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24화 (62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24화>

핑그르르-

검은 동전이 공중에서 회전하는 순간.

카캬캬카카카-

청년은 3류 악당 같은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모든 게 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으나 아무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뭐지? 이 녀석 설마 길 잃었나?”

청년은 빙글 몸을 돌려 숲을 향해 외쳤다.

“야, 막내! 뭐 하는 거야! 빨리빨리 따라와! 굼떠서는!”

순간 먼 숲에서 대답하듯 들려오는 외침.

“아니…… 지는…… 맨몸…… 지게…… 시바! 시바!”

“길 잃은 거는 아니네.”

청년은 씨익 웃으며 황동 곰방대를 꺼내 잘 말린 거머리 풀을 대통에 채워 넣었다.

그리고 여전히 공중에서 회전하는 흑전을 낚아채 황동 곰방대 위를 긁었다.

차르르르릉-

설대 위에 생겨난 푸른 불꽃이 대통으로 빨려 들어가 단숨에 불이 붙었다.

청년은 크게 한 모금 빨아 길게 뿜어냈다.

후우우-

숨결에 실려 나온 몽실몽실 푸르스름한 연기.

푸르스름한 연기 덩어리는 곧 작은 늑대가 되어 허공을 달리다 펄쩍 뛰어올라 모습이 변했다.

우아하게 걷는 새끼 고양이, 전차처럼 돌진하는 사슴벌레, 공중에 ‘8’자를 그리는 풍뎅이, 숨구멍에서 연기를 뿜는 하늘 고래.

그리고 하늘 고래가 뿜어낸 연기가 팔다리를 활짝 펼친 다람쥐가 되는 순간.

휘이이잉-

문득 불어온 바람이 푸른 연기 다람쥐를 별이 가득한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청년의 시선이 연기 다람쥐를 따라 밤하늘을 훑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하늘에 선명한 별의 강이 흐르고 밝은 달이 둥실 떠 있었다.

이 별 무리 속, 불길하게 깜빡이는 세 별이 있다!

[큰 별 - 작은 별 - 작은 별.]

자신이 기다리던 불운의 별, 개고생의 성좌!

개고생의 성좌가 거대한 도시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구으으으응-

하늘 고래의 은은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팡팡, 파아앙-

오색의 불꽃이 폭죽처럼 하늘을 수놓는 도시.

마침내 끊어졌던 고리가 이어지고, 수많은 이들을 폭풍처럼 몰아치는 사건·사고로 인도할 일기일원문이 시작되는 도시!

적염성!

청년은 적염성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언제나 근엄한 스승님이 조사(祖師)님의 불운에 휩쓸려 같이 개고생을 할 것을 상상하는 순간.

크크큽크크큽-

악다문 입 사이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때 등 뒤 숲에서 느껴지는 기척!

청년은 다급히 웃음을 삼키며 근엄하게 외쳤다.

“아- 천기가 이토록 어지럽다니! 가슴이 아프구나!”

순간 숲에서 분노한 외침이 들려왔다.

“헉, 허억- 시바! 온종일! 어, 하루 종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숲에서 헤맸는데! 그놈의 천기 타령은!”

쿵-

커다란 지게를 짊어진 분노한 소년이 숲에서 나타났다.

소년은 곰방대를 문 청년을 보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와 멱살을 잡고 외쳤다.

“뭐!? 대박의 기회가 있다고!? 요. 안개 낀 숲에서 뺑뺑이 돌리는 게 대박이냐! 요. 이런 천하의 사기꾼 같으……!”

분노를 쏟아 내던 소년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두 손에 잡은 멱살 너머로 보이는 절벽!

이 절벽 너머로 넓은 강과 거대한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도시 전체에 환하게 불이 밝혀지고 하늘에선 오색의 불꽃이 쉴 새 없이 터졌다!

얼핏 봐도 수십만 명이 살 것 같은 대도시, 그것도 축제가 벌어지는 대도시가 눈앞에 나타났다!

안개가 자욱한 숲을 온종일 뺑뺑이 돌다가 나오니까 생전 처음 보는 대도시가 나타났다!

숲 근처의 지리는 빤했다!

분명히 이 숲 근처에 이런 도시는 없었다!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사제. 진정했으면 사형 멱살 좀 놓아주지 그러나?”

.”으앗!”

소년은 깜짝 놀라 멱살을 놓고 반사적으로 말을 쏟아 냈다.

“아니, 내 손이 왜 멱살을 잡고 있지!? 이런 못된 손! 아유! 제가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전 단 한순간도! 조금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대사형!”

“방금 욕한 거 같은데?”

“헤헤헤- 제가 하늘 같은 대사형께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저 데이몽 발도! 언제나 최선을 다해 대사형을 모시고 있습니다! 존경합니다! 대사형!”

