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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70화 (57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70화>

천문석과 특급 헌터 둘을 시작으로 주·조연 배우들이 강릉, 무대를 향해 모여들고 있을 때.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탈락한 사람이 경악하고 있었다.

암살검 한경석!

최후식 이사의 집무실 소파에 앉아 반성문을 쓰던 한경석은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헌터 나라에 올린 친구의 대환단 경매!

혹시라도 헐값에 팔렸을까 봐, 반성문을 쓰던 중 헌터 나라 게시물을 확인했다!

그런데 친구의 게시물에 이상한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

-최소 경매가가 3억?

-누가 영약을 3억이나 주고 사냐!? ㅋㅋ

-님 양심 어디 있음?

-이건 딱 무협지 아재 노린 거네. 이름부터가 대환단이잖아! ㅋㅋㅋ

-하여간에 영약은 전부 다 대환단, 태청단, 자소단이지? ㅋㅋ

-이거 사느니 우황청심환 한 트럭을 사겠다. ㅋㅋ

-와, 3억? 이건 진짜 한 놈만 걸려라네? ㅋㅋㅋㅋ

-ㅋㅋㅋ전에 재벌 회장 한 명도 영약팔이한테 낚였잖아?

-진짜 영약팔이 놈들 상상을 초월하네! 내 가슴이 다 웅장해진다! ㅋㅋㅋ

-진짜 이런 새1끼들은 태성 형님이 한 번이 밀어 주셔야 하는데!

-그러니까! 저번에는 어떤 미1친놈이 힘이나는 약이라고, 방사선 나올 것 같은 푸른 약까지 팔았슴ㅋㅋㅋ

……

///

한경석은 댓글을 읽으며 부들부들 떨었다.

보는 순간 알아챘다.

친구가 올린 대환단의 신뢰도를 낮추기 위한 댓글 작업!

누가 했는지도 바로 감이 왔다.

정보상!

이놈들이 밑밥을 깔고 낚시질을 시작했다!

이렇게 댓글로 분위기를 몰아가면, 사려던 사람도 의심을 품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경매를 시들하게 만들어 유찰시키고, ‘대환단’을 싼값에 후려치려는 거다!

남중국 최고위층이 노리는 대환단!

내 친구가 초대박을 터트릴 대환단을!

“……!”

한경석은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거대한 분노를 느꼈다!

이대로 친구가 눈탱이를 맞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한경석은 재빨리 댓글을 작성해 올렸다.

-나 대형 길드 유명 헌터인데! 내가 보기에는 이거 완전 정품 대환단임! 댓글 다는 놈들, 분명 약 치는 정보상임!

-우와! 정품 대환단이 3억이면 거저나 다름없네요! 엄청 싸서 당장 사고 싶어요!

-정보상 놈들 밑밥 뿌리는 거 봐라! 이런 가짜 댓글에 사람들이 속을 거 같냐!

댓글을 올리는 순간 주르륵 달리는 댓글들.

-ㅋㅋㅋㅋㅋ

-ㅋㅋㅋ 당장 사고 싶뎈ㅋㅋㅋ

-미친 ㅋㅋㅋㅋ 아 ㅅㅂ! 돌겠넼ㅋㅋ

-ㅋㅋㅋ로그인 각도 좁혀랔ㅋㅋ

-와! 영약팔이 판매자 놈 멍청한 거 보솤ㅋㅋㅋㅋ

-이 새1끼 VIP등급은 어떻게 달았데? ㅋㅋㅋ

……

“뭐지? 반응이 왜 이래!?”

한경석은 화면을 스크롤 해 댓글을 확인하는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작성한 댓글 앞에 달린 푸른색으로 번쩍이는 글씨.

[글쓴이]

게시물 작성자가 댓글 여론을 조작하려다 딱 걸린 상황!

장작에 기름을 부은 게 돼버렸다!

미친 듯이 댓글이 달리고!

그 댓글 대부분이 ‘ㅋㅋㅋ’로 점철되어 있었다!

“으아악!”

오프라인에서는 단 한 번도 겪지 못한 조롱!

한경석은 바들바들 떨며 다시 댓글을 작성했다.

-야. 나 암살검이다! 정보상 새끼들 적당히 해라! 뒤진다!

-으앗! 암살검이다! 덜덜덜- 할 줄 알았냐?

-와! 영약팔이 놈. 참신한 거 보솤ㅋㅋㅋ!

-ㅋㅋㅋ 와! 나 암살검 사칭하는 놈은 처음 봤어!

-뒤지려고 작정을 한 거짘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오리온 길드에 제보 좀 해 줘라. ㅋㅋㅋ

-판매자 새끼. 암살검 찾아와서 이제 곧 지릴 듯ㅋㅋㅋㅋ

-진짜 사칭할 사람이 없어서 암살검을 사칭햌ㅋㅋ?

……

으악, 으아악-!

