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12화>
"...."
진교은은 태연하게 시선을 피하고 특급 헌터의 손을 잡고 종루 뒤로 이동했다.
순간 들려오는 다급한 발소리와 외침!
"진교은!!"
진교은은 재빨리 특급 헌터에게 말했다.
"친구들 올 때까지.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는 거야! 알았지?!"
그리고 대답을 듣기도 전에 종루에서 뛰어나가 달렸다.
곰 인간, 날개 달린 사람, 속옷만 입은 헌터.
....
진교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어나는 사람들 사이를 전력으로 달렸다.
그러나 뒤를 쫓는 사람은 육체 각성자 최림이었다.
"그래! 열심히 도망가 봐라! 하하하-"
희열에 들뜬 목소리와 묵직한 발걸음이 빠르게 다가왔다!
최림의 숨소리와 살기가 바로 뒤에서 느껴졌다.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육체 각성자 손에서 이렇게 오래 도망쳤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최림은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듯 자신을 가지고 놀고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만큼 특급 헌터는 관심에서 멀어지고 안전해진다!
지금 자신이 할 일은 최선을 다해서 고양이를 즐겁게 해주는 것!
진교은은 겁먹은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바로 뒤를 달리는 최림을 본 순간.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탑 정상을 전력으로 달렸다!
하하하-
캬아아-
최림의 희열이 담긴 웃음과 진교은의 비명이 잇달아 울려 퍼졌다.
그리고 왕체가 외쳤다.
“최림! 장난은 그만해라!”
순간 최림은 단숨에 거리를 좁혀 진교은의 목깃을 낚아챘다!
"잡았다!"
최림의 외침과 함께 쏟아지는 엄청난 힘!
진교은은 공깃돌처럼 가볍게 공중에 들렸다.
적에게 잡힌 상황이다.
그러나 진교은은 내심 웃었다.
'최림과 왕체는 자신에게만 신경을 썼다. 인파 속에 숨은 특급 헌터는 안전….'
이때 공중에 들린 진교은의 시선에 보였다.
자신을 낚아채고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는 최림의 등 뒤 구경꾼 사이로 맹렬히 달려오는 꼬맹이.
특급 헌터!
'오지마! 얼른 도망가!'
입 모양으로 다급히 외치는 순간.
특급 헌터는 몸을 날리며 외쳤다!
"특급 헌터는 절대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이야아압-
커다란 기합과 함께 특급 헌터의 돌머리가 강화 전투복을 입은 최림의 등에 박혔다!!
쿠우웅-
커다란 충돌음이 터져 나오고 다음 순간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으아악- 내 머리!"
당연한 일이 발생했다.
머리로 강화 전투복을 들이박은 특급 헌터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고통스러워했고.
불의의 습격을 당한 최림은 어이없어했다.
"....강화 전투복 입은 육체 각성자 등에다가 박치기를 해? 이 멍청한 꼬맹이는 뭐야?!"
“으으윽- 난 특급 헌터다!”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다급히 나서는 진교은.
"최림 그만해! 나를 잡았으면 됐잖아? 최설 곧 여기에 올 거다!"
최림의 시선이 특급 헌터와 진교은 사이를 오가는 순간 눈이 반짝였다.
"너랑 이 꼬맹이 무슨 관계냐?"
'아차-'
진교은은 내심을 감추고 바로 수습한다.
"우연히 산에서 만난 꼬맹이다."
"그래? 그럼 우연히 던져 버려도 상관없겠네?"
최림은 뒷덜미를 잡은 진교은을 놓아주고, 아직도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꼬맹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나 최림의 시선은 진교은에게 못 박혀 있었다.
진교은은 최림이 자신을 시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반응하면 목줄을 차는 거나 마찬가지, 특급 헌터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응하면 안 된다!
진교은이 포커페이스로 최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순간.
콰드드드득-
무섭게 부풀어 오르는 상체와 하체!
최림의 전신 근육에서 벌크업이 일어났다!
최림은 천천히 손에 잡은 꼬맹이를 들어 올려. 당장이라도 탑 밖으로 던져 버릴 듯 자세를 잡았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야, 이 미친놈아! 당장, 당장! 내려놔!!"
"뭐? 하, 어떤 새끼가 남의 일에 끼어들어?!"
고개를 돌린 최림은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다.
눈에 보이는 건 반짝이는 금속 갑옷뿐!
시선을 올리자 빽빽한 검은 털로 뒤덮인 곰 얼굴이 나왔다!
2미터가 훌쩍 넘는 크기!
인간은 산채로 찢어 발길듯한 곰 인간이 앞에 서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주춤 물러서는 순간.
최림은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자신을 보는 곰 인간의 일그러진 얼굴과 흔들리는 시선에 담긴 감정은….
"공포?"
최림이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한껏 들어 올린 꼬맹이한테서 들려오는 작은 울음소리!
구으으으으-
섬뜩한 전율에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꼬맹이가 쓴 모자에 붙어 있는 사슴벌레.
