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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91화 (59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91화>

허준이 승합차에서 몸을 던지는 순간.

사방에서 헤드라이트 불빛이 쏟아지고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눈치챘다! 차에서 뛰었다!”

“도로 옆! 수풀이다!”

“플래시부터 비춰라!”

“거리 유지! 함부로 접근하지 말아라!”

“장갑 SUV 전진!”

“도로 막고! 승합차 확인한다!”

노련한 지시가 빠르게 쏟아지고, 섬뜩한 냉기가 전신을 훑고 지나간다!

‘마탄 사선에 걸렸다!’

직감하는 순간 수풀로 떨어지던 허준은 그대로 몸을 굴려 경사로 미끄러졌다!

콰르르르르르-

거친 풀과 나뭇가지, 모래와 자갈에 쓸리는 전신!

전신을 찌르고, 때리고, 긁는 충격이 쉴 새 없이 전해졌다.

오러를 일으키면 단숨에 사라질 충격!

하지만 지금 오러를 일으키면, 스스로 불을 밝힌 사격 표적지가 되는 꼴이다!

허준은 이를 악물고 맨몸으로 비탈을 굴렀다.

콰아앙-

이때 도로 위에서 충돌음이 들려왔다.

승합차와 장갑 SUV가 충돌한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사방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2인 1조!”

“거리 유지! 사선 확인!”

“바로 승합차 안부터 확인한다!”

“도로 옆 수풀에는 없습니다!”

“여기! 비탈로 구른 흔적이 있습니다!”

“너, 너너! 셋! 바로 아래로 내려가 쫓아라!”

“승합차는 확인했냐!?”

“차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방금 뛰어내린 운전사만 타고 있었습니다!”

“빠져나간 차는 없다!”

“법왕사! 이세기 놈은 분명 법왕사에 있다!”

“장갑 SUV! 모두 법왕사로 올라간다!”

마지막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콰르르르-

소총을 든 헌터 셋이 비탈로 미끄러지고.

부아아앙-

장갑 SUV들이 도로 위 법왕사를 향해 줄줄이 달렸다!

허준은 몸을 낮춘 채 수풀 사이를 달리며 이 모든 걸 봤다.

낯익은 얼굴의 헌터가 장갑 SUV에 타는 모습까지!

조폭 김기철!

생각대로 그 녀석이었다!

골목에서 자신과 이세기에게 총구를 겨눴던 용역 헌터!

몰려 오는 헌터 쓰나미에 휩쓸려 아작이 난 그놈들이 꼬리로 붙었다!

‘어떻게 꼬리를 잡았지!?’

순간 스치듯 본 승합차 번호판이 기억났다.

[775하 6751]

렌터카 번호판!

렌트한 승합차를 추적했구나!

허준의 시선이 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법왕사로 올라간 장갑 SUV는 모두 다섯 대, 헌터의 총수는 대략 30, 40명!

그러나 자신의 뒤에 꼬리로 붙은 헌터는 셋뿐이다!

마탄이 채워진 소총으로 무장했지만, 지금 자신의 주위는 익숙한 환경, 수풀이 우거진 산이다!

헌터 셋을 따돌리고 강릉 시가지로 도망치는 건 너무나 간단했다.

그리고 지금 강릉 시가지는 국가 헌병대가 샅샅이 훑고 있을 거다.

소총을 들고만 있어도 던전 노역장에 끌려 간다.

자신이 강릉 시가지, 아니 민가가 있는 곳까지만 달려도 더는 추격할 엄두도 내지 못할 거다.

넉넉잡고 한, 두 시간만 달리면 된다.

하지만 이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생각났다.

승합차 지붕에 매달린 자신에게 주저 없이 손을 내밀던 이세기.

위험한 곳으로 승합차를 몰아오고, 선물이라고 지렁이를 쥐여 주던 꼬맹이.

이세기는 법왕사에서 의뢰인을 만나 칠성산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칠성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빤했다.

이 뻔한 길을 올라 수십 명의 헌터들이 뒤를 잡고 마탄을 쏟아부으면 이세기와 그 동료들은 끝장이다!

허준은 문득 멈춰 서서 위와 아래를 번갈아 봤다.

-소총으로 무장한 헌터 수십 명이 올라간 위험한 칠성산.

-국가 헌병대가 순찰을 돌고 있을 안전한 강릉 시가지.

위험한 칠성산에는 이세기와 꼬맹이가.

안전한 강릉 시가지에는 동료들이 있다.

두 선택지를 번갈아 본 순간.

