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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13화 (61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13화>

“……지금 뭐가 터졌다고?”

“저 깃발! 적염성에 있는 세력가들의 깃발이다! 12 가문의 깃발도 3개나 보여! 전쟁이 터졌다!”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뱀술 만들 독사를 잡으러 숲에 내려서는 순간 전쟁이 터졌다고!?

이 개연성 없는 전개라니!

울분이 치솟는 순간 냉철한 내면의 목소리가 말한다.

‘아직 모르는 거야! 요마괴이는 인간이 아니잖아? 전쟁을 다른 의미로 사용할 수도 있잖아!’

그렇다! 인간의 잣대로 요마괴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천문석은 아카린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 전쟁이 그러니까 적이랑 싸우는 그거 맞아!?”

“뭔 헛소리야!? 전쟁이 적이랑 싸우는 거 말고 뭐가 있어!? 저 정도 가문이 나섰으면 최소 대요마급이 성안에 나타……!”

말을 잇던 아카린의 두 눈이 부릅떠지고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전신이 경직됐다.

“저 깃발! 호랑이 일족! 호랑이 일족도 끼어들었잖아! 이런 젠장!”

아카린은 재빨리 지게를 짊어지고 숲으로 달리며 외쳤다.

“야, 빨리 와! 지금 뱀술이 문제가 아냐! 호랑이 일족 싸우다가 아작나면 납품 못해! 당장 납품해야 한다!”

천문석은 바로 아카린을 따라 달리며 머리를 굴렸다.

적염성에 강적이 나타난 난장판이 됐다.

지금 당장 적염성 어딘가에 있을 동료들을 찾아서 빼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요마괴이와 인간, 수인족이 뒤섞인 이 거대한 도시에서 동료들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천마 뱀술을 적염성에 풀려 했던 것도 동료들이 자신을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강적이 나타나 도시 전체가 난장판이 된 상황.

이런 상황에서는 동료들을 찾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하, 시바 뭐가 이렇게 꼬여!”

천문석이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부우, 부우우웅-

어깨에서 대답하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린 하늘 고래가 어깨에 간신히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엇! 미안!”

천문석은 하늘 고래를 재빨리 가죽 재킷 속에 넣고 우선순위를 정했다.

적염성 전체를 훑을 수는 없다.

가장 가능성이 큰 장소, 가장 위험한 곳부터 확인한다!

천문석은 앞서 달리는 아카린에게 외쳤다.

“외부에서 흘러든 사람들을 호랑이 일족이 심문한다고 했지!?”

“맞아! 그게 호랑이 일족 임무다!”

지금 아카린이 술을 납품하러 달려가는 곳이 호랑이 일족의 장원!

성안에 강적이 나타나고 정예 병력이 빠져나간 지금 장원의 경계가 허술해졌을 거다.

호랑이 일족의 장원부터 확인한다!

이때 절벽 너머 배가 정박한 나루터가 보였다!

길을 따라 달리면 2시간은 달려야 한다.

“내가 길 열게! 내 뒤로 바짝 붙어!”

천문석은 아카린을 추월하며 강철봉을 뽑아 들었다.

위이이잉-

손안에서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강철봉!

회전하는 강철봉이 날아가는 순간.

위잉, 위이잉-

전기톱에 잘려 나가듯 우거진 수풀과 나무가지가 뚝뚝- 떨어졌다.

천문석과 하늘 고래, 아카린은 엄청난 속도로 숲을 가로질러 나루터를 향해 달렸다!

* * *

천문석이 나루터로 달리고, 적염성의 유력가문의 정예들이 탑을 향해 달릴 때.

이원과 아들, 호위 무사들은 기절한 허준과 함께 여우 일족의 장원에 도착했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강적이 나타나 성안이 난장판이 됐습니다!”

“우리는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보십시오.”

이원은 안내인을 보내는 즉시 아들을 바라봤다.

“준비해라. 나가자!”

“네……? 지금 밖에 난장판인데 어딜 나가요?”

