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90화>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의뢰인, 한호석 교수!
카카카캌-
웃음을 터트리며 신나게 그 뒤를 쫓는 특급 헌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최설! 의뢰인 챙겨!”
외침과 동시에 땅을 박차고 가속한다!
탁, 탁, 타아악-
매 걸음 쭉쭉 뻗어 나가는 몸!
단숨에 의뢰인을 스쳐 지나가.
용의 발톱, 용조수로 특급 헌터를 낚아챈다!
휘잉-
거센 바람이 일어나는 순간.
“이야압!”
기합과 함께 펄쩍 몸을 날려 피하는 특급 헌터!
엄청난 반사신경!
그러나 예상했다!
특급 헌터가 몸을 날리는 곳에는 이미 천문석의 발이 기다리고 있었다!
파앙-
닿는 순간 단단히 응축된 내공이 폭발, 특급 헌터를 공중으로 띄웠다!
“으앗! 빙글빙글 돌잖아!?”
배구공처럼 핑그르 회전하며 하늘로 뜬 특급 헌터!
천문석은 재빨리 특급 헌터를 낚아채 옆구리에 끼웠다.
“야! 너 의뢰인 찾으라니까 놀라게 하면 어떡해!?”
“뭐!? 그럴 리가 없잖아! 저 아저씨가 사슴이 보고 엄청 좋아했어! 그래서 내가 사슴이 자세히 보여 주려고 한 거야! 알바! 자세히 봐봐! 사슴이는 전혀 무섭지 않아! 엄청 훌륭한 사슴벌레란 말야!”
구으으으-
공기를 울리며 톱날 집게를 들어 올리는 사슴벌레는 곤충도감에 실릴 정도로 훌륭했다.
하지만 이 사슴벌레의 진정한 정체는 100미터가 훌쩍 넘는, 어지간한 상급 마수와 몬스터도 걸리는 순간 1초 컷을 내는 초거대 괴수다!
“됐고 얼른 사과하자.”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옆구리에 낀 채로 한호석 교수에게 다가갔다.
“교수님. 죄송합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호석 교수는 다급히 외쳤다.
“그 아이 손에 사슴벌레! 그놈 엄청나게 위험한 생명체입니다! 빨리 풀어 줘야…… 아니, 아무데서나 풀어 주면 안 되지!? 어떻게 하지!? 맞아! 찬석이! 헌터 부대 찬석이가 있었지!”
한호석 교수는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다가 분통을 터트렸다.
“빌어먹을 전파 교란! 당장 낙동강 전선으로 가야 합니다! 그곳에 이 녀석들 돌려보낼 수 있는 입구가 있습니다! 이놈들! 이놈들이랑 엮이면 상상을 초월하는 청구서를 받아요! 숨 쉬는 것도 돈을 내야 합니다!”
공포에 질린 눈으로 알 수 없는 외침을 쏟아 내다가.
부르르 몸을 떨며 당장이라도 낙동강 전선까지 뛰어가려는 한호석 교수!
“……?”
“……?”
최설과 진교은이 ‘이 사람 괜찮은 거야?’라는 시선을 보내고.
“……!”
특급 헌터가 ‘봤지? 우리 사슴이는 이렇게 훌륭한 사슴벌레야!’라며 어깨를 으쓱하는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한호석 교수의 너무나 진지한 눈빛!
자신도 초거대 괴수라고 짐작만 하는 사슴벌레!
‘설마! 한호석 교수님 이 사슴벌레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는 건가!?’
바로 확인할 방법이 있었다.
“잠시만 빌릴게!”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정글모를 낚아채 빙글 돌려 한호석 교수에게 보였다.
“교수님. 이것 좀 봐주세요.”
“……급합니다! 당장 움직여야 해요!”
다급히 외치던 한호석 교수는 정글모를 보는 순간 돌처럼 굳어 버렸다.
정글모에 배지처럼 붙어 있는 황금 풍뎅이!
“어, 어어……!?”
한호석 교수는 몇 번이나 눈을 비비며 황금 풍뎅이와 사슴벌레를 번갈아 봤다.
“꿈 아냐. 진짜야!”
특급 헌터가 확인해 주는 순간.
띠디딛-!
기계음을 닮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파바밧-!
황금 풍뎅이 몸에서 발광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빛이 번뜩였다.
“……!”
