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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89화 (59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89화>

“……부하요? 그게 무슨……!?”

갑자기 나타난 꼬맹이가 자신의 상사라고!?

반사적으로 움직인 시선이 최설에게 닿는 순간 바로 외치는 최설.

“당연합니다! 신입사원이면 당연히 특급사원 부하죠!”

최설은 재빨리 맞장구를 치더니 꼬맹이를 소개했다.

“이 분은 특급 헌터! 암살검의 친구야!”

“……어!?”

암살검 한경석!

이 어린아이가 자신을 이도 저도 하지 못하게 만든 암살검의 친구라고!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진교은은 친구의 얼굴을 유심히 봤다!

그러나 최설의 얼굴은 너무나 진지했다.

이때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하나 있었다.

장난처럼 만든 종이 명패에 적힌 이름!

[특급 사원1 – 특급 헌터]

‘그게 이 아이 명패였구나!’

진교은이 진실을 깨닫는 순간.

특급 헌터의 자랑스러운 외침이 들려왔다.

“맞아! 경석형 내 친구야! 경석 형이랑 같이 성도 만들었어!”

“앗! 진짜요? 엄청 훌륭한 성을 만드셨겠죠!?”

“당연하지! 이렇게 엄청엄청 커다란 성인데. 알바랑! 경석형! 나 셋이 만들었어! 천공탑 엄청 재밌다니까!”

“오 역시! 특급사원 대단하십니다!”

. ……

진교은은 멍하니 최설의 모습을 봤다.

냉담한 표정, 가시 돋친 말투 얼음 가시라고까지 불렸던 친구!

그런 친구가 직장 상사에게 아부하듯 꼬맹이에게 아부하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이때 꼬맹이와 최설이 동시에 진교은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카카카- 반가워. 신입 누나!”

“흐흐흐- 잘 왔다. 신입사원 진교은!”

‘신입사원!?’

뭐라고 반론을 할 사이도 없이 모든 게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재빨리 아니라고 말하려는 순간.

휘이, 휘휘휘휘-

운전석에서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

휘파람 소리에서 어째선지 한 건 했다는 듯한 느낌이 전해질 때.

툭-

어깨에 닿는 손길이 있었다.

“……?”

바로 앞에 앉은 금발 파란 눈의 여성 헌터가 명함을 내밀었다.

“이 명함 받아라.”

“명함은 왜?”

허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승합차 안을 쓱 훑더니 대답했다.

“……너 곧 우리 고객 될 것 같아서.”

진교은은 고개를 숙여 명함을 봤다.

[각종 외상, 후유증, 스트레스, 체력 저하, 극심한 두통…… 기타 등등에 특효약 팝니다!]

사기꾼이 파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설명.

게다가 연락처도 없는 명함에 적인 이름은 한국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이름이다.

[허준]

“……허준이요?”

“어, 내 예명이야. 헌터 마켓 어디서든 ‘허준’ 찾으면 바로 연결해 줄 거야. 우리 약초 직장 스트레스에 딱 이다. 싸게 해 줄 테니까. 꼭 연락하고 힘내라!”

허준은 진교은의 어깨를 두들기며 힘을 북돋아 줬다.

“…….”

휘이, 휘휘-

카카카카카-

흐흐흐흐흨-

휘파람 소리와 웃음소리가 어지럽게 뒤섞인 승합차 안.

진교은은 왠지 모를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

이때 문득 창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넓게 펼쳐진 산과 도로.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노을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온 세상이 불타는 것처럼!

* * *

끼이이익-

승합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는 순간.

타다다닥-

번개같이 뛰어내리며 외치는 특급 헌터.

“내가 1등이야!”

그리고 최설과 진교은이 잇달아 차에서 내렸다.

천문석은 마지막으로 운전석에서 내리며 허준에게 키를 건넸다.

“그럼 조심해서 가라. 여러 가지로 고마웠다.”

“나도 여러 가지로 고마웠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아는 척하자.”

피식 웃으며 키를 받고 운전석에 앉는 허준.

허준은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일행에게 외쳤다.

“꼬맹이. 너 운전 솜씨 쓸만했다! 거기 신입사원 꼭 연락해라 약 싸게 넘겨줄게! 그럼 모두 수고해라!”

허준은 바로 승합차를 돌려 올라온 도로로 내려갔다.

천문석은 배낭을 짊어지며 하늘을 봤다.

붉은 노을에 음영이 드리우고, 어스름이 지기 시작했다.