이원은 눈을 번뜩이며 연기가 솟아오르는 하늘을 가리켰다.

“우리가 오자마자 일어난 이 난장판! 이상하지 않냐!? 내 촉이 움직이고 있다! 북쪽 탑! 지금 저 탑으로 가면 분명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거다! 호위대장!”

“네! 장주님!”

“귀인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원은 명령 즉시 한달음에 전각 밖으로 달려갔다.

“……대 공자님!?”

호위 무사들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실질적인 일행의 리더인 대 공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었다!

아버지는 한번 꽂히면 반드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이니까!

“장주님은 내가 모시겠다! 명령에 따라라!”

외침과 동시에 진기를 끌어올려 땅을 박찼다.

작은 소리 하나 없이 잔영을 흘리며 뻗어 나가는 몸!

단숨에 거리를 좁혀 아버지의 간격에 들어가는 순간.

재빨리 진기를 흩어 버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허억- 아버지 천천히 좀 뛰세요!”

“젊은 놈이 허약해서는!”

이원은 버럭 소리치더니 발걸음을 늦췄다.

대 공자는 아버지 바로 옆에 붙어 달리며 기감을 사방으로 뻗었다.

위험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쳐 낸다!

이 순간 어머니의 당부가 떠올랐다.

‘네 아버지가 만족할 때까지 모시고 다녀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던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려 했다.

무공에 대한 열의 만큼은 그 누구보다 뜨거우시지만, 그 재능은 열의의 1할도 안 되는 아버지, 이원.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버지를 무사히 지킨다!

이가장의 대 공자는 단전 속 미동도 하지 않는 내력에 마음을 두고 다짐했다.

* * *

“흑룡의 깃발이 탑으로 향하고 있다!”

“형제들! 모두 깃발로 달려라!”

상체에 검은 용 문신이 새겨진 인간이 도를 흔들며 외치자, 그 뒤로 이종족 수십이 우르르 따라붙었다!

사방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

나루터에서 배를 얻어타고 강을 건너는 순간 도시 전체가 난장판이 돼버렸다!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고,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신없이 도망치는 사람과 이종족.

반대로 깃발을 향해 달리는 전사들!

종탑 위에 올라온 최설은 이 모든 것을 한눈에 내려다봤다.

그리고 모든 깃발이 향하는 목적지는 이 도시의 북쪽 끝, 탑!

하늘 고래가 진교은과 특급 헌터를 내려 준 장소다!

기다렸다는 듯이 도시가 난장판이 됐는데, 그 시작점이 탑이다.

우연?

그럴 리가 없었다!

최설은 혼미해지려는 정신을 잡기 위해 각성력을 담아 외쳤다.

“이 불운! 이 어이없는 불운! 천문석! 으악 천문석!”

이 순간 거리를 살피던 한호석 교수가 최설을 향해 외쳤다.

“저 탑! 당장 우리도 탑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

저 탑으로 가서 어떻게든 두 사람을 빼내야 한다!

“교수님 위험하니…….”

“여기서 헤어지면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어!”

한호석 교수의 말에 최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뒤로 바짝 붙으셔야 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최설과 한호석 교수는 한달음에 종탑을 내려가 탑을 향해 달리는 무리 속으로 스며들었다.

둥둥, 둥둥둥-

커다란 북소리에 담긴 피 끓는 투지를 느끼며.

최설은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천문석 빨리 와라! 빨리 와서! 제발 이 불운 좀 가져가라!’

적염성의 12 가문과 유력 문파, 강자들이 탑을 향해 달리는 이 순간.

인지로는 헤아릴 수 없는 하늘의 인과가 수많은 사람을 한자리로 모았다.

-천문석과 어린 하늘 고래, 아카린.

-이원과 그의 아들. 기절한 허준.

-최설과 한호석 교수.

-여우 일족의 미호.

이들 모두는 적염성의 북쪽 언덕에 있는 적염 성주의 탑.

