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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95화 (59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95화>

활짝 열린 문에서 쏟아지는 빛!

이 빛은 문 너머 지하실 중앙 타원에서 생겨나고 있었다!

높이 2미터, 너비 1.5미터의 빛의 타원!

쿵쿵, 쿵쿵쿵-

빛의 타원이 심장 뛰듯 맥동할 때마다.

파스스스스슥-

새하얀빛이 파도치듯 사방으로 밀려 왔다.

가로세로 10미터가 훌쩍 넘는 지하실 안에는 빛으로 만들어진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상상을 뛰어넘는 광경!

천문석은 내심 감탄했다.

과연 특이 던전!

예전 무림 던전에서 본 평범한 입구와는 차원이 달랐다!

천문석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기가 이번 의뢰 목적지 던전 입구야. 궁금한 게 많겠지만, 급하니까 우선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저게 던전이라고?”

“……정말로 저게 던전인가요!?”

“던전 입구요!? 설마 저게 던전이라고요!?”

“던전!? 드디어 특급 헌터가 임무를 수행하러 간다!”

이 순간 천문석은 일행의 말에서 묘한 뉘앙스를 느꼈다.

눈앞에 있는 빛의 타원이 절대 던전일 리 없다는 확신에 찬 외침!

“교수님……?”

한호석 교수에게 시선을 돌리는 순간 보였다.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본 것처럼 얼어붙은 얼굴!

‘뭔가 잘못됐다!’

깨닫는 순간 몸이 먼저 움직였다!

특급 헌터를 낚아채고, 팔을 활짝 펼쳐 일행을 품에 안고 폭발적으로 일으킨 내력으로 땅을 내려찍는다!

쿵-

일행을 모두 안고 단숨에 계단을 뛰어오르는 순간.

파아아아앙-

지하실에 휘몰아치던 빛이 밀려 와 천문석과 일행을 휩쓸었다.

허준 카티야.

최설과 진교은.

한호석 교수.

특급 헌터와 사슴이, 반짝이.

그리고 모두를 품에 안고 달리던 천문석까지.

일행 모두는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몰아치는 빛에 휩쓸려 던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모두를 삼켜 버린 빛의 파도가 계단을 넘어 대피소로 밀려 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심장 뛰듯 맥동하는 빛은 점점 강해져 어느새 빛의 폭풍이 되어 대피소 안에 몰아쳤다!

휘이이잉-

집기가 날아가고 침대와 냉장고, 싱크대가 들썩이기 시작할 때 대피소 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쾅쾅, 쾅쾅쾅-

왕체와 최림, 철검장 헌터.

김기철, 칠성파 헌터.

전문 추적팀.

천문석을 쫓아온 이들은 문을 뚫기 시작했다!

던전의 빛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대피소 문을!

* * *

쾅, 쾅, 쾅-

철검장과 칠성파의 헌터들은 커다란 바위와 나무 기둥으로 쉴 새 없이 대피소 문을 내리쳤다!

벌써 30분이 지났지만, 문은 여전히 뚫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만 멈춰라!”

추적팀 리더가 헌터들을 제지하고 왕체를 봤다.

“이거 아무래도 그냥 문이 아닌 거 같습니다. 강화 강철. 그것도 보안 등급 강화 강철로 만든 보안문 같습니다.”

“그래서 방법이 없나?”

“벽째로 폭파하면 열 수는 있는데…….”

추적팀 리더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끝을 흐리는 순간.

왕체는 바로 딜을 걸었다.

“보수에 큰 거 한 장을 더 얹어 주겠다.”

“……그게 아니라. 잠시 따로 말씀드려도 될까요?”

추적팀 리더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수풀이 우거진 장소로 왕체와 김기철, 추적팀 리더가 이동했다.

추적팀 리더는 목소리를 낮춰 입을 열었다.

“저 대피소 뭔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고?”

김기철의 말에 바로 지도를 꺼내 내미는 추적팀 리더.

“지금 대피소가 있는 곳은 여기. 안정화 권역 안입니다.”

왕체는 말없이 고개만 까닥였다.

“마수나 몬스터가 나오는 지역도 아닌데 보안이 너무 강합니다. 아무래도 저 대피소는 위장 같습니다.”

“위장?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이세기가 저 안에 없다는 거야!?”

“흔적은 분명 저 안으로 이어졌습니다. 타겟이 저 안에 있을 확률은 7할 이상입니다. 그런데…….”

추적팀 리더는 마른침을 삼키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더 대피소 대형 길드, 헌터팀, 기업의 비밀 창고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강제로 열었다가는 그쪽과 불편한 관계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순간 왕체와 김기철의 눈이 마주쳤다.

