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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09화 (61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09화>

천문석과 아카린이 천마 뱀술로 행복회로를 돌리고, 어린 하늘 고래가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 때.

적염성, 호랑이 일족의 장원 9층 전각에는 불이 환히 밝혀져 있었다.

이곳은 적염성을 지배하는 12 가문 중 하나 호랑이 일족의 가주, 탄(綻)의 집무실이었다.

2미터에 달하는 신장.

옷이 터질듯한 근육질 몸.

섬뜩한 푸른 광채를 품은 두 눈!

탄은 인간형으로 변한 채 거대한 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적염성의 북쪽 언덕.

성주의 장원에 우뚝 솟아 있는 수백 미터의 탑!

이 탑 꼭대기에는 적염성의 주인만이 울릴 수는 종이 있었다.

그 종이 울리는 순간 이 거대한 탑은 빛이 기둥이 되어 하늘과 땅을 잇고.

이 이적을 만들어 낸 이는 적염성의 성주가 되어 적염성의 모든 것을 이어받는다.

수백만의 요마괴이와 인간이 사는 이 도시.

마르지 않는 강과 영기를 품은 산.

그리고 12 가문의 충성까지!

“장로들의 헛소리!”

탄은 내뱉듯이 말하고 피식 웃었다.

적염성의 성주가 사라진 지 벌써 수백 년!

12 가문에서 종을 울려 빛의 기둥을 만들어 내려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빛의 기둥은커녕 종을 울리는 것조차 실패했다.

당연했다.

말이 종이지 이 종 안에 빈 공간은 없었다.

종 모양을 한 통짜 쇳덩어리가 이 종의 정체였다.

조금의 빈 공간도 없는 종을 울리고 이 거대한 탑을 빛의 기둥으로 만드는 이적은 불가능했다.

당연히 이 방법으로 적염성의 성주가 되는 것도 불가능했다.

탄은 이 이야기가 수백 년 전 성주를 몰아낸 12 가문이 의도적으로 뿌린 소문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계획을 세웠다!

다른 방법으로 이 적염성의 성주가 되기로!

합종연횡!

이미 호랑이 일족은 적염성 12 가문 중 세 가문을 지지를 얻었다.

여기에 여우 일족과의 혼인 동맹까지 이뤄지면 다섯 가문이 한목소리를 내게 된다.

적염성의 12 가문 중 다섯 가문이 호랑이 일족의 아래로 모인다!

남은 일곱 가문 중 셋은 시류에 따라 움직이는 녀석들.

이 정도면 이 적염성을 집어삼키기 충분했다!

탄은 욕망이 끓어오르는 눈으로 창밖에 펼쳐진 도시를 바라봤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시가지에는 하늘의 별보다 더 많은 빛이 밝혀져 있었다.

수백만의 요마괴이와 인간이 살아가는 거대한 도시, 적염성!

이제 며칠이면 이 거대한 도시가 호랑이 일족의 손에 들어온다!

길고 긴 가문의 비원을 마침내 이루게 되는 거다!

이 순간 아득한 뿔피리 소리가 먼 서쪽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구으으으으-

보이지 않지만 직감했다.

하늘 고래!

오래전 성주와 약속을 한 하늘 고래들이 길을 잃은 사람들을 데려오고 있다.

지금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울리지 않는 종이 있는 탑으로!

이 순간 탄은 호랑이 일족이 대대로 지켜온 성주의 명령이 떠올랐다.

‘하늘 고래와 하누만이 데려오는 길 잃은 사람들의 ‘이름’을 확인해라.’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으면 바로 봉화를 피워 올리고.’

‘다른 이들은 모두 여우 일족에게 보내라.’

벌써 수백 년 동안 내려온 명령에 따라 수많은 사람의 ‘이름’을 자신이 직접 확인해야 했다.

이건 그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는 호랑이 일족의 가주인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사람들에게 확인할 ‘이름’은 대대로 호랑이 일족의 가주에게만 내려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호랑이 일족의 가주는 대대로 길잃은 사람들의 이름을 확인했지만, 단 한 명도 성주가 말한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길을 잃은 모든 사람이 여우 일족의 안개길을 걸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 ‘이름’은 수백만의 요마괴이와 인간이 사는 적염성에서도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특이한 이름이었다.

게다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던 성주도 벌써 수백 년 전에 사라졌다.

이제 이름을 확인하는 것도 며칠 남지 않았다.

자신이 적염성의 성주 자리에 앉는 순간 이 모든 의미 없는 일들은 끝이다!

탄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돌렸다.

‘돌멩이라니! 정신 나간 하누만이라 해도 그런 이름을 짓지는 않을 것이다.’

* * *

휘이이이-

거센 바람이 잦아들고.

구으으, 구으으응-

하늘 고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최설, 진교은.

