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14화>
“아 덥다!”
“그러게? 오늘 왜 이리 땀이 나냐!?”
……
휘이이이잉-
차가운 칼바람 속 모두는 연신 식은땀을 닦아내며 사슴벌레 앞을 힐끗 봤다.
이곳에 인간 남자 한 명이 널브러져 있었다.
꼬맹이를 탑 밖으로 던져 버리겠다고 협박하던 남자!
이 남자는 팔다리가 뒤틀린 채로 침을 헤헤 흘리고 있었다.
완전히 정신이 나간 모습이지만, 이 정도로 끝난 게 기적이었다!
지금 인간 꼬맹이 뒤에 서 있는 작아진 사슴벌레는 거대한 암반조차 단숨에 모래로 만드는 스카라베 지하 왕국의 전사다!
스카라베 전사의 톱날 집게에 잡혔는데 저 정도면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이때 인간 꼬맹이가 몸을 돌려 달리는 게 보였다.
“앗! 누나! 사슴이! 신입 사원 누나 얼른 등에 올려!”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다닥 이동해 인간 여자를 등에 올리는 사슴벌레.
엎드린 수인족, 요마, 인간들은 한껏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스카라베 전사 맞지?”
“하- 맞아…….”
“어떻게 스카라베 전사가 여기 나타나?”
“그것보다 저 인간 꼬맹이 명령을 왜 듣는 거지?”
이때 처음 사슴벌레의 정체를 알아낸 웅인족 전사가 움직였다.
살금살금 반쯤 몸을 일으켜,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기 인간님. 죄송한데. 거기 훌륭한 사슴벌레님하고 어떤 사이신지 물어도 될까요?”
“훌륭한 사슴벌레?”
순간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사슴벌레 몸통에 올라 외쳤다.
“출동!”
타다다다닥-
사슴벌레가 돌진하는 순간.
“……!”
웅인족 전사는 돌처럼 얼어붙었고.
파바바바밧-
다른 인간, 수인족, 요마괴이는 미친 듯이 뒤로 바닥을 기었다.
최후를 직감한 웅인족 전사가 질끈 눈을 감으려 할 때.
쿵-
사슴벌레가 멈추고 외침이 들려왔다.
“곰 아저씨! 어떻게 알았어!?”
“네……?”
“사슴이 훌륭한 거 말야! 이거 보이지! 이 단단한 껍질! 커다란 집게! 사슴이는 아주 크고! 아주 멋진! 특급 사슴벌레야! 화분도 엄청 잘 가꾼다니까! 앗 그리고 이 스티커…….”
특급 헌터의 자랑이 이어지자.
섬뜩한 톱날 집게를 끄덕이는 스카라베 전사!
웅인족 전사는 눈앞에서 흔들리는 톱날 집게를 바라보며 재빨리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네, 네! 정말 훌륭하군요! 으앗! 진짜요!? 우와 엄청 대단하네요!”
2미터가 훌쩍 넘는 신장에 강철 갑옷을 입은 몸무게 수백 kg의 웅인족 전사가 연신 손을 비비고 허리를 굽실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멀리 떨어져 바닥에 엎드린 이들 중 누구도 웅인족 전사를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감탄했다!
휙휙, 휙휙-
웅인족 전사의 얼굴 앞에서 위, 아래로 움직이는 톱날 집게!
저 톱날 집게는 거대한 암반도 단숨에 모래로 만들어 버리는 초진동 블레이드다!
혼돈에 물든 거대 괴이라 할지라도 저기에 걸리면 1초 컷이다!
마치 자신의 눈앞에서 칼날이 움직이는 듯한 아찔한 감각에 모두가 마른침을 삼키며 바짝 긴장할 때.
인간 꼬맹이의 목소리가 잠시 멈췄다.
“앗! 잠깐만! 반짝이도 아주 훌륭해! 내가 반짝이 보여 줄게!”
특급 헌터는 재빨리 모자를 벗어 요리조리 살피다가 모아 쥔 손을 불쑥 내밀었다.
“얘가 반짝이야!”
손이 펼쳐지는 순간 반짝이는 황금 풍뎅이가 날아오르며 울었다.
띠디딛디딛-
“어!?”
웅인족 전사가 멍하니 이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스카라베 마법사!?”
장포로 머리를 덮고 죽은 척 이 모습을 살피던 주술사가 외쳤다.
순간 거대한 전율이 바짝 엎드린 모두의 몸을 훑었다.
스카라베 전사와 마법사가 같이 나타났다!
순간 이들 모두의 머리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스카라베 채권 추심원!
