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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57화 (55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57화>

한우 떡갈비로 늦은 저녁 식사를 끝내고.

장민 대표가 주방에서 후식을 준비할 때.

특급 헌터와 한경석은 오늘 일어난 대사건을 박진감 넘치게 설명하고 있었다.

혼령 퇴치!

“……그때 알바가 나선 거야!”

“맞아! 친구가 그때 나섰어!”

한경석이 천장을 가리키며 외쳤다.

“내 공방에서 구우우웅- 엄청 무서운 혼령의 소리가 울려 퍼졌거든!”

특급 헌터는 재빨리 일어나 말을 받았다.

“알바가 번쩍 앞으로 나서서 혼령하고 싸웠어! 이렇게!”

“얍- 퇴마 주먹!”

“이얍- 퇴마 박치기!”

“이야얍- 퇴마 발차기!”

……

입으로 소리를 내며 주먹과 발을 휘두르고 머리로 들이박는 시늉을 하는 특급 헌터.

“이렇게! 이렇게! 알바가! 퇴마 주먹을 막 뻗어서 혼령을 퇴치했어!”

“우와! 삼촌 정말 대단한데!? 얍얍! 이렇게 혼령을 퇴치했다고!?”

“그렇다니까! 알바는 역시 특급 알바야!”

“친구 엄청 대단해! 옆방으로 도방간 혼령도 쫓아가서 퇴마했어!”

특급 헌터와 한경석의 존경스러운 시선이 쏟아질 때.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야, 그만해! 제발 그만하란 말야!’

느껴진다!

주방에서 날아오는 장민 대표의 간지러운 시선이,

바로 앞 류세연의 당장이라도 웃음이 폭발할 듯 들썩이는 어깨가!

그러나 두 꼬맹이 놈들은 ‘적당히’가 없었다!

“알바는 역시 대단하다니까! 혼령 엄청 무서운데! 막 싸워서 이겼어!”

“맞아! 친구는 엄청 대단하다니까! 나한테 부적도 써 주기로 했어!”

“지식인 김 법사님이랑 비슷해! 앗! 알바는 이제부터 천 법사님이야! 알바! 퇴마 주먹! 좀 다시 보여 주면 안 될까? 얍! 얍얍! 퇴마 주먹!”

“친구! 퇴마 부적 지금 써 주면 안 될까? 혹시 모르니까 잘 때 붙여 놓으려고!”

“앗! 완전 좋은 생각이야!”

벌떡 일어나 티피로 달려가는 특급 헌터.

곧 천문석 앞에 스케치북과 12색 크레파스가 놓였다.

“…….”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특급 헌터.

“알바! 난 퇴마 부적 최대한 커다랗게 써 줘! 스케치북에 가득 차게!”

-한경석.

“친구. 난 3장! 공방이랑 집에 붙이고, 한 장은 가지고 다닐 거야!”

-류세연.

“삼촌 난 24장 부탁해! 건물 사람들에게 전부 돌릴…….”

풉-

다급한 숨 삼키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류세연이 폭발했다.

크킄킄크크크킄카킄큽-

자지러지게 웃으며 말을 쏟아 내는 류세연!

“아 미치겠네!? 천 법사님? 퇴마 주먹? 크크큽- 게다가 크레파스 부적!?”

크크캬카킄-

류세연이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 순간.

특급 헌터가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세연! 그러면 안 돼! 게이트 맥 흘러서 혼령 나왔다니까! 천 법사님이 분노하면 큰일 나!”

“맞아! 세연! 얼른 잘못했다고 말해! 천 법사님 분노하면 벽이 막 울려!”

“…….”

천문석은 멍하니 특급 헌터와 한경석을 봤다.

‘이 녀석들 지금 이거 멕이는 거 아냐!?’

이때 류세연이 벌떡 일어나더니 정중히 고개 숙였다.

“천 법사님! 용서해…… 크카카크킄- 아 미치겠네. 나 도저히 못하겠어!”

“으앗! 그러면 안 된다니까! 천 법사님! 얼른 퇴마 부적 써 주세요!”

“아앗! 혼령 혼령이 느껴지는 거 같아! 친구! 아니, 천 법사님 저도 빨리 부적 좀!”

“…….”

천문석이 멍하니 이 모습을 보고 있을 때.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그렇게 웃으면 실례야.”

과일을 깎아온 장민 대표가 쟁반을 내려놓으며 부드럽게 타일렀다.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울컥했다.

“뭐!? 그럴 리가 없잖아! 법사면 엄청 높은 거야! 내가 지식인에서 봤어! 알바 지금 마음속으로 엄청 좋아한다니까!”

“맞아! 헌터보다 대단한 거야! 혼령을 퇴마했어! 친구 분명 지금 되게 좋아해!”

“진짜 미치겠네! 크크크- 천 법사! 천문석 퇴마사! 크크큭-.”

그러나 세 꼬맹이는 계속 말을 쏟아 냈다.

“휴- 너희들 계속 그러면 안 돼…….”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젓는 장민 대표.

역시 장민 대표님!

