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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17화 (61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17화>

거대한 종소리가 물결치듯 울려 퍼지고, 빛의 기둥이 하늘과 땅을 하나로 연결하는 순간.

수백의 하늘 고래가 빛의 기둥 주위에서 유영하기 시작했다.

탑을 향해 달리던 사람.

탑을 피해 도망치던 사람.

적염성의 모두가 홀린 듯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원과 대 공자도 이 모습을 봤다!

“내 촉이 맞았다!”

이원은 환호성을 지르며 탑으로 달려갔고, 대 공자는 재빨리 그 뒤로 따라붙으며 외쳤다.

“잠깐만! 아버지 멈추세요!”

빛의 기둥이 하늘과 땅을 잇고 하늘 고래 수백 마리가 튀어나왔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중심은 저 탑!

얼핏 봐도 대형 사고가 터진 장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적염성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로 아버지가 달려가고 있다!

‘하필이면 지금 촉이 맞아 떨어지다니!’

대 공자는 정신없이 아버지 이원을 쫓아 달리며 품 안에 손을 넣었다.

미리 준비한 비장의 한 수를 쓸 때였다!

이때 탑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는 두 사람이 더 있었다.

“제 뒤로 바짝 붙으세요!”

“난 걱정하지 말고 뛰어!”

최설과 한호석 교수!

최설이 선두에서 길을 뚫을 때, 한호석 교수는 수첩에 탑과 하늘 고래의 모습을 옮겨 그리며 그 뒤를 따라 달렸다.

네 사람이 멈춰 선 인파 속을 달려.

탑이 자리한 언덕에 가까워졌을 때.

도시에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우우우우우-

멍하니 탑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으로 향하는 순간.

북쪽 성주 장원에서 적염성 전체로, 종탑과 지붕에 오른 소리꾼들이 잇달아 뿔피리를 불며 외쳤다.

부우우-

“적염성의 성주님이 나타나셨다!”

……

이미 짐작하고 있던 사실, 소리꾼의 외침을 듣는 순간 적염성의 주민들은 집중했다!

모두의 이목이 쏠리자 소리꾼의 외침이 이어졌다.

부우우우우-

“새로운 성주님의 즉위를 축하하며! 3일 낮! 3일 밤! 축제를 연다!”

……

숨소리조차 죽이고 외침을 듣던 모두가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우와아아아아아-

건물이 요동치고 땅이 진동하는 환호성이 터지자 멈춰 선 모두는 일제히 움직였다.

“축제다!”

“새로운 성주님이 오셨다!”

“술을 꺼내고, 음식을 차려라!”

……

도시 곳곳에서 외침이 터져 나오고, 인간과 수인족, 요마괴이가 거대한 물결이 되어 도시 전체에 퍼져 나갔다.

끓어오르는 환희와 찬탄, 열광과 경의!

적염성 전체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네 사람은 이 흐름을 거슬러 달렸다.

“야, 비켜! 길 좀 열어!”

막무가내로 우인족 전사를 밀어내는 이원.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있어! 이거 성의입니다!”

분노한 우인족 전사의 품에 비장의 한 수 동전을 찔러 넣는 대 공자.

“길이 막혔어요! 건물 지붕으로 달리겠습니다!”

길이 막히자, 건물 지붕 위로 오르는 최설과 한호석 교수.

이때 언덕 위 성주의 장원 담장에 다닥다닥 붙은 사람들에게서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호랑이 일족과 여우 일족의 가주가 보인다! 성주님이 탑에서 나오신다!”

우와아아아아-

성주가 나타났다는 외침에 환호성이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재빨리 건물 옥상과 지붕으로 기어 올라 언덕 위 탑을 바라봤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병사와 무사들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 있는 인원수가 워낙에 많았다.

성주 장원 담장에 붙은 사람들의 외침이 쏟아졌다.

“탄과 류호!”

“호랑이 일족, 여우일족!”

“그 뒤에 성주님이 보인다!”

“위엄 넘치는 뿔! 뿔이 보여!”

“검게 빛나는 강철 같은 몸도 보인다!”

“뒤에 12 가문의 가주와 문주, 방주들이 따르고 있다!”

“곰 일족, 늑대 일족, 청혈회, 적룡방, 청룡문, 흑룡방……!”

……

담장에서 외침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경쟁하듯 소리 높여 외쳤다.