채권 회수율 99%의 스카라베 채권 추심원들이다!
수인족과 요마, 인간들의 시선이 탑 한쪽으로 향했다.
속옷만 입은 인간들이 쓰러진 방향!
스카라베 전사의 촉수에 얻어맞고 제압당한 녀석들!
스카라베 추심원이 나타났고 인간들이 스카라베 전사의 촉수에 얻어터졌다!
바짝 엎드린 모두는 이제야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저 인간 놈들 도망친 악성 채무자들이구나!’
순간 모두의 얼굴에 확 풀렸다.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
스카라베 전사와 마법사는 그냥 나타난 게 아니었다.
저기 쓰러진 인간들, 악성 채무자를 잡아가러 온 거다!
즉, 납작 엎드려 채무자를 잡아가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아무 일도 없이 끝난다!
이때 신나게 친구들을 자랑하던 특급 헌터의 머리 위, 황금 풍뎅이가 울었다.
띠디디딛-?
“뭐!?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사슴이 출동!”
타다다다닥-
사슴벌레는 빙글 몸을 돌려 종루를 향해 달려갔다.
특급 헌터와 스카라베 추심원이 멀어지자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으아- 뒤지는 줄 알았네.”
“그러게 말야! 저 채무자 놈들 하필 여기 와서!”
“왜 이렇게 굼떠! 빨리빨리 잡아가지.”
“야, 고개 숙여! 눈 마주치지 마!”
“그래! 엎드려 있어! 재수 없게 같이 끌려가면 끝장이다!”
……
갑자기 나타난 초거대 사슴벌레, 스카라베 전사가 업무 중이라는 걸 알게 되자.
탑 정상에 흐르던 터질듯한 긴장감이 빠르게 풀려 가기 시작했다.
이때 바람결에 생경한 소리가 들려왔다.
둥둥둥, 둥둥둥둥-
소리를 듣는 순간 천천히 풀려 가던 모두의 얼굴이 단숨에 굳었다.
“북소리!?”
“전쟁용 북이다!”
“하나둘이 아닌데?”
“거기 탑 가장자리! 지금 아래 무슨 일이야!?”
“…….”
다급한 외침에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자, 탑 가장자리에 멍하니 엎드린 사람들이 보였다.
엎드린 사람들은 재빨리 바닥을 기어 탑 가장자리로 다가가 내려다봤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굳어 버렸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깃발들!
그리고 이 깃발을 따라 달리는 적염성의 강자들!
아득한 지상에서 울려 퍼지는.
둥둥, 둥둥둥-
피를 끓게 만드는 전쟁용 북소리에 실려.
크아아아아아-
하늘을 뒤흔드는 투지가 담긴 함성이 전해졌다!
이 모습을 본 모두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가만히 두면 알아서 채무자를 데리고 사라질 스카라베 추심원들!
그런 스카라베 추심원과 일전을 벌이기 위해 적염성의 강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스카라베 전사와 마법사 vs 적염성의 강자들]
누가 이기든 한가지는 분명했다.
그 사이에 낀 자신들의 등이 터진다는 것!
생각지도 못한 장대한 삽질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
“…….”
모두가 입을 떡 벌린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늑대 인간 전사가 벌떡 일어나 지상을 향해 외쳤다.
“그만! 멈춰! 안 와도 돼!”
“……!”
이 외침에 정신을 차린 사람이 벌떡 일어나 악을 쓰듯 외쳤다.
“적이 아니다!”
“얘네들 이제 갈 거야!”
“오지마! 그만 와! 오면 안 돼!”
……
그러나 까마득한 높이의 탑에서 지상까지 목소리를 전할 사람은 이 탑 위에 없었다.
크게 손을 흔들며 사력을 다해 외치는 모습만 전해질뿐이었다.
“틀렸어!? 안 들린다!”
“비익족 없냐! 날아서 내려가면!?”
“이 탑 주위에서는 하늘 고래만 날 수 있ㄷ다!”
……
이때 선두에서 탑을 향해 돌진하는 붉은 깃발이 우뚝 멈췄다!
붉은 깃발이 크게 원을 그리는 순간.
그 앞에 나서는 거대한 호인족 전사!
“탄! 호랑이 일족의 탄이다!”
탄이라면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다!
모두는 기대감이 실린 얼굴로 다시 외쳤다.
“멈추세요!”
“적이 아닙니다!”
“그냥 놔두면 가요!”
……
이때 하늘이 뒤흔들리는 거대한 외침이 들려왔다.
[걱정하지 마라!]
[호랑이 일족은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크아아아아앙-
거대한 포효와 함께 탄과 호랑이 일족의 전사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돌진했다!
