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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00화 (60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00화>

천문석이 사라진 순간.

김기철은 각성력을 폭발적으로 일으켰다.

부르르르-

그러나 몸만 거칠게 요동칠 뿐 마비는 풀리지 않았다!

이때 초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흔적이 강해집니다!”

“간격 유지!”

“방심하지 마라!”

“사선 15도!”

“땅으로 유지!”

……

완전히 속아 넘어가 엉뚱한 장소를 뒤지는 헌터들!

‘거기 아냐! 반대쪽이다! 당장 계단으로 달려!’

각성력을 끌어올리며 전력을 다해 외쳤으나 입에서 새어 나온 건 억눌린 흐느낌뿐!

“흐어컥-!”

다시 한번 각성력을 끌어올려 외칠 때.

김기철의 몸에 그림자가 생겨났다!

마치 냄새라도 맡는 것처럼 몸을 타고 오르는 그림자.

그림자가 얼굴에 드리우는 순간 투명한 물의 장막이 처진 듯 세상이 일그러졌다!

‘이게 무슨?!’

뒤늦게 이상을 깨닫는 순간 몸이 번쩍 공중에 들려 바위를 타고 올라갔다!

수직으로 일어선 바위가 순식간에 지나가고, 바위 꼭대기 평평한 암반에 도착했다!

“……!?”

이때 공중에 뜬 김기철은 봤다.

평평한 암반에 드리워진 그림자!

거대한두발짐승이 사냥감을 손으로 집어 든 듯한 모습!

사냥감의 그림자!

그건 자신의 그림자였다!

“흐어어어-!’

악을 쓰며 각성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초지 방향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뭐야?!”

“그림자가 살아 있다!”

“적이다! 그림자가 사방에서 몰려온다!”

타타타탕-

다급한 비명과 마탄 총성이 울리고, 마탄의 청록색 마력광이 초지를 직선으로 갈랐다!

‘여기! 나도 여기 있다!’

김기철이 버둥거리며 외치는 순간 총성이 뚝 그쳤다.

그리고 다급한 비명이 쏟아졌다.

“도망쳐라!”

“마탄이 통하지 않아!”

“고스트?! 고스트가 분명하다!”

정신없이 초지에서 뛰어나와 계단으로 도망치는 헌터들!

그리고 소리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오직 눈으로만 보이는 움직임이 보였다!

달빛 아래 수백의 그림자가 달렸다!

헌터들을 사냥감처럼 번쩍 들고 달리는 그림자!

다른 그림자가 든 헌터를 뺏으려는 그림자!

위협하듯 가슴을 두들기는 그림자!

그리고 도망치는 헌터들을 쫓아 계단으로 달리는 그림자!

헌터들을 낚아챈 그림자들은 재빨리 나무, 바위, 계단의 어둠 속으로 뛰어들고!

허탕을 친 그림자 수백이 암반 위로 몰려왔다!

평평한 암반 위.

수백의 그림자가 김기철 주위를 겹겹이 에워쌌다!

마치 무리 사냥하는 마수가 사냥감을 포위하듯이!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암반 위에 수백의 검은 그림자가 살아 움직이는 기괴한 광경!

생전 처음 보는 마수, 상상조차 하지 못한 광경이었다!

어느새 암반 위에 내려진 김기철은 덜덜 떨며 뒤로 물러섰다.

“이게 대체……? 어?!”

마비가 풀렸다!

김기철은 번개같이 몸을 돌려 달렸다!

이 순간 수백의 그림자가 도망치는 김기철을 향해 쏘아졌다!

수백의 그림자와 그림자가 겹쳐 생겨난 짙은 어둠!

짙은 어둠이 김기철의 그림자에 닿는 순간 못 박힌 듯 멈춰 선 발!

이 짙은 어둠이 발, 다리, 복부를 타고 올라와 강화 전투복의 한 부위에서 멈췄다!

상의 포켓!

“……!”

김기철은 벼락 치듯 깨달았다!

술!

이세기가 손에 묻은 술을 닦아낸 부위다!

초지!

이놈들이 달려간 초지도 이세기가 술을 각성력으로 쏘아 보낸 장소다!

‘이 그림자 마수의 목표는 술이다!’

깨달음의 순간 김기철은 이세기가 달려간 방향을 가리키며 전력으로 외쳤다.

“저기다! 저기에 너희가 노리는 술을 가진 사람이 있다!”

[……!]

[……!]

소리 없는 함성이 울려 퍼지는 순간.

짙은 어둠이 산산이 흩어져 수백의 그림자가 되었다!

이 수백의 그림자는 암반을 지나 계단을 달렸다!

이세기를 향해서!

이 모습을 본 김기철은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 달렸다!

바위를 타고 내려가 산에서 내려간다!

괴물이 나오는 이런 산에는 조금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

김기철은 오솔길에 도착하는 즉시 좌우 벽을 밝고 뛰어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수백의 그림자가 달려간 반대 방향!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계단 아래, 동료들이 도망친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

그리고 곧 사방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악- 도와줘!”

타다다당-

“죽어랏! 좀 죽어!!”

