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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20화 (62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20화>

‘……칠전팔기라는 뱀술. 비아그라보다 효과가 좋냐?’

철수형의 질문과 함께 자신의 사업 아이템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하, 인생…….”

짧은 한숨.

그러나 곧 천문석의 두 눈에 뜨거운 열의가 생겨났다.

여기는 지구와 다르다!

던전 안 이세계 적염성, 이 세계에 자신의 뱀술을 막을 비아그라는 없었다!

슉, 슈슉, 슉슉-

혀를 날름거리는 독사를 바라보며 천문석은 미소 지었다.

이곳 적염성에서 자신의 뱀술, 칠전팔기는 부활한다!

듣는 순간 헤어진 동료들이 한 번에 알아듣고 자신을 찾아올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이세기‘뱀술, 칠전팔기!

카캬카카카카-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번개같이 손을 움직였다.

딱-

딱밤을 날리고!

주르륵-

독액을 뽑아내고!

휙-

다른 바구니로 던진다!

절정의 용조수가 엄청난 속도로 펼쳐졌다.

독사 한 마리에서 뱀독을 뽑아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초!

천문석은 기계처럼 정확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이때 높게 솟은 벽 너머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왔다.

우히히히-

끼요요욧-

어쩐지 귀에 익은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꼬맹이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제나 씩씩하고 활기차고 열심인 꼬맹이, 특급 헌터!

하지만 이곳은 생경한 요마괴이의 도시.

특급 헌터는 겁에 질려 무서워하고 있을 거다!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꼭 구해 줄게!”

천문석은 순식간에 무아지경에 빠져들어 독액을 뽑아냈다.

딱, 주르륵, 휙-

딱, 주르륵, 휙-

……

최설, 진교은, 허준, 한호석 교수!

동료들과 특급 헌터를 찾기 위해서!

* * *

쿵, 쿵, 쿵-

3미터가 넘는 키와 톤 단위의 몸무게!

전신이 근육으로 이뤄진 웅인족 전사가 골목의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웅인족 전사의 섬뜩한 붉은 눈이 주위를 쓱 훑어보는 순간.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어린아이 목소리!

“저 여관이야! 저 여관에서 뭔가 아주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감이 와! 어서 달려!”

“……네? 저기 하누만이 운영하는 술집인데요? 음식, 술. 둘 다 더럽게 맛없습니다!”

“뭣!? 지금 내 촉을 의심하는 거야!? 내 촉은 알바도 인정했다고!”

“……!”

곰 일족의 가주 태웅은 숨이 컥 막히고, 깨진 이마가 다시 깨진 듯 지끈 아파졌다.

‘아니, 그 촉 지금까지 73번! 전부 다 틀리셨잖아요!?’

차마 말하지 못한 외침이 가슴속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되는 몇 시간 전의 일!

퐁, 퐁, 퐁-

나무막대기에서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하늘을 잇는다!’

커다란 외침과 함께 눈앞에서 별이 번쩍이고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깨어난 순간 걱정스레 자신을 내려다보시던 성주님을 봤다!

쓱쓱-

자신의 머리를 문지르며 하시던 말씀.

‘미안. 아팠지? 내가 물고기에 엄청엄청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정신을 잃었어. 미안하니까. 내 호위 무사 시켜 줄게.’

그 성주님이 지금 자신의 어깨 위에 목말을 타고 계셨다.

5시간 동안!

지금 자신은 변장한 성주님을 태운 채, 5시간 동안 73개의 술집, 여관, 다관, 상점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언제 이 일이 끝나는지도 모르는 채로!

태웅은 힐끗 골목 안쪽을 살피며 눈으로 의사를 전했다.

‘야, 이제 교대 좀 해!’

분분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는 수인족과 인간, 요마괴이 호위 무사들!

“빨리빨리! 빨리빨리! 움직여!

이때 머리 위에서 외침과 함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구으으-

띠딛디-

성주님의 최측근 스카라베 전사와 마법사의 경고다!

“네, 넵!”

태웅은 반사적으로 골목에서 뛰어나와 하누만의 여관을 향해 달렸다.

쿵, 쿵, 쿵-

단숨에 흑백 판석이 깔린 도로를 지나 인도로 오르고 하누만 여관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깜짝 놀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으앗! 저거 뭐야!? 정지!”

쿠웅-

다급히 멈추는 순간.

타다다닥-

머리에서 몸을 타고 번개같이 내려 와 골목으로 달려가 우뚝 멈춰 선 성주님.

태웅은 재빨리 성주님을 쫓아가 골목을 확인했다.