100미터도 남지 않은 탑을 향해서!
“……하! 저 눈치 없는 호랑이…….”
늑대 인간이 탄식하고 모두가 어이없어하는 순간.
쿵-
바닥이 크게 진동했다!
깜짝 놀라 진동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돌 갈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르르르륵-
탑의 중앙, 종루 앞 돌바닥이 열리고 있다!
‘출구다!’
자신도 모르게 달려 나가는 순간.
출구 앞에 자리한 인간 꼬맹이가 보였다!
그리고 인간 꼬맹이가 타고 있는 사슴벌레, 그 주위를 나는 황금 풍뎅이가 보였다.
북소리가 빠르게 커지고, 사방에서 몰려 오는 집단의 투지가 대기를 뒤흔든다!
이대로 있으면 강자들의 싸움에 휩쓸린다!
그러나 차마 스카라베 추심원 앞을 혼자서 지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
“……!”
순간적으로 눈빛을 교환한 모두는 눈치를 살피며 슬금슬금 출구를 향해 움직였다.
이때 완전히 열린 돌바닥에 소녀가 뛰어나왔다.
헉, 허억-
땀을 줄줄 흘리며 숨을 몰아쉬는 소녀.
소녀가 나타난 순간 슬금슬금 출구로 이동하던 모두는 다급히 숨을 삼켰다.
귀달이 모자에, 두툼한 털옷을 입었지만, 이 자리의 모두는 알아봤다.
보는 순간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
적염성 12 가문의 일문, 여우 일족!
자칭 요괴선!
경계를 넘나드는 깡패, 미호가 나타났다!
이 순간 미호의 섬뜩한 시선이 주위를 훑고 가쁜 외침이 들려왔다.
“헉, 어억! 하늘 고래…… 하늘 고래! 아직 안 왔지!?”
“하늘 고래?”
“……이게 무슨 소리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보다가 하늘을 보는 사람들.
미호는 재빨리 강 쪽 하늘과 주위를 살펴봤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하늘 고래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벌써 사람들을 내려놓고 간 건가!?’
“야, 하늘 고래! 하늘 고래 왔어! 안 왔어!? 빨리빨리 대답해!”
미호가 버럭 외치는 순간.
크어어어엉-
전신이 저릿저릿해지는 포효가 울려 퍼졌다!
순간 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호랑이 일족의 포효!
미호는 한달음에 탑 가장자리로 달려가 바짝 엎드려 눈만 내밀어내려다봤다.
이미 탑 앞에 도착한 호랑이 일족!
탑 입구를 봉인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게다가 사방에서 깃발과 전사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들이 발하는 투기가 까마득한 높이의 하늘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들이 탑으로 올라오면 엄청난 전투가 시작된다!
아니 그보다 더 나쁘다.
수많은 깃발 중 하나, 새하얀 깃발에 새겨진 두 글자!
[飂狐]!
류호, 엄마의 깃발이다!
잡힌다!
잡혀간다!
난 끝장이다!
“으아악! 하늘 고래! 하늘 고래는 도대체 어디 간 거야!?”
미호가 분노와 고통, 절망을 담아 외치는 순간 불쑥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늘 고래. 내가 불러 줄까?”
“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미호는 깜짝 놀랐다.
커다란 사슴벌레 위에 탄 인간 꼬맹이!
“너 그 사슴벌레…… 어?”
미호는 기이한 기시감을 느꼈다.
분명 처음 보는 인간 꼬맹이다.
그런데…….
“어, 뭐지? 왜 이렇게 낯이 익지? 우리 어디서 만났었냐?”
“뭐!? 나를 만났다고?”
깜짝 놀란 특급 헌터는 곧 고개를 갸웃했다.
“앗! 그러고 보니까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그렇지? 나도 너 분명 어디서 본 거 같아!”
어느새 특급 헌터와 미호는 거울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와아아아아-
이때 거대한 함성이 울려 퍼지고 미호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아뿔싸! 엉뚱한 데 정신이 팔렸다!’
재빨리 바닥에 엎드려 다시 한 번 살피니, 12 가문과 유력가에서 정예가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잠긴 문에 손을 올리는 엄마!
곧 잠긴 문이 풀리고, 정예 병력과 엄마가 올라온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상황.
미호는 바로 고개를 돌려 외쳤다.
“진짜야? 너 하늘 고래 부를 수 있어!?”
특급 헌터는 번쩍 손을 들어 종루를 가리키며 씩씩하게 외쳤다.
“저기에 종 울리면 하늘 고래 온다고 적혀 있어!”
