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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53화 (55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53화>

포근한 햇살과 선선한 초가을 바람.

설핏 잠들기 너무나 좋은 날씨였다.

소파에서 설핏 잠든 천문석은 꿈을 꾸고 있었다.

단혈철검 주호가 등장하는 꿈을!

주호는 손을 번쩍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 건물 내 거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드는 순간!

수백 미터!

하늘에 닿을 듯 높게 솟은 고층 빌딩이 보였다!

천문석은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성채 빌딩!

단혈철검 주호가 가리킨 빌딩은 수천억! 어쩌면 조 단위일지도 모를 성채 빌딩이었다!

순간 꿈속이란 걸 아는데도 숨이 컥- 막혔다!

개같이 고생한 자신이 아직도 옥탑방 월세를 사는데!?

주호 이 얍삽한 새끼가 건물주도 아닌, 성채 빌딩 주인이라고!?

이래서는 안 됐다!

하늘이! 땅이! 아무리 무심하다 해도 그래서는 절대 안 됐다!

아무리 꿈이라도!

이건 하늘의 도리가 무너진 역천(逆天)이었다!

그래서 천문석은 단숨에 달려가 역천의 상징, 성채 빌딩을 박살 내려 했다!

이 순간 하늘에서 쏟아지는 광휘가 천문석의 앞을 가로막았다!

깜짝 놀라 멈춰 서는 순간.

광휘 속에서 너무나 낯익은 사람이 나타났다.

천검, 이세기!

“네가 어떻게!?”

당황해서 외치는 순간.

광휘 속에서 나타난 이세기가 외쳤다.

“돌멩이 선택해라!”

외침과 함께 내민 양손!

왼손에는 익숙한 나무 곽이.

오른손에는 성채 빌딩이 놓여 있었다.

빙글 손을 뒤집어 내밀며 다시 외친다!

“돌멩이 선택해라!”

천문석은 주저하지 않고 성채 빌딩을 선택했다!

이세기는 손을 뒤집어 펼쳤다.

‘나무 곽!’

분명 천문석이 선택한 것은 성채 빌딩인데 펼쳐진 손에는 ‘나무 곽’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이세기는 나무 곽을 건네려 했다!

“야, 다시 다시!”

다급히 외치는 순간.

이세기는 다시 빙글 손을 뒤집어 내밀었다.

“돌멩이 선택해라!”

천문석은 내력과 기감을 끌어올리고 땅에게 기원했다.

‘땅님! 제발제발제발!’

그리고 성채 빌딩을 선택했다!

빙글-

이세기의 펼쳐진 손에 있는 건 ‘나무 곽’이었다.

“……야! 다시, 다시 한 번 더!”

“돌멩이 선택해라!”

감을 잡았다!

꿈은 반대다!

천문석은 대환단이 담긴 나무 곽을 선택했다!

빙글-

이세기의 펼쳐진 손에 있는 건 ‘나무 곽’이었다.

“하- 시바! 이거 왜 이래!?”

절로 분통이 터지고 황당하고 어이없었지만, 천문석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다!

빙글-

나무 곽.

빙글-

나무 곽.

빙글-

나무 곽.

……

그러나 몇 번을 해도 어떤 손을 선택해도 이세기의 손에서는 ‘나무 곽’만 나타났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세기 이 새끼! 어디서 야바위 짓이야!?”

“성채 빌딩! 성채 빌딩을 내놓으라고!”

“대환단 필요 없어!”

천문석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트리는 순간.

탁-

단혈철검 주호가 이세기의 한 손을 가리켰다.

“어…… 설마!? 야, 잠깐! 잠깐만!”

천문석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빙글-

이세기의 손이 회전하고 움켜쥔 주먹이 펼쳐졌다.

“……!”

천문석은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순간 눈에 쏟아지는 햇살과 귀에 쏟아지는 다급한 외침!

“알바! 큰일이야! 빨리 일어나!”

“어?”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선 천문석이 멍하니 반문하는 순간.

소파 옆 특급 헌터가 다급히 외쳤다.

