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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08화 (60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08화>

“……!”

퐁퐁, 퐁퐁퐁-

이 경쾌한 소리와 투명한 방울!

이세계 배송 경주!

수많은 마수와 몬스터를 끌고 달린 그 난장판에서 만난 하늘 고래다!

“와, 어떻게 여기서 만나냐!?”

천문석이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아카린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너 이 ‘어린’ 하늘 고래! 설마, 너 이 아기 하늘 고래랑 친한 거야!?”

“전에 인연이 있던 하늘 고래야.”

천문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는 순간.

퐁, 퐁, 퐁-

악수하듯 지느러미로 손을 툭- 건드리는 하늘 고래!

“……!”

순간 아카린은 경악한 얼굴로 굳어 버렸다.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하늘 고래를 봤다.

“여기가 너 고향이구나?”

이세계 배송 경주의 도착점 고산 마을 앞에 게이트가 열렸을 때.

이 작은 하늘 고래는 그 게이트로 온 힘을 다해 날아갔었다.

하지만 사방에서 몰려든 마수와 몬스터로 하늘 고래는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때 자신이 하늘 고래를 던져 게이트를 넘을 수 있게 해 줬다.

그 하늘 고래를 생각지도 못한 이곳에서 다시 만났다!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봤다.

‘여기가 그 게이트 너머의 세계, 하늘 고래의 고향이구나!’

벌써 몇 달이나 지났는데 예전 모습 그대로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너 그런데 왜 이렇게 작냐? 하나도 안 컸는데?”

구으, 구으으응-

마치 대답하듯 울더니.

퐁퐁, 퐁퐁퐁-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천문석 주위를 빙글빙글 회전하는 하늘 고래.

이 순간 충격으로 굳어 있던 아카린이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하-!

“이럴 수가!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되냐! 와 이 재수 좋은 녀석! 뭐가 이렇게 운이 좋아!”

“내가 운이 좋다고? 그게 뭔 소리야?”

천문석이 의아해하는 순간 아카린이 외쳤다.

“야, 이 녀석 도움을 받으면 내일 아침이면 적염성에 도착할 수 있어! 바로 움직이자!”

“……일주일 거리를 그렇게 줄일 수 있다고!?”

천문석은 아카린과 하늘 고개를 번갈아 봤다!

50cm 남짓한 작은 하늘 고래.

아카린이 짊어진 지게만 2층 건물 크기다!

지금 이 작은 하늘 고래를 타고 가자는 건가!?

“이 작은 하늘 고래의 도움을 받자고?”

“이 녀석 어린 하늘 고래잖아!”

“그래, 어린 하늘 고래. 너 혼자 타도 10미터도 못가겠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

배송 경주 당시 거대한 산악 같던 하늘 고래가 일순간에 작아졌다!

그렇다면 반대도 가능한 거 아닐까!?

“이 녀석 크기가 자유자재로 변하는 거야!?”

순간 아카린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천문석을 봤다.

“뭐야? 너 진짜 모르는 거야?”

“뭘 몰라?”

“그냥 쟤한테 이렇게 말해 봐. ‘적염성까지 가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냐?’.”

천문석은 반신반의하며 말했다.

“적염성까지 가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냐?”

순간 가슴지느러미로 척 경례를 하더니 하늘을 향해 우는 어린 하늘 고래!

구으으, 구으으응-

작은 울음소리가 퐁, 퐁, 퐁- 파문에 실려 하늘 높이 퍼져 나가고 잠시 후.

세상이 어두워졌다!

“……!”

깜짝 놀라 하늘을 보는 순간 달을 완전히 가려 버린 거대한 존재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나타난 모든 하늘 고래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하늘 고래!

한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하늘 고래가 밤하늘에 나타났다!

퐁퐁, 퐁퐁퐁-

그리고 어린 하늘 고래가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우는 순간.

쿵-

거대한 가슴지느러미가 천문석과 아카린 앞에 내려졌다.

“야! 얼른 타자! 이 녀석 타면 아침쯤이면 적염성에 닿을 수 있어! 으흐흐-.”

아카린이 바로 지게를 짊어지고 지느러미를 올랐고.

천문석과 어린 하늘 고래도 그 뒤를 따라올라갔다.

“야, 이거 뭐야!? 이 커다란 녀석 왜 갑자기 나타나서 도와주는 거야!?”

아카린은 퐁, 퐁, 퐁- 천문석 뒤를 따라오는 작은 하늘 고래를 가리켰다.

“저 녀석 ‘어린’ 하늘 고래잖아. 하늘 고래는 아기가 귀해서 아기 하늘 고래가 부탁하는 건 다 들어 줘! 이 재수 좋은 녀석!”

순간 천문석은 땅을 바라보며 탄성을 터트렸다.

“와, 땅님 이런 식으로 앞길을 열어 주시다니!”

천문석과 아카린, 어린 하늘 고래가 모두 탄 순간.

구으으으으으으응-

천지를 떨어 울리는 거대한 울음소리와 함께 천문석과 어린 하늘 고래, 아카린까지 모두는 까마득히 높은 하늘을 날았다.