한호석 교수, 허준.

깊게 잠든 특급 헌터를 제외한 모두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분명 던전 출구로 뛰었는데 나타난 곳은 던전 안과 똑같았다.

산과 봉우리가 끝없이 이어지고 안개가 파도치는 세계!

아니, 던전보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갑자기 나타난 독수리 무리의 습격을 받고, 하늘을 나는 거대한 고래 등에 탄 채 까마득한 하늘 위를 날고 있으니까!

문득 주위를 돌아보자 같이 하늘을 날던 십여 마리의 하늘 고래는 모두 사라지고 이제 남은 건 둘 뿐이었다.

일행을 태운 하늘 고래와 그 옆에서 같이 날고 있는 헌터 셋을 태운 하늘 고래.

진교은은 하늘 고래 등 위에 쓰러진 헌터 두 사람을 바로 알아봤다.

제주도의 자신을 찾아온 철검장의 두 사람이다.

“왕체, 최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절한 두 사람이 하늘 고래에 실려 자신의 옆을 날고 있었다!

진교은은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친구에게 경고를 해 주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것뿐인데…….

암살검을 만나고.

강릉으로 이동하고.

왕체와 최림을 맞닥뜨려 도망치고.

산을 달리다가 던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루 전에는 제주도 삼합 호텔에 있던 자신이.

지금은 하늘을 유영하는 거대한 고래의 등에 실려 던전 안 까마득한 하늘을 날고 있다!

처음 느꼈던 불길한 예감.

하지만 직접 겪은 현실은 그 불길한 예감을 몇 배나 뛰어넘었다!

‘으으으- 뭐가 이렇게 꼬이는 거야!?’

진교은이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부여잡는 순간.

최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냐? 특급 헌터는…….”

진교은은 고개를 들어 최설을 봤다.

잠든 특급 헌터의 안부를 묻고 있었지만, 친구의 눈에 어린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걱정.

진교은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잠들었어. 다행이야…….”

모두 이 말에 공감했다.

거대한 봉우리가 성냥처럼 보이는 까마득히 높은 하늘을 날고 있다.

아직 어린아이가 깨어 있으면, 두려움에 난리가 났으리라.

그러나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이 하늘 고래가 변덕이라도 부려 몸을 뒤집으면 모두 끝장이다!

이때 허준이 한호석 교수에게 물었다.

“교수님. 혹시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달과 별, 지상과 고래를 계속 살피던 한호석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서는 이 녀석이 지상으로 내려가는 걸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

하아-

침묵과 한숨, 암울함이 감돌 때.

번쩍-

빛이 보였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지평선에 찬란한 빛의 선이 생겨났다.

태양,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선으로 하늘을 유영하던 하늘 고래가 지상을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어……?”

“……내려간다!”

모두의 눈에 빛이 살아나는 순간.

허준이 한 방향을 가리키며 다급히 외쳤다!

“저기 도시가 보인다!”

모두는 벌떡 일어나 허준이 가리킨 방향을 봤다.

넓게 펼쳐진 숲 너머, 여명의 빛 아래 깨어나는 도시!

뒤로 높게 솟은 산맥을 등지고 앞으로 강이 흐르는 도시.

반듯한 도로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건물, 거대한 강변 도시가 나타났다!

“던전 안에 도시가 있다고!?”

“저 불빛! 누군가 살고 있다!”

상식을 파괴하는 상황에 최설과 허준, 진교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때.

한호석 교수는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일부 1세대 헌터들과 관련자들만 아는 사실!

‘개방형 던전! 이세계다!’

한국 곳곳에 나타난 이상 던전은 이세계로 이어지는 던전이었다!

순간 하늘을 나는 이 고래의 이상한 움직임이 이해됐다.

저 도시의 누군가가 이 하늘 고래를 부르고 있다!

휘이이이잉-

이 순간 강해지는 바람과 부유감이 느껴졌다.

하늘 고래가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고지대의 숲을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순간 허준과 최설, 진교은과 한호석 교수 네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 궤적! 이 고래 숲을 스치듯이 날아 저 도시로 들어갈 거다!”

한호석 교수가 외치는 순간.

바로 말을 이어받는 진교은.

“도시에 들어가기 전에 내려야 해요!”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철 독수리, 하늘 고래가 나타난 세계에 있는 거대한 도시.

이 도시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

낯선 세계로 떨어진 지금은 가능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바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순식간에 계획이 세워졌다.

하늘 고래가 숲을 낮게 나는 순간 뛰어내린다.

당연히 그냥 뛰어서는 안 된다!

“내가 뛰어내려 나무에 로프 걸게!”

-최설이 뛰어내려 나무에 로프를 걸고.

“난 이 위에서 로프를 이 돌기에 걸고 버틸 게!”

-허준이 로프를 하늘 고래 돌기에 걸고 버틴다.

