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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22화 (62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22화>

“앗! 그렇지! 정보 얻은 거 말해 줘야지! 네 동료 실마리 잡았다!”

역시 현지인! 몇 시간 만에 이 거대한 도시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천문석은 주먹을 불끈 쥐고 귀를 기울였다.

“운이 좋아서 아침에 탑에 있었던 비익족 전사를 만났다. 그 녀석이 탑에서 인간 40여 명을 봤는데…….”

아카린은 비익족 전사에게 들은 실마리와 도시를 돌며 얻은 정보를 모두 전했다.

“……내 생각에는 호랑이 일족의 장원.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할 거 같아.”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40여 명의 인간이란 이야기를 듣는 순간 바로 머리에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었다.

조폭 김기철과 용역 헌터들!

최설의 뒤를 쫓던 녀석들이 이상 던전에 휩쓸려 들어온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하늘 고래에 실려 사라진 동료들과 특급 헌터도 같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천문석은 아카린과 같은 결론을 냈다.

호랑이 일족의 장원,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동료들이 없다 해도 용역 헌터들은 무언가 봤을 거다.

그걸 실마리 삼아 동료들의 행방을 추적하면 된다!

문제는 호랑이 일족은 이 적염성이 12 가문 중 하나라는 것!

“호랑이 일족 장원 경계가 만만치 않겠지?”

흐흐흐흐흐-

아카린은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확인해 봤는데. 지금 호랑이 일족 일꾼이랑 무사 구하고 있다!”

“……!”

순간 눈이 번쩍 뜨이고 돌아가는 상황이 짐작됐다.

축제로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는 상황.

혹시나 모를 사태를 막기 위해 사방에 병사들이 배치됐고, 유력 가문의 무사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나눠 주고 있다.

지금 일꾼이랑 무사들을 구한다는 건 인력난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뜻!

당연히 장원의 경계도 허술해졌을 거다!

통-

이때 들려오는 술통 두들기는 소리.

“그리고 너 잊은 거는 아니겠지? 이 술 호랑이 일족 장원에 납품한다.”

아카린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장원으로 들어가는 문제를 술 납품으로 해결하자는 이야기!

천문석은 재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아카린을 봤다.

“너 이 술 언제 납품할 거냐?”

“네가 원하는 날. 네가 원하는 시간에.”

이심전심!

천문석과 아카린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카-

크크크큭-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이른 아침! 그때 해치우자! 난 바로 뱀술 만들기 시작할게.”

“내가 할 일은?”

천문석은 거침없이 아카린이 준비해야 할 것들을 말했다.

“인파에 스며들 수 있는 적당한 옷과 변장 도구.”

“도시를 빠져나갈 배, 배까지 이동할 마차.”

“호랑이 일족 장원의 지도와 감옥 정보.”

“큰 그림은 내가 그려도 세부 계획은 네가 채워 줘야 할 거야.”

동료들을 구하자마자 도시를 탈출하겠다는 이야기.

그러나 이렇게 되면 아카린이 청주로 만들 뱀술을 팔 시간 여유가 없었다.

천문석은 바로 아카린에게 확인했다.

“장원에서 동료들 찾으면 적염성에서 바로 탈출할 생각인데. 괜찮냐? 이렇게 진행되면 뱀술 팔 시간이 없을 거다.”

아카린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다. 좋은 술은 묵힐수록 가치가 올라가잖아? 이 여관 주인 녀석에게 맡겨 놓으면 된다.”

계획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말.

천문석은 아카린,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동료를 바라봤다.

입가에 걸린 장난스러운 미소.

그러나 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런 사람에게 해야 할 말은 하나뿐이다.

천문석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고맙다.”

“그럼 바로 준비할게. 말 한대로 세부적인 건 내가 채운다.”

피식 웃은 아카린은 바로 몸을 돌려 여관 문을 열며 외쳤다.

“야! 하누만 농악대 애들 좀 불러야겠다!”

파트너가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 자신도 바쁘게 움직일 때다!

천문석은 쇠 지게에 실린 술통을 내려놓고 양조 설비를 세팅했다.

새벽이 오기 전에 이 술통의 술을 뱀술로 바꾸고. 잠시 후 도착할 청주도 모두 뱀술로 바꿔야 했다!

파트너가 손해를 감수한 만큼 자신도 최선을 다해야 했다.

천문석은 빠르게 움직이며 머릿속으로 계획을 점검했다.