손을 연신 비비며 굽실거리는 막내 사제, 데이몽 발도를 보니 절로 탄식이 새어 나왔다.

“하- 이 우디르 같은 녀석.”

“네, 우디르요?”

“있어. 그런 게.”

대사형이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데이몽 발도는 적당히 흘려 들으며 재빨리 절벽 아래를 훑었다.

넓게 펼쳐진 숲 너머 불이 환하게 밝혀진 나루터와 나루터로 움직이는 불빛이 보였다!

“대사형! 저기 나루터 있습니다! 사람들 움직이는 거 보니까 배 있나 봅니다! 얼른 가죠!”

데이몽이 앞장서 걸어가려는 순간.

휙- 그 앞을 가로막는 황동 곰방대.

“대사형?”

“어허!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 지금은 저 도시로 들어갈 때가 아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박 기회 있다면서요! 저번 인신 공양 사당처럼 이거 가득 채워야죠!”

탕, 탕탕-

데이몽이 지게에 실린 커다란 나무 궤짝을 두들기는 순간.

대사형은 마치 천기를 읽는 선인처럼 뒷짐을 지고 밤하늘을 바라봤다.

“천살성이 자미성을 범하니 지상에 큰 화가 미칠 것이다!”

“…….”

힐끗 데이몽의 얼굴을 살피자 드러난 표정.

어이없음!

“하, 뭔 구라를 숨 쉬듯 내뱉어! 천살성, 자미성? 아니 저기 어디에 천살성이 있는데요!?”

“……!”

생각과는 달리 막내 사제 데이몽이 정곡을 찌르자,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뭐야, 이 녀석! 오늘따라 왜 이리 예리해!?’

그러나 이 순간 본능에 따라 저절로 움직이는 몸!

황동 곰방대가 휙- 하늘을 긋고 입이 열렸다.

“저기 저 큰 별이 천살성이다!”

“어떤 큰 별이요!?”

“저 별이라니까!”

“그러니까! 어느 별이 천살성이냐니까요!?”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데이몽을 향해 대사형은 버럭 소리쳤다.

“하여튼 지금 저 도시에 들어가면 안 된다니까 그러네!”

“그러니까! 온종일 밥도 못 먹고 숲에서 뺑뺑이 친 사람이!”

“마침내 발견한 도시에! 어, 도시에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제대로! 설명해 달라니까요!”

막내 사제의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빛을 보는 순간.

데이몽 발도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온종일 경계에 걸친 안개 숲에서 뺑뺑이를 돌린 게 폭발했구나!

평소처럼 천기, 불운의 별, 삼생의 인과, 세계의 나무 같은 이야기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면 당장이라도 들이박고 혼자서라도 적염성으로 달려갈 거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막내 사제가 적염성으로 들어가면, 스승님과 조사님의 인과가 모조리 꼬여 버린다!

적염성은 반드시 난장판이 되어야 하고, 여우 일족과 호랑이 일족의 정략결혼식은 진행돼야 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그 와중에 일어날 수많은 일들!

그 하나하나가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모든 것! 그야말로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자신과 사제들이 적염성에 들어가는 건 그 후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선택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대사형은 천천히 손을 들었다.

“앗! 뭐 하려고!?”

깜짝 놀란 데이몽이 거리를 두고 경계하는 순간.

들어 올린 손으로 재빨리 뒤 목을 잡고 처절하게 외쳤다.

“으아악- 데이몽 발도! 막내 사제! 네가 사형을 들이박다니! 참으로 원통하구나!”

“아니 이 양반이 왜 또 이래!? 누가 누굴 들이박았다…….”

데이몽 발도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맹수가 노려보는 듯한 전율이 느껴졌다!

단숨에 전신이 뻣뻣하게 굳어 버리는 엄청난 위압감!

이 순간 데이몽 발도는 깨달았다.

대사형이 뒤 목을 잡고 처절하게 외친 이유를!

“……설마!?”

번개같이 고개를 돌린 순간 보였다!

태풍이 몰아치듯 요동치는 숲!

이 숲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무명옷, 허리에 걸린 입문검.

어깨에 걸쳐진 사슴 한 마리.

오금이 저린 살벌한 얼굴과 갈기 같은 머리카락, 입술 위로 툭 튀어나온 송곳니!

단지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풀이! 나무가! 숲이! 부르르르- 요동치는 존재!

대사형의 충실한 부하!

둘째 사형, 무사인 카이류가 나타났다!

“앗! 정지! 잠깐만! 사형 내 말 좀 듣……!”

다급히 진실을 외치려는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오는 대사형의 장난스러운 목소리!

“꿀밤 일발 발사!”

파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눈앞에 별이 번뜩이고 천지가 뒤집혔다!

