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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10화 (61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10화>

숲이 끝나는 절벽 위.

최설은 미동도 하지 않고 도시로 들어가는 하늘 고래를 바라봤다.

던전 안에 있다고는 믿기지 않는 거대한 도시, 수많은 건물과 사람들이 있을 도시는 그 자체로 미로나 다름없다.

아무 단서 없이 헤매서는 몇 년이 지나도 찾을 수 없다!

하늘 고래가 이 도시 어디로 이동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점점 작아지던 하늘 고래는 마침내 움직임을 멈췄다.

까마득히 먼 도시의 북쪽 끝.

하늘 높이 솟아오른 거대한 탑!

이 탑 정상에 하늘 고래 두 마리는 멈춰 섰다.

그리고 잠시 후.

구으으으응-

아득한 울음소리와 함께 수직으로 하늘을 날아오르더니.

파스스스슥-

녹아내리듯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최설은 이 모든 것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바라봤다.

그리고 하늘 고래가 사라지는 순간 바로 몸을 돌려 숲을 향해 달렸다.

진교은과 특급 헌터는 도시의 북쪽 끝 탑에 있다!

한호석 교수와 허준.

숲에 떨어진 동료를 찾아 북쪽 끝 탑으로 달려야 했다.

가능한 한 빠르게!

최설은 한호석 교수와 숲에 떨어진 배낭은 바로 찾았다.

그러나 밧줄이 끊겨 하늘 고래에서 떨어진 허준은 숲에 없었다.

허준이 떨어진 곳에는 어지럽게 널린 발자국만 남아 있었다.

발자국을 따라가자 비포장도로가 나왔고, 이 도로 위에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마차 바퀴와 말발굽 흔적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도시를 향해서!

순간 최설과 한호석 교수의 시선이 마주쳤다.

“교수님?”

“바로 움직이자!”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은 한가지뿐.

최설과 한호석 교수는 도시를 향해 뻗은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 * *

마차 한 대와 말 탄 호위 무사 십여 명이 숲 속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쿵쿵, 쿵쿵쿵-

거친 도로의 진동이 전해지는 마차 안.

무복을 입은 날카로운 인상의 장년인이 기절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 고래가 지나간 숲에서 발견한 정신을 잃은 여자.

금발에 푸른 눈.

털가죽 외투 속에 입은 특이한 의복.

게다가 처음 발견한 순간 마치 타오르는 불꽃 같은 기운이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원대륙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특이한 모습이다!

이 여자를 발견하는 순간 장년인은 직감했다.

용화 보살의 점괘가 맞았다!

‘경계 너머 적염성으로 가면 앞길을 인도할 귀인을 만나리라.’

‘그 귀인이구나!’

경계를 넘어 적염성을 향해 달린 지 벌써 한 달!

귀인은커녕 짐을 노리는 하누만, 도적질하러 달려드는 자잘한 요마괴이와 인간들만 만났다!

더럽게 비싼 복채를 내고 용화 보살에게 눈탱이를 맞은 게 아닌가 의심했는데…….

이렇게 귀인을 만나다니!

장년인은 탄성을 터트렸다.

“하, 이번에는 진짜 될 것 같은데!?”

마음속에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평생을 찾았으나 흔적조차 찾지 못한 그분!

그분을 찾기 위해 천금을 들여 용화 보살에게 점을 치고, 그 점괘에 따라 열두 주술사의 힘으로 경계를 넘어 마침내 이곳까지 왔다!

과거·현재·미래.

삼천세계의 삼생과 이어진다는 허공도!

허공도의 가장자리 요마괴이와 인간이 어우러지는 도시, 적염성!

지금 눈앞의 귀인은 징조였다.

이곳 적염성에 자신이 찾는 그분의 흔적이 있을 거라는 징조!

“반드시 이곳에 있을 것이다!”

장년인이 확신을 담아 외치는 순간.

마차 구석에서 시큰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돌아가면 엄마한테 죽었어요. 그놈의 천문석이 뭔지. 에휴-.”

“그 이름 함부로 입 밖으로 내지 말라니까!”

순간 장년인의 눈에서 섬광이 번뜩이고 번개같이 장죽이 날아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납작 엎드려 장죽을 피한 청년은 재빨리 외쳤다.

“아니, 사람을 찾으려면 이름을 알려야지! 이름을 숨기고 어떻게 찾아요!? 여태 못 찾은 이유가 있다니까요! 게다가 이번에는 나도 엄마한테 뒤지게 맞을 텐데!”

아들의 외침에 장년인은 외쳤다.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옥은 돌멩이 사이에서도 빛나는 법이다!”

