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30화 (63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30화>

천문석이 압도적으로 적을 몰아붙일 때.

이 모습을 본 건 최설과 허준만이 아니었다.

전각을 성탑 삼아 버티려던 호랑이 일족의 무사들.

패싸움을 벌이다가 돌연 터진 폭음에 놀라 담장에 다닥다닥- 매달린 인간과 수인족, 요마괴이들도 모두 이 모습을 봤다.

그리고 이 중에는 절대 천문석. 아니, 이세기를 잊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칠성파, 김기철!

철검장, 왕체와 최림!

담장에 나란히 매달린 왕체와 최림, 김기철 셋!

이들은 얍얍- 거리며 적을 쥐어박는 무사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저 무사 얍얍- 거리는 거, 왠지 익숙하지 않냐?”

“얍삽하게 싸우는 게 눈에 익은데…….”

“너무 빨라서 얼굴은 안 보이는데…… 어쩐지 체형도 낯익은데요?”

이때 연신 적을 쥐어박던 무사가 전각 위를 향해 외치는 게 들렸다.

“야, 뭐 하는 거야! 빨리빨리 내려 와!”

왕체와 최림, 김기철 셋은 자연스럽게 전각을 올려다봤다.

전각 지붕 위, 결코, 잊을 수 없는 둘이 보였다!

최설과 허준!

자신들이 이 이상한 던전에 갇히게 된 원인!

그렇다면 저 아래 무사는!?

경악한 셋은 무사에게 집중했고.

잠시 후 무사가 멈추는 순간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이세기!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 이세기 그놈이다!

순간 세 사람의 머리를 강타하는 깨달음!

“……!”

이렇게 얍삽하게 사람을 열 받게 싸우는 놈이 이세기 말고 또 있을 리 없었다!

“이세기, 이 개 새……!”

최림이 분통을 터트리며 달려 나가려는 순간.

왕체는 재빨리 최림의 입을 막고 다급히 외쳤다.

“저놈 옷! 옷을 봐! 저 녀석은 이곳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

순간 최림과 김기철이 시선이 이세기의 옷에 꽂혔다.

이세기는 은빛 호랑이 자수가 수놓아진 무사복을 입고 있었다!

“설마 저 녀석……?”

이때 전각에서 무사들이 쏟아져 나와 이세기에게 허리를 숙이는 게 보였다!

“……대주님!”

“……!”

“……!”

“……!”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자신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왕체와 최림, 김기철은 직감했다.

이세기는 이 이상한 던전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다!

즉, 이세기가 지구로 돌아갈 유일한 동아줄이다!

그 동아줄이 외쳤다!

“……북쪽 내원으로 달린다!”

그리고 선두의 이세기를 따라 허준과 최설 수십 명의 무사가 달렸다!

왕체의 본능이 외쳤다.

‘지금 당장 쫓아가야 한다! 이세기를 놓치면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다!’

“모두…….”

왕체가 외치려는 순간.

타다다닥-

담을 넘어 미친 듯이 달려가는 헌터들이 보였다.

추적 전문 헌터팀!

“달려! 저 새끼 놓치면 끝장이다!”

뒤이어 김기철과 칠성파 헌터들이 달렸다!

왕체가 명령할 필요도 없었다.

자신의 부하들까지 담에서 뛰어내려 미친 듯이 달렸으니까!

“절대 이세기를 놓치면 안 된다!”

왕체는 담에서 뛰어내려 전력으로 이세기를 쫓았다!

* * *

강철봉으로 땅을 긁듯이 때리는 순간.

깡-

쇳소리와 함께 무쇠 화로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천문석은 화염을 막기 위해 던진 화로를 회수하고 뒤를 살폈다.

최설과 허준.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치자 뒤를 가리켰다.

“야, 재들 어떻게 할 거야!? 점점 늘어나잖아!”

“무사 뒤에 용역 헌터들까지 붙었어!”

“…….”

천문석은 최설과 허준 뒤를 봤다.

무복을 입고 무기를 든 호랑이 일족이 무사 이십여 명.

그리고 그 뒤로 갇혀 있던 용역 헌터들과 이종족이 따라붙었다.

이렇게 된 원인은 간단했다.

전각 앞의 무사들을 정리하고 최설과 허준을 향해 외쳤다.

‘야, 뭐 하는 거야! 빨리빨리 내려 와!’

이 외침이 지금 상황의 원인이었다.

자신이 외치는 순간 어이없게도 전각에서 버티던 호랑이 일족 무사들이 번개같이 내려 와 허리 숙이며 외쳤다.

‘대주님!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러자 수풀 속, 담장 뒤 곳곳에서 튀어나와 외치던 무사들!

