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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63화 (56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63화>

“……네?”

헤드셋을 벗으며 고개를 돌리는 남자!

워커는 반사적으로 최루탄을 터트리려다 움찔했다.

“이세기?”

“아니잖아!”

“너, 누구야!”

워커 실트가 잇달아 외치는 순간.

이름이 불려서 뒤돌아본 남자는 어이없어했다.

“뭐야, 이 꼬맹이는? 너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지금 나 찾아온 거야?”

반응을 보니 이세기가 맞기는 했다.

그러나 이 이세기는 자신이 공방 도시에서 싸운 이세기와 조금도 닮지 않았다!

이름과 20대 초반의 남자라는 것만 같았다!

“야, 뭐야? 왜 부른 거냐니까!?”

남자의 표정이 험악해지는 순간.

워커는 재빨리 표정을 바꿨다.

“……이거 알바 누나가 가져다주래요.”

워커는 자연스럽게 종량제 봉투 안에서 메로나를 꺼내 이세기에게 건넸다.

“알바 누나? 저기 PC방 알바가?”

순식간에 얼굴이 환해진 이세기가 데스크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PC방 알바를 힐끔거렸다.

워커는 알바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누나! 고마워요!”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드는 PC방 알바.

“그럼 형 잘해 보세요. 전 가요.”

워커는 바로 몸을 돌려 출입구로 걸어갔다.

“꼬마야? 형은 어쩌고 혼자 가는 거야?”

PC방 알바의 질문에 워커는 적당히 대답했다.

“오늘 레이드 엄청 중요해서 밤새워울 거래요.”

“뭐……?”

PC방 알바가 한심스러운 눈으로 77번 좌석의 이세기를 볼 때.

워커는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 와 건물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밤거리를 터벅터벅- 힘없이 걸으며 로롤로 이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번에도 아니잖아! 깜지 10장 추가!]

“하아- 도대체 이세기 녀석은 어디에 숨은 거야!?”

워커 실트는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서울로 올라와 로롤로 이사가 찾아낸 ‘이세기 후보’를 벌써 23명이나 만났다!

그러나 하나같이 자신이 찾는 이세기가 아니었다!

이세기에게 복수하겠다고 맹세했는데,

복수는커녕 이세기를 찾기도 힘들었다!

“젠장!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깡-

깡통을 걷어차며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하늘에서 가장 크게 빛나는 별이 보였다.

재금 그룹의 본사가 있는 천공 섬, 전능 옥좌!

전능 옥좌를 보자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생각해 보면 자신이 이렇게 된 모든 일의 시작이 전능 옥좌였다!

워커 실트는 천공탑을 오르다가 되찾은 기억을 떠올렸다.

아주아주 오래전 옛 동료가 보낸 차원 메시지를 받고, 전능 옥좌가 오염되기 전에 작동 중지를 시켰다!

모두 옛 동료의 부탁대로 타대륙을 구하기 위해 한 일이었다!

그 와중에 약간의 착오가 생겨 전능 옥좌가 추락하는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자신이 기지를 발휘해 전능 옥좌를 우주로 날려 버려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나지 않았다!

전능 옥좌가 추락했는데도 아무도 죽지 않은 엄청난 위업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 자신은 마도 제국 최악의 테러리스트가 됐고, 마도 제국의 모든 군단과 마도왕들의 끈질긴 추적을 받았다!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기억을 되찾은 지금까지도!

“멍청한 군단 놈들!”

워커는 전능 옥좌를 향해 분통을 터트렸다.

그렇게 마도 제국에서 날려 버린 전능 옥좌가 엉뚱하게도 지구의 하늘에 떠 있었다!

그러나 둘은 이름만 같을 뿐이다.

지구의 전능 옥좌는 마도 제국의 전능 옥좌가 가졌던 힘의 1할도 발휘하지 못한다.

전능 옥좌의 진정한 힘은 세계 개변!

세계의 법칙 자체를 변화시키는 마도 황제의 힘을 구현한 것이다.

마도 황제가 대협약, 마법, 대륙어를 세계에 새긴 것처럼 진정한 전능 옥좌가 있다면 세계 개변의 대마법을 펼칠 수 있다!

차원 방벽에 뚫린 게이트, 던전, 균열을 일소할 수도.

뒤엉킨 세계의 나무의 인과를 바로잡고 이 닫힌 세계에서 탈출할 수도 있었다.