의뢰인을 찾고, 이상 던전에 들어가 캠프를 차리려면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천문석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로밍중 표시도 없는 휴대폰.

이제 휴대폰은 아예 통화권 이탈 지역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의뢰인과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의뢰인이 문자를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법왕사에 벌써 도착했을 가능성이 크다.

천문석은 동료들에게 말했다.

“우선 의뢰인부터 찾자. 아마 도착했을 거야.”

순간 특급 헌터가 번쩍 손을 들었다.

“부사장님! 나 의뢰인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오, 그래? 의뢰인을 찾아랏! 특급사원 출동!”

“넵! 출동!”

씩씩한 외침과 함께 법왕사 안쪽으로 달려가는 특급 헌터!

“우리도 따라가자.”

천문석은 최설, 진교은과 함께 특급 헌터 뒤를 따라가며 소리 죽여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통신이 끊긴 게 변수긴 한데…… 새벽쯤 이곳에 신병을 인수할 경호팀이 올 거야.”

천문석은 앞장서 달리는 특급 헌터를 눈짓으로 가리켰고.

최설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특급 헌터 데리고 움직이면 되는 거야?”

“맞아. 저 녀석 한번 잠들면 어지간해서는 깨어나지 않으니까. 잠드는 즉시 던전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여기서 대기 중인 경호팀에게 넘기면 돼.”

잠든 아이를 데리고 던전에서 나와 경호팀에게 넘기면 끝.

게다가 이번 던전은 마수도 몬스터도 없는 위험도 최하위의 던전.

미리 이야기 들었던 대로 간단한 의뢰였다.

“알았어. 완벽하게 처리할게!”

의욕 차게 고개를 끄덕이던 최설은 문득 고개를 돌려 승합차가 달려간 도로를 살폈다.

승합차는 도로 너머로 사라졌다.

이제 허준, 외부인이 있어서 전하지 못한 암살검의 이야기를 전해야 했다.

대환단 때문에 일어난 난장판을!

그리고 반드시 확인할 것도 하나 있었다.

특급 헌터의 신병을 인수할 경호팀을 확인할 방법!

“부사장…….”

“최설…….”

최설과 천문석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먼저 말해.”

“짧은 이야기니까. 내가 먼저 말할게.”

천문석은 다다닥- 신나게 달려가는 특급 헌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 신병을 인수할 경호팀. 장강 유통 경호팀인데. 너 장강 유통 혹시 아냐?”

최설과 진교은, 두 사람은 동시에 멈춰 섰다.

“……장강 유통!?”

“설마, 그 초고가 헌터 장비 유통하는!?”

“어 맞아. 알고 있었다니 잘됐네! 장강 유통 경호팀이 움직일 테니까. 신병 넘길 때. 제임스 팀장 얼굴 확인하고…….”

휴대폰을 꺼내던 천문석은 아차 했다.

통신 교란으로 인터넷이 먹통인 상황!

평소라면 장강 유통 홈페이지에 들어가 경호팀장 제임스의 얼굴을 확인시켜 주면 간단했다.

그 간단한 방법이 인터넷이 먹통인 지금은 불가능했다!

“이거 어떡하지…….”

천문석이 난감해하는 순간.

최설과 진교은이 다급히 외쳤다.

“장강 유통 경호팀? 진짜 장강 유통 경호팀이야!?”

“장강 유통은 경호 의뢰를 맡지 않을 텐데? 정말인가요!?”

……

상기된 얼굴로 말을 쏟아 내는 최설과 진교은.

‘반응이 왜 이렇게 열렬해?’

천문석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어, 맞아. 장강 유통 경호팀. 그런데 너희 장강 유통을 어떻게 아는 거야? 장강 유통은 굵직한 거래만 해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텐데?”

“……!”

“……!”

순간 최설과 진교은의 시선이 마주쳤다.

오래전 두 사람의 아버지, 최평과 진 선생은 한국 헌터 업계의 거물과 한가지 거래를 했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최설과 진교은 두 사람의 신변을 보호해 주기로.

그때 거래한 거물이 장강 유통의 장민 대표였다.

그러나 이건 밝힐 수 없는 비밀 거래!

“…….”

“…….”

최설과 진교은이 뭐라 대답하지 못하자.

천문석은 사정이 있다는 걸 짐작했다.

“뭐 지금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신원 확인 해야 하는데. 혹시, 장강 유통에 아는 사람 있어?”