‘명을 따르겠습니다! 대주님!’

‘하, 시바. 괜히 옷은 슬쩍해서는!’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무사 수십 명의 시선이 자신이 입은 은색 호랑이 무복에 꽂혔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이상 끝까지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명령했다!

‘……북쪽 내원으로 달린다!’

어차피 허준의 은인을 픽업하러 내원으로 가는 길 겸사겸사 무사들도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자신을 따라 달린 건 호랑이 일족의 무사만이 아니었다.

감옥에 갇혀 있던 이들까지 뒤를 따라왔다!

[나 - 최설, 허준 - 호랑이 일족의 무사 - 전각에 갇혀 있던 헌터들과 이종족]

난장판이 된 전장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집단!

자신의 외침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천문석은 자신을 따라 달리는 녀석들을 훑었다.

-호랑이 일족의 무사들.

-왕체, 최림, 김기철과 용역 헌터.

-밥을 놓고 싸우던 우인족과 밥을 날라온 일꾼과 문을 지키던 무사들까지.

게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담장, 수로, 조경석, 무너진 건물에서 숨어 있던 무사들이 튀어나와 합류하고 있었다!

‘와, 이 어이없는 녀석들! 아니, 어디로 가는 줄 알고 무작정 쫓아와!?’

이때 최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야, 은밀히 도망치는 게 계획이라며!? 이 꼬리 어떡할 거야?”

최설의 말이 맞았다.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치는 게 원래 계획인데 뒤로 줄줄이 꼬리가 달리고 있었다!

최초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진 상황!

하지만 리더라면 어떤 돌발상황에서도, 파티원에게 비전을 보여 주고 동기부여를 시켜야 한다.

천문석은 긍정적 마인드로 외쳤다.

“걱정할 거 없다! 아니, 오히려 잘됐어! 이렇게 덩치를 키워서 달리는 게 더 유리해! 저기 봐라!”

손을 들어 곳곳을 가리키는 천문석.

골목, 담장, 2층 창문!

허준, 최설의 시선이 닿는 순간 흠칫 놀라 몸을 숨기는 무사들이 보였다!

장원으로 쳐들어온 적들!

“우리 머릿수 보고 몸을 사리는구나!?”

허준이 깨닫는 순간.

천문석은 계획이 완전히 맞아떨어진 책사처럼 외쳤다!

“아군의 수가 많아지면, 적은 몸을 사리는 법! 이게 내 심모원려다!”

“와! 이 미친 잔머리! 하하하-.”

허준이 천문석의 어깨를 두들기며 웃음을 터트릴 때.

최설은 미심쩍은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와, 이녀석 촉이 전보다 좋아졌는데!?’

천문석은 내심 감탄했다.

‘아군의 수가 많아지면, 적은 몸을 사리는 법!’

자신의 말에는 빠진 게 있었다.

‘수가 적은’, ‘만만한’

‘아군의 수가 많아지면, ‘수가 적은’, ‘만만한’ 적은 몸을 사리는 법!’

한두 명 단위, 열댓 명 단위의 적이라면 몸을 사릴 거다.

하지만 이런 대집단이 내원, 주요 인사와 재산이 모두 모인 승부처에 합류하는 걸 치밀한 계획을 세운 적들이 내버려 둘리가 없었다!

즉, 아군을 상대할 만한 규모와 실력의 무사들을 보낼 거다!

엎친 데 덮친 격!

가뜩이나 호랑이 등에 올라탔는데.

언제 사자가 튀어나와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천문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닥치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항상 그래 왔듯이!

그렇기에 천문석은 동료들을 향해 장담했다.

“내 촉이 말하고 있어! 우리는 무사히 빠져나갈 거다!”

천문석의 장담과 함께 모두는 장원을 가로질러 북쪽, 내원 방향으로 달렸다.

그리고 적을 일곱 번 격파했을 때.

사자가 튀어나왔다!

* * *

콰아앙-

으아아악-

폭음과 고함, 비명이 사방에서 터지고!

거대화한 호인족 무사와 송곳 같은 털이 곤두선 멧돼지 인간이 맞부딪힌다!

크어어엉-

쒜에에엑-

살기 어린 포효와 함께 강철 검과 쇠몽둥이가 연신 충돌해 불꽃을 터트리는 순간.

화르르르륵-

이글이글 타오르는 거대한 불덩어리가 날아왔다!

“화염 주술이다! 피해라!”

“주술사! 새끼들아! 주술사 견제 안 하지!”

다급한 비명과 함께 불덩어리가 떨어지는 장소의 모두가 도망치는 순간.

쏴아아아-

폭발하듯 치솟은 물줄기가 불덩어리를 삼켜 버렸다.

