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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36화 (63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36화>

탄과 류호가 집무실에서 만났을 때 모든 일이 시작됐다.

둥, 둥, 두우웅-

변고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우와아아아아-

남문 방향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탄과 류호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바로 감을 잡았다.

누군가 반기를 들었구나!

새로운 성주님이 나타난 다음 날 반기를 들었다는 것은 그동안 철저히 준비를 해 왔다는 이야기!

“류호! 짐작 가는 이름이 있나!?”

“적룡방, 청혈회, 진, 량, 연, 조, 민국, 하다못해 용병단까지 어디든 가능하다.”

이름을 쏟아 낸 류호는 고개를 저었다.

적염 성주님이 사라진 후 새로운 성주님이 나타날 때까지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주인 없는 적염성을 12 가문이 지켜왔지만, 한계가 있었다.

수백 년 동안 안에서 세력을 키운 가문, 문파, 단체들. 외부에서 호시탐탐 적염성을 노리는 영주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어제 새로운 성주님이 울리지 않는 종을 울리셨을 때. 수백 마리 전서구가 날아오르고 수십 명의 전령이 사방으로 말을 달렸다.

탄과 류호는 이 모습을 봤을 때부터 이런 일이 터질 것을 짐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빠르게, 외부의 조력이 도착하기도 전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이 순간 탄과 류호의 얼굴은 어둡지 않았다.

“류호 연락했나?”

탄의 물음에 류호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경(水鏡)으로 연락했다. 늦어도 오늘 저녁까지는 도착할 거다.”

전대의 적염 성주님이 맺은 수백 년에 걸친 맹약!

그 맹약자가 지금 적염성으로 오고 있다.

성주님만 잡히지 않으면 적염성의 모든 가문과 문파, 단체가 반기를 들어도 진압할 수 있다.

맹약자는 수천의 요마괴이조차 단숨에 잿더미로 만드는 천외천의 강자.

허공도의 제사장이니까.

적염성에 허공도의 제사장이 도착하는 순간 모든 것이 일 순간에 뒤집힌다.

지금 할 일은 성주님을 지키는 것!

탄과 눈빛을 교환한 류호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는 성주님을 모시겠다.”

“난 적염성을 돌며 12 가문을 규합하겠다.”

류호는 탄의 생각을 짐작했다.

위기는 곧 기회!

지금 전공을 세운다면 12 가문은 반석에 오를 테고, 이 일을 주도한 호랑이 일족은 12 가문의 수좌에 우뚝 설 것이다.

류호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적이 쳐들어왔습니다! 적룡방, 청혈회, 낭인 무사 천여 명입니다!”

그래서 호랑이 일족 무사가 집무실로 달려와 외쳤을 때.

탄과 류호는 이미 장원 안에 없었다.

탄은 내원 당주에게 시간을 끌도록 명령하고 적염성을 달리며 12 가문을 규합했고.

류호는 일족의 장로들에게 명령한 후 홀로 북쪽 성주 장원으로 달렸다.

“장원에서 버티기만 하면 된다! 혹시 버티는 게 힘들어지면 강을 타고 탈출해라!”

은신술을 펼친 류호는 순식간에 도시를 가로질러 북쪽 언덕에 도착했다.

이미 적들이 언덕을 오르고 있는 상황.

류호는 바위 절벽을 타고 올라 단숨에 성벽에 도착했다.

성벽에서는 이미 전투가 벌어졌다.

은신술을 펼친 미호는 공격해 들어오는 적들을 살폈다.

대략 2천의 무사들!

수로 18채, 금순 용병단, 흑랑대와 낭인 무사들!

적은 압도적인 병력으로 밀고 들어왔지만, 좁은 길, 유리한 지형으로 아군은 잘 버티고 있다.

이 틈에 성주님만 빼내면 된다!

“끝까지 성벽을 사수할 필요는 없다. 한 시진만 버티고 함락되기 전에 물러서라!”

류호는 성벽을 지키는 곰 일족의 지휘관에게 명령하고 성주님의 침실로 달렸다.

