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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73화 (57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73화>

'특급 헌터에게 무공을 가르친다.'

천문석은 자전거를 탄 채로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무공 전수의 가장 큰 문제는 영맥이 없다는 것!

영맥이 없는 지구에서는 내공 심법에 입문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도 천우신조, 광화문 게이트 안정화 장치의 락이 풀려 있지 않았으면 무공에 입문하는 게 불가능했을 거다.

‘하지만, 일기일원공이라면 어떨까?’

자신이 직접 진기도인(眞氣導引) 해준다면 입문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무공에 입문해도 영맥이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영맥은 입문뿐 아니라 내력을 쌓는 데도 필요하다.

내공 심법의 시작이자 끝은 운기조식, 호흡!

들숨과 날숨, 호흡으로 천지와 소통하여 외기(外氣)를 모으고.

이 외기를 내공심법으로 정제, 기경팔맥에 흐르게 하는 게 내기(內氣), 내공이다.

내기는 기경팔맥, 영육과 혼백의 사이 심상 공간에 있기에 뜻을 세우는 순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외기는 밖에 있기에 영맥 없이는 움직이는 게 너무나 어렵다.

영맥 없이 외기를 모아들이는 건, 작은 조롱박으로 물을 떠 강물을 채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맥이 없는 지구에서는 내공을 쌓아 경지를 올리는 데 오랜 시간,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입문은 어려웠지만, 경지를 올리는 건 쉬웠던 자신과는 반대의 상황이 되는 거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에겐 전생 천마의 기억과 경험, 혼백에 새겨진 무업(武業)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특급 헌터는 달랐다.

아무리 천무의 자질을 가졌다고 해도 영맥 없이는 내공을 쌓는 속도가 너무나 느리다.

특급 헌터가 절정의 벽을 넘을 내공을 모을 때까지 말 그대로 1갑자, 60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60년은 오래 사는 무인에게도 긴 시간이다.

60년 수련해서 모은 1갑자 내공으로 절정의 벽에 올라서면 최소 60대 이상!

게다가 예전에 무림 던전에서 만난 젊은 무사 이원, 흑사회 회주 여량위처럼 무공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세계에는 각성력이 있다.

육체, 오러, 무공, 마탄, 초능력, 마력…!

누군가 작정하고 만든 것처럼 각성하는 순간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렇게 각성자가 돼서 얻게 되는 힘은 최소 일류 수준이다!

결국, 선택지는 둘이었다.

1. 60대 절정고수.

2. 20대 일류 수준 각성자.

순간 실소와 함께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튀어나왔다.

“와, 무슨 밸런스가 이따위야?”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정도로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했다!

지나가는 사람 천명에게 물어보면 천명 모두 2번, 20대 각성자를 선택할 거다!

아무리 절정 고수가 일류 수준 각성자보다 강하다고 해도 정도가 있었다!

40년이라니!

초절정의 벽 앞에 서 있는 자신도 다시 태어난다면 20대 각성자를 고를 거다!

60년 무공을 익혀 60대의 절정고수라고?!

무공은 결국 도구일 뿐이다.

잘 먹고 잘살려고 배우는 무공으로 노인이 된 후에 고수가 되봤자,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20대 한창나이에 각성자가 돼서 젊음을 즐기고 적당히 잘 먹고 잘사는 게 훨씬 났다!

하하하-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할 것이다.

‘그렇지 누구나 각성자를 고르겠지?’

‘하지만 각성하고 싶다고! 각성하는 건 아니잖아?’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전생을 기억한 후 무공에 입문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각성은 희박한 로또이고, 무공은 이미 자신 안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비밀을 알고 있었다.

랜덤이라고 알려진 각성을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장소들이 있다!

각성 스팟!

자신이 직접 들어간 '무림 던전'.

얼핏 들었던 이름 '재의 숲, 검산도림, 공룡 산란장'!

자신이 아는 것만 이 정도다.

세계에 얼마나 많은 각성 스팟이 있을지 몰랐다.

물론 이런 각성 스팟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정원이 정해져 있기에 인맥과 지분에 따라 기회가 주어진다.

각성 스팟에 입장할 기회도 각성만큼이나 얻기 힘들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앞서 달리고 있는 특급 헌터를 봤다.