정신없는 외침이 도시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열광과 환호성은 눈덩이처럼 순식간에 커졌다.

그리고 성주의 장원이 있는 언덕을 향해 사방에서 인파가 몰려들었다.

시가지를 달리던 이원과 대 공자, 지붕을 달리던 최설과 한호석 교수.

네 사람은 탑이 솟은 언덕 바로 앞까지 다가갔지만, 더는 나아갈 수 없었다.

거리와 지붕 위는 끝없이 밀려드는 인파로 가득 채워졌고.

언덕 위 장원으로 오르는 길은 수백의 병사와 무사들로 막혔다.

그리고 어느새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눈에는 벼락!”

“목소리에는 위엄!”

“위엄있는 목소리로 명령하시는 순간!”

“인간과 수인족! 요마괴이! 모두가 앙복하네!”

……

노랫소리는 순식간에 성 전체로 퍼져 나갔고.

데에엥, 데에에엥-

사원과 사당의 종탑에 매달린 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 순간 다급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적염성은 허공도와 오래국의 경계, 요충지에 있었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성주가 없었기에 누구나 제약 없이 적염성을 드나들 수 있었다.

그런 적염성에 새로운 성주가 나타났다.

이건 오래국 전체를 뒤흔들 사건이었다.

적염성에 사람을 심어 놓은 문파, 방파, 상단, 주위 성과 왕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후두두둑-

수백 마리의 전서구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두두두두-

수십 명의 전령이 성문을 나와 사방으로 달렸다.

시작은 꼬맹이의 던전 구경이었다.

그 일이 적염성을 넘어오래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 * *

이원과 대 공자, 최설과 한호석 교수.

네 사람은 도로와 지붕 위에서 언덕 위에 세워진 탑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떻게든 저 장원에 들어가야 한다!”

“아니, 저 경비 안 보이세요? 어떻게 들어가시려고요?!”

아들의 말에 이원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여우 일족의 장원으로 돌아간다! 손님으로 정식 초대를 받겠다!”

대 공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버지가 이렇게 상식적인 판단을 하시다니!

“얼른 돌아가죠.”

이원과 대 공자가 여우 일족의 장원으로 돌아갈 때.

최설과 한호석 교수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급 헌터와 진교은.

동료들이 있을 탑으로 달려가는데 갑자기 새로운 성주가 나타났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상황.

여기서 강제로 탑을 뚫고 들어가다가 잡히면 끝장이다.

지금은 우선 물러나서 상황을 확인하고 정보를 모아야 했다!

최설과 한호석 교수는 들썩이는 도시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때 까마득히 먼 곳에서 탑을 바라보는 셋이 있었다.

“…….”

“…….”

전신에 나뭇잎을 붙이고 멍하니 서 있는 천문석과 아카린.

구으으-?

고개를 갸웃하며 작게 우는 하늘 고래.

셋은 급경사의 숲을 직선으로 뚫고 달려 방금 전 나루터에 도착했다.

천문석은 멍하니 빛의 기둥이 된 탑을 바라봤다.

구으으으응-

종소리를 내는 빛의 기둥!

하늘 고래를 타고 오며 아카린에게 들었던 것과 같다!

천문석은 손을 들어 탑을 가리켰다.

“저 탑, 어제 네가 말했던 그거냐? 그 성주 로또?”

“로또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적염성의 성주가 등장한 건 맞는 것 같다…….”

아카린의 손이 강을 지나 도시로 움직였다.

천문석은 이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넓은 강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배가 적염성을 향해 나아가고.

당장이라도 전투가 벌어질 듯 흉흉했던 성에선 축제라도 벌어진 듯 환호성과 노랫소리가 끝도 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적염성을 바라보는 천문석과 아카린.

가죽 재킷 사이로 얼굴만 쏙 내민 하늘 고래.

“…….”

“…….”

-……

셋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

“……성주님이 나타나시다니!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가서 구경해야지!”

이때 탄성을 터트린 뱃사공이 문득 고개를 돌려 외쳤다.

“거기 배 탈 거야, 안 탈 거야? 나 지금 건너갈 거야!”

“배는 나중에 타겠습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생각났습니다!”

천문석은 대답과 동시에 몸을 돌렸다.

“아카린, 올라가자.”

성큼성큼 숲을 향해 걷는 천문석.