자욱한 안개 속에서 다급한 비명과 외침, 총성과 마력광이 솟구쳤다!

그러나 상대는 마탄이 통하지 않는 그림자 마수!

전투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비명과 총성은 두 번 울리지 않았고, 동료들의 기척은 빠르게 사라졌다!

‘어둠으로 끌려가고 있다!’

직감하는 순간.

툭-

발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묵직한 칼!

김기철은 칼을 집어 들고 바로 각성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웅-

각성력이 담긴 칼이 우는 순간 김기철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무작정 달려서는 안 된다!

그림자가 생길 수 없는 곳 허공을 등진다!

계단 가장자리, 낭떠러지 방향으로 달리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너 살아 있었구나!”

왕체와 최림!

칼과 총을 든 두 사람이 계단 가장자리에 바짝 엎드려 있었다!

“간신히 빠져나왔다. 다른 헌터들은?!”

“모조리 끌려갔다. 남은 건 우리뿐이다.”

왕체가 고개를 젓자, 김기철은 계단 아래를 가리켰다.

“우선 내려가자! 그림자 마수 수백이 이세기 놈을 쫓아 올라갔다! 언제 다시 내려올지 모른다!”

순간 세 사람의 눈에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게이트 전쟁의 승리를 이끈 마탄!

그런 마탄이 통하지 않는 적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앞장선다!”

김기철의 외침과 함께 계단 가장자리에 바짝 달라붙은 세 사람은 정신없이 계단산을 달려 내려갔다!

어느새 안개가 서서히 흩어지고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김기철과 왕체, 최림의 얼굴이 밝아질 때.

쿵, 쿵, 쿵-

육중한 진동이 계단을 타고 전해졌다!

달려가는 방향, 계단 아래에서!

단단한 화강암 계단을 뒤흔드는 진동만으로도 다가오는 존재의 크기와 힘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상전의 제왕, 오우거 급의 몬스터!

뒤에는 정체불명의 그림자 마수가 쫓아오는데, 앞에는 오우거 급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진퇴양난의 상황!

사색이 된 세 사람이 돌처럼 굳어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

쿵-

굉음과 함께 안개 속에서 몬스터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산처럼 솟은 갈색의 거체!

으아악-

이 순간 최림이 괴성을 지르며 소총을 겨눴다.

“야, 이 멍청한 그만!”

왕체가 다급히 외쳤으나 이미 늦었다.

타다다다다다앙-

청록빛 마력광이 줄줄이 쏟아져 산처럼 솟은 갈색의 육체를 때렸다!

끝장이다!

평범한 마탄 사격으로는 오우거급 몬스터의 반발장을 뚫을 수 없다!

왕체와 김기철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도망치려 했다.

이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퐁, 퐁, 퐁-

갈색의 거체에 뚫리는 구멍!

쏴아아아아-

구멍에서 쏟아져 나오는 황금빛 액체!

그리고 계단에 쏟아진 황금빛 액체에서 너무나 익숙한 냄새가 올라왔다.

“술?”

“……술?”

이 순간 뜨거운 열풍이 불어왔다.

파아아앙-

단숨에 안개가 사라지고 시계가 탁 트이는 순간.

왕체와 김기철, 최림 세 사람은 멍하니 눈앞에 나타난 광경을 봤다.

오우거 급 몬스터라고 생각한 갈색 거체의 정체는 거대한 쇠 지게에 실린 산 같이 솟은 나무술통이었다!

이 술 지게 앞 얼굴을 천으로 칭칭 감은 한 사람이 서 있었다.

170 남짓 작은 키에 왜소한 몸.

그러나 이 사람이 고개를 드는 순간.

화안금정(火眼金睛)!

작열하는 화염과 금빛 섬광이 소용돌이치는 눈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세 사람의 의식이 깜빡- 꺼졌다가 살아났다.

빙글빙글빙글-

빠르게 회전하는 시야를 스쳐 지나가는 계단, 암반, 하늘, 안개, 열풍, 달, 별의 강…….

의식이 암전된 찰나의 순간 셋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리고 보였다.

쇠몽둥이를 뽑아 든 왜소한 지게꾼이 주위의 모든 것을 박살 내고 있었다.

화강암 계단이 박살 나고, 거대한 암반을 깨뜨린다!

아름드리나무가 부러져 나가고, 자욱한 안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리고 손을 뻗는 순간 자석에 달라붙듯 날아와 손아귀에 잡히는 그림자 마수!

무지막지한 쇠몽둥이가 그림자 마수를 단숨에 산산조각내고 있다!

[……!!]

[……!!]

그림자 마수의 소리 없는 비명이 천지를 울리는 순간.

왕체, 최림, 김기철.

하늘 높이 떠올라 빙글빙글 회전하며 이 모든 걸 보던 세 사람은 난장판이 된 계단 위로 널브러졌다.

이 순간 셋은 스위치를 내린 것처럼 의식을 잃었다.

* * *

으아아악-

“이런 미친 하누만 놈들!”

깨트리고, 으스러트리고, 쉴 새 없이 쥐어박았다!

마지막 100번째 의뢰인데!