골목 안, 꼬맹이 한 무리가 사다리를 타고 건물 지붕에 올라가 빗물관을 타고 주르륵 미끄러지고 있었다.

“이야압- 내가 제일 빨리 오른다!”

“얍얍, 얍얍얍! 난 거꾸로 미끄러진다!”

“크하하- 난 양꼬치 먹으면서 내려온다!”

이 모습을 보던 특급 헌터는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나도! 나도 해 봐도 돼!?”

“처음 보는 녀석인데?”

도깨비 꼬맹이가 고개를 갸웃하자 바로 대답하는 특급 헌터.

“이 도시에 오늘 왔어!”

“그래? 그럼 올라가서 타봐.”

타다다다닥-

번개같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 신나게 웃으며 빗물관을 미끄러지는 특급 헌터.

우히히히히히-

이게 시작이었다

어느새 특급 헌터는 알바와 동료들을 찾는다는 처음 목적은 까맣게 잊은 채 꼬맹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사다리 타고 지붕에 올라 주르륵- 빗물관 타고 내려 오기!

-가로등을 잡고 쓱쓱 올라가 후, 후- 하얀 점토 환하게 밝히기!

-벽의 요철을 잡고 기어 올라가 창가에서 살랑이는…….

여우 누나 꼬리 만지기!

쓱쓱쓱-

특급 헌터가 새하얀 꼬리를 만지는 순간.

“히이익- 이 꼬맹이 녀석들!”

깜짝 놀라 털이 곤두선 여우 아가씨가 장죽을 흔들며 분노했다!

몰래 숨어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던 꼬맹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 쟤 진짜로 성공했잖아!”

“으앗- 여우가 눈 뿌린다! 얼른 도망쳐!”

재빨리 인도에 내려선 특급 헌터는 인간, 수인족, 도깨비 꼬맹이들과 함께 골목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거리에 가득한 양꼬치, 닭강정, 숯불 고기를 얌얌 먹으며 꼬맹이들과 계속 신나게 놀았다.

우히히히-

끼요오옷-

케헤헤헤-

캬아아아-

신나는 웃음소리에 아이들이 모여들어 어느새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은 수십 명이 넘어갔다.

특급 헌터는 몸을 쓰는 일의 달인!

사방에서 몰려든 수십 명의 아이를 모두 이겼다!

대장이 된 특급 헌터는 공터에 모인 아이들 앞에서 새로운 놀이의 시범을 보였다.

깡총깡총-

“한 발로 뛰는 거 보이지!?”

“이 놀이 이름은 닭싸움이야!”

“한발로 이렇게 깡총깡총 뛰어서 상대방 넘어트리면 이기는 거야!”

알겠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그럼 시작하자!”

우와아아아아-

커다란 환호성과 함께 수십 명의 아이가 깡총이며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승부란 냉정한 것!

남녀, 종족이 다르다고 봐주는 일 따위는 없었다!

한발로 뛰어 휙 내리찍고, 힘으로 밀치고, 번개같이 기습 공격한다!

수십 명의 꼬맹이가 모인 공터에서 살벌한 닭싸움이 벌어졌고.

특급 헌터는 이곳에서 홀로 무쌍을 찍었다!

전후좌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공격을 휙, 휙- 간발의 차로 피하고.

“회오리 공격!”

팽이처럼 몸을 회전시켜 튕겨 내고!

휘청, 휘청, 휘청-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상체를 흔들어 공격을 빠져나가!

“이야압! 부스터 가속!”

기합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도망쳤다!

“쫓아! 바로 쫓아가!”

이야얍-

깡총, 깡총-

꼬맹이들이 일렬로 줄줄이 쫓아오면 바로 반전!

이야압-

기합과 함께 펄쩍 뛰어 한 명 한 명 각개 격파했다!

인간 아이.

곰, 늑대, 여우 아이.

뿔이 솟은 도깨비 아이.

특급 헌터의 공격에 여러 종족의 꼬맹이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이 격렬한 닭싸움의 현장을 태웅과 호위 무사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곤두선 털과 번뜩이는 눈!

몸 주위에 떠오른 도깨비불!

수십 명의 꼬맹이가 살벌하게 성주님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성주님 몸에 상처라도 나면 끝장이다!

“태웅님. 저거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떻게!?”

태웅이 머리에 두른 붕대를 가리키는 순간 호위 무사들은 침묵했다.

이때 한 호위 무사가 외쳤다.

“류호님! 여우 일족의 류호님이라면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

12 가문 중 머리 쓰는 건 여우 일족이 최고!

그중에서도 여우 일족의 가주 류호는 잔머리가 엄청났다!

“얼른 가서 류호 데려 와라!”