“하, 저게 진짜 전능 옥좌였으면!”

워커 실트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세계 개변의 힘을 잃은 채 단지 하늘에 떠서 마력장의 흐름을 통제 중인 전능 옥좌.

저 전능 옥좌는 마도 황제가 아닌 그 휘하의 마도왕이 만든 게 분명했다!

분명 마도 황제의 12제자, 아니 레이 실트를 빼고 11제자 중 누군가가 만들었을 거다.

워커 실트는 그 마도왕이 지구에서 어떤 이름을 사용하는지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재금 그룹의 오너!

즉,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 대한민국 서울은 마도왕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워커는 쉬운 방법을 두고, 꼬맹이로 위장한 채 이세기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인내심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냥 저질러 버릴까!?’

이 순간 워커의 머릿속에서 쉬운 방법, 부산 던전에서 나왔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

워커 실트는 부산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제국 군단과 싸울 때를 대비해 만든 장비와 마도구를 실은 미궁 악어 13호를 호출했다.

미궁 악어 13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태평양을 건너오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전에 이세기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야 했다.

워커는 이세기를 추적하기 위한 앵커를 실은 로켓을 쏘아 올렸다.

파아아앙-

급조 로켓에 실려 하늘 높이 치솟은 앵커가 대한민국 곳곳에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순간.

워커는 깨달았다.

앵커가 박히는 순간 차원 방벽이 찢어지고 통로가 이어졌다.

이 세계로의 통로, 던전이 생겨난 거다!

“뭐야!? 차원 방벽이 왜 이렇게 쉽게 뚫려!?”

차원 방벽이 뚫린 통로, 던전에서 마수와 몬스터가 쏟아지면 대참사가 일어난다!

경악한 워커는 바로 던전을 확인했다.

그리고 안도했다.

“아, 원래 약했구나.”

대한민국의 차원 방벽은 처음부터 약화된 상태였다.

자신의 앵커가 뿌려지기 전에 이미 통로가 뚫려 있었다.

자신의 앵커는 그 숫자를 몇 개 더 늘렸을 뿐.

그리고 이렇게 뚫린 던전은 위험도가 0에 한없이 가까웠다.

워커는 이 던전에 슬쩍 들어가는 순간 바로 정체를 알아챘다.

-안개의 바다 위에 솟은 거대한 봉우리.

-거대한 봉우리 전체에 이어진 수많은 계단.

-풍요로운 자연과 동물들이 있는데,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원대륙의 상, 경계 짓는 자가 그은 경계 너머의 세계.

‘허공도의 그림자’ 세계였다!

던전의 정체를 알아내는 순간 워커는 안도했다.

‘이 던전은 위험하지 않다.’

원대륙의 경계 짓는 자는 영혼육백 본질을 태운 빛으로 혼돈에서 세계의 나무를 키워 낸 존재.

세계의 나무는 삼천세계를 잇는 길이자, 경계이며, 혼돈의 무명(無明)을 밝히는 지혜의 빛이었다.

그의 바람이 담긴 지혜의 빛은 혼돈에 물든 대요마조차도 이성을 되찾게 한다.

광기에 물든 마수나 몬스터라도 이 경계 너머에선 광기가 씻은 듯 사라진다. 광기가 사라진 마수나 몬스터는 더는 위험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 위험이 없지는 않았다.

허공도의 그림자 세계는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사는 세계와 이어져 있었다.

경계 너머의 요마괴이!

이 던전에 들어갔다가 요마괴이와 만나면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건 ‘경계’를 넘어야 가능한 일!

경계는 차원 방벽 이상으로 견고하다!

인과가 이어지지 않은 존재는 ‘경계’가 바로 앞에 있어도 볼 수도 넘을 수도 없다!

즉, 차원 방벽이 뚫려 한국에 나타난 통로, ‘허공도의 그림자’ 던전은 아무 위험이 없었다.

그리고 태양이 움직이면 그림자의 방향이 변하듯, 그냥 내버려 두면 이 던전들은 사라진다.

그러나 세상에 우연은 없다.

허공도의 그림자 던전이 아무 이유 없이 한국에 나타날 리 없었다.

한국에 허공도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건, 누군가와 인과가 이어지고 인연이 생겼다는 의미!

워커는 허공도의 그림자와 인연이 얽힐 만한 사람을 이미 한 명 알고 있었다.

흑전의 주인!

자신이 찾고 있는 이세기!