이들 모두를 실은 것은 거대한 섬과 같은 하늘 고래!

목적지는 동료들이 향한 장소 적염성이었다!

* * *

천문석은 비행이 시작되자마자 적염성에 관한 정보를 아카린에게 물었다.

“적염성에 대해 말해 달라고?”

아카린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적염성과 자신의 의뢰에 관한 정보를 모두 말해 줬다.

“…….”

천문석은 모든 정보를 들은 후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확인했다.

“그러니까 저 맨 위 술통을 호랑이 일족에게 납품하고. 경계를 넘어서 그 아래 술통을 납품하러 간다 이거지. 그 후에는 처음 우리가 만난 장소, 허공도로 넘어가고?”

“어, 맞아. 호랑이 일족에 납품하고. 다음이…….”

아카린은 지게에서 서류를 꺼내 확인했다.

“……열사의 사막! 거기서 유랑 상인에게 아래 술통 납품하고 다시 허공도로 넘어갈 예정이야.”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계획이 얼개를 갖췄다.

1. 호랑이 일족에게 아카린이 술을 납품하는 걸 도우며 동료들의 위치와 상황을 확인한다.

2. 동료들을 구해서 적염성을 빠져나온다.

3. 어린 하늘 고래의 도움을 받아 혹시 모를 추적을 따돌린다.

4. 아카린과 함께 열사의 사막을 거쳐 허공도로 넘어간다.

5. 허공도에서 지구로 이어진 출구를 찾아 집으로 간다.

귀환 계획의 뼈대는 갖춰졌다.

이제 할 일은 이 뼈대에 살을 붙이는 것!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할 게 있었다.

계획의 첫 단추.

호랑이 일족에게 납품할 술.

여기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조폭 김기철 그놈이 호랑이 일족한테 납품할 이 술통에 독화살을 쐈다고?”

“어, 술이 완전히 맛이 갔다니까! 그래도 내가 계획을 세웠으니까. 사고 친 놈들만 잡으면 문제는 없을 거야! 크크크-.”

아카린은 자신만만하게 웃었지만, 그 계획을 들은 천문석은 웃을 수 없었다.

자신의 계획대로 집에 돌아가려면 이 붉은 털의 하누만, 아카린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호랑이 일족은 적염성의 12 가문 중 하나.

외부에서 흘러든 사람들을 관리하는 가문이라고 한다.

아카린의 술 납품에 문제가 생기면 동료들의 상황 파악부터 문제가 생긴다.

독화살을 맞고 맛이 완전히 가 버린 술.

이 술의 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

“저 술 내가 한 모금 마셔봐도 될까? 마셔보면 그 계획이 먹힐지 감이 올 거 같은데?”

“잠깐만.”

쪼르륵-

구멍을 막은 나무 마개가 열리고 조롱박에 담기는 황금빛 맑은술.

천문석은 조롱박에 담긴 술을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 다음 순간.

쿵쿵, 쿵쿵쿵쿵-

생사팔문의 보법을 밟으며 번개같이 수인을 짚었다!

전신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청록빛 마력광!

천문석이 침습하는 마력을 모두 몰아낸 순간.

아카린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야, 어때!? 내 계획 먹힐 것 같지!?”

“…….”

천문석은 잠시 말없이 이 붉은 털의 하누만을 바라봤다.

어째서일까?

상식적인, 지극히 상식적인 자신이 가는 곳마다!

무슨 이유로 이렇게 이상한 녀석들만 만난단 말인가!?

“이 술 결혼식에 사용한다고?”

“맞아! 호랑이 일족이랑 여우 일족 결혼식!”

“그러니까 네 계획은 이 술을 조폭 김기철이랑 다른 두 사람이 호랑이 일족 앞에서 마신다 이거지? 호랑이 일족의 자존심을 자극하면서?”

“그렇지! 네가 보기는 어때? 내가 볼 때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을 담아 말하는 아카린.

가능할 리 없었다!

이 술을 마시는 순간.

김기철과 두 헌터는 즉시 병원에 실려 가 1년은 입원할 거다!

천문석은 술을 마시는 순간 깨달았다.

술에 담긴 이질적인 마력의 정체는 마탄에 새겨진 마력!

아카린이 말하는 독화살의 정체는 마탄. 그것도 재금 그룹 정품 마탄이었다!

‘하, 시바 무슨 조폭이 더럽게 비싼 정품 마탄을 사용해!?’

절로 분통이 터졌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 완전히 맛이 간 술을 납품해야 한다는 사실!

아무리 호랑이 일족의 미각이 꽝이어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이건 결혼식에 납품할 술이다.

미각이 꽝인 호랑이 일족만 마시는 게 아니라 결혼식에 온 모두가 마신다!

호랑이 일족은 적염성의 유력 가문!

하객의 수가 못해도 수백 명은 될 거다!

수백 명의 하객 중에 단 한 명만 ‘어 뭐야? 이거 술맛 왜 이래?’하는 순간 걸린다!

하지만 자신에게 방법이 있었다!

전생에 마공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파고들었던 연단술!

연단술로 마공을 누르는 건 결국 실패했지만, 그 와중에도 배운 것은 있다!