파아아앙-

폭음이 터지고 치솟은 물줄기는 단숨에 수증기가 되어 전장에 쏟아졌다!

이 순간 증기 속에서 튀어나온 적룡방주의 참마도가 떨어졌다!

하아앗-

저릿저릿한 기파가 터지고, 산을 쪼갤 기세로 떨어지는 참마도!

부으으웅-

참마도 실린 기세에 단숨에 증기가 밀려나는 순간.

쿵-

천문석은 주저하지 않고 진각을 밟고 참마도의 궤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순간 적룡방주는 비장의 한 수를 펼쳤다.

파르르-

부러질 듯 요동치는 참마도에서 솟아나는 빛!

강기!

강기가 실린 참마도가 떨어지는 궤적으로 강철봉이 불쑥 튀어나왔다.

힘과 기세를 담아 수직으로 떨어지는 참마도!

다급히 들어 올려 기세가 완전히 죽은 강철봉!

적룡방주는 직감했다.

‘강기가 실린 참마도를 평범한 강철봉으로 막는다고!?’

힘, 기세, 위치, 내력!

모두 자신의 우위!

‘마침내 잡았구나!’

적룡방주가 승리를 직감하는 순간.

강기가 실린 참마도와 강철봉이 충돌했다!

콰드드득-

그리고 조각난 쇳조각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강기가 실린 참마도에서!

“시발! 이게 뭐야!?”

강호의 상식을 파괴하는 충격적인 결과에 적룡방주는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이 순간 들려오는 대답.

“뭐긴 뭐야! 템빨에서 밀린 거지! 카캬카-.”

‘강기를 막아 내면서 대답까지 해!?’

적룡방주가 기겁해서 몸을 빼려는 순간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가슴에 주먹이 적중했다!

퍽-

가벼운 주먹이 가슴에 닿는 순간.

콰드드드득-

소용돌이치듯 비틀리는 무복!

강사를 넣어 만든 무복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강철 호심경이 단숨에 구겨져 떨어졌다!

깡-

순간 내부로 파고드는 경력에 산산이 흩어지는 내력!

극한의 내가중수법!

적룡방주는 왈칵 피를 토하면서 다시 한 번 참마도를 내리찍었다!

으아아악-

그러나 천 년 거목도 뿌리가 썩으면 꺾이는 법!

천문석이 가볍게 뿌린 주먹에 맞는 순간.

깡-

참마도는 적룡방주의 손에서 벗어나 벽에 박혔다.

“내가 칼을 놓쳤다고!?”

대경실색한 적룡방주는 깨달았다.

오늘이 내가 죽는 날이구나!

적룡방주는 고개를 들어 적을 바라봤다.

은사로 호랑이를 수놓은 무복을 입은 청년.

자신을 꺾은 청년의 얼굴에는 기쁨도 흥분도 없었다.

지루함!

그리고 권태만이 드러나 있었다!

이 청년 뒤로 승기를 잡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적룡방의 무사들이 보였다!

‘시바! 패잔병이 모인 거라며!? 끌고 오는 녀석이 대주급이라며!’

패잔병은 맞았다.

그러나 이 청년은 절대 대주급이 아니다!

초절정의 벽을 두들기는 자신이 강기를 사용하고도 완벽하게 패배했다!

이런 고수가 적염성에 있었다니!

“이름이 뭐냐!?”

적룡방주가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청년의 등 뒤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이 분은 경천동지 이세기 대주님이시다!”

“경천동지 이세기!?”

적룡방주가 외치는 순간 터져 나온 환호성!

우와아아아아아-

“이세기 대주님이 적룡방주를 꺾었다!”

“과연 경천동지 이세기 대주님!”

“이 전투는 우리가 승리했다!”

“단숨에 밀어붙이자!”

……

이 순간 천문석은 적룡방주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연한 눈빛으로 전장을 돌아봤다.

강호는 강자존의 세계!

밀어붙이던 적룡방도들의 기세가 죽고, 일방적으로 밀리던 아군의 사기가 치솟았다!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는 아군은 호랑이 일족의 무사들과 전각에 갇혀 있던 헌터, 수인족, 요마괴이들!

“…….”

천문석의 시선이 닿는 순간.

대답하듯 승리의 외침이 돌아왔다.

“이세기 대주님!”

“경천동지 이세기!”

“보아라! 경천동지 무위를!”

“과연 성주님을 수호하는 숨겨진 검!”

……

이곳까지 오는 동안 치른 일곱 번의 전투.

어느새 자신은 경천동지란 별호가 붙었고 적염성주의 숨겨진 검, 이세기 대주가 되어 있었다.

천문석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하, 시바.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