어디로 가냐고, 뭘 할 거냐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적염성의 전투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

다시 원래 계획으로 돌아가 ‘뱀술’을 만들어야 했다.

즉, 뱀술 재료 ‘독사’를 잡으러 숲으로 들어가야 했다.

정신없이 뛰어내려온 저 숲으로!

쿵, 쿵, 쿵-

아카린은 거대한 쇠 지게를 짊어지고 천문석을 따라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뭐가 이따위야…….”

이때 앞서 걷는 천문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좋게 생각해?”

“……여기서 뭘 좋게 생각하냐?”

“축제잖아? 뱀술 그야말로 초대박을 칠 거다!”

“어차피. 납품할 술 한 통 밖에 없는데 초대박은 무슨…… 에휴-.”

으흐흐흐흐흐-

이 순간 들려오는 의미심장한 웃음소리.

“야, 축제잖아! 그 정도로 되겠냐?”

“지금 무슨 소리를…… 어!?”

고개를 갸웃하던 아카린은 뭔가 촉을 건드리는 것을 느꼈다.

간질간질!

생각날락 말락 하는 무언가!

이때 천문석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독사 넉넉하게 200마리 정도 잡자.”

“뭐? 분명 20마리면 된다고……! 앗!”

이 순간 아카린은 깨달았다.

축제!

적염성에 축제가 열렸다!

술 소비가 그야말로 폭발할 거다!

적당한 술을 사들여 모조리 천마 뱀술 ‘칠전팔기’로 만들어 풀어 버리면?

“……!!”

아카린의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대박, 초대박이 터질 것이다!

순간 천문석과 아카린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눈에서 같은 열망을 느꼈다.

이번 축제에서 초대박을 터트리겠다는 열망!

“어서 올라가자! 이 숲에 독사는 내가 모조리 잡아 올게!”

하하하하하-

아카린이 웃음을 터트리며 숲으로 달려갈 때.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돌려 적염성을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투지와 살기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어느새 웃음과 환호, 축제의 현장이 된 적염성.

저곳에 동료들이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동료들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축제가 시작된 적염성에서 동료들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급할수록 치밀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워 한방에 해치워야 했다.

‘최설, 진교은.’

‘허준, 한호석 교수님.’

‘그리고 특급 헌터.’

천문석은 동료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르며 다짐했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곧 구하러 갈게!

굳은 다짐과 함께 숲으로 올라갔다.

천문석과 하늘 고래, 아카린 셋은 온 숲을 헤매고 다니며 독사를 잡고 거머리 풀을 캤다.

그리고 하늘 고래의 놀라운 능력을 알게 됐다.

퐁퐁, 퐁퐁퐁-

파문을 흩날리며 허공을 나는 하늘 고래!

어린 하늘 고래는 썩은 뿌리 아래, 바위 사이, 절벽 밑에 있는 작은 굴, 숨기 좋은 장소를 찾는데 천재였다!

그리고 이런 장소야말로 뱀이 좋아하는 장소였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넌 특급 하늘 고래야!”

천문석은 특급 헌터 식으로 마구마구 칭찬했고.

구으으, 구으으응-

어린 하늘 고래는 신나게 울며 낙엽과 나무 사이를 날며 더 열심히 뱀굴을 찾았다.

저녁노을이 질 무렵 셋은 나루터로 돌아와 커다란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이 뗏목 위에는 뚜껑이 닫힌 사람이 들어가고도 남을 커다란 대나무 바구니가 실려 있었다.

끈으로 칭칭 감긴 커다란 대나무 바구니 안에는 독사가 가득 들어 있었다.

슉, 슉, 슈슈슉-

대나무 바구니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천문석과 하늘 고래, 아카린은 가까워지는 적염성을 바라봤다.

“이제 시작이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구으으응-!

셋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천문석의 목적, 헤어진 동료를 찾는다.

아카린의 목적, 커다란 양조장을 세울 돈을 번다.

어린 하늘 고래의 목적, 은혜를 갚고 재밌게 논다.

서로 목적은 달랐지만, 그 목적을 향한 과정을 같았다.

천마 뱀술, 칠전팔기!

천문석과 아카린, 하늘 고래.

종일 숲을 헤매고 다니느라 전신에 풀물이 든 셋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카캬카카-

크크크킄-

구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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