술통에 구멍이 뚫려 버렸다!

하누만의 그림자!

그리고 거기에 놀라서 도망친 얼빠진 놈들이 쏜 화살 때문에!

어이없는 일들이 합쳐져 일어난 환장할 상황!

“이런 젠장, 빌어먹을! 으아아악-.”

하누만의 그림자를 쥐어박아 쫓아내고, 계단을 박살 내고, 바위를 으스러트리고, 나무를 뽑아 던져도 분노가 풀리지 않는다!

99번도 아닌, 100번째에 상품에 흠이 생겼다!

원래대로라면 당장 돌아가서 새 상품을 받아 납품해야 한다!

“……!”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여기서 돌아가면 아무리 경계를 넘어 지름길로 걸어도 시간을 맞추지 못한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더럽게 깐깐한 주조장인 놈이 10배 위약금을 물릴 거다!

‘그냥 눈 딱 감고. 그냥 가져다가 납품할까?’

재빨리 품에서 배송 서류를 꺼내 확인했다.

“가장 위에 술통. 이거 납품받는 녀석이……?”

호랑이 일족!

구멍 난 술통의 인수자는 호랑이 일족!

호랑이 일족 놈들은 미각이 완전 젬병이었다!

“어, 이거 될 거 같은데?!”

순간 지게꾼은 번개같이 움직였다!

꽈드득-

부러진 생나무를 손으로 뜯어내 재빨리 술통 구멍을 막았다!

그리고 마지막 구멍에서 쏟아져 나오는 술을 두 손으로 받아 마셨다.

순간 입안에 가득 차오르는 이질적인 마력!

크아악, 퉤퉤퉤-

술을 뱉어 낸 지게꾼의 시선이 기절해 널브러진 인간들을 훑었다!

“이런 미친 새끼들! 독화살을 쏜 거야?! 하, 이 겁 없는 녀석들!”

허공도에서 독을 쓰다니!

제사장이 눈을 뜨는 순간 이놈들은 작살이 난다!

그리고 자신도 경계를 넘었다고 개 박살이 나겠지!

아니, 이건 어차피 나중 일, 얼굴에 철판을 깔고 오리발을 내밀면 된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하는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놈들이 쓴 독화살이 술통을 관통하며 술이 완전히 맛이 갔다!

저주에 가까운 이질적인 마력이 술에 담겨!

입에 머금는 순간 뜨거운 유황 연기를 머금은 듯한 작열감이 느껴진다!

“하, 시바! 이거 호랑이 일족 놈들이 아무리 미각이 꽝이어도 걸릴 것 같은데…… 어, 잠깐만…….”

순간 한가지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성주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한번 먹어 보겠다고 체면과 겉치레에 온 힘을 다하는 호랑이 일족!

이번 여우 일족과의 정략결혼에 값비싼 하누만 주조장인의 술을 주문한 것도 그 겉치레의 하나!

그 겉치레 결혼식에 경계를 넘어 인간이 나타난다면?!

그리고 그 인간들이 호랑이 일족이 준비한 이 술을 마시며 끝내준다고 탄성을 터트리면?!

순간 지게꾼의 두 눈에 금빛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

먹힌다!

이건 반드시 먹힌다!

겉치레에 미친 호랑이 일족 놈들은 체면 때문이라도 절대 술맛이 이상하다고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지게꾼의 눈이 기절한 인간들에게 향했다.

이 세 인간이 이 끓는 유황 같은 술을 마시고 끝내준다는 탄성을 터트려야 한다는 것!

이건 경계를 넘나들며 요마괴이를 털어먹는 사기 도박꾼이나 할법한 미친 짓이다!

하지만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기절한 인간들을 바라보는 지게꾼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생겨났다.

이 술통에 독화살을 날린 게 이 인간들이다!

자기가 친 사고는 자기가 해결하는 게 당연한 일!

맛 간 술 좀 마신다고 죽지는 않는다!

죽지는 않는다, 죽지는!

하하, 하하하-

지게꾼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기절한 인간들을 휙휙 지게 위로 던져 올렸다.

그리고 쇠 지게를 짊어지고 바람같이 계단을 달렸다!

하누만의 그림자가 경계를 넘어 인간을 납치했고, 경계를 넘어온 인간이 독화살을 사용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가 연이어 터진 상황.

허공도의 제사장도 이상을 느꼈을 거다.

지게꾼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금빛 섬광이 눈에 맺히는 순간 달과 별의 강 너머 거울처럼 비치는 허공도가 보였다.

이 끝없이 펼쳐진 허공도의 최정상, 밑동이 잘려 나간 선조의 나무가 있는 광장.

이 광장 한쪽에 자리한 제사장의 집이 보였다,

잠든 제사장이 깨어나는 건 시간문제!

분노한 제사장이 사고를 수습하러 넘어오기 전에 다시 한번 경계를 넘어가야 했다!

호랑이 일족이 있는 성으로!

쿵쿵, 쿵쿵쿵-

육중한 울림이 계단산을 빠르게 올라갔다.

천문석과 그 일행들.

그리고 수백의 하누만의 그림자가 달리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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