“알바 엄청 급한데! 왜 그렇게 천천히 눈을 떠!? 빨리 일어나!”

천문석은 주위를 살폈다.

이세기와 주호!

성채 빌딩과 대환단이 담긴 나무 곽!

그 무엇도 없었다!

‘꿈이구나! 진짜 꿈이었구나!’

순간 너무나 큰 안도감이 들었다!

“알바 왜 그래!? 나쁜 꿈 꿨어!?”

“최악의 악몽을 꿨다…….”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성채 빌딩을 골라도 대환단이 주워지는 악몽!

마치 하늘이 예지하는 것만 같았다.

넌 무슨짓을 해도 건물주가 될 수 없다고!

부르르르-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리는 순간 천문석은 특급 헌터에게 물었다.

“그보다 급한 게 뭐야? 왜 깨운 거야?”

특급 헌터는 거실 한쪽을 가리켰다.

부으으으응-

수건을 들고 선풍기 앞에 앉아 머리를 말리는 한경석.

“경석이 형 샤워 끝내고 나왔어! 이제 우리가 씻을 차례야!”

“그게 급한 일이야?”

“당연히 아니지!”

크게 외친 특급 헌터는 반짝이는 눈으로 외쳤다.

“얼른 씻고 우리 ‘박스 집’ 만들어야 해!”

“박스 집? 골판지 박스 붙여서 만드는 집?”

“맞아! 박스 집! 오늘을 위해서 내가 박스 모아 뒀어! 경석이 형도 왔으니까! 우리 얼른 씻고 박스 집 만들자!”

“…….”

천문석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박스 집을 ‘내가’ 만들어야 한다고?”

“맞아! 엄청 재밌을 거야! 경석이 형 그렇지 않아?”

“맞아! 진짜 재밌을 거 같아!”

대답과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는 두 사람.

특급 헌터와 한경석.

하하하-

카카캌-

어느새 씻고 나서 박스 집을 만드는 게 기정사실이 된 상황!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는 한경석에게 말했다.

“경석아. 너 진심이야? 박스 집 만드는 게 재밌겠다고? 급한 일이라고?”

한경석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엄청 재밌고 급한 일이잖아! 친구! 빨리빨리 씻고 나와! 얼른 박스 집 만들자!”

“…….”

순간 특급 헌터와 한경석의 눈이 마주치고, 두 사람의 신나는 웃음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크크킄-

카카캌-

그렇지…….

이 녀석들은 이런 녀석들이었지…….

피식 웃은 천문석은 벌떡 일어나 말했다.

“그건 우선 씻고 생각해 보자.”

“알았어! 얼른 씻고 박스 집 만들자!”

수건을 척 어깨에 걸치고, 퐁퐁검과 태풍 구슬을 양손에 들고 당당히 외치는 특급 헌터.

“앗! 물놀이할 때 필요한데. 탱탱이도 데리고 들어갈까?”

천문석은 번쩍 특급 헌터를 들어 옆구리에 끼며 말했다.

“응 아냐. 얼른 씻자!”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바로 샤워를 하고 나왔다.

“으아- 시원하다!”

탄성을 지르는 순간.

휙, 휙-

날아오는 음료수 캔!

“고맙다. 경석아!”

음료수를 받은 천문석은 특급 헌터에게 건네고 단숨에 뚜껑을 따고 들이켰다.

그리고 러그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씻고 났더니 노곤하다!”

“알바! 빨리 머리 말려 우리 박스 집 만들어야지!”

“맞아 친구! 우리 얼른 만들어야지!”

“와, 이 꼬맹이 녀석들! 그래 잠깐만 기다려라.”

파바바밧-

내력을 실은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날려 버리는 순간 문득 머리에 스치는 게 있었다.

통장 잔고!

“앗! 잠시만 나 먼저 확인할 게 있어.”

스마트폰을 잡자, 번개같이 달려와 외치는 특급 헌터.

“뭔데, 뭔데, 뭔데!?”

“통장 잔고.”

천문석은 바로 은행 앱을 실행시켰다.