워커는 갑자기 던전이 생겨난 이유를 직감했다.

‘하늘의 인과가 흑전의 주인을 제대로 굴리려고 준비를 하고 있구나!’

그냥 고난도 아닌 허공도의 그림자 던전이라는 크나큰 고난을!

이세기가 가진 흑전이 불러온 고난!

그게 갑자기 생겨난 수십 개의 던전의 정체였다!

이세기가 경계를 넘어 요마괴이와 얽히는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개고생을 하게 될 거다!

이 순간 워커 실트는 깨달았다.

‘자신이 복수할 수 있는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그래서 워커 실트는 홀로 이세기를 쫓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로롤로 이사까지 호출해서 한국의 ‘이세기’를 모조리 확인하고 있었다!

이세기 놈이 흑전이 준비한 고난에 빠지기 전에 직접 복수하기 위해서!

그런데…… 방금 다시 한번 꽝이 나온 것이다!

///

“아니. 어떻게 23명을 확인했는데! 전부 꽝이야!”

워커 실트는 분통을 터트리며 결심했다.

흑전의 주인을 계속 쫓는 건 위험하다!

이렇게 이세기 놈을 추적하다가 까딱 잘못하면, 허공도의 그림자 던전에 같이 끌려가 경계를 넘어갈 수도 있었다!

순간 떠오르는 풍경이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열사의 사막!

쉴 새 없이 연기를 뿜어내는 강철의 도시!

오래전 흑전에 얽혀 떨어진 자본 주의의 악마 놈들이 가득한 스카라베 지하 왕국!

허공도의 그림자, 경계 너머의 세계는 스카라베 지하 왕국 못지않았다!

그곳에 끌려가면 상상을 초월하는 개고생을 하게 될 거다!

그렇다면 계획 자체를 바꾼다.

“플랜 B로 움직인다!”

[플랜 A.]

[이세기 복수 -> 에코, 무겐다흐 찾기!]

[플랜 B.]

[에코, 무겐다흐 찾기 -> 이세기 복수!]

어차피 이세기는 내버려 두면 흑전의 고난에 걸려 개고생을 하게 된다!

우선 박아둔 앵커를 이용한 광역 스캔 마법으로 ‘에코와 무겐다흐’부터 찾는다.

이세기는 개고생을 하고 나온 순간 찾아서 복수한다!

그러나 플랜 B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워커 실트는 하늘에 뜬 전능 옥좌를 바라봤다.

이 전능 옥좌는 세계 개변의 힘을 잃었다. 하지만 마력장 관측 기능은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앵커를 사용해 광역 스캔 마법을 사용하면, 그 마력 파동을 전능 옥좌에서 바로 관측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이 에코와 무겐다흐의 위치를 찾아내는 순간.

전능 옥좌에 있을 마도왕도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된다.

전능 옥좌의 마도왕이 무겐다흐 같은 녀석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전능 옥좌의 마도왕이 하이브리온 같은 제국 군단장이면 끝장이다!

자신은 마도 제국의 테러리스트이자 수배자.

전쟁 규범에 따라 타이탄 수십 대가 쏟아질 수도 있었다!

타대륙에서 고대의 악과 허신들을 몰아낸 강철의 폭풍이 자신을 향해 몰아치는 거다!

이놈들에게 잡히는 순간 허수 공간에 던져지거나, 천 년 단위 노역 형을 선고받을 거다!

상상만으로도 전율이 일었다!

그러나 워커 실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천공탑에서 기억을 찾기 전, 타이탄 부활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대륙을 헤집고 다닐 때부터 도망에는 익숙했다!

그리고 혹시나 타이탄에게서 도망쳐도 혼자서 외롭게 도망치는 건 아니었다.

자신의 옆에는 시간 오류 수정자 에코, 무기 제작자 아리엘 무겐다흐가 같이 있을 테니까!

“정 급하면 에코, 무겐다흐를 미끼로 던져 주면 되겠지! 카카카캌-.”

한국 전 지역에 떨어진 23개의 앵커!

그 23개의 앵커를 움직여 에코와 무겐다흐를 찾을 덫을 놓으려면 준비할 게 많았다!

워커 실트는 종량제 봉투에서 메로나를 꺼내 물고 은신처를 향해 달렸다.

천문석이 장민 대표의 의뢰를 받아 강릉 칠성산 던전으로 출발하는 전날 밤.

워커 실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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