한경석은 벌떡 일어나 괴성을 지르고 바로 댓글을 달았다.

-바로 인증샷 올린다! 잠깐만 기다려라!

찌익-

카멜레온 은신 망토를 끝까지 올리고 작동!

파스스슥-

일렁이는 실루엣만 남는 순간 재빨리 집무실 안을 살폈다!

-책상에 놓인 거대 괴수 어금니로 만든 명패.

-벽에 걸린 Y2K PC방 정모 사진.

됐다!

이거면 충분하다!

거대 괴수 어금니 명패에는 ‘이사 최후식’이란 이름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Y2K PC방 정모 사진!

여기에 찍힌 게임 폐인들은 전설적인 이태성 길드장의 길드원들!

게이트 전쟁의 전설, 1세대 헌터들이다!

이것 이상의 인증샷은 없다!

이 사진을 보는 순간 댓글 작업하던 놈들은 단숨에 누굴 건드렸는지 깨닫게 될 거다!

한경석은 바로 움직였다.

최후식 이사의 명패를 들고, 1세대 헌터 단체 사진 액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찰칵-

[영약팔이라고? 이놈들 뒤졌다! 크크킄-]

그리고 사진을 올리려는 순간.

쏙-

스마트폰이 손에서 빠져나갔다!

[누구야!?]

외침과 동시에 머리에 작열하는 딱밤.

따아악-

으아악-

“야, 이 또라이 녀석! 반성문 쓰라니까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앗! 최후식 이사님! 휴대폰! 내 휴대폰 돌려줘!]

“너 뭐하고 있었…….”

“으아악- 보지 마! 절대 보면 안 돼!”

핏-

한경석이 점멸로 달려들어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지만, 최후식은 나이트 아머 슈트에 레이드 장비로 완전무장한 상태!

파아앙-

이지스 방패가 공간을 미리 점해 밀어내고.

파슥, 파스슥-

극검의 왕관에서 뻗어 나온 빛이 각성력을 교란했다.

한경석의 손은 허공을 가르고, 최후식 이사는 휴대폰 화면을 봤다.

“이거 뭐야? 인증샷? 너 댓글로 키배뜨던…….”

최후식 이사는 눈을 깜빡였다.

인증샷에 찍힌 너무나 익숙한 액자.

번쩍 고개를 들어 책상 뒤를 보는 순간 깨달았다.

자신의 책상 뒤에 걸린 Y2K 피시방 정모 사진이다!

한경석이 이태성 길드장의 Y2K 피시방 정모 사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1세대 헌터 십여 명. 그리고 그 중앙에 이태성 길드장이 있는 정모 사진을 배경으로……!

허허, 허허허-

자신도 모르게 허탈하게 웃는 순간.

[하하, 하하하-]

눈치를 살피며 따라 웃는 한경석!

순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폭발하고 꿀밤이 쏘아졌다.

따악, 따아악-

으악, 으아악-

“야, 이 미친 조카놈아! 이태성 길드장 사진 유출 되면 돼!? 안 돼!?”

“안 돼! 절대 안 돼!”

“그런데 인증샷을 찍어!? 야, 이 미친놈아!”

“잠깐! 잠깐만 내 말 좀 들어 봐! 진짜! 진짜!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란 말야!”

한경석이 버럭 소리치는 순간.

분노하던 최후식이 잠시 멈췄다.

한경석은 재빨리 설명했다.

“친구! 내 친구가 지금 눈탱이 맞을 위기란 말야!”

“친구? 천문석?”

“맞아! 지금 엄청난 위기야! 그 스마트폰 확인해 봐!”

최후식은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익숙한 레이아웃의 사이트.

“어, 여기 헌터 나라네? 문석이 걔 무슨 물건 파냐? 870개!? 뭔 댓글이 이렇게 달렸어…….”

게시물에 달린 수백 개의 댓글.

댓글을 훑는 순간 최후식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바로 파악했다.

후려치기!

한경석의 말대로 먹잇감을 노리고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

“하, 정보상 이 미친놈들 헌터 나라는 어떻게 안 거야? 여기 검색 엔진에도 안 잡힐 텐데! 쯧쯧쯧-.”

“봤지! 내가 왜 그러는지 봤지!? 빨리 휴대폰 줘! 인증샷 올려야 해! 액자 사진은 안 올릴게!”

에휴-

최후식은 한숨과 함께 휴대폰을 넘기려다가 멈칫했다.

“어, 잠깐만…….”

얼핏 스쳐 지나가는 판매자 아이디.

화면을 스크롤 하자, 너무나 익숙한 아이가 보였다.

[NTM-CHS]

댓글로 키배를 벌이던 아이디!

자신의 갈망을 담은 헌터 나라 아이디다!

순간 최후식 이사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야, 너 이 아이디……?”

한경석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너 봤냐!?”

[아냐! 아무것도 못 봤어!]

