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54화>
“……300억?”
바로 고개를 젓는 한경석.
“설마 3천억!?”
경악한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한경석은 곤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친구. 영약이 그렇게 비쌀 리가 없잖아?”
“……영약이 안 비싸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한경석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무공 각성자는 다 아는 건데? 모르고 있었어?”
천문석은 직감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구나!’
헌터가 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군 입대 -> 제대 -> 헌터 길드]
테크트리를 타기 위해서 헌터 업계에 관심을 뒀지만, 인맥으로 돌아가는 헌터 업계의 자세한 사정을 알 정도는 아니었다.
당연히 영약이 비쌀 리가 없다는 한경석의 말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경석아! 자세히! 자세히 좀 말해 줘! 영약이 비쌀 리가 없다고!?”
“무공 각성자는 각성력을 이용하잖아?”
‘각성력!’
이 단어나 떠오르는 순간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폭풍이 몰아쳤다.
무림인과 무공 각성자의 결정적 차이점!
내력과 각성력!
무림인은 ‘내력’으로 무공을 펼치고,
무공 각성자는 ‘각성력’으로 무공을 펼친다!
이걸 잊고 있었다!
처음 전생을 자각했을 때,
자신이 무공에 입문하지 못한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지구에는 천지간에 진기는 가득하나 영맥이 없었다!
진기를 이용하려면 ‘각성’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해야만 했다!
한경석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공을 끌어올리는 영약은 그다지 인기가 없어.”
당연했다!
내공심법으로 진기를 내력으로 쌓는 무림인과 달리.
무공 각성자는 각성한 순간 진기가 자연스럽게 각성력으로 변화되어 쌓인다!
무공 각성자가 ‘영약’을 먹는다고 해도, 내공심법을 익힌 게 아니기에 ‘내력’을 쌓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 내공 심법을 모르는 무공 각성자에게 영약은…….
“자양 강장제나 마찬가지야…….”
한경석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천문석은 하늘이 기울어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자양 강장제!
천금의 가치를 지닌 무림의 무가지보, 대환단이 자양 강장제라고!?
자신이 생각한 300억은 말도 안 되는 금액이다!
아무리 각성 헌터들이 능력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됐어도 자양 강장제에 수백억을 쓸 리가 없었다!
이때 대환단을 유심히 살피던 특급 헌터가 외쳤다.
“내가 보기에는 이거 엄청 비싸 보여! 그렇지 경석이 형!”
한경석은 곤란한 표정으로 내민 손가락을 흔들었다.
세 손가락.
“내가 이용하는 사이트에서, 자소단이 3억 원에 팔린 적이 있긴 하거든. 상대가 헌터가 아니라 재벌 회장이긴 한데…….”
3억원!
순간 천문석의 얼굴이 환해졌다.
3억원이면 300억의 1/100이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전 재산과 같은 액수!
대환단을 3억원에 팔면 전 재산이 2배가 되는 거다!
그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경석아 이 대환단 그 사이트에서 팔아 줄 수 있겠냐? 내가 아는 헌터 마켓은 영약 거래가 없던데?”
“걱정하지 마! 친구! 내가 도와줄게! 그런데 이 단약이 대환단이라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혹시 증거 없어?”
“증거?”
고개를 끄덕이는 한경석.
“맞아. 증거. 소림사에서 대환단 얻을 때 같이 구한 비급이나 불상, 증명서 같은 진짜 대환단이라는 증거 없어?”
대환단이 우황청심환도 아니고 무슨 증명서란 말인가?
게다가 이 대환단은 엄밀히 말하면 주호가 훔친 장물이었다!
“증명서는 없는데. 그거 딱 보면 대환단이란 걸 알 수 있는데…….”
“맞아! 나는 딱 보니까 알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는 특급 헌터.
그러나 특급 헌터의 인정은 대환단을 파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직접 만나면 대환단이란 걸 믿게 해 줄 수 있기는 한데.”
“그게 가능해?”
한경석은 솔깃한 표정이 됐다.
“내공심법. 아니, 일종의 호흡법이 있는데. 대환단을 미량 섭취하고 그 호흡법을 사용하면 약효가 확 받거든…….”
