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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78화 (57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78화>

최설의 공격은 완벽한 타이밍에 들어갔다.

그러나 상대는 180cm, 90kg이 넘는 건장한 헌터!

“이 미친년이!”

비틀거리던 헌터는 재빨리 상체를 틀어 훅을 피하고 반사적으로 니킥을 갈겼다!

파아앙-

끝까지 눌린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무릎!

무기 없이 싸우는 근접박투!

예전의 최설이라면 피지컬에 압도당해 주도권을 잃고 끌려가다가 패배했을 거다!

그러나 배송 의뢰에서 천문석에게 미친 듯이 굴려진 최설의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니킥이 들어오는 순간!

오히려 공중에 뜬 발목에 로우킥을 날렸다.

순간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낚아채는 감각!’

터억-

발목에 닿는 순간 갈고리를 걸어 잡아당기듯 낚아챈다!

“어엇!”

다리가 비틀리는 순간 상대의 니킥이 엉뚱한 허공을 갈랐다!

순간 번개같이 달라붙어 허공을 가른 다리를 잡는다!

“이 새끼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짧은 어퍼컷 삼연타!

퍽, 퍽, 퍽-

상대가 다급히 머리를 흔들어 타점을 흘릴 때.

뒤축을 걸고 체중을 실어 그대로 밀고 들어간다!

으앗, 으아앗-

기겁하여 물러서는 헌터.

그러나 오른발은 잡혔고, 왼발은 뒤축이 걸린 상태!

헌터는 균형을 잃고 넘어질 듯 휘청였다.

비틀-

단지 2, 3초 균형을 잃었을 뿐이다.

그러나 2, 3초면 충분했다!

잡은 다리를 휙- 던지고!

깊게 몸을 숙이며 쿵- 땅을 짓밟는다!

짧은 호흡에 모여드는 힘!

아래에서 위로, 찌르듯이!

갈비뼈 바로 아래, 간을 때린다!

천문석에게 13번 당해!

7번 기절하고, 5번 토한 기술!

리버 훅!

퍽-

주먹이 꽂히는 순간.

컥-

짧은 외마디 비명이 터지고, 건장한 헌터는 얼굴이 검게 변해 픽 쓰러졌다.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파르르 경련하는 헌터!

[010-4444-4444] 경고장을 날리고 아구창을 갈긴 후 상대 헌터를 쓰러지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최설은 스스로 해놓고도 잠시 얼떨떨했다.

압도적인 피지컬 차이를 각성력도 사용하지 않고 넘어섰다.

적절한 기술과 타이밍을 잡는 것만으로!

최설은 끓어오르는 희열을 담아 외쳤다.

“하- 이 새끼! 때와 장소! 어! 앞으로는 때와 장소를 가려라!”

휘이-

휘이이-

순간 사방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어!?”

최설은 흠칫 놀라 주위를 돌아봤다.

어느새 버스 정류장 주위는 수많은 헌터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진짜 화끈하게 싸우네!”

“아니, 뭘 해 볼 사이도 없이 끝장내네!”

“와! 무슨 피지컬을 기술로 압도해!?”

“근딜인가? 몬스터 격투술은 아닌데?”

“저 헌터 군 출신 같은데!?”

“헌터용 실전 격투기!?”

……

싸움 구경에 그 무엇보다 진심인 헌터들의 환호성과 탄성, 감탄이 끝없이 쏟아졌다!

몰래 숨어서 광장을 빠져나가야 하는 최설에게.

그리고 바로 옆에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감이 왔다.

최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선이 느껴지는 곳을 봤다.

“…….”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은 생각 그대로 진교은이었다.

그리고 친구의 눈에 담긴 감정이 느껴졌다.

황당, 당황, 난감, 어이없음…….

최설은 반사적으로 말했다.

“야, 걱정할 거 없어! 이거 모두 상정 범위 안이야! 앗! 저기 버스! 버스 오고 있다! 저 버스 타고 얼른 빠져나가면 돼!”

고개를 돌린 진교은은 반색했다.

최설의 말대로 빠르게 다가오는 버스!

저 버스를 타고 바로 빠져나가면 된다!

그러나 헌터들은 싸움 구경에는 그 무엇보다 진심이다.

당연히 그건 철검장의 의뢰를 받은 용역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싸움 구경을 한 헌터 중에는 용역 헌터들도 있었다.

이 용역 헌터들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외쳤다.

“어, 잠깐! 저 헌터!”

“어……!?”

여자 둘, 헌터와 일반인!

일치한다!