세 꼬맹이와는 다른 이 어른스러운 모습이라니!

“장민 대표님…….”

천문석은 유일한 아군 장민 대표를 봤다.

장민 대표는 빙그레 웃으며 손을 뻗어 천문석의 어깨를 토닥였다.

부드러운 손길에 마음속에서 촉촉한 온기가 피어날 때.

장민 대표는 말했다.

“전 지갑에 넣을 수 있게 명함 크기로 부탁해요.”

“……네?”

멍하니 되묻는 순간 돌아오는 웃음기 어린 대답.

“전 학업 부적 부탁드려요. 천 법사님. 흡-.”

다급히 입을 가린 장민이 고개를 돌리고 어깨를 들썩였다!

“……!?”

‘믿었던 장민 대표님 마저!?’

경악하는 순간 사방에서 쏟아지는 목소리!

“안 돼! 장민은 꼴찌야! 우리는 부적 받으려고 아침부터 기다렸단 말야! 천 법사님! 빨리 저부터!”

“맞아! 언니는 꼴찌야! 천 법사님! 빨리 우리 퇴마 부적부터 그려 주세요!”

“아, 진짜! 크크크킄- 천 법사님! 그럼 전 3등이에요! 연애 부적이요!”

“천 법사님! 전 공부 잘 하는 학업 부적이에요. 흡-.”

……

어느새 꼬맹이가 넷이 됐다.

특급 헌터, 한경석, 류세연.

그리고 믿었던 장민 대표님마저!

“…….”

이 순간 천문석은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기괴한 감정이 들었다.

희로애락애오욕, 칠정.

기쁨, 분노. 우울. 근심. 슬픔. 놀람. 공포.

칠정을 한발 빗겨난 감정.

쪽팔림!

거대한 쪽팔림이 느껴졌다!

-얍얍- 퇴마 주먹을 흉내 내는 특급 헌터!

-연신 절을 하며 탄성을 터트리는 한경석!

-자지러지게 웃으며 놀리는 류세연!

-어깨를 들썩이며 난장판에 한발 걸친 장민 대표님까지!

‘이 꼬맹이 녀석들! 원하는 대로 해 주마!’

천문석은 바로 스케치북을 펼쳤다!

전생 천마는 천마신공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익혔다!

정사마의 무공!

유불선의 학문!

그리고 주술공!

무공의 상리를 벗어나, 천지의 인과와 운(運)에 닿는 길을 탐구하는 게 주술공의 본의!

전생 천마가 주술공의 극에 도달해 무공과 합쳐 만들어 낸 게 생사팔문의 보법이었다!

교차하는 생문과 사문을 간극을 걸어, 인과가 예비한 운명의 틈을 비집고 운(運)을 거머쥔다!

이것이야말로 생사팔문의 보법의 극이자,

전생 천마가 깨달은 주술공의 극의였다!

부적 따위는 극에 달한 생사팔문의 보법으로 운명조차 비튼 전생 천마에겐 어린아이 장난이나 마찬가지다!

‘행한다!’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혼원지기가 된 일기일원공에서 한 줄기 기운이 솟아 올랐다!

휙-

손을 떨치는 순간.

절로 날아와 손에 잡히는 붉은 크레파스!

파르르-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이 선풍기 강풍을 맞은 듯 흔들리는 순간!

순간 절을 하고 데굴데굴 구르고 웃음을 참던 네 사람은 경악했다.

“천 법사님이 움직이신다!”

“드디어 천 법사님이 부적을 쓰신다!”

“뭐야!? 진짜였어! 오빠 진짜로 혼령을 보는 거야!?”

“……지금 설마!?”

이 순간 천문석은 움직였다.

커다란 항아리에 물을 담듯이 하루하루 성실히 쌓아 올리는 게 무공이다.

그러나 경지를 넘어 나아가는 순간 항아리라는 틀조차 필요 없어진다!

모든 무공은 언젠가 형을 버리고 뜻만을 남기니.

생사팔문의 보법 또한 그러하다!

지금 보법의 형을 버리고.

일기일원공의 진기에 올라타.

생과 사.

행과 불행의 간극을 걸어 운명을 비튼다!

팟-

섬광과 함께 천문석의 손이 움직였다!

붉은 크레파스를 쥔 오른손이 일필휘지로 스케치북 위를 스쳐 지나갔다!

순식간에 종이 위에 그려지는 현기를 품은 문양!

파바바밧-

스케치북이 순식간에 넘어가 마지막 장이 나왔을 때.

탁, 타탁-

천문석은 스케치북을 들어 올려 털었다.

순간 후두둑- 쏟아지는 종이, 부적!

휙 손을 휘젓는 순간 이 부적이 단숨에 천문석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탁, 탁, 탁, 탁-

천문석은 네 사람 앞이 부적을 뒤집어 놓고 일세의 고승처럼 말했다.

“내 수명을 깎아 만든 부적이니. 소중히 여기도록 하여라.”

그리고 천문석은 앉은 채로 미끄러져 현관으로 나아갔다.