-계획 1.

아카린이 호랑이 일족의 장원에 술을 납품하는 사이, 자신은 감옥을 찾아 그 안에 갇혀 있는 인간들을 확인한다.

감옥에 동료들이 있으면 바로 빼내 준비한 마차에 태워 배로 이동 도시를 빠져나간다.

그리고 아카린의 인도로 열사의 사막, 허공도를 거쳐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감옥에 동료들이 없으면 바로 2번 계획으로 넘어간다.

-계획 2.

감옥에서 얻은 실마리로 추적하는 동시에 동료들이 자신을 찾아오게 만든다.

축제로 들썩이는 도시에서 발로 뛰어다니며 동료들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역으로 동료들이 자신을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평소라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금 이 거대한 도시는 축제로 들썩이는 중.

이럴 때 딱인 좋은 방법이 있다.

쿵-

천문석은 항아리를 내려놓고 흐뭇한 얼굴로 앞을 봤다.

-하누만 주조장인의 맑은술.

-독액과 거머리 풀을 내력으로 정제한 재료.

-술을 부을 깔때기와 일정한 속도로 흐르게 할 관.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쏟아부을 항아리와 완성된 술이 담길 술통까지.

동료들이 자신을 찾아오게 만들 방법.

‘이세기’ 뱀술, 칠전팔기!

뭔 일만 터지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이세기’란 이름!

이번에도 이세기란 이름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적염성 전체가 들썩일 뱀술의 이름 ‘이세기’가 동료들이 찾아올 이정표 역할을 해 줄 테니까!

“이세기! 언제나 도움 되는 녀석 같으니라고! 카캬카카카-.”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술통의 나무 마개를 뽑았다.

쏴아아아-

하누만 주조장인이 빚은 맑은술이 쏟아질 때.

퐁퐁, 퐁퐁퐁-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대접에 얼굴을 담근 어린 하늘 고래가 보였다.

시제품 술이 담긴 대접이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쓰으읍- 대접에 가득 담긴 술이 단숨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어린 하늘 고래의 전신이 폭죽이 터지듯 오색으로 물들었다.

“야, 너 괜찮아!?”

천문석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어린 하늘 고래는 바람개비처럼 핑그르- 회전하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 궤적을 따라오색으로 반짝이는 술 방울이 쏟아졌다.

팡팡, 팡팡팡-

쏟아진 술 방울이 터질 때마다 오색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저기 하늘 좀 봐!”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

팡팡, 팡팡팡-

술 취한 어린 하늘 고래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날며 오색의 불꽃을 쏟아 내고.

휘이이이잉-

바람결에 풋풋한 풀 냄새를 닮은 술향기가 섞이기 시작했다.

아직 단 한 명의 동료도 찾지 못한 상황.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이번 계획은 제대로 먹힐 거다!

감이 아주 좋았다!

* * *

팡팡, 팡팡팡-

폭음이 터지는 순간 하늘에서 쏟아지는 오색의 불빛.

“하, 이제는 불꽃놀이까지 한다고!?”

적월 상단의 후계자 당종은 거칠게 창문을 닫았다.

쾅-

그리고 성큼성큼 방 중앙으로 걸어 탁자에 앉은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새로운 성주!? 게다가 여기 계신 분들도 그 일에 일조하셨다고요!?”

탁자에 앉은 십여 명의 사람들은 서로를 보다가 변명하듯이 말했다.

“청혈회주! 당신 왜 뛰어간 거야!?”

“어, 난 수로 18채 단주가 달려가길래…….”

“저희는 적룡방이 거사가 시작됐다고 외쳐서…….”

“……계획대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길래…… 적월 상단에서 분 거 아니었어?”

적룡방주의 얼빠진 대답을 듣는 순간.

적월 상단의 후계자 당종은 가슴을 두들기며 외쳤다.

“분명 다음 주 보름이라고 말했잖습니까! 왜 부하들을 전부 끌고 나온 겁니까!? 아니 그보다 충성 맹세는 도대체 왜 한 겁니까!?”

“그게 그때 분위기가 도저히…….”

적룡방주가 대답하려는 순간 재빨리 옆구리를 찌르는 청혈회주!

“……?”

의아해하는 시선에 청혈회주는 입 모양으로 말했다.

‘질문 아냐! 이 눈치 없는 새끼!’

“……!”

흠칫 놀란 적룡방주가 입을 다물자.

