리고 굳어 버렸다.

분명 전각 위에서 봤을 때는 아무도 없던 내원 심처!

가장 화려한 전각, 가주의 전각을 중심으로 천여 명의 무사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보는 순간 감이 왔다.

이 무사들은 장원을 약탈하는 어중이떠중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강기를 사용한 적룡방주급, 절정 고수가 최소 셋 이상!

검기를 사용한 검은 늑대 인간급, 일류의 끝에 달한 무사들은 수백이 넘는다!

완전무장한 정예 무사들이 수십에서 수백 단위로 뭉쳐, 무기에 손을 올리고 투지와 살기를 피어올리고 있었다!

목적지 북문은 대치 중인 천여 명의 무사들 뒤에 있었다.

천문석, 최설, 허준, 장주, 대 공자.

담 위에 올라선 모두는 직감했다.

절묘한 균형으로 대치 중인 상황.

이곳에 들어갔다가 격렬한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 끝장이다!

‘아니, 이게 뭐야!?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이렇게 된 거야!?’

천문석이 어이없어할 때.

최설과 허준이 동시에 외쳤다.

“계획 있지!?”

“방법 있지!?”

“당연하지!”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주위를 돌아보는 즉시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났다.

가장 귀중한 보물이 있을, 가주의 전각을 중심으로 대치 중인 정예 무사들!

지금 대치 중인 무사들은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상태다.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로 조심조심 움직인다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가장자리로 조심해서 움직이면 빠져나갈 수 있다!”

천문석이 확신을 담아 말하는 순간.

허준과 최설은 마른침을 삼켰다.

“……여기를 뚫겠다고?”

“차라리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시간이 너무 걸려.”

천문석은 손을 들어 북문 뒤 높게 솟은 바위 언덕을 가리켰다.

특급 헌터와 진교은이 있을 언덕 위, 성주 장원.

최설과 허준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천문석은 장주와 대 공자에게 확인했다.

“여기 가로지르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괜찮겠습니까?”

대 공자가 대답하기 전, 장주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괜찮습니다!”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기감을 끌어올렸다.

“내가 뛰어내리면 바로 뛰어서 내 뒤로 바짝 붙어. 무기에 손 올리지 말고.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통과할 게!”

그리고 뛰어내리려는 순간.

절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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