바로 앞, 눈에 보이는 천문석이 하늘에 뜬 달처럼 아득히 먼 곳으로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너무나 압도적인 모습에 네 사람은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띠리리-

천문석이 어느새 도어락을 열고 옥상으로 나가는 순간에야 번쩍 정신을 차렸다.

“어!”

“아!?”

“설마, 삼촌!?”

하얗게 질린 류세연이 옥상으로 달려가려 할 때.

깜짝 놀란 특급 헌터의 외침이 터졌다.

“으앗! 이게 뭐야!?”

반사적으로 모인 시선.

특급 헌터는 부적을 손에 쥐고 경악하고 있었다.

“왜 그래?”

특급 헌터는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을 향해 부적을 내밀었다.

“이거 봐!”

새하얀 스케치북에 붉은 크레파스로 그려진 현기 어린 부적.

“그게 왜?”

“잘 보란 말야! 여기 글씨 보이잖아!”

특급 헌터는 답답하다는 듯 부적의 선을 가리키며 또박또박 외쳤다.

[열. 심. 히. 사. 는. 게. 부. 적. 임.]

“그리고 여기에 엄청 커다랗게 이렇게 쓰여 있잖아!”

[메. 롱.]

“……!”

“……!”

“……!”

거대한 충격이 거실을 휩쓸고 지나갔다!

한경석, 류세연, 장민은 재빨리 부적을 확인했다.

부적마다 글자가 달라 다른 글자는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커다란 두 글자는 똑같아서 모두가 알아봤다.

[메. 롱.]

“친구!?”

“삼촌!”

“알바 씨!?”

세 사람의 어이없어하는 외침이 터질 때.

특급 헌터는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당장 알바! 아니, 천 법사님을 찾아서 물리쳐야 해!”

“뭐……?”

“천 법사님이 분명 혼령에 씐 게 분명해!”

“……?”

“그렇지 않으면, 천 법사님이 이런 부적을 쓸 리가 없잖아! 당장 잡아서 천 법사님 몸에 들어온 혼령을 물리쳐야 해!”

“아!”

깨달음이 탄성이 터지는 순간.

한경석은 외쳤다.

“특급 헌터! 혼령을 잡을 방법이 있는 거야!?”

특급 헌터는 주저하지 않고 거실 한쪽을 가리켰다!

“저걸로 물리치는 거야!”

특급 헌터의 손이 향한 곳에는 바구니가 있었다.

골판지 공과 방패, 베개.

공성 무기가 담긴 바구니가.

모두는 깨달았다.

‘역사가 증명한 혼령 퇴치 도구(물리)!’

잠시 후 완전무장한 네 사람은 옥상으로 달려 나가며 외쳤다.

“천 법사님! 우리가 도와줄게!”

“친구 어디야!? 빨리 혼령 떼야 해!”

“삼촌 빨리 나와!”

“알바 씨! 어디세요?”

그러나 천문석은 옥상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앗! 설마 우리 집인가!”

“세연 빨리 가보자!”

“친구를 구해야 해!”

“아, 이거 왜 이렇게 재밌니? 후후흣-.”

류세연, 특급 헌터, 한경석, 장민 대표.

완전무장한 네 사람은 악마를 잡으러 가는 이단 심판관처럼, 기세등등하게 아래층 세연의 집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천문석은 세연의 집으로 도망치지 않았다.

쿵-

옥상 철문이 닫히는 순간.

옥탑방 지붕에 바짝 엎드려 있던 천문석이 일어났다.

천문석은 옥상 문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와, 뭐가 이렇게 눈치가 빨라!?”

이미 방 안에서 들려온 소리를 모두 들었다!

가짜 부적이 들통 나는데 대략 일주일은 걸릴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가짜 부적은 30초 만에 들통 났다!

특급 헌터의 예리한 눈에!

이 녀석은 이상할 정도로 눈치가 빨랐다!

그러나 그런 특급 헌터도 지붕을 찾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연의 집, 건물을 다 뒤져도 자신이 나오지 않으면 지붕도 위험했다.

지금 당장 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심리적인 사각지대!

등하불명(燈下不明)의 장소로!

천문석은 지붕을 가로질러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다.

탁-

창틀을 잡고 몸을 끌어올려.

쓰르륵-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천문석은 자신의 방, 자신의 침대에 편하게 누우며 말했다.

“고생해라. 네 꼬맹이.”

혼령 퇴치, 김철수 사무실의 새 직원, 신동대문 땅의 재발견, 대환단 경매, 박스 성 건설, 부적 사건!

장기 휴가 첫날이란 거 무색하게도, 어느 때보다 바쁘고 정신없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첫날에 바빴으니, 내일은 편하겠지?”

어차피 대환단이 팔리기 전에는 할 일이 없다.

헌터 나라 경매가 끝날 때까지 앞으로 일주일!

편하게 쉬다가 대환단이 팔리면, 그때 신동대문 땅을 확인하고 견적을 뽑으면 된다!

천문석은 크게 기지개를 켜고 편안히 누워 허탕 치고 실망한 채 돌아올 꼬맹이 넷을 상상했다.

‘최후의 승자는 나다! 꼬맹이들! 카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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