그러나 침실에 성주님은 없었고, 웅인족 무사 한 명만 기다리고 있었다.

“성주님은!?”

“태웅님과 함께 탑으로 올라가셨습니다!”

“……!”

문득 고개를 돌려 높게 솟은 탑을 보는 순간 태웅의 생각이 짐작됐다.

‘하늘 고래를 타고 빠져나갈 생각이구나!’

퇴로가 막힌 지금 가장 안전하고 빠른 방법이다.

류호는 한달음에 탑으로 달려갔다.

탑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허허실실!

태웅답지 않은 머리 회전.

활짝 열린 탑으로 성주님이 도망쳤다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하리라!

그러나 성벽이 뚫리고 수천의 병사가 쏟아져 들어오면, 당연히 탑도 샅샅이 뒤진다.

차라리 입구를 봉인해서 시간을 끄는 게 낫다!

류호는 장죽을 흔들었다.

휘이이잉-

마력이 담긴 소용돌이가 탑 입구에서 소용돌이치는 순간.

후두둑-

류호의 손에서 떨어지는 일곱 개의 곡옥(曲玉)!

여섯 개의 곡옥이 육각형을 그리고, 그 중앙에 마지막 곡옥이 떠오르는 순간.

파아앙-

류호의 손에서 주술력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일곱 겹의 봉인구로 탑 입구가 완전히 막히려는 순간.

류호는 가볍게 땅을 박차고 탑 안으로 들어갔다.

팟-

이 순간 봉인구가 완성되고 문이 닫혔다!

그리고 바람에 실려 온 다급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마! 잠깐……!”

* * *

“엄마! 잠깐만 기다려! 나 여기 있어! 엄마! 위에 탑!”

목이 터져라 외치는 순간.

번개같이 탑 안으로 들어간 엄마!

“으아악- 뭐가 이따위야!”

자신도 모르게 소리친 미호는 맥이 탁 풀리는 걸 느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지상 50여 미터 위, 탑의 외벽!

조금만 더 기어 내려가면 이제 지상이었다.

그러나…….

언덕 위 성주 장원에서 빠져나가는 유일한 길, 성문에선 함성과 고함, 전투 소음이 들려왔다.

언덕 위 성문에서 시작해 적염성까지 구불구불 길게 이어지는 유일한 길.

이 길에는 엄청난 수의 무사들이 몰려 있었다.

저 무사들을 뚫고 성주 장원을 빠져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미호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미호의 머릿속에서 좀 전에 있었던 일이 재생됐다.

커다란 광주리를 짊어지고 우왕좌왕 달리던 태웅 아저씨!

“태웅 아저씨! 위에! 탑 위를 보세요!”

몇 번의 외침 끝에 마침내 고개를 든 태웅 아저씨!

“미호!? 거기서 뭐 하냐!?”

그리고 모든 건 빠르게 진행됐다.

태웅 아저씨는 커다란 광주리 속에 숨은 성주님을 피신시키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미 유일한 입구는 막혔고, 다른 절벽을 타고 내려가면 거대한 호수가 나온다.

순간 미호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방법!

탑 정상에서 하늘 고래를 타고 도망치면 된다!

자신이 실패한 건 하늘 고래에게 줄 제대로 된 대가가 없어서다.

곰 일족의 가주, 태웅 아저씨라면 제대로 된 대가를 치를 수 있었다!

“태웅 아저씨! 도망칠 좋은 방법이 있어요!”

미호는 자기 생각을 외쳤고, 반색한 태웅은 바로 탑으로 들어가 정상으로 달렸다!

미호 자신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입구를 열어 둔 채로.

그런데 방금 엄마가 탑 입구를 닫고 봉인했다!

그것도 곡옥까지 사용한 봉인구의 주술로!

요괴선 류호의 봉인 주술.

저 주술은 아무도 뚫지 못한다.

지금 자신에게 남은 방법은 두 가지였다.

1. 이대로 지상까지 내려간 후,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호수로 내려가, 헤엄으로 호수를 건너 적염성 시가지를 지나 도망친다.

