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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04화 (60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04화>

갑자기 나타난 지게꾼의 경고 이후 1시간.

천문석과 일행은 쉬지 않고 계단을 달렸다!

잠든 특급 헌터를 앞세워 수백 마리의 거대 원숭이들을 돌파해.

거대한 술통이 담긴 쇠 지게를 짊어진 지게꾼 바로 뒤에 붙었다.

선두는 특급 헌터와 진교은을 태운 지게를 짊어진 천문석.

중간은 한호석 교수를 지게에 태운 허준.

후미는 검을 든 최설이 맡았다.

“교수님. 얼마나 남았습니까!?”

천문석의 외침에 지게 위 한호석 교수가 바로 대답했다.

“거의 다 왔어! 이제 곧 정상이 나온다. 그곳에 세 번째 출구가 있다!”

동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질문을 던진 천문석.

“모두 힘을 내라. 이제 곧 출구다!”

천문석은 외침과 동시에 동료들의 모습을 살폈다.

잠든 지 30분도 안 돼 깨어나 벌써 한 시간이 넘게 계단을 달렸다.

강릉역 때부터 생각하면 거의 10시간에 가깝게 극도의 긴장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호석 교수와 진교은, 비각성자 두 사람은 이미 체력이 한계에 달했고.

오러 각성자 허준, 무공 각성자 최설도 조금씩 집중력이 흩어지고 있다.

세 번째 출구가 사라진 상태라면 끝장이다!

네 번째 출구에 도착하기 전에 일행 모두 퍼져 버린다!

순간 앞장서 달리는 지게꾼에게 시선이 닿았다.

제사장이 깨어난다고 외치고 경계, 출구가 있다는 확신과 함께 달리는 지게꾼.

앞서 달리는 지게꾼의 확신이 제발 맞아야 했다!

‘슬쩍 말을 걸어 볼까?’

천문석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걸려 할 때.

“……!”

“……!”

천문석과 지게꾼의 고개가 동시에 하늘로 향했다!

쿠르르르르르릉-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우렛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거대한 함성이 터졌다.

크아아아아아아-

뒤!

천문석 일행 뒤로 한참 뒤처져 달리던 수백의 거대 원숭이들이 함성을 지르고 미친 듯이 가속했다!

거대 원숭이들의 눈이 생생히 보였다.

하나같이 짙은 공포에 물든 눈!

“……!”

이 순간 머리에 무게감이 걸리고!

갑자기 중력이 강해진 것처럼 전신이 땅으로 내리눌렸다!

무언가 나타나려 하고 있다!

우당탕탕-

크아아아아-

가속하던 거대 원숭이들이 뒤엉켜 쓰러지고 비명이 쏟아졌다.

그리고 한호석 교수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앞! 정상에 출구가 보인다!”

모두의 시선이 앞으로 움직였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계단이 마침내 끝나고 정상이 나타났다!

가로세로 100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평평한 암반!

그 가장자리 빛으로 만들어진 벽이 서 있었다!

빛의 벽을 보는 순간 모두는 직감했다.

저기가 출구다!

쿠르르르릉-

하늘에서 다시금 우렛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출구를 눈앞에 둔 모두는 마지막 힘을 끌어올렸다!

으아악-

“전력으로 달려!”

“바로 넘어간다!”

지게꾼과 천문석 일행은 사력을 달해 빛의 벽으로 달렸다!

콰아아아아앙-

이 순간 밤을 찢어발겨 온 세상을 밝히는 천둥벼락이 터졌다!

시야를 하얗게 물들이는 섬광과 청각을 모조리 삼켜 버리는 굉음!

섬광과 굉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올 때.

마음을 뒤흔드는 거대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아카린!”

모두의 시선이 자석에 끌리듯 하늘로 향했다.

푸른 뇌전이 꿈틀거리는 하늘.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한 사람이 보였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지게꾼이 말한 제사장이다!

빛의 벽까지는 불과 30여 미터!

제사장이 떨어지는 속도를 가늠하면!

단 한 호흡!

찰나의 시간만 벌어 주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

“최설! 지게 받아라!”

위기 순간 리더의 명령은 절대적!

최설은 선두로 가속해 바로 지게를 받아 메고 뛰었다!

“뒤는 보지 말고! 직선으로 달려! 바로 출구로 들어간다!”

천문석은 외침과 함께 내력을 끌어올렸다.

이때 선두에서 달리던 지게꾼이 빛의 벽 10여 미터 앞에 도착했다!

순간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지게꾼.