“화씨지벽 몰라요? 드러내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천지인데, 무슨 그런 이야기를. 그러지 말고 제 방식대로 하지니까요! 돈을 그렇게 썼는데 그냥 돌아가면! 으으으- 우리 둘 다 엄마한테 아작나요!”

“야, 이 미친놈아! 그래도 현상수배 방은 아니지!”

“이게 빠르다니까요! 현상금 사냥꾼 놈들 장난 아니에요! 용화 보살, 주술사한테 쓴 돈 반만 쓰면 원대륙 전체를 샅샅이 뒤진다니까요!”

아들의 확신 어린 외침에 장년인, 이원은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천문석.

이원 자신이 젊은 시절 한 장원이 호위 무사로 일할 때 우연히 만나 크나큰 은혜를 입은 은인.

엄청난 양의 은자와 무공 비급, 평생을 참오할 화두.

여기에 이세기란 이름과 ‘한가지 약속’까지 이분께 받았다.

언젠가 인연이 닿아 다시 만난다면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무공’을 전해 주겠다고!

이렇게 큰 은혜를 받고 어찌 태만할 수 있겠는가!

이원은 초절정의 경지에 닿는 순간 받은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다짐하고, 30년 동안 일심으로 그분께 받은 무공을 익혔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일류의 정점에 달하고 12명의 자식을 뒀다!

30년 익혀 일류, 게다가 12명의 자식이라니!

자신도 모르게 품에서 비급을 꺼내든 이원.

비급을 보는 순간 이원의 마음속에서 불쑥 의심이 솟구쳤다.

‘하, 시바. 이거 진짜 마종권 비급 아냐!?’

이원은 재빨리 머리를 휘저어 마음속 의심을 몰아냈다!

그럴 리가 없다!

자신이 30년 동안 삽질을 했을 리가 없다!

게다가 마도 18문의 극음도 이열을 장난처럼 꺾던 그 무위!

그분이 펼친 상상을 초월하는 무위를 직접 보지 않았던가!

일심으로 평생에 걸쳐 노력하면…….

이때 이원의 손에 든 비급을 본 아들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30년 수련해서 일류인 무공의 뒤가 뭐가 궁금하다고. 엄마는 그거 사기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자기가 눈탱이 맞은 게 확실하다고 하던데…….”

“…….”

이원은 순간적으로 생각이 턱- 하니 멈췄다.

자신과 같이 그분께 비급을 받은 흑사회주 여량위.

마도 18문을 피해 잠적한 지 1년 후 여량위가 자신을 찾아와 불같이 분노했다!

‘야, 이! 그 사기꾼 새끼 어디 갔어!?’

‘하, 시바- 그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어야 했는데…… 괜히 오지랖 부려 같이 비급을 연구하자고 말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러나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벌써 29년이 지났다.

눈앞의 이 뺀질뺀질한 녀석을 시작으로 여량위가 낳은 아이만 7명!

게다가 여량위는 무역 선단 7개를 돌리는 엄청난 거부가 됐다!

원래도 호랑이 같던 여량위는 이제는 용처럼 기세등등해졌다!

여량위의 기세를 꺾고 실추된 가장의 위엄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천문석!’

그분을 다시 만나 자신의 익힌 이 비급의 뒤, 그분의 ‘모든 정화가 녹아든 무공’을 배워야 했다!

순간 이원의 품 안에서 한 권의 비급이 더 튀어나왔다.

자신의 비급과 순서만 다르고 내용은 똑같은 여량위의 비급.

이원은 손에 들린 두 권의 비급을 뜨거운 갈망이 담긴 눈으로 바라봤다.

두 권의 비급으로 얻을 두 무공!

여량위에게 전해 주신다던 일기공!

자신에게 전해 주신다던 일원공!

일기공과 일원공!

천문석 그분을 찾아 반드시 일기공과 일원공을 익힌다!

이원은 가슴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하다가 번쩍 고개를 들어 자식을 봤다.

“야, 가만있지 말고 기수식 펼쳐라.”

“……여기서요?”

말없이 장죽을 드는 순간.

기겁해서 마보를 서는 아들!

이원은 아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수많은 자식 중에 비급을 제대로 익힌 유일한 자식, 장남.

만약 이번에 실패한다 해도 눈앞의 이 녀석이 자신의 유지를 이을 것이다!

천문석 그분을 찾고.

일기공과 일원공을 얻는다는 유지를!

이때 호위 무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주님! 나루터가 보입니다!”

탁-

덧창을 내리자 언덕 아래 펼쳐진 거대한 강과 그 뒤의 도시!

적염성에 마침내 도착했다!