이독제독(以毒制毒)의 연단술에 기반을 둔 주조법(酒造法)!

자신의 주조법이면 이 술에 스며든 마탄의 마력을 제어해서 납품을 성공시킬 수 있다!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야, 이대로면 반드시 걸려! 나한테 더 좋은 방법이 있어!”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텅-

천문석은 술통을 두들기며 외쳤다.

“이 술을 더 끝내주는 술로 바꾸는 거다!”

“……더 끝내주는 술? 이거 하누만 주조장인의 맑은술인데?”

아카린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연신 외쳤다.

“맞아. 더 끝내주는 술!”

“마시는 순간! 술맛을 느끼기도 전에 핑! 하늘이 돌고!”

“다음 순간 한 대 제대로 얻어맞은 듯 픽- 쓰러지는 화끈한 ‘뱀술’!”

아카린은 미심쩍은 듯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뱀술? 그게 먹힐까?”

“야 내가 이 뱀술로 초대박 냈던 사람이야! 항주 유흥가에서 ‘천마(天馬) 뱀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 몇 마디만 하면! 결혼식에 온 모든 사람이 달려들어 미친 듯이 이 술을 퍼먹을 거다!”

“몇 마디? 그게 뭔데!?”

어느새 솔깃한 표정이 된 아카린이 묻는 순간.

천문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천마(天馬) 뱀술’은 너무 독해서! 진짜 사나이, 진짜 술꾼이 아니면 못 마신다!”

“……그게 끝이야? 좀 약한…….”

아카린의 얼굴에 실망감이 드리울 때.

천문석은 재빨리 목소리를 낮춰 은밀히 속삭였다.

“이 뱀술 다른 이름이 칠전팔기였어!”

“칠전팔기?”

“맞아. 항주 유흥가의 명주, 칠전팔기(七顚八起)! 흐흐흐-.”

음흉한 웃음과 의미심장한 미소!

“……!”

순간 아카린은 이 단어에 담긴 중의적 의미를 깨달았다!

“칠전팔기(七顚八起)!”

유흥가에서 미친 듯이 팔리는 뱀술에 붙은 이름, 칠전팔기!

엎드릴 전(顚)!

일어날 기(起)!

“설마, 설마! 그 뱀술의 효능이!?”

경악한 아카린의 외침에, 천문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

순간 아카린의 붉은 털이 모조리 곤두서고 눈에서 황금빛 안광이 폭발적으로 쏟아졌다!

“……미친! 와, 이 기발한 새끼! 그렇지! 당연히 술꾼이라면! 아니, 사람인 이상 이런 술을 절대 마다할 수가 없지!”

“그렇다니까! 이건 완벽히 먹힌다! 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픽 쓰러졌다가 일어나는 순간! 바로 눈이 돌아갈 거라니까! 결혼식에 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적염성 전체가 술 냄새라도 맡으려고 난리가 날 거야! 하, 시바 내가 그때 미친 마인 놈만 안 나타났으면, 항주에 8층 전각 10개는 세웠다니까!”

천문석이 말을 쏟아 낼 때.

아카린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건 반드시 먹히는 술이다!

하누만 주조장인도 이런 놀라운 술은 만들어 내지 못했다!

“야, 이 뱀술 재료가 뭔데!? 내가 지금 양조장 때문에 돈을 모으는 중이라 큰돈을 쓸 수는 없는데…… 아니지, 돈 아낄 때가 아니지! 크게 지르는 게 낫겠다! 말만 해라! 얼마가 들던 무슨 재료든지 내가 구해 볼게!”

완전히 넘어온 아카린이 눈을 빛내는 순간.

탕-

천문석은 술통을 두들기며 대답했다!

“야, 걱정할 거 없어! 이거 재료 공짜야!”

“뭐!? 재료가 공짜라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천문석.

“어차피 이건 내력으로 가공하는 방법이 중요한 거라. 뱀독하고 거머리 풀만 있으면 된다. 많이도 필요 없어. 독사 한 스무 마리, 거머리 풀 한 줌만 뜯으면 된다!”

독사는 뱀굴만 찾으면 널려 있고, 거머리 풀 한 줌은 말라붙은 개울가에 가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아카린의 눈에 섬광이 번뜩였다.

“이거 가격 더 받을 수 있을 거 같은데!? 7:3 어때? 너 7. 나 3!”

천문석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반반! 내 동료들 구하는 거 도와주고. 허공도까지 동행하는 조건.”

천문석과 아카린 둘은 바로 악수했다.

굳게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생겨나고 다음 순간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카카카카카-

크하하하하-

악당 같은 웃음을 터트리는 두 사람 주위.

구으, 구으으응-

착해 보이는 검은 눈을 한 어린 하늘 고래가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신나게 울었다.

두 악당과 어린 하늘 고래.

세 파티원은 거대한 하늘 고래를 타고 적염성을 향해 나아갔다!

항주 전체를 광란의 도가니로 만들고, 마인 마저 홀렸던 ‘천마(天馬) 뱀술, 칠전팔기(七顚八起)’!

이 술로 적염성 전체를 광란의 도가니로 만들고 동료들을 구해 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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