미호의 기대감 어린 시선이 단숨에 실망으로 변해 버렸다.
“종을 울리면 하늘 고래가 온다고?”
“맞아! 내가 봤어! 종 울려도 돼? 나 하늘 고래 보고 싶은데?”
특급 헌터는 두근거리는 얼굴로 물었다.
“…….”
순간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던 인간, 수인족, 요마괴이 모두는 미호와 같은 생각을 했다.
이 종은 수백 년 동안 그 누구도 울리지 못한 적염 성주의 종!
그런 종을 인간 꼬맹이가 울린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모두가 황당해할 때.
기대를 버린 미호는 적당히 대답하고 탈출할 방법을 찾아 몸을 돌렸다.
“어, 꼬맹이 맘대로 해.”
순간 특급 헌터는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사슴이! 시작하자!”
타다다다닥-
특급 헌터를 태운 사슴벌레는 단숨에 종루로 달려갔다.
그리고 톱날 집게가 활짝 펼쳐졌다!
‘저 집게로 종을 때리려는구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 때!
우드드득-
톱날 집게가 거대한 종 모양의 쇳덩이를 단단히 물었다!
특급 헌터는 사슴벌레 등 위에서 펄쩍 뛰어내려 재빨리 진교은은 끌어내렸다.
“사슴이! 이제 시작해!”
특급 헌터가 퐁퐁검을 든 손을 번쩍 들며 외치는 순간.
마찬가지로 번쩍 하늘로 치솟는 톱날 집게!
콰아아앙-
종이 매달렸던 종루가 단숨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너 뭐 하는 거야!?”
기겁한 미호가 외치는 순간.
“이렇게 하는 거야!”
퐁, 퐁, 퐁-
특급 헌터는 휙- 손을 내리그었다.
“어, 어어!?”
“설마 지금!?”
“잠깐, 잠깐만……!”
앞으로 일어날 일을 깨달은 모두의 얼굴색이 변하고, 미호가 다급히 멈추려 할 때.
특급 헌터는 신나게 외쳤다.
“쾅- 하고 아주 세게 때려!”
후우우웅-
톱날 집게에 잡힌 종 모양 쇳덩이가 탑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으아악-
꺄아아-
사방에서 비명이 터지는 순간.
울리지 않는 종과 단단한 화강암 탑이 충돌했다!
구우우우우우웅-
그리고 거대한 진동이 퍼져 나갔다!
* * *
발, 다리, 몸통, 머리.
전신으로 전해지는 진동이 소리로 변해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구우우우우우웅-
“어……?”
“설마 이거!?”
경악한 모두의 시선이 진동하는 탑에 닿는 순간.
후우우웅, 쾅-
종이 다시 한 번 탑을 때렸다!
구우우우우우웅-
진동과 종소리는 더욱 강해졌고, 탑 바닥에 은은한 빛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는 인간과 수인족, 요마괴이.
적염성의 주민들의 머릿속에선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하늘 고래 탑의 울리지 않는 종!
적염 성주만이 울릴 수 있었던!
수백 년 동안 그 누구도 울리지 못했던 종이 지금 울리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이야!?”
울리지 않는 종으로 내리칠 때마다.
구우우우우우웅-
천지로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점점 밝아지는 탑!
이 순간 미호는 울리지 않는 종의 비밀을 깨달았다.
종은 그 안의 빈 공간으로 소리를 만들어 낸다.
미호의 시선이 사슴벌레가 물고 있는 종과 그 아래 탑을 오갔다.
통짜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종’.
일 층에서 정상까지 그 중앙이 뚫린 ‘탑’.
울리지 않는 종!
적염성의 모두는 수백 년 동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종 모양의 통짜 쇳덩어리는 종이 아니라, 종을 때리는 막대기 당목(撞木)이었다!
종은 따로 있었다.
미호의 시선이 아래로 움직였다.
지금 밟고 선 이 탑!
단단한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속이 텅 빈 이 탑이 바로 적염 성주의 진정한 종이였다!
수백 년 동안 그 누구도 풀지 못한 비밀을 지금 저기서 신나게 외치는 꼬맹이가 풀었다!
“더 세게! 카카카캌- .”
구으으으으응-
“아주 세게! 카카카캌-.”
구으으으으으응-
……
미호는 멍하니 인간 꼬맹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눈앞의 꼬맹이가 적염성의 울리지 않은 종을 울렸다.
울리지 않는 종을 울리는 사람이 적염성의 성주가 된다.
즉, 지금 눈앞의 저 인간 꼬맹이가 적염성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
“새로운 성주님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