순간 두 사람의 머리에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장강 유통의 오너, 장민 대표!

그러나 장강 유통의 오너가 이런 자리에 나올 리 없었다.

두 사람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난 장강 유통 대표님 얼굴만 아는데…….”

“저도 대표님 말고 다른 분은 몰라서…….”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네. 신병 넘길 때 얼굴 확인하고 인도하면 되겠다.”

“나 얼굴 모른다니까!”

“뭐야? 방금 얼굴 안다면서!?”

의아한 얼굴로 반문하는 천문석과 마찬가지로 답답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최설.

“내가 아는 사람은 장강 유통 대표님뿐이라니까!”

두 사람의 대화가 평행선을 달리는 순간.

진교은은 문득 한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잠깐! 최설! 잠깐만! 설마 지금……!”

마른침을 삼킨 진교은은 부사장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오늘 이 자리! 저희가 하는 의뢰에 장강 유통, 장민 대표님이 온다는 말인가요!?”

“야, 그럴 리가 없잖아! 장민 대표님이 여기를 왜 와!?”

최설이 고개를 젓는 순간.

천문석에게서 아무렇지도 않게 툭 튀어나온 대답.

“어, 맞아. 장민 대표님. 여기 올 거야.”

“…….”

“…….”

잠시간의 침묵은 곧 깨졌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장민 대표님!? 장강 유통 장민 대표님! 진짜로 그 장민 대표님이 여기 온다고!?”

경악한 최설이 말을 쏟아 낼 때.

진교은은 최설을 제지하고 외쳤다.

“잠깐 기다려 최설! 중요한 건 그게 아냐! 왜!? 대표님이 오늘 여기에 ‘왜’ 오시나요!?”

바짝 긴장한 두 사람의 이글거리는 시선이 느껴질 때.

천문석은 오히려 의아해졌다.

“뭐야? 왜 오냐니 당연히…….”

천문석의 시선이 진교은과 최설에게 향했다.

진교은은 오늘 입사한 신입사원이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최설은…….

“……!”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최설이 특급 헌터를 만난 건 오늘 벽간 소음, 혼령 퇴치 사건이 처음이다.

즉, 특급 헌터의 정체를 모르는 게 당연했다!

최설과 진교은의 얼굴을 살피니 생각 그대로인 얼굴이 보였다.

흥분과 기대, 갈망과 열의가 뒤섞인 얼굴!

두 사람의 모든 관심은 장민 대표에게 쏠려 있었다.

신나게 달려가는 특급 헌터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특급 헌터를 암살검 한경석의 친구, 자신과 놀러 다니는 동네 꼬맹이로 생각하는구나!’

모든 사실을 깨닫는 순간 천문석은 손을 들어 달려가는 특급 헌터를 가리켰다.

그리고 폭탄을 터트렸다.

“저기 달려가는 특급 헌터. 장민 대표님 아들이야.”

* * *

폭탄이 떨어지는 순간.

석화된 듯 굳어 버린 두 사람!

두 사람의 몸은 굳었지만, 표정은 빠르게 변화했다!

경악, 놀람, 분노, 기쁨, 당황, 어이없음……!

수천까지 감정이 표정이 되어 빠르게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이 모습을 보며 천문석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장민 대표님!

자신이 전생에 천마라고 정체를 밝혔어도 이런 리액션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자세한 건 던전 들어가서 이야기하고 우선 의뢰인부터 찾자.”

이때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으아아아악-

특급 헌터가 달려간 방향!

순간 굳어 있던 두 사람은 번개같이 움직였다.

“도련님!”

“저쪽이야! 저 담 너머에서 들려왔어!”

단숨에 마당을 가로질러 담을 넘는 두 사람!

“……도련님?”

피식 웃은 천문석은 두 사람을 쫓아 담을 넘었다.

으아아아악-

담을 넘는 순간 다시 한 번 들려오는 비명.

그리고 특급 헌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카카카카캌-

왼손에 사슴벌레 오른손에 퐁퐁검을 들고 달리는 특급 헌터!

그리고 그 앞에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40대 남자.

“그 녀석! 그 녀석이 낙동강 전선에서 여기까지 찾아왔어! 꿈이 아니야! 절대 꿈이 아니야! 사막으로 끌려 간다! 으아아악-.”

횡설수설 외치며 도망치는 40대 남자의 얼굴이 너무나 낯익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본 부동산 전문가.

한호석 교수, 의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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