사슴벌레가 집게를 들어 올리고 울고 있었다.
"하- 별게 다 놀라게 하네."
최림이 손을 뻗어 사슴벌레를 으스러트리려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거대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도망쳐!!!"
그리고 숨소리마저 죽인 채 꼬맹이를 보고 있던 수인족과 요마, 인간들이 사방으로 도망쳤다!
"저 미친 새끼!"
"또라이 새끼!!!"
"누굴 건드리는 거야?!"
"가장자리! 끝에 바짝 붙어!"
탑 위에 자리한 존재 대부분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달리고 있었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건.
하누만에게 털려 속옷만 입은 헌터들과 왕체, 김기철.
포커페이스로 기회를 노리는 진교은.
“으으으- 머리 아퍼.”
머리를 부여잡은 특급 헌터.
"....?"
그리고 그 멱살을 잡은 최림뿐이었다.
이때 다시 한번 사슴벌레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으으으으으으으으응-
작게 시작해 점점 커지는 울음소리!
울음소리는 어느새 천지를 진동시키는 거대한 울음소리로 변해갔다!
쿠르르르릉-
하늘이 요동치고.
쿵, 쿵, 쿠우웅-
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어어?!”
최림이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 순간.
파아아앙-
시야를 하얗게 물들이는 새하얀 증기가 터져 나왔다!
콰아앙-
그리고 강화 전투복의 마력장을 단숨에 날려 버리는 충격파가 쏟아졌다!
최림은 태풍에 휩쓸린 가랑잎처럼 하늘 높이 솟구쳤다!
최림이 재빨리 각성력을 끌어올리려는 순간.
콰드드득-
거대한 검은 기둥이 나타나 공중에 뜬 최림의 몸을 물었다!
각성력이 단숨에 흩어지고, 몸이 산산이 조각나는 고통이 쏟아졌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엄청난 고통!
최림은 공중에 뜬 채로 바들바들 떨었다!
"최림! 무슨 일이냐?! 대답해라!"
왕체가 다급히 외치는 순간.
모두의 시야를 가린 증기가 서서히 사라지고 사슴벌레가 모습을 드러났다.
“....?”
순간 왕체는 자신의 눈이 잘못된 줄 알았다.
이마에 솟은 뿔, 길게 뻗은 톱날 집게.
검은 광택의 키틴질 갑각.
분명 사슴벌레다.
다른 것은 하나뿐.
뿔 길이 5미터.
톱날 집게 길이 수십 미터.
키틴질 갑각의 몸통은 백 미터에 달한다!
거대한 바위조차 일격에 부숴버릴 듯한 거대한 사슴벌레가 최림을 물고 있었다!
“....”
경악한 왕체가 멍하니 서 있는 순간.
칠성파 김기철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신동대문에 나타나 보스 마혁진을 끌고 간 초거대 괴수!
그 초거대 괴수가 이곳에 나타났다!
부으응-
부으으응-
부으으으응-
이 순간 도시 곳곳에서 뿔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고, 검은 연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철검장과 칠성파의 모두는 깨달았다.
곰 인간이 다급한 비명을 지른 이유를.
주위의 사람들이 미친 듯이 도망친 이유를.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이 좆됐음을!
* * *
구으으으으으응-
까마득한 탑 위에서 초거대 사슴벌레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응? 하늘 고래 울음소리가 왜 이래?"
"새로운 종이 찾아온 건가?"
문득 고개를 들었던 인간, 수인족, 요괴는 굳어 버렸다.
까마득한 높이의 탑 위에 불쑥 솟은 검은 기둥!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검은 광택의 거대한 몸체!
이 모습을 본 적염성의 모두는 한눈에 알아봤다.
스카라베 지하 왕국의 전사!
초거대 사슴벌레가 나타났다!
순간 모두는 달렸다!
"경보! 당장 경보부터 울려!"
"도망쳐라! 적염성이 난장판이 된다!"
"하, 시바! 어떤 미친 새끼가 저놈을 고용한 거야?!"
"분명! 상인 놈들이다! 저 고용비 낼 수 있는 건 상인 놈들밖에 없어!"
....
부우우, 부우우웅-
지붕과 굴뚝, 탑에 오른 사람들이 뿔피리를 미친 듯이 불고.
높게 솟은 성탑과 곳곳에 자리한 보루에선 검은 연기가 줄기줄기 솟아올랐다.
아침이 밝아오던 적염성 전체에 혼란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이 소식이 호랑이 일족의 가주, 탄에게 전해졌다.
‘스카라베 왕국의 전사가 탑에 나타나 도시가 난장판이 됐다!’
정보를 받은 순간 탄은 바로 움직였다.
"우리가 가장 먼저 탑에 도착해야 한다! 장로, 각 대주! 준비된 병력을 모조리 탑으로 보내라!"
탄은 수십 명의 무사와 함께 가장 먼저 탑을 향해 달렸다.