인상착의, 새하얀 미녀와 까맣게 탄 헌터!

정확하다!

용역 헌터들은 두 사람을 향해 외쳤다!

“최설!? 진교은!?”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동시에 대답하는 두 사람.

“…….”

“…….”

그리고 당장이라도 터질듯한 아찔한 침묵이 정류장에 흘렀다.

정류장에 모인 모두는 직감했다.

‘최설, 진교은이 맞구나!’

수많은 구경꾼 사이에서 피식 웃은 용역 헌터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순식간에 삼면을 포위한 채 위압적으로 말했다.

“우리랑 같이 가자.”

최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터벅터벅 걸어가.

이야악-

재빨리 무장 벨트를 잡고 들어 올려 집어던졌다!

으아악-

날아간 용역 헌터가 동료들과 뒤엉켜 쓰러지는 순간.

최설은 다가오는 버스를 가리키며 외쳤다!

“달려! 저거 타고 빠져나간다!”

진교은이 튀어 나가고!

최설이 쓰러진 용역 헌터들을 꾹꾹- 다시 한 번 밟고 뒤따라 달렸다!

부아아앙-

그러나 이 순간 터져 나오는 엔진음!

승용차, 화물차, SUV, 관광버스……!

목표로 삼은 버스 뒤에서 줄줄이 나타나는 차들이 광장 주위에 멈춰 섰다!

끼익, 끼이익-

그리고 이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살기등등한 용역 헌터들!

용역 헌터들은 광장 주위 도로를 막고 봉쇄하기 시작했다!

“어, 어어!?”

진교은이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볼 때, 최설은 그 손을 낚아채 달리며 외쳤다.

“괜찮아! 상정 범위 안이야!”

“……야! 뭐가 상정 범위야!? 우리 지금 광장에 갇혔다고!”

아무리 광장이 넓고 다른 헌터들이 있다고 해도, 수색이 계속 이어지면 결국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설에게는 비장의 수가 있었다!

“걱정하지 마!”

“너 무슨 방법이 있는 거야?”

진교은이 반색할 때, 최설은 휴대폰을 내밀었다.

안테나가 뜬 휴대폰!

휴대폰 화면에는 한 사람의 연락처가 띄워져 있었다!

[부사장…….]

“우리 부사장! 이런 난장판에선 최고의 전문가야! 부사장 오면 바로 빠져나갈 수 있어!”

“빨리! 전화해!”

진교은의 외침과 동시에 바로 화면을 터치하는 최설!

띠이, 띠이-

=지금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가…….

“…….”

“…….”

진교은의 어이없어하는 시선이 돌아오는 순간.

최설은 재빨리 대답했다.

“……괜찮아! 걱정할 거 없어! 분명 지금 오고 있을 거야! 광장에 올 때까지만 버티면 돼! 내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와!”

크게 외치고 광장을 달리는 최설.

진교은은 그 뒤를 따라 달리며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봤다.

뭔가, 뭔가 굉장히 이상했다!

광화문 재금 빌딩에서 최설을 만난이래, 지금까지 단 하나도 생각대로 된 게 없다.

어째선지 최설이 계획을 세우고 움직일 때마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샅샅이 뒤져라!”

“아직 광장 안에 있다!”

“외곽! 외곽에서 안으로 훑어!”

……

용역 헌터들이 광장 수색을 시작했다!

진교은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어차피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

최설이 그렇게 믿고 있는 부사장을 기다릴 수밖에!

진교은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빨리! 제발 빨리 좀 와요!’

* * *

왕체는 난장판이 된 강릉역 광장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바로 전에 최림에게서 온 전화!

‘진교은과 최설을 발견했습니다! .’

대환단을 구하러 온 곳에서 뜻하지 않게 상해 단주의 딸 최설을 발견했다!

진교은 뒤에 있는 이태성 길드장 때문에 포기하다시피 한 최설을 우연히 찾은 것이다!

게다가 대환단을 올린 판매자를 압박하기 위해서, 용역 헌터 수백 명까지 동원한 상황.

최설을 잡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대환단과 최설을 동시에 얻게 됐다!

‘이렇게 운이 좋다니!’

최설을 잡는 건 기정사실!

이제 문제는 그 누구의 이목도 끌지 않고 한국에서 남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미 생각해 뒀다!

왕체는 시선을 돌려 동쪽을 바라봤다.

건물에 막혀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밤이 되면 동쪽 수평선에는 빛의 선이 떠오른다.

오징어잡이 어선들!

확보한 최설과 대환단을 이 어선에 태운다!