진교은과 특급 헌터, 한호석 교수가 로프를 타고 내려가고, 허준이 마지막 순간 짐과 함께 지상으로 뛰어내린다!

다급한 상황에 걸맞은 심플한 계획!

네 사람은 순식간에 준비를 끝냈다.

구으으으응-

예상대로 하늘 고래는 광활한 숲 위를 천천히 날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무에 닿을 듯 낮게 날아도 나무 자체의 높이가 최소 50미터 이상이다!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면 중상!

억센 나뭇가지에 잘못 떨어지면 창날에 꿰이듯 몸이 꿰뚫린다!

계획대로 떨어지는 속도와 힘을 죽여야 했다.

이때 무장 벨트에 로프를 건 허준이 외쳤다.

“난 준비 됐어! 언제든 시작하면 된다!”

“알았어! 바로 시작한다!”

최설은 대답과 동시에 하늘 고래 등 위를 달려 주저 없이 뛰었다!

파르르르륵-

각성력이 폭발하듯 치솟고 단단히 고정한 로프가 빠르게 풀려 나왔다.

높게 솟은 나무가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순간 무공 각성자 특유의 민첩성이 빛을 발했다!

여린 가지를 연속으로 낚아채 떨어지는 힘을 죽인다.

우득, 우득, 우두둑-

나뭇가지가 연속으로 부러져 나가며 속도가 확 죽는 타이밍.

최설은 팔을 펼쳐 굵은 나무를 낚아챘다!

콰드드드득-

굵은 나뭇가지가 부러질 듯 휘어지고 몸을 관통하는 충격!

최설은 이를 악물고 움직였다.

‘시간이 얼마 없다!’

바로 로프를 나무에 묶고 매듭지은 후 잡아당겼다.

탁, 탁-

단단히 고정된 로프!

“고정됐다!”

허준은 풀려 나가는 로프를 돌기에 걸고 하늘 고래등을 밟아 지지했다.

폭발적으로 솟구친 표상 오러 가 신체와 로프를 강화했다.

팡, 파아앙-

로프가 터질 듯이 팽팽해지고 순간적으로 속도가 확 죽는 하늘 고래!

재빨리 감아둔 로프를 풀어 속도를 조절하며 외쳤다.

“달려!”

순간 한호석 교수가 한달음에 달려 뛰어내렸다.

스으으윽-

로프에 카라비너를 걸고 순식간에 미끄러지는 한호석 교수!

뒤이어 특급 헌터를 단단히 품에 고정한 진교은이 뛰어내렸다!

스으으으윽-

한호석 교수 바로 뒤에서 미끄러지는 특급 헌터와 진교은!

됐다!

동료들이 최설에게 닿는 순간 돌기에 걸린 고리를 벗기면, 한껏 당긴 시위를 놓듯 로프를 잡은 자신과 짐들이 숲으로 쏘아질 거다!

허준은 능숙하게 로프를 풀어내며 돌기에 걸어 둔 고리를 벗길 준비를 했다.

이때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났다.

구으으으으응-

바로 옆에서 같이 달리던 하늘 고래가 불쑥 튀어나와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와그작-

팽팽하게 당겨진 로프를 씹어 버렸다!

파아아앙-

순간 엄청난 장력이 실린 로프가 끊기고 그 힘이 양쪽으로 쏟아졌다!

하늘 고래 위에서 밧줄을 잡은 허준이 공중으로 날아가고.

밧줄을 타고 내려가던 한호석 교수, 특급 헌터와 진교은이 숲으로 떨어졌다!

부러질 듯 흔들리는 나무에 매달린 최설!

최설의 시야에 추락하는 한호석 교수와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나뭇가지를 밟고 달려 추락하는 한호석 교수를 낚아채고!

뒤이어 몸을 날려 친구를 잡으려는 순간!

파아앙-

밧줄을 씹었던 하늘 고래가 친구를 튕겨 올리는 게 보였다.

꺄아아아-

공처럼 하늘을 날아 하늘 고래 위로 떨어지는 진교은과 특급 헌터!

최설은 하늘 고래를 따라 줄줄이 이어진 나뭇가지를 밟고 달렸다.

그러나 허공을 헤엄치는 하늘 고래를 나무 위를 달려 따라가는 건 무리였다.

10, 13, 19, 27미터!

순식간에 거리가 벌어졌다.

곧 숲이 끝나고 절벽 너머로 하늘 고래가 날아가는 순간.

최설은 각성력을 담아 외쳤다.

“반드시 구하러 갈게! 반드시! 조금만 기다려!”

진교은과 특급 헌터를 태운 하늘 고래.

왕체와 최림을 태운 하늘 고래.

두 마리 하늘 고래는 넓은 강 위를 유유히 날아 거대한 도시를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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