허준은 선택했고 주저하지 않고 달렸다.

이건 고민할 것도 없는 문제였다.

동물을 사냥하는 사냥꾼들에게 수많은 금기가 있듯.

마수와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들에게도 수백 가지 금기가 있다.

법으로 정해진 게 아니기에 더욱 철저히 지켜지는 금기.

그중 두 번째 금기가 ‘정산은 철저히’다.

도움을 받았다면,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

강릉 인근 지리는 몇 번의 가짜 센트라 사건으로 빠삭한 상태. 게다가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다!

허준은 맨몸으로 달려도 장갑 SUV보다 빨리 칠성산을 올라 이세기를 찾을 자신이 있었다!

더럽게 빡세겠지만!

“하, 시바! 뭐 신세 갚을 시간이 이렇게 빨리 와.”

피식 웃은 허준은 엄청난 속도로 수풀을 달려 칠성산을 올랐다!

* * *

천문석과 특급 헌터, 최설은 빠른 걸음으로 등산로를 걸었다.

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지게에 한 사람을 올리고 산을 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해가 지고 점점 어두워지는 한밤의 산.

어둠에 시야가 가려지면, 심력과 체력 소모는 몇 배로 늘어난다!

그러나 천문석과 특급 헌터, 최설 세 사람은 뛰듯이 칠성산 등산로를 타고 있었다.

앞장선 천문석이 절정의 기감으로 길을 열고.

가운데 특급 헌터는 은은한 빛을 뿜는 화로를 길을 밝혔다.

그리고 일행의 후미 최설도 예전의 비서 최설이 아니었다.

부산 던전 배송의뢰에서 산처럼 짐이 쌓인 지게를 짊어지고.

늪지, 산지, 소금 평원…… 온갖 지형을 걷고, 달리며 몬스터와 싸웠다.

등산로를 달리는 지금, 최설은 다시 한 번 놀랐다.

기초체력이 놀랍도록 향상됐다!

사람 한 명 태운 지게를 짊어지고, 등산로를 이동한 지 벌써 30분이 넘었는데도 호흡이 일정했다!

이렇게 산을 오른 지 40분 후 셋은 출입금지 표시가 붙어 있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한 5분만 여기서 기다려라. 길 맞는지 확인 좀 하고 올게.”

지게를 벗어 세워둔 천문석은 지도를 접어들고 출입금지 표시가 된 등산로로 들어갔다.

갈림길에 남은 건 최설과 특급 헌터 두 사람.

그리고 지게에 칭칭 묶여 있는 한호석 교수와 진교은 둘이었다.

이미 해는 완전히 넘어갔고, 짙은 구름에 별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렸다.

그러나 특급 헌터와 최설이 있는 곳 주위는 부드러운 빛에 사물이 훤히 보였다.

이 빛은 특급 헌터의 목에 걸린 주먹만 한 무쇠 공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주먹만 한 무쇠 공에서 뿜어지는 은은한 빛.

최설은 물끄러미 무쇠 공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LED는 아닌 거 같고, 가스 등인가요? 빛이 아주 특이하네요?”

“이거 등 아냐! 화로야!”

“그게 화로라고?”

“보여 줄게! 이렇게 하면 따뜻해져!”

특급 헌터는 한 손에 화로를 들고 다른 손의 퐁퐁검으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깡깡, 깡깡깡-

화르륵-

송송 뚫린 구멍에서 넘실거리는 불꽃과 확 올라오는 열기!

“……!?”

최설이 경악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화로를 뒤집어 잡고 두들겼다.

파스스-

순간 숨구멍에서 넘실거리던 불꽃이 사라지고 차가운 냉기가 담긴 안개가 쏟아졌다!

“……이거! 이거! 이거!?”

당황한 최설이 뭐라 말을 잇지 못할 때.

당당히 외치는 특급 헌터.

“화로!”

“그 화로 보통 물건이 아니잖아!? 어떻게 이런 걸 목에 걸고…….”

깜짝 놀라 외치던 최설은 돌연 탄성을 터트렸다.

“장민 대표님!”

특급 헌터는 장강 유통 장민 대표의 아들이다! 그게 모든 걸 설명해 준다!

과연 장강 유통의 로열패밀리!

“와, 이런 마도구를 아이한테까지 주다니!”

최설이 감탄하는 순간.

특급 헌터가 깜짝 놀라 외쳤다.

“뭐!? 장민이 이렇게 훌륭한 화로를 줄 리가 없잖아! 이거 알바가 세연 빌려 준 거! 내가 엄청 열심히 해서 딴 거랑 말야!”

