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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88화 (58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88화>

텅 빈 도로 위, 쓰나미처럼 밀려 온 헌터들에게 휩쓸린 헌터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렇게 사방에 널브러진 헌터들 중앙 전신이 흙먼지와 땀으로 뒤덮인 헌터 한 명이 우뚝 일어서 있었다.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번쩍 들고 광기 어린 눈빛으로 서성이는 헌터.

조폭 김기철!

억, 커억-

자신의 움직임에 널브러진 헌터들이 밟혀 비명을 질렀으나 김기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기철의 광기 어린 눈은 스마트폰 화면에 꽂혀 있었다!

[GPS 신호 수신 중…….]

렌터카 위치 확인 앱이 작동 중인 스마트폰 화면에!

지금 김기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뿐이었다.

이세기 놈이 자신이 렌트한 승합차를 날름해서 도망쳤다!

즉, 렌트한 승합차 위치만 찾으면 이세기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

“형님…… 그냥 포기하죠.”

“휴대폰 맛 간 지 한참 됐는데…….”

“국가 헌병대 애들 시가지 훑는답니다!”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해요!”

……

흠씬 두들겨 맞은 칠성파 조직원들이 두려움 깃든 목소리로 말하는 순간.

팟-

스마트폰 화면이 전환됐다!

강릉시 인근 지도가 떠오르고.

점멸하는 붉은 점이 도로를 달린다!

오락가락하던 스마트폰 화면에 렌트한 승합차 위치가 표시됐다!

김기철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담아 외쳤다.

“이세기! 드디어 찾았다!”

“……!”

“보스!?”

“그 새끼 위치를 찾았다고요!?”

순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외침들.

김기철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이세기 그놈이 가져간 승합차 위치 추적됐다! GPS 언제 끊길지 모른다. 바로 움직인다!”

으아악-

칠성파 헌터들은 악을 쓰며 몸을 일으켰다.

흠씬 두들겨 맞은 육체가 비명을 질렀으나,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가 육체의 고통을 넘어설 힘을 줬다.

“아작 내주마! 이세기!”

“모두 달려라! 강릉시 남쪽이다!”

칠성파 조폭들이 출발하려 할 때.

다급히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지금 …… 이세기라고 했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던 김기철은 흠칫 놀랐다.

두 눈에서 이글이글 불이 타오르는 헌터!

그리고 그 뒤에 줄줄이 늘어선 전신이 엉망인 완전무장한 헌터들!

“……!”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모습에 놀랄 때.

두 눈에서 불이 타오르는 헌터, 왕체가 다급히 말했다.

“……우리도 이세기를 찾고 있다! 차량도 준비됐고!”

손을 들어 도로 뒤쪽을 가리키는 왕체.

부으으응-

도로 멀리서 최림이 구한 장갑 SUV 몇 대가 달려 오고 있었다.

“그 스마트폰! 지금 이세기 위치를 추적하고 있는 건가?”

왕체의 살기 어린 목소리를 듣는 순간.

김기철은 상황을 짐작했다.

‘이 녀석도 이세기에게 당했구나!’

그렇다면 긴말은 필요 없다!

“김기철이다.”

“왕체다.”

칠성파 김기철과 철검장 왕체는 이름을 말하고 바로 악수했다.

그리고 동시에 외쳤다.

“이세기를 작살낼 거다!”

“우리도 마찬가지!”

칠성파와 철검장 헌터들을 태운 장갑 SUV 5대가 출발했다.

렌트한 승합차가 달리는 도로, 이세기가 있는 장소를 향해서!

깜빡, 깜빡-

이어졌다 끊어지기를 반복하던 GPS 신호는 승합차를 찾기도 전에 완전히 끊겼지만, 문제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GPS가 끊긴 도로는 금평로!

강릉시 남쪽으로 뻗은 금평로가 이어진 장소는 하나뿐이다.

칠성산 법왕사!

GPS 신호가 끊기기 전에 이세기의 목적지를 확인했다!

김기철은 확신했다.

이세기가 가지고 튄 승합차는 일반 렌터카.

반면 자신이 탄 장갑 SUV는 헌터용 마력 엔진 차량이다.

엔진 출력과 속도에서 비교할 수 없이 차이가 크다.

이 정도면 충분히 거리와 시간을 좁혀 꼬리를 잡을 수 있다!

이세기 놈한테 복수할 수 있었다!

김기철과 칠성파 헌터들.

왕체와 최림, 철검장 헌터들.

분노한 수십 명의 헌터를 태운 장갑 SUV 다섯 대가 법왕사를 향해 질주했다!