그러면 그 누구의 이목도 끌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동해에서 남해로.

남해에서 제주도로.

그리고 제주도에서 철검장이 있는 상해까지!

왕체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사냥개가 타겟을 쫓기 시작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타겟이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 * *

강릉역을 향해 걷던 천문석은 편의점 앞 공중전화로 콜택시 기사와 통화하고 있었다.

=강릉역 광장에서 동료분을 태우신다고요?”

“네 기사님. 강릉역 광장에서 두 명 태우고 바로 칠성산으로 가면 됩니다.”

=지금 강릉역 광장에 무슨 일 있는 거 같은데요? 헌터들이 도로를 통제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천문석은 택시 기사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감을 잡았다.

그러잖아도 광장으로 다가갈수록 헌터 수가 많아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센트라 분쟁이 시작됐구나!’

가뜩이나 휴대폰이 먹통이 됐다가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상황!

통제 중인 광장으로 택시가 들어가면 빠져나오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차라리 지금 있는 곳으로 택시를 부르고 최설을 데려오는 게 낫다.

고개를 드니 특급 헌터가 들어간 편의점 간판이 보였다.

[금성 편의점]

“기사님. 이곳 강릉역 가는 길에 있는 금성 편의점인데 여기로 오실 수 있을까요?”

=편의점이요?

“네. 맞은편에 작은 공원이 있는 금성 편의점입니다. ‘강릉율곡점’이라고…….”

=아, 거기! 네 제가 아는 장소입니다! 10분이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제가 동료 데리고. 이 편의점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한 10분에서 20분쯤 걸릴 것 같네요. 휴대폰이 먹통이라. 천천히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편의점 앞에서 대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천문석이 공중전화를 끊는 순간 편의점에서 뛰어나오는 특급 헌터!

“알바! 아이스크림 받아!”

천문석은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며 고심했다.

센트라 분쟁이 생긴 거로 예상되는 강릉역 광장.

이거 꼬맹이를 그런 위험한 장소에 데려가도 되는 건가?

문득 고개를 드니 바로 앞에 있는 금성 편의점이 보였다.

‘이 녀석 여기에 잠시 맡겨 두고 갔다 올까?’

천문석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이에게서는 잠시라도 시선을 떼서는 안 된다.

센트라 분쟁이 일어났지만, 기껏해야 머릿수를 모아 세력을 과시하는 게 전부일 거다.

이곳은 게이트 너머가 아닌 한국이다.

폭력적인 분쟁은 게이트 너머 신강릉에서 일어나는 게 당연했다.

“얼른 강릉역 가자. 최설 기다리겠다.”

천문석의 말에 번쩍 손을 들고 외치는 특급 헌터.

“목말 가능하겠습니까!?”

“승인한다!”

“감사합니다!”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들어 올려 목말 태우고 강릉역으로 출발했다.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강릉역으로 향하는 두 사람.

마침 로밍중 표시가 사라지고 안테나가 떴다!

천문석은 재빨리 최설에게 전화를 했다.

띠리리, 뚝-

그러나 한번 신호가 가더니 뚝 끊겨 버리는 전화!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니, 안테나 수가 오락가락하고 [로밍중…… ] 표시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얼마 전부터 스마트폰 상태가 영 좋지 못했다.

“이거 또 이러네?”

천문석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어차피 큰 문제는 아니다.

강릉역 광장에선 소리 몇 번 지르면 알아서 최설이 찾아올 거다.

‘새카맣게 탄 최설! 나 여기 있다!’ 이렇게 외치면!

‘카캬카카-.’

천문석이 내심 웃음을 터트릴 때 머리 위에서 깜짝 놀란 외침이 터졌다.

“으앗! 알바!”

“왜?”

특급 헌터는 반짝이는 눈으로 손을 들어 모 퉁이 건물을 가리켰다!

“저기서 뭐 재밌는 거 하나 봐! 반짝이가 그러는데! 사람들이 환호하며 달리고 있데!”

“그게 뭔 소리야? 건물에서…….”

천문석은 번쩍 깨달았다.

특급 헌터가 가리키는 모퉁이 건물!

이 건물 뒤에는 광장이 있다.

최설이 기다리고 있을 강릉역 광장이!

순간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

천문석은 한달음에 달려 건물을 지나쳤다.

순간 귀로 들리고 눈으로 보였다!

하나로 합쳐진 거대한 함성!

소용돌이치는 격류처럼 뒤엉킨 헌터들!

최설과 만나기로 약속한 광장!

강릉역 광장 전체가 난장판이 돼 있었다!

“아니,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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