“여우 일족에서 사람을 보냈을 거다! 안내인을 찾아 바로 넘어간다!”

* * *

하늘 고래가 높게 솟은 탑 정상에 멈춰 가슴지느러미를 쭉 뻗었을 때.

진교은은 재빨리 배낭을 짊어지고 특급 헌터를 품에 안은 채 가슴지느러미 위를 달렸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탑 정상에 내려서는 순간.

쓰으으윽-

탑 반대편, 지느러미 위를 미끄러지는 헌터 셋이 보였다.

왕체와 최림!

구으으으으응-

이때 거대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늘 고래 두 마리는 하늘 높이 솟아 올라 녹아내리듯 허공으로 사라졌다.

진교은은 덜덜 떨리는 몸으로 특급 헌터를 안은 채 주위를 돌아봤다.

거대한 도시가 아득하게 보이는 까마득한 높이의 탑, 정상!

가로세로 50미터가 훌쩍 넘는 이곳에는 가운데 있는 커다란 종, 곳곳에 쓰러진 정신을 잃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생각해!”

“뭘 할지 생각해!”

. ……

스스로를 몇 번이나 채근했지만, 하얗게 변한 머리에서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불쑥 최설의 외침이 기억났다.

‘반드시 구하러 갈게! 반드시! 조금만 기다려!’

순간 눈앞을 스치는 동료들의 얼굴.

최설, 허준, 한호석 교수.

그리고 천문석.

동료들의 모습이 생각나는 순간 마음속에 확신이 생겨났다.

‘반드시 자신과 특급 헌터를 찾아올 거다!’

진교은의 눈에 빛이 돌아오고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있는 장소부터 확인해야 한다!’

진교은은 여전히 쿨쿨 잠든 특급 헌터를 품에 꼭 안고 탑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 * *

특급 헌터는 꿈을 꾸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숲 속 갈림길.

냐아아-

냐아아-

어린 여우와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갈림길 양쪽에서 들려왔다.

“앗! 전에 꿨던 꿈이잖아!”

엉뚱한 길로 사람들을 부르는 어린 여우!

특급 헌터는 바로 꿈의 정체를 깨달았다!

당당히 새끼 고양이가 우는 길로 걸어가려는 순간.

퐁, 퐁, 퐁-

바지에 찔러둔 퐁퐁검이 울었다!

순간 번쩍 기억나는 게 있었다!

알바!

알바는 너무나 다른 이 울음소리를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

그냥 두면 알바가 여우가 우는 엉뚱한 길로 갈게 명했다!

타다다다닥-

특급 헌터는 재빨리 몸을 돌려 번개같이 여우가 우는 길로 달려가며 버럭 외쳤다.

“나와라! 못된 여우야!”

퐁퐁검을 뻗는 순간 무성히 우거진 수풀이 촤르륵 눕고 그 사이에서 여우가 나타났다!

키이이-

수풀에 납작 엎드려 숨어 있던 새하얀 어린 여우!

어린 여우가 깜짝 놀라 무성한 수풀로 뛰어드는 순간 휙 손을 흔들며 외치는 특급 헌터.

“멈춰!”

순간 수풀과 나뭇가지가 좌우로 갈라지고 달리던 자세 그대로 멈춘 여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냐아아-

눈처럼 새하얀 어린 작고 여리게 울었다.

보는 순간 그 누구라도 홀릴 귀여운 외모, 귀여운 울음소리였다.

하지만 상대는 특급 헌터, 용서를 모르는 아이였다.

타다다다다닥-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달려가며 알바에게 배운 대로 외쳤다!

“하늘을 잇는다!”

그리고 작은 손가락이 발사하듯 쏘아졌다!

이 순간 새끼 여우의 전신에서 새파란 화염이 생겨났다.

그러나 화염은 같은 극의 자석이 다가오듯 스스로 물러나고.

특급 헌터의 전법륜인 딱밤이 새하얀 여우의 머리를 때렸다!

따아악-

엄청난 굉음이 터지고 꿈속 세계가 반으로 갈라졌다!

이 순간 두 사람이 번쩍 눈을 떴다.

꿈속에서 딱밤을 맞은 어린 여우!

꿈속에서 딱밤을 날린 특급 헌터!

여우 일족의 금지옥엽이자 호랑이 일족과 정략결혼을 하게 될 신부, 어린 여우.

미호!

미호는 깨질듯한 머리를 잡은 채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일족의 비술을 펼쳐 결혼을 망쳐버릴 재앙을 꿈속에서 불렀다!

그런데 그 비술이 두 번이나 자신의 꿈에 나타난 꼬맹이에게 깨졌다!

“으아악- 이 꼬맹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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