위기는 곧 기회!
가장 일찍 도착해 주도권을 잡고, 가장 많은 피를 뿌려 대의명분을 손아귀에 준다!
"깃발을 높게 들고! 크게 외쳐라!"
호랑이 일족의 가주 탄이 외치는 순간.
파르르-
거대한 삼각 깃발이 펼쳐지고.
쿵, 쿵, 쿵-
발맞춰 달리는 무사들의 외침이 도시에 울려 퍼졌다.
"호랑이 일족이 적을 막는다!"
"호랑이 일족이 적을 막는다!"
....
무작정 도망치던 사람들의 눈에 인파를 거꾸로 가로지르는 피처럼 붉은 삼각 깃발이 박혀 들었다!
[綻]
터트릴 탄(綻)!
호랑이 일족의 가주, 탄의 깃발!
"호랑이 일족이 나섰다!"
"선두에 호랑이 일족 가주 탄이다!"
이 순간 흐름이 변했다!
무작정 도망치던 수인들과 요괴, 인간 중 몇몇이 붉은 깃발 아래로 모여들어 같이 달렸다!
하하하하하-
탄이 만족스럽게 웃을 때.
도시 반대쪽에서 거대한 함성이 들려왔다.
우와아아아아-
"여우 일족의 류호!"
"요괴선 백염의 류호님이 나타나셨다!"
그리고 줄줄이 터져 나오는 함성과 솟아오르는 깃발!
"흑룡방!"
"곰 일족!"
"청룡문!"
...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12 가문의 이름이 들려오고 높게 솟아올라 바람에 펼쳐진 깃발이 보였다!
하하하하하-
이 순간 탄은 통렬한 웃음을 터트렸다!
강적이 나타난 순간!
성주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들뿐만 아니라, 평소 줏대 없이 흔들리던 가문까지 기다렸다는 듯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 깃발 아래 요마괴이와 수인, 인간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이것이 적염성의 힘이다!
성주가 사라진 지 수백 년이 지났고 12개 가문으로 나뉘어 있음에도.
그 어떤 세력도 감히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적염성의 저력!
이것이 자신이 적염 성주가 되는 순간 거머쥐게 될 힘과 권력이다!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호랑이 일족의 가주, 탄은 오히려 기꺼워졌다.
비루한 이들이라면 지배할 가치조차 없다!
탄은 피 끓는 포효를 터트리며 선두로 나섰다!
크어어어엉-
"우리가 가장 먼저 발톱을 박아 넣는다!!"
크어어엉-
우와아아아-
포효와 함성이 잇달아 터지고, 사기와 기세가 폭발하듯 치솟았다!
뒤이어 12 가문의 무사들과 그 뒤를 따르는 인간과 수인족, 요마괴이들도 함성을 지르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적염성 전체를 관통하는 12개의 거대한 흐름이 북쪽 언덕!
성주의 장원에 세워진 까마득한 높이의 탑을 향해 몰아쳤다!
이때 탑에 도착한 미호는 하얗게 질렸다.
탑을 올라 하늘 고래를 타고 도망치려는 순간.
갑자기 거대 사슴벌레가 튀어나오고 적염성 전체가 난장판이 됐다!
12 가문의 정예가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다.
이 중에는 여우 일족, 엄마의 깃발까지 있었다!
"하필이면 지금! 다른 방법을 찾아야…."
미호가 갈등하는 순간.
남쪽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구으으으응-
"....!"
고개를 돌리는 순간 거대한 섬 같은 하늘 고래가 나타났다!
탑에 나타난 사슴벌레를 아이처럼 보이게 할 엄청난 크기!
순간 미호의 눈에 희망의 빛이 생겨났다.
'저기서 날아오는 하늘 고래를 타고 바로 튀면 된다!'
미호는 단숨에 탑으로 들어가 미친 듯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볼 수 없었다.
초거대 하늘 고래가 강에 닿기 전 절벽에서 멈춘 것을.
한 사람과 하누만, 어린 하늘 고래를 이 절벽에 내려주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사라졌다는 것도!
* * *
절벽에 내려선 천문석은 강 너머 난장판이 된 도시를 바라봤다.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깃발과 인파가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다!
그리고 바람결에 들려오는 이 소리!
부우우, 부우우웅-
뿔피리 소리!
둥둥둥, 둥둥둥둥-
피를 끓게 하는 북소리!
적염성이 요마괴이의 성이란 걸 몰랐다면,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을 거다!
과연 요마괴이의 성!
아카린이 마탄의 저주에 오염된 술이 먹힌다고 말한 이유가 있었다!
“와, 네 말대로 적염성 장난 아니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전쟁 난 줄 알겠다. 얼른 독사 잡아서 강 건너가자. 천마 뱀술 만들고 숙성하는 데 하루쯤 걸려.”
천문석은 아카린의 어깨를 툭- 치고 몸을 돌리려 했다.
이 순간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시바! 저거 뭐야?! 진짜 전쟁 터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