태웅이 외치는 순간 호위 무사 둘이 성주 장원과 여우 일족의 장원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성주님에게 위험이 생겼다는 말에 류호가 다급히 달려왔을 때.

특급 헌터는 사방에 널브러진 수십 명의 꼬맹이 앞에서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내가 1등이다!”

마침내 콩황제의 이름을 벗고, 진정한 승리자로 다시 태어난 특급 헌터!

이 순간 특급 헌터는 알바를 찾는다는 원래 목적은 까맣게 잊은 채 승리의 웃음을 터트렸다!

카카카카카카캌-

류호는 특급 헌터의 모습을 보는 순간 바로 감을 잡았다.

미호가 어렸을 때 자주 보던 모습이다.

그렇다면 성으로 모시는 방법도 간단했다.

류호가 재빨리 다가가 성주의 귓가에 나긋하게 속삭였다.

“성주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

“……진짜로!? 그래도 된단 말야!?”

류호의 이야기에 깜짝 놀란 특급 헌터는 꼬맹이들을 향해 외쳤다!

“나 일 생겨서 집에 갈게! 앗! 엄청엄청 큰 대회가 열린대! 닭싸움, 말뚝박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거기서 이기면 엄청엄청 좋은 선물 준대! 모두 열심히 연습해!”

여우 일족의 가주 류호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명하신 대로!’

류호와 특급 헌터, 태웅이 북쪽 성주 장원으로 돌아가고 한참 후.

담벼락, 건물 벽, 가로등, 술집, 여관, 선착장, 성벽…….

축제로 흥청거리는 적염성의 모든 장소에 새로운 방이 붙었다.

새로운 성주가 여는 대회를 알리는 방이!

* * *

축제가 시작된 적염성의 거리는 밤이 깊어 갈수록 더 붐비고 더 흥청거리고 있었다.

적염성에 사는 인간, 수인족, 요마괴이뿐만 아니라 주변 마을과 경계에 세워진 사당, 오래국의 여러 나라에서 찾아온 사람들과 상인들까지 축제에 끼어들었다.

아카린은 축제로 흥청거리는 거리를 걸으며 이세기가 말한 동료들이 있나 유심히 살폈다.

적염성 주위 마을에서 축제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

경계에 세워진 사당, 출입구를 지나와 천연덕스럽게 공짜 고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요마괴이들.

짐이 산처럼 쌓인 지게를 짊어진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어깨가 넓고 다부진 체격의 사람…….

“엇!?”

아카린은 깜짝 놀라 지게를 짊어진 사람들을 다시 봤다.

“칭지드 족!? 술을 퍼먹고 있잖아!”

칭지드족은 아주아주 높은 분께서 직접 절주령을 내린 종족!

그 명을 내리신 분이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명을 어겼을 때 벌을 내리는 사람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허공도의 제사장!

“와! 저 녀석들 완전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아카린은 어이없어하며 얼굴을 가린 천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출입구를 통하지 않고 마음대로 경계를 넘어온 건 자신도 마찬가지다.

허공도의 제사장에게 걸리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칭지드족은 제사장의 눈과 귀나 마찬가지 항상 조심해야 했다!

아카린은 축제로 들썩이는 적염성 안을 조심조심 돌며 정보를 모았다.

정보를 모으는 건 어렵지는 않았다.

술이 들어가면 말이 많아지는 건 인간, 수인족, 하누만, 요마괴이 모두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말이 많아진다고 유용한 정보가 쏟아지는 건 아니었고.

술주정에 가까운 대화 속에서 쓸만한 정보를 추리기도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카린은 최선을 다했다.

이번 일의 동업자 이세기는 5:5의 정산을 약속했다!

자신이 모든 자본을 대지만, 이세기는 이번 일의 핵심, 뱀술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5:5의 정산은 이세기가 자신에게 먼저 보이는 호의이고 부탁이었다!

최선을 다해 정보를 모으고, 자신의 동료들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 달라는 부탁!

기억을 찾기 위해 경계를 넘나들어 재앙 취급을 받는 자신이지만, 한가지 원칙만은 반드시 지켰다!

호의에는 호의로!

믿음에는 믿음으로!

아카린은 자신에게 호의를 보인 이세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모은 돈을 아낌없이 뿌리며 술집, 여관, 노점상, 야시장을 돌며 수백 명의 인간, 수인족, 요마괴이 들을 만났다.

하늘 고래를 타고 온 이세기의 동료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수십 번의 허탕 끝에 마침내 한 사람을 찾았다.

오늘 아침 이세기의 동료들이 내려진 탑에 있었다는 비익족 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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