지문 인증을 하는 순간 숨긴 상태인 전체 계좌 금액 칸이 나타났다.

천문석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금을 풀었다.

[311,215,143원]

기대 이상으로 확 불어난 잔고!

마지막으로 잔고를 확인했을 때가 1억 2천 정도였다!

그랬던 은행 잔고가 2억가량이 추가돼 3억을 돌파했다!

하하하하-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3억이라니!

상상으로만 꿈꿨던 액수에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천문석은 몇 번이고 숫자를 보며 입출금 내역을 내렸다.

입금 120,000,000원.

입금 40,000,000원.

굵직굵직한 숫자와 수백 단위의 숫자가 길게 이어졌다.

천문석은 재빨리 경매 관련 서류를 찾아 확인했다.

마스터 급 오크의 뼈 도끼 1+1. 1억2천만원!

마스터 급 오크의 상급 마석 4000만원!

……

수백 단위의 숫자는 이메일에 남아 있는 김철수 사무실에서 온 급여 명세서와 일치했다.

배송 보수와 성과급, 보너스가 줄줄이 붙어 거의 4천에 달했다!

“와, 철수형! 뭔 급여를 이렇게 많이 줬어!?”

천문석이 감탄하는 순간, 어깨너머로 스마트폰 화면을 보던 특급 헌터가 외쳤다.

“알바! 월급 받았어!? 부자 된 거야!? 혹시 알바도 특급 쌩쌩이 사는 거야!?”

한경석이 바로 말을 받았다.

“친구 월급 받았어? 좋겠다! 난 후식이가 월급 통장 가져가서 엄마 줬는데…… 우리 엄마 손에 들어간 거는 절대 안 나와. 에휴.”

“…….”

천문석은 고개만 끄덕이며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311,215,143원]

단순한 숫자일 뿐이다.

그런데 이 숫자가 은행 앱에 찍혀 있으니, 가슴속에서 웃음이 부풀어 올랐다.

하하, 하하하하-

크게 부푼 웃음을 터트리며, 천문석은 이세계 쿠팡맨 시즌2를 생각했다.

-나이트 아머가 담긴 펜던트!

-시고르자브르 광장을 먹을 서리 늑대!

한 방에 대박을 터트릴 기회는 날아갔지만, 자신은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건물주를 향해서!

헌터 일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3억 원을 돌파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즐겨찾기 해 둔 건물을 사는 데 20년이면 충분하다!

아니, 김철수 사무실이 성장하면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테니 10년이면 된다!

10년!

참으로 긴 시간이다!

그러나 전생 천마도 이루지 못한 건물주의 꿈이다!

전생과 현생.

두 생을 관통하는 꿈을 이루는데 10년이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10년이면 할 만하지! 아주 할 만해! 카캬카-.”

천문석이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특급 헌터가 따라서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맞아! 할 만해! 아주 할 만해 카캬캌-.”

“카! 네가 뭘 좀 아는구나! 앗! 내가 찜해 둔 건물 내가 보여 줬나?”

“뭐!? 알바 건물 사는 거야!?”

“엇! 친구 건물주 되는 거였어!?”

“잠깐만. 지금 보여 줄 게!”

천문석은 웃으며 부동산 앱을 실행시켜 즐겨찾기 해 둔 건물을 띄웠다.

건물을 본 순간 다시 웃음이 터졌다.

허허허, 허허허허허-

허탈한 웃음이!

천문석은 앱을 몇 번이나 ‘새로 고침’했다!

그러나 여전히 변하지 않는 가격!

“……아니, 얼마나 지났다고 건물 가격이 2배로 폭등해!”

계좌가 +2억 되는 동안, 건물 가격은 x2로 상승했다!

돈은 ‘덧셈’으로 벌고 있는데, 건물 가격은 ‘곱셈’으로 오르는 황당한 상황!

이대로라면 더는 건물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20년은 일해야 건물주가 된다!

20년!

20년이라니!

순간 소파에서 설핏 잠들었을 때 꾼 꿈이 기억났다.