순간 한호석 교수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할 사이도 없이 한호석 교수는 픽- 쓰러졌다!
“교수님!”
최설이 다급히 기절한 한호석 교수를 부축하며 외쳤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의뢰인이 왜 기절해!?”
“저 풍뎅이! 저 황금빛 풍뎅이를 보고 기절한 거 같아!”
“그럴 리가 없잖아! 반짝이는 엄청엄청 훌륭하단 말야! 반짝이 보고 기절할 리가 없어! 감탄해야지!”
……
정신없이 말을 쏟아 내는 세 사람과 기절한 의뢰인!
천문석은 직감했다.
한호석 교수는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의 진정한 정체를 알고 있다!
잘됐다!
그동안 방법이 없어서 그냥 있었지만, 항상 찝찝했다.
특급 헌터의 부하들!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의 정체를 한호석 교수에게 확인한다!
이때 문득 떠오르는 각성 동물이 하나 더 있었다.
니케!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니케.
혹시 한호석 교수가 니케의 정체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특급 헌터. 니케 지금 부르면 올까? 확인할 게 좀 있는데.”
“니케?”
특급 헌터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니케 저번에 마실가서 안 돌아왔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불러 볼까?”
“그래 한 번 불러봐.”
특급 헌터는 퐁퐁검을 휘두르며 하늘에 외쳤다!
“니케! 니케 어디 있어!? 얼른 와봐! 알바가 물어볼 게 있대!”
퐁퐁, 퐁퐁퐁-
퐁퐁검에서 경쾌한 소리가 퍼져 나가고.
휘이이이잉-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왔다.
그러나 어둑해지는 하늘 어디에서도 니케의 울음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안 오는데? 니케 바쁜가 봐?”
고개를 휙휙 젓는 특급 헌터.
천문석이 다른 방법을 찾으려 할 때.
상념을 깨는 최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의뢰인 어떻게 해? 완전히 기절했어! 사찰에서 방 빌릴까?”
‘아차, 진짜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잠깐만!”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훑어봤다.
산속의 밤은 빨리 온다.
아직 하늘에 노을이 남아 있는데도, 땅에는 어스름이 지고 주위에 하나둘 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던전 입구는 알지만, 이곳 칠성산은 초행길이다.
더 어두워지면 산속에서 길을 찾기 힘들다. 일정을 맞추려면 지금 당장 움직여야 했다.
“의뢰인 호흡, 맥박은 어때?”
“괜찮아. 그냥 놀라서 기절한 거 같아.”
“그럼 우선 입구 산장까지 이동해서 생각하자. 더 늦어지면 길 찾기 힘들겠다.”
고개를 끄덕인 최설은 헌터용 배낭을 앞으로 메고 의뢰인을 업으려 했다.
“의뢰인은 내가 챙길게.”
“잠시만 미리 준비한 게 있어.”
천문석은 바로 헌터 배낭을 벗어 배낭 바닥에 고정된 봉을 꺼내 조립했다.
헌터용 지게!
부산 던전 의뢰에서 어깨가 패일 정도로 짐을 쌓아 짊어졌던 지게가 다시 나왔다.
“너 그 조립식 지게 이번에도 가져왔냐?”
최설이 어이없어하자,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당연하지. 의뢰인은 내가 지게로 옮길게. 넌 이 녀석 좀 챙겨줘.”
잡고 있던 특급 헌터를 내밀자.
깜짝 놀라 두 손으로 받으려는 최설.
그러나 특급 헌터는 최설의 손을 거부했다.
“특급 헌터는 도움이 필요 없다!”
천문석은 바로 진교은을 가리켰다.
“그럼 네가 저기 신입사원 좀 챙겨라.”
“앗! 그렇지 내가 신입사원을 챙겨야지!”
놓아주는 순간 타다닥- 달려가 진교은에게 주먹을 내미는 특급 헌터.
“신입사원 누나 만나서 정말 반가워! 이거 선물이야!”
“잠깐만! 받으면…….”
천문석이 다급히 제지하는 순간.
진교은은 격동으로 몸을 부르르 떨더니 특급 헌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저도 정말 반가워요! 영광입니다! 도련님!”
“난 특급 헌터야! 도련님이 아냐!”
“앗 죄송해요! 특급 헌터님! 후흐흣-.”