‘이세기의 배후구나!’

‘이세기 놈! 역시 뒤가 있었구나!’

“내가 모든 걸 책임진다!”

김기철이 장담하고.

“큰 거 2장 주겠다! 문만 열어 주면 된다!”

왕체가 당근을 제시했다.

어차피 호랑이 등에 탄 상황, 게다가 통신 장애까지 발생했다.

흔적을 깔끔하게 지워 버리면 문제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추적팀 리더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보안문으로 돌아온 즉시 문틀 주위에 구멍을 뚫고 폭약을 깔고 바로 폭발시켰다.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문은 틀째로 넘어갔다!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그리고 뻥 뚫린 문으로 대피소 안에 갇혀 있던 빛의 폭풍이 쏟아졌다!

폭발이 일어나 문이 날아가고 빛의 폭풍이 쏟아진 건 그야말로 찰나!

멀찍이 떨어져 대기하던 왕체와 최림, 김기철.

철검장과 칠성파의 모든 헌터들과 전문 추적팀까지!

이 자리의 모두는 빛의 폭풍에 휩쓸려 던전으로 빨려 들어갔다!

휘이이이잉-

그리고 풀려난 빛의 폭풍은 하늘 높이 솟구쳤다!

다섯 게이트에서 쏟아진 마력 파장이 만들어 낸 거대한 마력회로가 있는 하늘로.

그리고 빛의 폭풍과 마력회로가 닿는 순간!

남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마법 회로가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찰나의 순간 어둠이 사라지고, 하늘과 지상이 환하게 밝혀졌다!

워커 실트의 ‘대마법 추적’이 마침내 완성됐다!

“드디어!”

이 순간 옥탑방 옥상에 앉아 있던 워커 실트가 움직였다!

번개같이 일어나 완성된 대마법에 고유 마력 패턴을 새겼다!

[시간 오류 수정자, 에코!]

[무기 제작자, 무겐다흐 아리엘!]

두 사람의 마력 패턴이 대마법에 새겨지는 순간!

쿠르르르르르르-

하늘이 북 치듯 진동하며 드높은 허공의 한 점으로 마력회로가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대마법 추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까마득히 높은 하늘에 생겨난 거대한 화살표 둘로!

핑그르르-

거대한 화살표는 정신없이 회전했다!

타겟을 추적하는 과정!

하지만 이미 역추적이 시작됐다!

화살표가 멈추길 기다릴 시간은 없었다!

워커는 옥상을 달려 난간 너머로 훌쩍 몸을 던졌다.

주르르르륵-

가스관을 타고 미끄러져 지상에 내려서는 순간.

정신없이 회전하는 화살표 둘에서 방향성이 느껴졌다.

[남서쪽!]

‘둘 다 같은 곳에 있구나!’

워커는 전력으로 달리며 화살표 아래를 확인했다.

자신이 펼친 대마법 추적 아래에는 밤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 전능 옥좌가 떠 있었다!

이건 무조건 100%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

이미 전능 옥좌의 마도왕은 역추적을 시작했을 거다!

이제는 시간 싸움이다!

재금 그룹을 만든 정체불명의 마도왕에게 꼬리를 잡히기 전에, 에코와 무겐다흐를 찾아 재빨리 흔적을 지우고 튄다!

한국은 초거대 기업 재금 그룹의 홈그라운드다.

하지만 워커는 이 일을 해낼 자신이 있었다!

대마법 추적에 이미 한번 당해 봤기에, 이 대마법이 얼마나 까다로운 마법인지 너무나 잘 알았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하늘에 뜬 두 개의 화살표!

이 화살표는 에코와 무겐다흐가 어디로 도망가든 그 위치를 가리킨다!

게다가 직접 당했던 자신의 개량까지 더해졌다.

에코와 무겐다흐가 그 어떤 변장을 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카카카카캌-

워커는 웃음을 터트리며 거리를 달렸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얼굴로 하늘에 나타난 화살표를 살피는 사람들!

워커는 사람들 사이를 번개같이 빠져나와 목적지에 도착했다.

택시 정류장!

마침 멈춰 선 택시가 보였다!

한달음에 달려가 택시에 타는 순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택시 기사가 반사적으로 인사했다.

“안녕하…… 꼬맹이 너 혼자냐?”

“따블! 진도까지!”

워커는 오만원권 20장을 건네며 외쳤다.

부으으응-

택시는 진도를 향해 바로 출발했다!

이 순간 택시에 탄 워커는 하늘에 나타난 화살표를 바라보며 계획을 세웠다!

아직 완전히 고정되지 않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남서쪽!