“……뭐를 어떻게 했다고?”

“내가 자세히 설명해 줄게.”

특급 헌터는 화로를 자랑스레 내밀며 빠르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나랑 알바, 세연이 제주도를 갔어!”

“우리 물썰매 타고 엄청 재밌게 놀았는데!”

“알바가 혼자서 카지노를 갔어!”

“나도 룰렛 엄청 돌리고 싶었는데 엄청 화가 났단 말야!”

“그래서 알바 오면 분노하려고 했는데. 할머니랑 세연이 화투 치자고 했거든?”

“에휴- 그런데 할머니랑 세연은 화투를 너무 못해. 내가 살살 해 줬는데도 다 이겼어.”

그리고 ‘알겠지?’라는 표정으로 최설을 보는 특급 헌터.

“……!?”

최설은 온 정신을 집중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 전에 방금 설명에 화로 이야기는 아예 들어 있지도 않았다!

“지금 그 이야기가 화로랑 무슨 상관이…….”

이때 지게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그 세연이란 분 이름이 류세연인가요!?”

어느새 깨어난 진교은이 특급 헌터에게 질문을 던졌다.

“앗! 세연 누나 어떻게 알아!?”

“교은아!? 정신이 들어!? 너 몸 어때!?”

“괜찮아. 이것 좀 풀어 줘.”

“알았어! 잠시만!”

최설은 재빨리 지게에 친구를 고정한 밧줄을 풀었다.

바로 지게에서 내려 오더니 특급 헌터에게 다가가는 진교은.

“혹시 할머니란 분 이름이…… 임옥분 여사님?”

“으앗! 할머니도 알잖아!”

깜짝 놀라는 특급 헌터.

순간 진교은은 깨달았다.

임옥분 여사님의 집에 놀러 왔다던 손녀, 류세연!

그리고 류세연과 같이 왔다던 아이!

그 아이가 부가티 헌터 미니를 타고 거대 괴수와 몬스터, 마수가 쏟아져 나온 해변을 달려 사람들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아이가 지금 눈앞에 있는 장민 대표의 아들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인연이 이어져!?’

감탄하는 순간 진교은은 문득 깨달았다.

류세연, 특급 헌터와 함께 제주도에 온 사람은 한 명 더 있었다!

마찬가지로 직접 보지는 못하고 이야기만 들은 남자!

진교은은 바로 확인했다.

“혹시 부사장님도 제주도에 같이 갔나요!?”

“앗! 어떻게 알았어! 맞아! 나중에 온 철수형까지 우리 넷이서 엄청 재밌게 놀았어!”

“철수형? 김철수 사장님!? 교은이 너 전에 우리 사장님도 만났던 거야?”

깜짝 놀란 최설이 묻는 순간.

특급 헌터가 번쩍 손을 들고 대답했다.

“이 화로 거기 제주도에서 알바가 나한테 준거야!”

“네?”

“……네?”

뜬금없는 이야기에 반문하는 순간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스럽게 대답하는 특급 헌터.

“나랑 알바는 엄청엄청 친하거든! 이거 보이지! 퐁퐁검! 이것도 알바가 나 빌려 준 거야!”

당당히 퐁퐁검을 내밀고 휘두르는 특급 헌터.

퐁퐁, 퐁퐁퐁-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비눗방울 같은 거품이 바람에 흩날린다.

톡-

몸에 닿아 거품이 사그라지는 순간.

구으으-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를 따라 퍼져 나가는 감각.

아득한 그리움!

뜬금없는 이야기에 당황하던 최설과 진교은은 어느새 홀린 듯이 특급 헌터를 봤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따스한 빛을 뿌리는 화로를 목에 걸고, 아득한 그리움이 담긴 비눗방울을 쏟아 내는 막대기를 휘두른다.

화르르-

바람에 실린 온기가 파도치듯 밀려 오고.

톡, 톡톡-

흩날리는 비눗방울이 터질 때마다 풀이, 바람이, 나뭇잎이 노래한다.

우수수수수-

문득 불어오는 바람에 이 노랫소리가 실려 하늘 끝까지 불어간다.

휘이이이잉-

바람에 구름이 흩어지고 칠흑 같은 밤하늘에 모습을 드러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

천공에서 별이 빛나는 순간.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 풍뎅이가 빙글빙글 춤을 추고.

정글모에 앉은 사슴벌레가 뿔피리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를 냈다.

구으으으으으-

하늘의 별.

지상의 바람.

우뚝 솟은 나무.

작은 풀과 돌 하나까지.