이세기와 주호가 나온 꿈!

감이 왔다!

이거 일종의 경고구나!

천문석은 거실 창밖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

건물주가 되려면 더 빡세게 움직여야 한다는 하늘의 전언이구나!

‘하늘님! 이제 믿지 않는다고 약 올리시는 건가요!?’

허허, 허허허허허-

천문석이 허탈한 웃음을 터트릴 때.

특급 헌터와 한경석은 탄성을 터트렸다.

“알바! 건물 엄청 멋진 거 같아!”

“친구! 언제 사는 거야!? 집들이 때 내가 선물 줄게!”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네…….”

천문석은 얼굴로는 웃고, 마음으로는 울었다.

내 건물 마련의 길은 너무나 멀었다!

“하, 뭐가 이렇게 빡세냐…….”

이 순간 문득 잊고 있던 게 머리에 떠올랐다.

대환단!

‘대환단이 엄청 비싸게 팔린다면!?’

재빨리 헌터 커뮤니티, 중고 장터를 띄우고 검색해 봐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대환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이거 가격이 왜 안 나오는 거야?”

이때 웃고 있는 한경석이 보였다!

암살검, 한경석!

무공 각성자 한경석을 잊고 있었다!

한경석은 무림 던전의 각성몽을 통해서 각성자가 됐다!

즉, 여러 능력을 쓰는 다중 각성자지만, 그 기본 베이스는 무공 각성자다!

오랫동안 헌터 생활을 한 무공 각성자!

한경석이라면 자신이 가진 ‘대환단’의 가격을 대충이라도 알 수 있을 거다!

바로 텔레비전 옆에 세워둔 무장 상자를 가져와 열고 대환단이 담긴 나무 곽을 꺼냈다.

천문석은 한번 심호흡하고 나무 곽을 한경석에게 건넸다.

“경석아. 그거 좀 봐 줄래?”

한경석은 나무 곽을 받아 여는 순간 단약의 정체를 바로 알아봤다.

“이거 영약이네? 영약 종류는 잘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구했어? 아! 친구 무림 던전 갔었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한경석.

“그거 소림사 대환단이야!”

“뭐!? 무림 던전. 소림사 대환단?”

한경석은 깜짝 놀라, 말을 쏟아 냈다.

“친구 소림사에서 대환단을 어떻게 찾았어!? 약제당을 아무리 뒤져도 대환단은 없던데? 혹시 참회동에 있었어!? 스님이 사람을 가두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참회동 사실은 감옥이 아니라 비밀 약제실이었던 거지!?”

천문석은 어이없어하는 눈으로 한경석을 봤다.

이 녀석 소림사를 털어 봤구나!

이 순간 무림 던전에서 이 대환단을 자신에게 넘긴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단혈철검, 주호!

그러고 보면 얍삽이 주호가 난 놈은 난 놈이었다.

주호는 소림사 대환단을 자신이 확인한 것만 최소 3개 이상 훔쳤다!

점멸 반지, 카멜레온 은신 망토를 사용하는 은신과 잠행에 최적화된 한경석도 실패한 일을 단혈철검 주호가 해낸 것이다!

“하- 그 녀석이 진짜 타고난 도둑놈이었는데!”

절로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한경석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친구 대환단은 왜 보여 주는 거야?”

아차! 원래 목적을 깜빡했다!

천문석은 바로 대환단을 가리켰다.

“그 대환단 얼마나 할까?”

한경석은 주저하지 않고 손가락을 내밀었다!

“……!”

한경석이 내민 손가락은 세 개!

‘설마 30억!?’

바로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대환단은 천금을 줘도 구할 수 없는 무림의 무가지보!

그 이상일 가능성이 더 컸다!

순간 머릿속에 숫자 하나가 떠올랐다!

‘설마, 설마, 설마!’

생각대로라면 즐겨찾기 한 건물을 사고도 돈이 남는다!

즉, 한방에 건물주 + 현금 부자가 되는 것이다!

천문석은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조심스레 머릿속에 떠오른 숫자를 말했다.

“……3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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