뭘 봤냐고 묻지도 않았는데 바로 돌아오는 대답!

‘거래 내역을 봤구나!’

최후식은 바로 다음 질문을 던졌다.

“이 아이디! 너 이 아이디 뜻도 알아!?”

[CHS. 최후식.]

“NTM은!?”

[…… ]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침묵과 힐끔 머리를 향한 시선은 대답이나 마찬가지였다!

최후식은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해졌다.

한경석!

스무 살이 넘고도 여전히 꼬맹이나 다름없는 조카의 손에 자신의 약점이 들어갔다!

앞으로 오리온 길드에서 일어날 일은 불을 보듯이 뻔했다!

툭-

어느새 카멜레온 은신 망토 후드를 내리고 어깨에 손을 올리는 한경석.

“후식이 삼촌. 걱정할 거 없어! 나 입 엄청 무거워!”

한경석은 입에 지퍼를 채우는 제스처를 했다.

“경석아…….”

감동으로 목소리가 떨려 나오는 순간.

창밖을 가리키는 손.

“그러니까 삼촌 나 종로 좀 갔다 올게!”

“……종로?”

한경석은 환하게 웃으며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지금 내 친구가 정보상한테 눈탱이 맞게 생겼잖아! 생각해 보니까! 인증샷보다 종로 가서 정보상 놈들 손 봐주는 게 빠를 것 같아!”

밝은 목소리 뒤에 이어지는 섬뜩한 쇳소리!

스르렁-

카멜레온 은신 망토 아래에서 커다란 쿠크리 단검이 불쑥 튀어나왔다.

“……어떤 정보상이 댓글 단 줄은 알고?”

“당연히 모르지. 그래서 그냥 보이는 데로 전부 다 손 봐주려고.”

암살검 한경석은 해맑게 웃으며 쿠크리 단검을 까닥였다.

“…….”

그렇지.

암살검 한경석은 이런 녀석이었지…….

하, 하하하-

크, 크크킄-

최후식이 웃는 순간.

한경석도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최후식은 힘없이 말했다.

“……사람 다치게는 하지 말고. 종로 밖으로도 벗어나지 마라.”

“알았어! 걱정하지 마!”

바로 돌아오는 대답.

“카멜레온 은신 망토. 아니 너 친구 걸고 맹세 해라.”

“……후식이 삼촌, 그냥 삼촌 걸고 맹세하면 안 될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돌아오는 대답.

“……와, 진짜 친조카만 아니었으면!”

최후식이 부르르 떨리는 주먹을 드는 순간.

한경석은 재빨리 양손을 들고 맹세했다.

“알았어! 친구 걸고! 다치게도 안 하고! 종로 밖으로도 안 나갈게!”

파슥-

이 순간 한경석의 몸을 짓누르던 이지스 방패가 사라졌다.

핏, 핏핏-

동시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연속해서 터졌다.

“너! 로비에서는 걸어 다녀!”

최후식 이사의 외침을 등 뒤로 흘리고 한경석은 엄청난 속도로 이동했다.

한경석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획이 세워졌다.

친구의 대환단을 후려치려는 정보상 놈들을 모조리 손봐준다!

하지만 자신은 혼자고 종로 뒷골목의 정보상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최후식 이사에게 말했듯이 아무 문제 없었다.

고구마 캐듯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쑤시면 되니까!

한경석은 순식간에 사무실을 지나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로비 1층을 뛰어 종로 정보상 거리를 향해 뛰었다!

암살검 한경석을 움직이게 만든 대환단 게시물에 달린 수백 개의 악플.

이 악플은 현대정보컨설팅 그룹이 처음 불을 붙이고,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다른 정보상 들이 장작을 넣어 만들어졌다.

어차피 법적 처벌도 추적도 쉽지 않은 악플, 정보상 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악플을 달았다.

대환단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가격이 낮아지면 거래를 중개하는 모두에게 이익이었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모든 것은 타이밍이다.

처음 불을 붙인 현대정보컨설팅 그룹은 유희명 대표의 결단으로 재빨리 흔적을 지우고 코타키나발루로 잠수타기 위해 움직이는 중!

뒤늦게 장작을 넣던 종로 뒷골목 정보상을 향해 악플에 분노한 헌터가 달려가고 있었다.

암살검 한경석!

[크크크크킄-]

무대에 오르지 못한 암살검 한경석의 웃음소리가 광화문 거리에 울려 퍼질 때.

재금 빌딩 앞 모두에게서 잊힌 무대에 오르지 못한 다른 한 사람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침부터 지금까지 재금 빌딩 주위를 맴돌고 있는 원기륭 실장.

원기륭 실장은 휴대폰과 재금 빌딩을 번갈아 보며 갈등했다.

“벌써 3시간이 넘었는데…… 총지배인님 설마 무슨 일 생긴 거 아냐? 전화도 안 되고, 지금이라도 들어가 봐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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