당종의 차가운 시선이 주위를 훑었다.

“…….”

“…….”

적룡방, 청혈회, 남궁세가, 수로 18채의 단주, 금순 용병단, 흑랑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적월 상단의 돈을 받은 방파, 회맹, 세가, 단체의 수장들 모두가 시선을 피했다!

당종은 돌아 버릴 것만 같았다.

적염성을 통째로 집어삼키기 위해 10년 동안 자신이 가진 적월 상단의 재산과 인맥의 8할을 쏟아부었다!

이 막대한 자금과 인맥이 지금 눈앞에 있는 멍청한 수장 놈들에게 들어갔다!

이것만이 아니다!

오래국의 성주들에게 먹인 엄청난 뇌물, 민국에서 주술사를 데려오기 위해서 뿌린 돈이 얼마인가!?

‘하, 시바! 그냥 다른 도시를 사는 건데!’

지난 10년 수없이 후회하면서도, 상인답지 않게 버린 돈과 시간이 아쉬워 끝까지 붙잡고 늘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한 걸음만 남겨 뒀다!

준비한 가짜 성주를 내세우고, 민국의 주술사가 탑에서 종소리만 울리면!

마침내 10년 대계가 완성되고, 자신이 적염성의 진정한 주인이 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자신이 가짜 성주를 데려오기 위해 자리를 비운 그 잠깐!

이 멍청한 녀석들이 천지 분간도 못하고 탑으로 달려가 새로운 성주에게 충성 맹세를 하는 바람에!

“도대체 저 성주 정체가 뭡니까!”

당종이 참지 못하고 외치자, 청혈회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적월 상단에서 준비한 성주 대역이 진짜 아냐?”

“혹시 진짜 적염 성주님의 후계자 아냐!?”

“그럴 리가 없잖아. 저런 꼬맹이가 무슨 성주야!”

“그렇게 생각할게 아냐! 스카라베 전사와 마법사 나타났잖아?”

“걔네들은 돈만 주면 뭐든지 하니까. 성주 여부와는 상관없지!”

……

수장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을 쏟아 냈고, 당종은 굳은 얼굴로 이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이 새끼들 10년 동안 돈을 받아 처먹고는. 내 뒤통수를 때린 거 아냐!?’

이때 수로 18채의 단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상대가 선수를 친 거 아닐까요?”

순간 모두의 시선이 말을 한 단주에게 모였다.

“선수를 쳤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선수를 쳐?”

“엇! 설마……!”

몇몇 수장이 뭔가 깨달은 표정이 되자.

수로 18채의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짜 성주를 내세우는 게. 우리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순간 모두의 머릿속에서 오늘 아침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사방에서 울려 퍼진 뿔피리 소리.

기다렸다는 듯 탑으로 달린 호랑이 일족과 여우 일족 그리고 12 가문.

여우 일족의 류호가 봉인된 탑 문을 여는 동안.

호랑이 일족의 탄은 모여드는 적염성 주요 단체의 대표를 뽑았다.

그리고 탑 정상!

인간 꼬맹이에게 이름을 묻자마자, 호랑이 일족의 가주 탄과 여우 일족의 가주 류호가 고개를 숙이고 분위기를 주도했다!

당시에는 너무나 압도적인 모습에 의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이상한 게 하나둘이 아니었다!

“설마 이 모든 게……!?”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이라고!?”

이 자리의 모두가 경악할 때 금순 용병 단장이 외쳤다.

“아니, 잠시만! 그럼 빛의 기둥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 하늘 고래들은!?”

이들 모두가 천지를 잇는 빛의 기둥을 느꼈고, 하늘에서 쏟아져 나와 유영하는 수백 마리 하늘 고래를 봤다!

이런 엄청난 광경을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냈다고?

모두의 얼굴에 의혹이 생겨날 때.

당종은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여우 일족의 가주.

요괴선, 높은 바람 류호!

“탑이 빛의 기둥이 됐을 때 류호! 류호는 뭘 하고 있었습니까!?”

“류호?”

“류호가 무엇을 하고 있었지……?”

모두가 생각에 잠긴 순간.

지금껏 말을 아끼던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휘가 입을 열었다.

“류호가 인간 아이, 성주에게 나무 막대기를 받아 뭔가를 살핀 후 돌려주더군. 그 직후 빛의 기둥이 생겨났습니다.”

“……!”

당종은 단숨에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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