* * *

“허준. 내 동료들 아직 안 깨어났냐?”

법왕사로 이어지는 1차선 산악 도로로 들어섰을 때.

운전대를 잡은 천문석은 질문을 던졌다.

바로 조수석에서 들려오는 외침.

“알바! 내가 깨울까!? 나 사람 완전 잘 깨우는데!”

초롱초롱한 눈빛에 담긴 강한 확신!

묻지 않아도 엉망진창인 방법일 거라는 확신이 왔다!

“응. 아냐. 됐어. 넣어 둬.”

천문석은 바로 기각했다.

이때 허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동료. 기절한 게 아닌데?”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힐끗 뒤를 살피자, 허준이 진짜 한의사처럼 손목을 잡고 진맥하는 모습이 보였다!

“피로 누적에 과로까지. 두 사람 모두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네. 네 동료 기절한 게 아니라 잠들었다. 강제로 깨울까? 나한테 방법이 있긴 한데?”

“앗! 내 방법이 더 확실하다니까! 난 전에 드래곤 형도 단숨에 벌떡 일어나게 했어!”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외침을 흘려 들으며 탄식했다.

최설!

굉천수를 터트리는 순간 각성 헌터의 공격을 받고 기절한 줄 알았다.

그런데 기절이 아니라 잠든 것이다.

칠성파 잔당과 얽힌 그 난장판에서도 깨지 않고 잠들었다니!

“최설…… 얼마나 빡세게 일한 거냐…….”

생각해 보면 진정한 불운의 화신, 일복이 터진 사람은 자신이 아닌 철수형이다!

최설만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신과 함께 배송의뢰를 했을 때보다 배는 더 힘들어 보이는 최설!

철수형의 자발적으로 구르게 하는 솜씨는 제왕의 용인술이나 마찬가지다!

캬-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릴 때 뒷좌석에서 당당한 외침이 들려왔다.

“……내 친구! 니케 부르면, 바로 깨어나게 할 수 있어!”

“니케?”

허준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천문석은 소스라치게 놀라 외쳤다.

“야, 입 막아! 당장 걔 입 막아! 부르게 하면 안 돼!”

허준은 반사적으로 특급 헌터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읍, 으브브븡!”

특급 헌터의 외침이 막히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외쳤다.

“야, 니케 부르는 거 금지야!”

“읍브, 브븝븝븝!”

특급 헌터가 강하게 항의하고.

구으으-

띠디딛-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가 우는 순간.

컥-

외마디 비명과 함께 최설이 번쩍 눈을 떴다.

“여기는!?”

엄청난 위기감에 번쩍 눈을 뜬 순간 보이는 광경.

특급 헌터의 입을 가린 처음 보는 외국인 헌터!

“……!”

반사적으로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운전석에서 들려왔다.

“최설! 같은 편이다!”

“부사장!?”

순간 기절하기 전 마지막 장면이 기억났다.

엄청난 섬광과 굉음, 굉천수!

등 뒤로 바짝 붙은 최림과 철검장 헌터들!

그리고 같이 달리던 친구!

“진교은!?”

최설은 다급히 주위를 확인했다.

진교은, 친구는 바로 옆 좌석에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천문석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설 너 왜 그렇게 재수가 없냐? 처음 온 강릉에서 용역 헌터들한테 쫓기고. KTX 열차 타고 오면서 시비 붙은 거야?”

“야! 그런 거 아냐…….”

상황을 설명하려던 최설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사무실로 찾아온 진교은.

강릉역에서 우연히 만난 사촌 오빠 최림.

상해에서 일어난 삼합회와 철검장의 세력 싸움.

……

상황이 너무 복잡하게 얽혀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거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는 거야?’

최설이 머리를 굴릴 때.

다급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캬아아아아-

진교은, 친구의 비명!

그리고 특급 헌터의 자랑스러운 외침이 들려왔다.

“내가 깨웠어!”

“…….”

천문석은 비명에 돌아봤다가 말문이 막혔다.

최설의 친구 얼굴 앞에 놓인 특급 헌터의 손!

그 손에는 커다란 사슴벌레가 들려 있었다!

“…….”

천문석은 아이러니한 감각을 느꼈다.

갑자기 얼굴에 곤충이 닿자 기겁해서 일어난 최설의 친구.

그러나 진짜 기겁해서 놀랄만한 상황이었다.

저 사슴벌레의 진짜 정체는 몸길이 수백 미터의 초거대 괴수니까!