"이야압! 엄청 빨리 달린다! 얍얍, 얍얍얍- 가속! 가속!! 가속!!!"

입으로 소리를 내며 신나게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특급 헌터!

특급 헌터는 겉모습만 보면 흔한 동네 꼬맹이 그 자체였다.

하지만 저 동네 꼬맹이의 삼촌이 장철 헌터고, 엄마가 장민 대표다.

삼촌, 장철 헌터는 무림 던전에 세워진 기반 장가장의 주인이자 1세대 헌터!

엄마, 장민 대표는 새로운 무림 던전 입구를 뚫기 위해 남중국 고위층과 협상 중인 대기업 총수다!

특급 헌터에게 무공을 전수할 필요는 없었다.

진정한 금수저!

특급 헌터는 언제라도 각성 스팟에 들어가 각성할 수 있는 진정한 금수저였으니까!

하하하-

웃음과 함께 긴 상념에서 벗어나는 순간.

앞장서 달리는 특급 헌터의 외침이 들려왔다.

“알바 빨리빨리 와! 자전거 엄청 빨라! 이야압!”

어느새 특급 헌터와 거리가 많이 벌어진 상태!

“알았어! 바로 따라갈게!”

크게 외친 천문석은 자전거 페달을 세게 밟으며 머릿속 상념을 정리했다.

영맥이 없고, 각성 스팟이 존재하는 현생.

외기를 이용하는 호흡법, 운기 조식이 아닌 내력을 쌓을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 현생에서 무공 전수는 의미가 없었다.

이때 문득 한가지 가능성이 머리를 스쳤다.

"뭐, 영약을 영양제처럼 흡입하면 가능은 하겠네…."

자신도 모르게 말한 순간 실소가 터졌다.

하-

천금의 가치를 지닌 대환단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영약들도 귀한 건 마찬가지다.

지역에서는 이름을 떨친 창천문의 수제자 이세기도 영약이 없어 내공이 바닥을 기었다.

그런 영약을 영양제처럼 흡입하는 건 사자련의 련주 후계자, 천금장의 장주 아들 정도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닿을 수 있는 경지는 일류, 절정의 벽을 넘기는 오히려 힘들어진다.

결국, 이건 전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어……?"

순간 천문석은 얼어붙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등 뒤에 맨 헌터용 배낭을 봤다.

헌터용 배낭 안에 있는 나무 곽.

그 나무 곽 안에 담긴 영약 대환단!

"....!"

이 순간 대환단을 본 암살검 한경석이 했던 말이 천둥 치듯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친구, 영약이 그렇게 비쌀 리가 없잖아?'

* * *

“....!!!”

순간 벼락을 맞은듯한 전율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대환단 가격이 싸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

그 사실을 지금 깨달았다!

'친구, 영약이 그렇게 비쌀 리가 없잖아?'

그렇다!

지구에서는 영약 가격이 비싸지 않다!

각성력을 지닌 각성자들에게 영약은 별다른 효능이 없기에 좀 비싼 영양제, 자양강장제 취급이다!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자신이 핵심을 벗어나 한참이나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대환단을 파는 데 몰두할 게 아니라, 다른 걸 먼저 생각하고 집중했어야 했다!!

영약이 싸다는 사실, 그 자체!!!

좀 비싼 영양제, 자양강장제 취급인 영약!

하지만 그런 영약들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것이 변한다!

천문석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영약(靈藥)!

그 이름 그대로 영약에는 영기(靈氣)가 담겨있다!

영약에 담긴 영기는 영맥, 기의 흐름이나 마찬가지!

영약을 쏟아부으면 영맥이 없어 외기를 움직이기 힘들다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같은 이름의 영약이라도 그 안에 담긴 기운은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영약을 때려 부어 내력을 쌓으면 정순함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즉 영약으로 내력을 키운다면 초인경으로 가는 입구 '절정'의 벽을 넘는 게 몇 배는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건 반대로 말하면 '일류고수'는 영약만 있으면 찍어내듯 키워낼 수 있다는 뜻이다!

영약을 쏟아부어 일류고수를 키운다!

무림에서라면 문파의 기둥을 뽑아 장작으로 팔아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일류고수'면 충분하다!

지구에는 무림에는 없는 것들이 있다.