2. 어제 새벽부터 지금까지 내려온 탑을 다시 기어 올라간다.

“…….”

미호의 고민은 짧았다.

그래도 2번보다는 1번이 낫다!

“……하아, 시바!”

짧은 한숨과 함께 미호가 탑을 내려가려 할 때.

구으으으으응-

하늘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울음소리!

“하늘 고래!?”

깜짝 놀란 미호의 시선이 하늘에 닿는 순간.

구름이 모여들고 전신을 짓누르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보였다.

구름 속에서 튀어나온 수백 미터 길이의 하늘 고래!

초거대 하늘 고래는 까마득한 하늘에서 원을 그리더니.

파아아아앙-

호랑이 일족의 장원을 향해 떨어졌다!

“설마, 설마!?”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 미호가 탑의 틈에 몸을 밀착하는 순간.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진동이 쏟아졌다!

쿠르르르릉-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요동치는 탑!

으아악-

미호는 악을 쓰며 간신히 떨어지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진동이 멈추는 순간 보였다.

수백 미터의 하늘 고래가 호랑이 일족 장원 위를 기고 있었다!

가슴지느러미를 손처럼 사용해 땅을 당기고.

꼬리지느러미를 발처럼 사용해 땅을 박찬다!

콰르르르릉-

대지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질 때.

호랑이 일족 장원의 높게 솟은 전각과 건물, 웅장하게 뻗은 성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순식간에 호랑이 일족 장원을 박살 낸 하늘 고래는 유유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사방으로 도망치는 무사들, 반대로 장원으로 달려가는 무사들!

장원으로 달려온 무사들은 멀쩡한 건물, 무너진 전각을 가리지 않고 약탈을 시작했다!

도망치던 무사들이 다급히 몸을 돌려 제지했지만, 막는 사람은 소수고 약탈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늘어났다!

까마득한 거리였지만, 미호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바로 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보였다.

수백 년 적염성 역사와 함께한 호랑이 일족의 장원이 아작난 것도 모자라 약탈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적염성은 인간, 수인족, 요마괴이와 이종족이 같이 살아가는 도시.

가뜩이나 축제로 달아오른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이 모습이 불을 질렀다.

호랑이 일족 장원에서 시작한 약탈과 싸움이 빠르게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다.

마치 물에 먹물이 퍼져 나가듯,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하는 도시!

미호의 시선이 탑, 성주 장원, 깎아지른 절벽, 넓게 펼쳐진 호수로 움직였다.

탑과 절벽을 기어 내려가 저 호수를 헤엄쳐 건넌 후, 지친 몸으로 난장판이 된 도시를 뚫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제 자신이 선택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2. 어제 새벽부터 지금까지 내려온 탑을 다시 기어 올라간다.]

“…….”

미호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구름을 뚫고 까마득한 높이로 솟은 탑.

성주님, 태웅 아저씨, 엄마가 올라간 탑을 올라, 하늘 고래를 불러 타고 떠날 사람들과 같이 튀어야 한다.

즉 혼신의 힘을 다해 기어 내려온 탑 정상으로 최대한 빨리 올라가야 했다.

으어, 으으으-

순간 정신이 멍해지고, 입에선 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뭔가, 뭔가 너무나 이상했다.

상상도 하지 못한 불운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니, 시바! 뭐가 이따위야!?”

분통이 터졌으나, 주저앉으면 남은 것은 파멸뿐이다!

미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제 새벽 자신 옆에서 끝없이 외치던 꼬맹이와 어린 하늘 고래는 없다.

탑 정상에 나타난 하늘 고래도 없으니 아직 시간이 있다.

그리고 탑 정상까지 올라갈 필요도 없었다.

탑 정상의 사람들이 자신의 외침을 들을 수 있을 높이까지만 올라가면 된다.

그러면 엄마가 자신을 탑 정상으로 끌어올려 줄 거다.

그렇다.

이렇게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미호는 지난 밤 자신에게 힘을 준 구호를 외치며 탑을 다시금 기어 올라갔다.

“으아악! 인생은 독고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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