환한 미소를 지으며 특급 헌터의 작은 손을 잡고 흔드는 진교은.
그러나 그 환한 미소가 사라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꿈틀, 꿈틀-!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생경한 촉감!
“……!?”
진교은의 환한 미소가 얼어붙는 순간.
특급 헌터는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이게 내 선물이야! 카카캌-.”
“……!”
진교은은 덜덜 떨리는 몸을 돌려 친구를 봤다.
“최설? 이거 설마!?”
“……하-.”
최설이 고개를 젓는 순간.
진교은은 손을 펼쳤다.
새하얀 손바닥에서 꿈틀, 꿈틀거리는 지렁이 다섯 마리!
다음 순간 진교은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픽- 기절했고.
미리 대비하던 최설은 쓰러지는 친구를 바로 부축했다.
그리고 특급 헌터가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황 비서 누나랑 비슷하잖아! 신입사원 누나 엄청 맘에 들어! 카카카캌-.”
천문석은 탄식했다.
한호석 교수, 진교은 신입사원.
일행 중 벌써 두 사람이 기절했다.
특급 헌터 이 꼬맹이 녀석에게 당해서!
과연 악마 꼬맹이 재앙의 화신!
최대한 빨리 이녀석을 던전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바로 이동해 던전 입구부터 찾아야 한다!
“최설 이거 받아라.”
턱-
천문석은 묵직한 천 뭉치를 최설에게 건넸다.
“조립식 지게?”
“맞아. 진교은 사원은 네가 짊어져라. 바로 이동하자.”
“알았어.”
잠시 후 천문석과 특급 헌터, 최설은 던전 입구가 있는 칠성산을 올랐다.
던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기절한 의뢰인 한호석 교수와 신입사원 진교은을 지게에 태우고.
* * *
부으으으응-
어둑어둑해지는 산악 도로를 승합차 한 대가 내려가고 있었다.
승합차 운전석에 앉은 허준은 시선은 앞에 둔 채 스마트폰에 말했다.
“활잡이한테 전화 걸어 줘.”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돌아오는 기계음에 허준은 분통을 터트렸다.
“아니, 휴대폰 신호가 왜 아직도 안 잡혀!? 통신 언제 복구되는 거야?”
러시아, 멕시코도 아니고 한국에서 휴대폰 신호가 안 잡히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법왕사에서 차를 타고 내려 오며 23번 동료들에게 연락했지만,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다!
센트라 발견 소식에 강릉으로 급히 오느라 숙소도 잡지 않은 상태.
이대로라면 동료들을 찾기 위해 강릉 시내를 얼마나 뒤져야 할지 몰랐다!
헌터들을 조이겠다고 국가 헌병대 놈들이 눈에 불을 켜고 순찰 중일 게 뻔한 강릉 시내를!
국가 헌병대 놈들에게 걸리면 끝장이다.
전에도 별것도 아닌 위반 사항으로 하수구 던전 48시간 노역형을 받았다!
“하- 시바, 어쩐지 이번일 재수가 없을 것 같더라니…….”
짧은 한숨을 내쉴 때.
어둑어둑한 산악 도로 전방에서 불빛이 보였다.
“어? 웬 불빛이야?”
잠시 후 보닛이 열린 장갑 SUV가 보이고, 그 옆에서 선 여자가 플래시를 흔드는 게 보였다.
“도와주세요!”
나시티에 짧은 미니스커트.
클럽에라도 가다가 차가 퍼진듯한 모습!
“운전수 녀석이 봤으면 좋아했겠네.”
피식 웃은 허준은 속도를 줄이다가 흠칫 놀랐다.
최전방에서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 내는 탱커의 직감에 뭔가 걸렸다!
재빨리 고개 들어 다시금 여자를 살피는 순간 뇌에 파고들듯 박히는 정보!
-헌터용 장갑 SUV!
-나시티에 미니스커트, 클럽 복장!
-플래시를 흔드는 다급한 손길!
-긴장으로 굳은 얼굴과 흔들리는 눈빛!
하나같이 매치가 안 된다!
게다가 이 산악 도로 끝에는 사찰, 방금 헤어진 이세기와 그 일행이 있는 법왕사밖에 없다!
이 순간 불쑥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
“조폭 김기철!”
허준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탁-
상향등을 쏘는 동시에.
철컥-
운전석 문을 열고 주저 없이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