“아카린이라니!? 사람 잘못 봤어! 난 성실하게 일하는 인간이다! 그럼 안녕이다. 느림뱅이 제사장아!”

하하하하하-

통렬한 웃음과 함께 빛의 벽을 향해 뛰어드는 순간.

고오오오오오-

급격히 기압이 떨어지듯 귀가 먹먹해졌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폭음!

파아아앙-

빛의 벽 앞에 새파란 화염 폭풍이 몰아치고, 수십 미터의 거리 밖에서도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가 쏟아졌다!

“야, 이 미친놈아! 경계! 금 사라지면 어쩌려고 겁화를 던져!? 이게 무슨 짓이야!”

경악한 지게꾼은 화염을 피해 땅을 박차고 뒤로 몸을 날렸다.

콰지지직-

거대한 술통의 무게에 단단한 암반이 깨지는 순간.

하늘에서 살기 어린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아카린! 오늘에야말로 네 버릇을 고쳐주마!”

“뭐!? 누가 누구 버릇을 고쳐!? 네가 겁을 상실했구나! 내가 오늘에야말로 네놈을 때려 주고! 내 기둥을 다시 뽑아 온다!”

지게를 벗은 아카린이 묵직한 쇠몽둥이를 들고 버럭 외치는 순간.

휘이잉-

천문석이 그 옆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며 재빨리 말했다.

“내 뒤로 바짝 붙어! 나한테 저 불 통과할 방법이 있다!”

“어, 어어어어!? 야, 그 화염 그냥 불 아냐! 절대 꺼지지 않는 겁화야!”

경악한 아카린이 외쳤지만, 천문석도 그 뒤의 일행도 멈추지 않았다.

새파란 화염 폭풍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열기!

절정의 경지에 달한 극음도의 내력을 펼친다고 해도 산불에 물 한 바가지 붓는 격이다!

무저갱의 마굴에서 영원히 타오르는 화염에 비견되는 화염 폭풍!

이 푸른 화염 폭풍은 지금 자신의 내력과 경지로는 막을 수 없는 재앙이었다!

그러나 방법이 있었다!

지금 자신의 손에!

카캬카카카-

통쾌한 웃음을 터트린 천문석의 시선이 이런 난장판에서도 쿨쿨 잠든 특급 헌터에게 향했다.

더는 특급 헌터에게 뭐라고 해서는 안 됐다.

이 녀석이 없었다면 지금 자신의 손에 들린 이 주먹만 한 무쇠 화로도 없었을 테니까!

화염과 냉기를 뿜어내는 화로!

그르르륵-

무쇠 화로를 돌려 숨구멍을 여는 순간.

천문석은 맹렬한 화염 폭풍 속으로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어갔다.

계획은 심플했다!

극한의 냉기를 품어 내는 화로와 함께 생사의 간극을 걷는 생사팔문의 보법을 펼쳐 길을 뚫는다!

쿵-

새파란 화염 폭풍 속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생문과 사문이 교차하는 팔문을 걸어 생로를 뚫는 생사팔문의 보법이 펼쳐졌다!

눈앞에 팔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死.死.死.死.死.死.死.]

“……!?”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변하는 건 없다!

바로 고개를 돌려 퇴로를 확인하자 보이는 마지막 문.

[死.]

팔문이 모조리 사문이다!

아니, 이거 첫걸음이잖아!?

첫걸음에 팔문이 모두 사문(死門)이라고!?

퇴로까지 사문이 됐다는 게 말이 되는 거야!?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에 자신도 모르게 땅을 보는 순간 빛보다 빠른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제사장이 사문이구나!

이 순간 천문석은 말할 수밖에 없었다.

“와, 땅님 진짜로 이러시긴가요!?”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열기가 쏟아졌다.

크아아아아악-

* * *

“저 겁화를 뚫을 수 있다고!?”

반색한 아카린은 재빨리 벗었던 지게를 짊어지고, 호언장담한 인간을 따라 달리는 인간 무리 끝으로 바짝 붙었다!

엄청난 속도로 선두에서 달리는 인간!

이 인간이 주저하지 않고 푸른 겁화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와! 정말로 겁화를 뚫는 거야!?”

아카린의 탄성이 나온 다음 순간.

크아아아아아악-

절로 몸서리가 쳐지는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푸른 화염 폭풍에 들어간 인간에게서!

“……!?”

“어!?”

“어, 어어어!?”

“어, 어어어어!”

……

인간들이 경악할 때.

멍하니 겁화를 바라보던 아카린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이대로 두면 재조차 남지 않고 타죽는다!