“혹시 일반인도 가능해?”
“일반인도 가능해. 아니, 오히려 각성 헌터들한테는 안 먹힐 거야. 이 호흡법이 각성력과는 상충하거든.”
한경석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면 걱정 없어! 등급이 높은 회원이면 가능해!”
“등급이 높은 회원?”
“맞아! 등급이 높은 회원은 증빙 자료 없이도 신용으로 경매 등록할 수 있거든! 내가 사용하는 아이디 등급 엄청 높아!”
한경석은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실행시켜 내밀었다.
“……!”
스마트폰 화면에서 번쩍이는 회원 등급과 설명
[VIP - 연 거래 대금 20억원 이상.]
“VIP등급!? 연 20억원이라고!?”
천문석이 깜짝 놀라는 순간.
한경석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외쳤다.
“맞아! 후식이가 여기 VIP 회원이야!”
“……뭐? 누구?”
한경석은 환하게 웃으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우리 길드 메인 탱커 최후식 이사! 이 아이디 후식이 아이디야!”
“…….”
한경석은 화면을 스크롤 해 가리키면서 빠르게 말을 이었다.
“후식이 여기서 강장제랑 탈모약 엄청 자주 사서 VIP 회원이거든!”
“걱정하지 마! 어차피 이 사이트는 거래 중개만 해 주는 거야.”
“거래는 직거래라서 친구 전화번호 적어 두면 친구한테 직접 연락 갈 거야!”
“내가 벌써 몇 년이나 후식이 아이디로 거래하는데! 후식이 전혀 모르고 있어!”
‘뭐지? 이 중고 나라 같은 거래 방식은?’
천문석이 어이없어할 때,
화면 스크롤이 끝나고 경매 앱의 이름이 보였다.
[헌터 나라 - 각종 헌터 물품 직거래.]
‘……진짜 중고 나라였던 거야!?’
어이없어하는 순간 바로 질문하는 한경석.
“친구 최소 가격이랑 경매 기한은 어떻게 할까?”
천문석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대환단을 팔 수만 있다면 중고 나라인 건 아무 상관 없었다!
“최소 가격은 3억! 경매 기한은 일주일!”
“전화번호는 어떻게 할까? 친구 바쁘면 내가 대신 나갈 수 있는데! 나 지금까지 깎아달라는 사람 한 번도 안 만났어!”
한경석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당연한 일이다.
직거래 장소에 카멜레온 은신 망토를 뒤집어쓰고, 음성 변조된 목소리를 내는 헌터가 나타나면 누구나 한 사람을 떠올릴 거다.
대인전 랭커,
암살검 한경석!
어떤 헌터가 암살검 한경석에게 차비 좀 깎아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암살검 한경석은 비매너 거래자를 만나는 게 더 어려웠다!
하지만 거기까지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천문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내 번호 올려 줘. 어차피 한동안 쉴 거라서 직접 나가면 된다.”
“알았어! 바로 경매 올릴게!”
고개를 끄덕인 한경석은 경매 조건을 입력하고 대환단을 사방에서 찍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건네며 말했다.
“친구 확인해 봐.”
천문석은 화면을 스크롤 해서 자세히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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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단 파격 세일!
단 일주일!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대환단을 경매에 올립니다!
확실한 소림사 대환단 정품보장!
직거래 장소에서 대환단이란 걸 직접 증명시켜드리겠습니다!
제 회원 등급과 매너 온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와 거래하신 본증 단 한 명도 불만을 표하신 적이 없습니다!
최소 입찰 가격은 3억 원!
혹시 문의 사항이나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 쪽지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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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친구 앱 깔아야 해! 입찰자가 요기 쪽지 누르면! 친구 번호로 쪽지가 오는 구조거든! 앱이 있어야 쪽지 확인이 가능해.”
천문석은 바로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한경석에게 휴대폰을 돌려줬다.
“이대로 올리면 되겠다.”
“알았어!”
한경석은 바로 경매에 등록하고 대환단을 천문석에게 건넸다.
“친구 혹시 모르니까. 거래할 때 말해 줘. 내가 같이 갈게. 전에 어떤 헌터가 물건 살펴본다고 해놓고 가지고 도망친 적 있었거든. 나 그런 거 엄청 잘 잡아!”