특급 헌터와 진교은이 있는 탑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탑 정상에서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으아아앗-

특급 헌터는 비명과 함께 번쩍 눈을 떴다.

“어, 여기는 어디지?”

강화 전투복에 박치기했다가, 깨질듯한 머리에 정신줄을 놨던 특급 헌터!

특급 헌터는 눈을 뜨고도 순간적으로 자신이 어디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이때 자욱한 안개 속에 누운 사람이 보였다!

침을 흘리며 널브러진 악당 헌터!

그 옆에 반드시 누운 신입 사원 누나!

“앗! 신입 누나! 정신 차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특급 헌터는 재빨리 기절한 진교은을 흔들었지만, 진교은은 깨어나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 안개는 뭐야!?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사슴아 어디 있어!?”

특급 헌터가 크게 외치는 순간.

찰싹-

“으앗- 그만!”

찰싹, 찰싹-

“으앗, 으아앗- 제발 그만해!”

찰싹, 철썩-

“으아악, 멈추라니까! 으으윽-.”

……

멀리서 들려오던 비명이 뚝 그치고, 새하얀 안개 속에서 무언가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타다다다닥-

거센 바람에 순식간에 안개가 흩어지고 불쑥 튀어나오는 3미터 크기의 사슴벌레.

“사슴이!?”

특급 헌터는 깜짝 놀라 외쳤다.

“뭐야!? 사슴이 너 왜 이렇게 커졌어!?”

구으, 구으으응-

사슴벌레가 연신 울자 특급 헌터의 눈이 점점 커졌다!

“진짜!?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박치기했다가 정신줄을 놨다고!? 그래서 커졌다고!?”

구으, 구으으응-

커다란 톱날 집게를 끄덕이는 사슴이.

특급 헌터는 충격받은 얼굴로 믿기지 않는다는 듯 전신을 살폈다.

“내가, 내가 머리로 들이박고 아파할 리가 없는데!? 내 돌머리가 깨졌다고!?”

경악한 특급 헌터가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잡는 순간.

찌릿-

이마에서 느껴지는 통증!

으으윽-

절로 얼굴이 찌푸려지고 눈물이 찔끔 흐르는 순간 사슴벌레가 울었다.

구으응-?

특급 헌터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특급 헌터는 울지 않는다!”

사슴이가 촉수로 ‘……?’를 만들고.

모자 안쪽 챙에 붙은 반짝이가 빛으로 ‘……?’를 만들었다.

그리고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구으, 구으응-?

띧디디, 디디디딛-?

“땀이야!”

특급 헌터는 당당히 외치고, 재빨리 몸을 돌려 눈가를 번개같이 훔쳤다.

이 순간 특급 헌터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앞, 안개가 사라진 곳에 바짝 엎드린 수많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곰 아저씨, 늑대 할아버지, 눈이 빨간 형.

뿔, 날개, 꼬리 달린 누나들.

몸에 멋진 그림을 그린 할아버지.

……

쓱쓱- 눈을 비벼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어, 어어!? 설마! 본 거야!?”

깜짝 놀란 특급 헌터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순간.

[…… ]

그 뒤 사슴벌레는 소리 없이 몸을 일으켜 섬뜩한 톱날 집게를 펼쳤다!

모두의 뇌리에 새겨진 압도적인 광경이 되살아났다!

“……!”

“……!?”

바닥에 바짝 엎드린 인간, 수인족, 요마괴이 모두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땀!”

“땀 밖에 못 봤습니다!”

“그러네! 땀이네!”

“이거 날이 왜 이리 더워! 땀이 줄줄 흐르잖아!”

……

순간 특급 헌터의 얼굴에 안도감이 흘렀다.

“맞아! 오늘 엄청 더운 거 같아!”

특급 헌터가 흐르지도 않은 땀을 쓱쓱 닦아내자.

“오늘 엄청 덥네!”

“맞아. 왜 이리 땀이 나냐!?”

……

모두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식은땀을 쓱쓱 닦아냈다.

휘이이잉-

차가운 칼바람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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