바로 하늘을 향해 외쳤다.

“야, 이 미친 제사장 놈아! 저기 인간 산채로 타 죽잖아! 빨리 불 꺼! 지금 제물 바치게 생겼어!”

“…….”

어느새 하늘에서 떨어지던 제사장조차 얼음처럼 굳은 상황!

이때 처절한 비명이 뚝- 그쳤다!

“……!”

“……!”

믿기지 않는 현실에, 터질듯한 침묵이 흘렀다.

‘훅- 갔구나!’

이 자리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쿵-

이 순간 아카린이 움직였다.

맹렬히 몰아치는 푸른 화염으로 걸어가 술통을 막은 나무 마개를 뽑았다.

쪼르르륵-

하누만 주조장인의 맑은 술이 조롱박에 가득 담겼을 때.

“멍청하지만 용감했던. 이름 모를 인간 친구 잘 가라.”

아카린은 마지막 인사와 함께 푸른 화염을 향해 조롱박의 맑은 술을 뿌렸다.

화르르르-

맑은 술이 단숨에 불타오르고, 청록빛 마력광이 화염 속에서 치솟을 때.

“…….”

탁-

소용돌이치는 종이 가면을 쓴 제사장이 푸른 화염 앞에 내려섰다!

그리고 홀린 듯이 화염을 바라보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야 어차피 끝장났어. 얼른 화염 치우고 길이나 열어 줘.”

“……도 안 돼.”

“뭐? 지금 뭐라는 거야?”

아카린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제사장은 화염을 향해 발을 내디디며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일기일원공!?”

순간 폭풍처럼 몰아치는 청염의 한가운데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파스스슥-

푸른 화염이 단숨에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 청염의 한가운데 뻥 뚫린 구멍이 생겨났다!

그리고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개한 눈.

수인을 짚은 양손.

머리 위에 뜬 빛을 뿜어내는 화로!

“천문석!?”

“살아 있다!”

“당장 끌어내!”

다급한 외침과 함께 모두가 달리는 순간.

수인을 짚은 손이 잔상을 흘리며 원을 그렸다!

빙글-

커다란 원을 그리는 동안 양손의 수인은 18번 모습을 변화시켰다.

이렇게 수인이 변화하는 매 순간 쏟아져 나오는 오색의 빛!

푸른 화염 폭풍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스스로 불꽃과 열기를 거두고 물러났다!

눈앞에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이 자리의 모두가 이 모습에 홀려 있을 때.

천문석의 반개한 눈이 번쩍 뜨였다.

두 눈에서 번뜩이는 지혜의 빛과 머리 뒤에 떠오른 광륜(光輪)!

광륜에서 신성한 광휘가 쏟아지는 순간 모두의 얼굴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이게 대체!? 지금 무슨 일……!?”

“어, 진짜야!? 이거 꿈 아니지!?”

“부사장님! 믿었습니다! 전 언제나 믿었습니다!”

“어, 어어!? 어어어어!”

“…….”

“설마, 설마 지금 이거!?”

경악한 아카린이 외치는 순간.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이 전해졌다.

[빨…… 리…… 빨…… 리…… ]

“빨리……?”

“어, 지금……?”

“뭐지…… 뭔가 들린 것 같은데?”

“깨달음의 순간 터져 나온다는 고고성!”

허준이 외친 순간.

아카린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고고성! 역시 해탈이구나! 하, 시바! 소원! 당장 소원 빌어야지!”

아카린은 재빨리 무릎을 꿇고 천문석에게 절을 하기 시작했다.

“양조장…… 아니지! 기억! 날아간 제 기억이 돌아오게 해 주세요! 아, 그리고 이름! 이름 좀 주세요!”

순간 그 옆에 털썩 주저앉는 허준.

“검강! 검강의 경지에 오르는 게! 제 평생의 소원입니다!”

아카린과 허준이 연신 절을 하고.

제사장이 넋을 잃은 듯 멍하니 바라볼 때.

다른 동료 모두의 경외 어린 시선이 천문석에게 모였다.

그리고 굳게 닫힌 천문석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조용! 드디어 고고성이 터져 나온다!”

“……!”

“……!”

모두가 바짝 긴장해 대오각성한 자가 세상에 지르는 일성, 고고성을 기다리는 순간!

으아아아아악-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천문석의 힘겨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으아악- 빨리빨리…….”

“……힘들어 뒤질 것 같아!”

“끄어억- 미친놈들아! 구경 그만하고!”

“빨리빨리! 출구로 달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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