한국의 남서쪽 끝 도시 진도로 이동하다가, 화살표의 방향이 변하는 순간 경로를 바꾼다!

대마법 추적, 화살표가 완성된 이상 에코와 무겐다흐를 잡는 건 시간문제!

그리고 두 녀석을 잡으면, 이세기 그놈을 찾아 복수전을 펼치는 것도 순식간이다!

카카카카캌-

워커 실트는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워커 실트가 부하들을 잡기 위해진도로 향하고 있을 때.

이상 현상에 바짝 긴장해 대응 중이던 사람들도 움직이고 있었다.

-게이트 이상 현상으로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

“뭐가 생겼다고요?”

“……하늘에 화살표가 생겼습니다.”

“혹시, 헌터 업계 은어 같은 겁니까?”

“그게 아니라 진짜 빛의 화살표가 생겼습니다.”

“…….”

-비상이 걸려 출동 태세를 갖춘 헌터 부대와 기갑 부대.

“소령님. 저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화살표에 미사일이라도 쏘자고?”

“…….”

-재금 보안의 긴급 대응팀을 움직인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 수석 연구원.

“……하아. 저건 또 뭐야……?”

“아니, 돌은 놈인가!? 게이트 통제권을 뺏어서 하늘에 화살표를 그렸다고!?”

“…….”

-긴급 동원 대상인 1종 길드, 태성 길드 길드장실.

“저거 내 눈에는 화살표로 보이는데…… 세영이 넌 어떠냐?”

“화살표가 맞는 것 같은데? 그런데 하늘에 왜 화살표를 만들어? 뭐하러?”

“…….”

“…….”

대한민국 모두가 갑자기 밤하늘에 나타난 번쩍이는 화살표, 워커 실트의 대마법에 어이없어했다.

이때 워커의 옥탑방을 두들기는 사람이 있었다.

쿵, 쿵, 쿵-

“야, 안에 있어!? 꼬맹이 열어 봐! 엄마가 걱정된다고 내려 와 있으래!”

한참을 두들겨도 기척이 없자.

바로 도어락을 열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 주인집 중학생 딸.

방으로 들어간 주인집 딸은 방 안을 확인하고 베란다 너머 옥상까지 살폈다.

“뭐야? 얘 어디 갔어?”

의아해하는 순간 방 한가운데 떨어진 봉투가 보였다.

봉투를 집어 들자 그 안에 가득 채워진 5만원권과 매직펜으로 겉에 쓰인 글자가 보였다.

[월세!]

빙글 돌려보니 뒷면에 적힌 짧은 문장.

[나 잠깐 놀러 간다. 주인집 꼬맹이! 냉동실 메로나는 너 줄게 먹고 세배로 갚아라!]

“이게 누나한테.”

피식 웃으며 냉동실 문을 열고 메로나를 몇 개 꺼냈다.

“이건 앙꼬 가져다줘야겠네.”

주인집 딸은 바로 옥탑방을 나와 아래, 아래층, 401호를 두들겼다.

이렇게 대한민국 모두가 어이없어하고, 워커 실트가 에코와 무겐다흐를 찾아 남서쪽 진도로 출발했을 때.

에코는 바닷가 리조트 창가에서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여기서 뭘 하는 걸까?”

순간 1층에서 들려오는 아리엘의 외침.

“에코! 얼른 내려 와 끝내주는 파티 있대! 우리도 가자!”

“……먼저 가세요. 따라갈게요.”

에코는 손을 흔들고 문득 고개를 들어 북동쪽 하늘을 봤다.

깜깜한 북동쪽 하늘로 나아가면 나오는 장소들.

팔라완, 루손섬, 대만, 동중국해, 제주도, 진도.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시작된 장소.

서울 광화문.

“하아- 아리엘님 말대로 하는 게 아니었는데…….”

에코는 깊은 한숨과 함께 몸을 돌려 아리엘이 있는 1층으로 향했다.

에코가 사라진 난간에는 전단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당신 인생 최고의 석양 – 코타키나발루!]

에코와 무겐다흐 두 사람은 코타키나발루에 있었다.

태풍을 피해 도망친 현대정보컨설팅 그룹과 함께.

지금껏 워커가 계획 했던 많은 일이 그러했듯이 심력을 기울여 완성한 ‘대마법-추적’은 헛된 일이 돼버렸다.

그러나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정부와 군대, 길드와 수많은 사람이 허탈하게 웃게 했고.

천문석과 그 일행, 철검장과 칠성파 헌터들 모두가 이상 던전에 삼켜지게 했으니까.

이렇게 흑전의 주인 천문석이 이상 던전, 허공도의 그림자 세계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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