“야, 얼른 치워! 그렇게 하면 나도 놀라겠다!”

“뭐!? 놀랐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사슴이가 너무 훌륭해서 번쩍 눈을 뜬 거야! 그렇지!? 잘생기고 멋진 누나 내 말이 맞지!? 여기, 여기 뿔이랑 더듬이 좀 자세히 봐봐! 엄청 멋지지!?”

특급 헌터가 사슴벌레를 얼굴 가까이 가져가자.

진교은이 울 것 같은 얼굴로 안절부절못했다.

“…….”

“…….”

천문석과 허준의 어이없음이 담긴 침묵이 흐를 때.

최설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정말 훌륭하네! 그렇지 교은아!?”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진교은.

그제야 특급 헌터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으으으-

최설은 덜덜 떨리는 친구의 손을 꽉 잡고 귓가에 외쳤다.

“정신 차려! 여기 안전해!”

“최설!?”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훑어보는 진교은.

마지막 기억이 강릉역 광장인데, 어느새 자신은 커다란 승합차 안에 있었다!

앞에는 커다란 사슴벌레를 들이댄 꼬맹이.

꼬맹이를 안고 있는 금발의 여자 헌터.

그리고 옆에는 친구가 있다.

친구, 최설!?

‘무사히 빠져나왔구나!’

긴장이 풀리는 순간 밀려 오는 끔찍한 피로감.

진교은이 좌석 깊숙이 몸을 묻을 때 운전석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십니까?”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쩐지 귀에 익은 목소리!

“……?”

친구가 의아해하자, 최설이 운전석을 가리켰다.

“지금 운전하시는 분 우리 부사장님이야.”

암살검, 이태성 길드장과 친분이 있다는 그 사람!

이 사람이 구해 줬구나!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왔어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하는 순간.

천문석과 진교은은 서로의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봤다.

“……?”

“……!”

“혹시 저희 전에 어디서 본적이 있나요? 어쩐지 낯이 익네요?”

진교은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천문석은 진교은을 한눈에 알아봤다.

카지노 나이트!

모든 게 엉망진창 난장판이 된 밤에 만났던 카지노 딜러다!

도박 기술은 대단하지 않았지만, 응급 상황 대처 능력이 대단했던 딜러!

삼합 카지노 호텔 총괄 매니저, 진교은!

최설이 면접 일정을 잡겠다는 신입사원!?

이런 인재가 우리 사무실에 지원했다고!

천문석은 기대를 담아 최설에게 질문했다.

“혹시 이번에 면접 본다는 분이……?”

“네. 맞습니다! 부사장님! 우리 김철수 사무실에 꼭 필요한 인재 진교은입니다! 제 친구라서가 아니라, 이 녀석 친화력과 서류 처리 능력이 엄청납니다!”

평소에 ‘야, 야.’ 거리던 최설이 존칭을 써가며 친구를 소개했다.

“교은아. 이쪽은 우리 사무실 부사장님.”

“아,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진교은입니다.”

진교은은 얼결에 고개 숙여 인사했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제주도에서 만난 카지노 딜러 가 최설의 친구였다니!

‘와, 어떻게 이렇게 연결돼!?’

천문석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이때 진교은은 연신 고개를 가웃하고 있었다.

‘뭐지, 뭔가 중요한 걸 깜빡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강릉역에서 생각지도 못한 최림과 철검장 헌터들을 만난 진교은.

진교은은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도망치다가 최림에게 공격을 당하는 순간 굉천수에 당했다.

지금 진교은은 굉천수의 섬광과 굉음에 머리에 가득했던 의문이 일시적으로 날아간 상황이었다.

‘천검 이세기’란 이름에 대해서 품었던 의문이!

그러나 뇌리가 간질거리고, 마음속에서 의구심이 점점 커졌다.

컵에서 물이 넘치듯 깜빡했던 의문이 기억나려는 순간!

최설은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부사장님. 제 친구 면접 결과는…….”

천문석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외쳤다.

“합격! 바로 합격입니다! 진교은 사원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네!?”

‘신입사원? 누가!? 내가!?’

“와! 합격이야!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교은아 앞으로 우리 잘해 보자!”

“잠깐, 아니! 이렇게 갑자기……?”

당황한 진교은이 외치는 순간.

휙- 얼굴 앞에 나타난 커다란 사슴벌레!

“……!?”

말문이 막히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릴 때.

특급 헌터가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신입사원 누나 엄청 반가워! 얘는 사슴이고 난 특급사원, 특급 헌터야! 신입사원이면 특급사원 부하 맞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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