‘아니, 왜 내 말은 듣지도 않는데!?’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시야가 급격히 흐려지고.

대사형이 얄밉게 혀를 날름거리는 게 보였다!

‘시바, 시바! 내가 진짜 이번 일만 끝나면 내 몫 받아서 바로 튄다!’

곧 시야가 깜깜히 흐려지고 일기일원문의 막내 사제, 데이몽 발도는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사형 괜찮을까요?”

무사인 카이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명에 따라 꿀밤을 날려 막내 사제를 기절시키고는 걱정하는 모습이라니!

탁, 탁-

손으로 무사인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사제 걱정할 것 없다. 막내는 기회 될 때마다 쥐어박아야지. 그냥 두면 나중에 ‘폰지’ 같은 놈 된다!”

“폰지요?”

“어, 그런 놈 있어. 수많은 사람을 고통받게 한 희대의 사기꾼! 사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막내한테 잔소리하고 쥐어박아라! 그래야 이 녀석 사기꾼이 아니라 검성 된다.”

“…….”

대사형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무사인 카이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절한 사제를 번쩍 들어 지게에 앉혔다.

“저 도시가 사형이 말씀하신 도시입니까?”

“그렇다! 적염성! 우리가 이번에 크게 한탕 할 도시지! 카캬카-.”

“그럼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무사인이 지게를 짊어지고 일어서는 순간.

대사형은 뒷짐을 지고 하늘을 바라보며 근엄하게 말했다.

“천살성이 자미성을 범하니 지상에 큰 화가 미칠 것이다!”

막내 사제 때와 똑같은 말.

그러나 돌아오는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그러니까 여기서 야영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역시 무사인 카이류!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역시 무사인 사제는 내 장자방일세!”

카캬카카카카-

그리고 듣는 순간 존경심과 경외심이 한 방에 날아가는 저잣거리 흑도 조무래기 같은 웃음이 길게 이어졌다.

그러나 무사인 카이류는 경외의 눈으로 사형을 봤다.

사형이야말로 일기일원문 최고의 천재!

일기공과 일원공을 하나로 합치고, 자신과 막내 사제에게 전하셨다!

전설로만 내려오는 경지, 하늘의 끝에 올라 경계를 걷는 자!

천원검!

천원검의 경지에 오를 사람이 바로 사형이었다!

악당 같은 웃음, 경박한 행동은 그 비범함을 가리는 베일일 뿐!

사형의 명령에는 어리석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깊은 뜻이 있을 게 분명했다!

무사인 카이류는 깊이 고개를 숙이고, 바로 야영 준비를 시작했다.

쿵, 쿵, 쿵-

천근추의 보법을 펼쳐 땅을 평평하게 고르고.

핑, 핑, 핑-

섬전 같은 검으로 나무를 잘라 내 침상을 만들고 벽과 지붕을 올렸다.

무사인 카이류는 순식간에 작은 움막을 만들고, 수북하게 쌓인 생나무를 손으로 훑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가공할 화기에 나무의 수분이 단숨에 날아가 바짝 마른 장작이 되어 쌓였다.

그리고 불을 붙이려는 순간 사형의 모습이 보였다.

막내 사제의 행낭을 뒤적거리는 모습이!

“……사형?”

씨익- 의미심장하게 웃는 대사형.

“데이몽 발도. 이 녀석 분명 몰래 숨겨 둔 음식 있을 거다. 앗! 여기 있었구나! 어, 이거 최고급 호박엿이잖아! 막내 녀석! 이런 걸 혼자 먹다니! 카캬카카카-.”

“…….”

“사제 입 벌려라.”

“아니, 저는 됐…….”

“어허! 입 벌리라니까!”

반사적으로 입을 벌리는 순간 쏙- 입안에 들어오는 호박엿!

꽈득, 꽈드득-

대사형은 사제가 아껴먹던 호박엿을 단숨에 씹어 삼키고 있었다.

“…….”

무사인 카이류는 기절한 사제를 보며 마음으로 사과했다.

‘사제 미안하다. 내가 돌아가면 꼭 이 호박엿 몇 배로 사주마…….’

이때 대사형의 외침이 들려왔다.

“미호! 벌써 불운의 별의 영향을 받았구나!”

카캬카카카카-

“앗- 저건 뭐야! 어, 어어! 잠깐! 도와주면 안 돼! 스스로 내려가야 해! 야, 인생은 독고…….”

입에 엿을 물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짓 발짓을 하며 외치는 청년.

이 청년이 일기일원문 최고의 천재이자 장문 제자. 그리고 천원검에 오를 대사형이었다.

“…….”

이 순간 무사인 카이류의 눈빛이 흔들리고 땅이 꺼질듯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