모두가 퐁퐁퐁- 아득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퐁퐁검을 주시할 때.

최설과 진교은 두 사람은 홀린 듯 특급 헌터를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한발 앞으로 걸었다.

이때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뭐하냐?”

* * *

출입금지 등산로에서 나타난 천문석.

“알바! 내가 화로랑 퐁퐁검 보여 줬어!”

특급 헌터는 한달음에 달려가 퐁퐁검과 목에 건 화로를 번쩍 들어 보였다.

“우와 잘했네.”

천문석은 영혼 없는 칭찬을 하고 최설을 보다가 반색했다.

최설 옆에 정신을 차린 진교은이 서 있다!

“진교은씨 깨어났군요! 최설 이쪽 길 맞아. 30분 정도 가면 산장에 도착하겠다. 우선 산장에서 의뢰인이 깨어나는 거 기다리자.”

“…….”

“…….”

홀린 듯이 특급 헌터만 바라볼 뿐 뭐라 답을 하지 못하는 최설과 진교은.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봤다.

“야, 너 뭐 했냐? 분위기 왜 이래?”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앗! 맞아! 우리 엄청 친한 거 가르쳐 줬어! 이 화로랑 퐁퐁검 빌려 준 거도 알려 주고! 카카캌-.”

여전히 넋 나간 듯 특급 헌터를 바라보는 두 사람.

‘뭐지, 그게 이렇게 놀랄 일인가?’

천문석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번쩍 특급 헌터를 들어 좌우로 움직였다.

휙, 휙-

좌우로 움직이는 특급 헌터를 따라 움직이는 최설과 진교은의 시선!

“알바! 내가 다시 한 번 깨울까!? 카카캌-.”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작은 주먹을 불쑥 내미는 특급 헌터!

쓰르르르-

주먹 안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악마 같은 꼬맹이 녀석!

지렁이를 넘어 귀뚜라미라고!

이 순간 천문석은 최설과 진교은의 넋 나간 표정이 이해됐다!

두 사람의 넋 나간 얼굴은 황 비서와 똑같았다!

악마 꼬맹이로 악명 높은 특급 헌터!

앞으로 특급 헌터에게 시달릴 생각에 넋이 나간 거구나!

천문석은 진심으로 두 사람을 격려 했다.

“힘내라! 나도 키즈카페에서 이 녀석 덕분에 힘들었는데. 하루하루 버티니까 어떻게든 살아지더라.”

“뭐!? 그럴 리가!? 키즈카페에서! 내가 알바랑 맨날맨날 얼마나 재밌게 놀아줬는데!?”

진심으로 깜짝 놀라는 특급 헌터!

“야, 너 기억 안 나!? 내가 천장에 어린이 젤리 발자국 닦을 때! 너 돌머리에 배 맞고 한 방에 훅 가는 줄 알았어!”

“아…… 그렇지! 맞아! 내 머리는 삼촌도 인정한 돌머리야! 카카카-.”

특급 헌터는 자랑스럽게 웃었다.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최설과 진교은 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딱-

“바로 이동하자. 의뢰인 깨어나고, 던전 들어가서 캠프 차리려면 빠듯하겠다.”

천문석은 지게를 지고 특급 헌터를 휙 목말 태우고 앞장섰다.

최설과 진교은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 뒤를 따라갔다.

“…….”

“…….”

한참을 말없이 걷던 진교은이 문득 물었다.

“특급 헌터…… 혹시 각성자니?”

최설도 같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의 각성 확률도 제로나 마찬가지,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아이가 각성했다는 말은 소문으로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방금 퐁퐁검을 휘두르던 특급 헌터를 본 최설은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목말을 타고 신나게 나뭇가지를 휘두르는 아이, 특급 헌터.

목말을 태우고 지게까지 짊어진 채 빠르게 나아가는, 천문석.

최설은 문득 천문석과 특급 헌터, 두 사람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왜 갑자기 별처럼 멀게 느껴지지…….”

옆에서 걷는 진교은이 한 말처럼.

바로 앞에 있는 두 사람이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별처럼 느껴졌다.

최설과 진교은은 눈을 뜬 채로 꿈을 꾸듯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대환단!

암살검 한경석이 암살검의 이름으로 경고까지 하며 꼭꼭 전하라고 했던, 현재 대환단 상황.

천검 이세기!

천문석이 남중국의 절대자와 같은 이름을 가명으로 댔던 일.

최설과 진교은은 두 가지 모두를 잊은 채 홀린 듯이 천문석과 특급 헌터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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