“알바 나도 나도 같이 갈게! 먹튀 하면 이 퐁퐁검으로 때려 줄게!”
“와, 이 의리 있는 녀석들 같으니라고!”
천문석은 무장 상자에 대환단을 다시 넣으며 감사했다.
“고맙다! 친구들!”
순간 특급 헌터와 한경석의 눈이 마주치고, 동시에 입을 열어 외쳤다.
“알바! 그럼 박스 집 만들자!”
“친구! 우리 박스 집 만들자!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두 사람.
“야, 무슨 박스 집이야? 그냥 보드게임이나 하자. 특급 헌터 너 보드게임 많잖아?”
“그럴까? 배낭 가져올까?”
특급 헌터는 솔깃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특급 헌터! 보드게임은 앞으로 사무실에서 언제든 할 수 있잖아! 박스 집은 지금이 아니면 못 만들어!”
“앗! 그렇지! 보드게임은 이제 사무실에서 하면 되지! 알바 박스 집 만들자! 내가 잘 설득할 수 있어!”
“어, 그래 설득해 봐라.”
천문석은 러그에 편하게 누워 텔레비전을 켜며 고개를 까닥였다.
특급 헌터는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늘 박스 집 만들면!”
“만들면?”
“나중에 진짜 집 지을 때 더 잘 지을 수 있어! 박스 집 지어서 건물주 연습을 미리 해 보는 거야! 그리고…….”
건물주 연습!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카캬카-
“야, 너무 나갔잖아! 땅도 없는데 무슨 집을…… 어, 잠깐만!”
이 순간 까맣게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
땅!
자신에게는 땅이 있었다.
게이트 너머 이세계 거점 도시,
신동대문 광장에 바로 접해 있는 땅!
신서울까지 뚫린 지하 터널 바로 앞에 있는 알짜배기 땅!
칠성파 조폭 보스 마혁진이 염동 포탄으로 박살 낸 건물이 있는 땅!
자신의 땅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순간 천문석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벽만 남고 천장과 바닥이 아작이 난 건물!
신동대문 시청에 피해 신고는 했지만, 조폭 마혁진이 실종되고 칠성파 조폭 놈들이 남은 재산을 가지고 날랐다!
결국, 건물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폐허가 된 건물을 내버려 두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변했다!
천문석의 시선이 스마트폰으로 향했다.
꺼진 스마트폰 화면에서 숫자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311,215,143원!
3억원이 넘는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엄청난 은행 잔고다!
그러나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
비정규직 알바에게 3억원이라는 돈은 거액이지만, 건물을 올릴 생각이라면 큰돈이 아니다!
서울에서도 이 돈으로 건물을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당연히 자재, 인건비, 건설 장비…… 모든 게 서울보다 비싼 게이트 거점 도시에서 건물을 올리는 건 불가능했었다.
그렇다!
불가능‘했었다’!
지금 신동대문에는 지하터널이 뚫렸다!
[광화문 게이트 - 신서울 - 지하 터널 - 신동대문]
대한민국에서 신동대문 광장까지 2일, 48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지금 신동대문은 물류 혁명이 일어난 상태!
자신이 직접 복합 엔진 화물차로 자재를 나르고, 인부가 되어 비용을 절감하면!?
가능성이 있다!
천문석은 재빨리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기억을 되짚어 견적을 뽑아봤다.
3층 건물을 올린다.
1, 2층은 임대를 주고, 3층과 옥상은 김철수 사무실의 출장 사무실로 사용한다.
필요한 비용은?
정확한 견적은 나오지 않지만, 대략 6, 7억이면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통장 잔고는 3.1억원뿐!
3, 4억원의 돈이 모자라다!
하지만 이 모자란 돈을 한방에 채울 방법이 있다.
천문석의 시선이 여전히 열심히 설득 중인 특급 헌터와 한경석 너머 텔레비전 옆으로 향했다.
무장 상자.
그 안에 담긴 나무 곽.
나무 곽 안에 있는 대환단!
대환단이 최소 경매 금액 3억원에만 팔리면!?
3.1억 + 3억 = 6.1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