마탄, 강화 전투복, 방검방탄복, 마도구….

인류의 지혜와 기술이 결집한 수많은 헌터 장비!

이 장비를 착용한 일류고수는 무공 각성자와 동등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건 새로운 각성 스팟이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제약 없이 영약만 있으면, 일류고수를 찍어내는 각성 스팟!

[천문석 무공 교실]

영약으로 일류고수를 찍어내는 학원이다!

촉이 왔다!

이건 먹힌다!

대박의 기운이 느껴진다!

천문석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타당성 검토!

-그다음에 해야 하는 건?!

당연히 한가지뿐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시장의 영약을 싹쓸이하는 것!

이 순간 계획이 성공한 미래의 모습이 그려졌다!

건물주?

카캬카카카카카카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웃음!

건물주 같은 소박한 꿈은 이제 끝이다!

[천문석 무공 교실]!

이 사업 아이템으로 대박을 터트리는 순간 자신은 거대한 성채 빌딩의 주인이 될 것이다!

순간 천문석은 자전거 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파아아앙-

바람을 뚫고 엄청난 속도로 쏘아지는 자전거!

천문석은 순식간에 특급 헌터를 따라잡아 외쳤다.

"야, 특급 헌터! 얼른 한 바퀴 돌고 시장 가자!"

"뭐!? 지금 자전거 완전 재밌는데?! 우리 시장 꼭 가야 해?"

당연히 꼭 가야 했다!

한국 최고의 부동산 전문가 한호석 교수님에게 ‘성채 빌딩’ 컨설팅을 받기 위해선 환심을 살 청주가 필수였으니까!

그러나 설득은 필요 없었다. 한마디만 하면 된다.

“특급 헌터! 자전거 대여소까지 경주다!”

위이이이잉-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앞질러 바람처럼 쏘아졌다.

“경주?! 질 수 없다! 이야얍-!”

경주라는 말에 바로 기합을 지르며 따라붙는 특급 헌터!

이 순간 천문석은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먼 미래를 위해 받으려던 부동산 컨설팅!

그 미래가 확 앞당겨져, 당장이라도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천문석 무공 교실]에 돈을 싸 들고 밀려오는 사람들!

우뚝 솟은 자신의 영지, 성채 빌딩에서 내려다보는 거리!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신동대문 건물 재건축 계획은 완전히 사라졌다!

엄청난 대박을 터트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영약을 이용한 일류고수 찍어내기!'

카캬카카카카카-

천문석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땅을 향해 최고의 경의를 바쳤다!

“뿌린 대로 돌려주시는 너무나 훌륭하신 땅님! 충성충성충성!”

...

천문석은 영약으로 일류고수를 찍어낸다는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그러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천문석보다 먼저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사람이 있었다.

단혈철검 주호.

영약으로 일류고수 키우기는 불의의 사고로 지구에 떨어진 단혈철검 주호가 먼저 실행해 철검장 재건에 성공한 방법이었다.

철검장 재건에 성공한 검증된 방법인 만큼, 모든 것은 천문석의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세기가 대환단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리기 전에만 실행했다면!

천문석이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을 때 전 세계 헌터 마켓이 들썩이고 있었다.

수많은 정치인, 기업인, 헌터들이 전 세계 헌터 시장에 나온 영약을 모조리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목적은 간단했다.

남중국 연방이 성립되는 순간 거대한 시장, 엄청난 이권이 생긴다.

그 남중국 연방의 절대자가 될 천검이 대환단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천검과 연을 맺을 기회!

천검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영향력을 동원해서 '대환단'을 찾았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 영약은 영양제 취급이었기에 '대환단'이란 이름 말고는 대환단의 특징을 아무도 몰랐다.

대환단을 찾는 경쟁자들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대환단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

결국, 대환단을 찾는 이들은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다.

-대환단인지 확인하고 사면 늦다!

-그냥 영약을 모조리 사들이는 거다!

-대환단이 맞는지 아닌지는 사들인 다음에 확인하면 된다!

천문석이 강릉에서 초대박의 꿈에 부풀어 있을 때.

17세기 네덜란드에 '튤립 버블'이 일어났던 것처럼.

21세기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헌터 마켓에 '영약 버블'이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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