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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52화 (55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52화>

“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장웨이 사령관! 반드시 대환단을 구하겠습니다.”

딸깍-

전화를 끊은 주호는 웃으며 창밖을 봤다.

높게 솟은 마천루가 줄줄이 이어지는 상해 시가지가 내려다보였다.

단혈철검 주호는 이 광경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지난 몇 달간 칼날 위를 걸어 마침내 손에 쥔 광경!

지금 자신이 있는 상해 삼합회의 성채 빌딩이야말로 새로운 철검장, 자신의 영지이자 성이었다!

주호는 몇 달 전 이 세계에 떨어지던 순간이 떠올랐다.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 밀려 오는 요마괴이와 거대 괴이의 존재에 옛이야기 속 마굴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주호는 알게 됐다.

이 세계는 마굴이 아니라 기회의 땅이었다.

힘 있는 자가 끝없이 위로 뻗어 올라갈 수 있는 난세!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으나, 자신이 있던 무림과 이 세계는 공통점이 많았다.

힘 있는 자들이 모든 것을 가져간다는 것!

그리고 주호에게는 무공과 머리, 배짱이 있었다.

가능성을 확인하는 순간 주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시작했다.

시작은 도시의 뒷골목에 철검장의 이름을 내건 작은 흑도 방파를 세우는 거였다.

금권 대협과의 설산 비무로 내상을 입었지만, 이건 쉽게 해결됐다.

이 세계의 무림인, 헌터들은 특이하게도 내력이 아닌 각성력이란 힘을 사용했다.

그래선지 영약의 가치가 매우 낮았다.

주호는 아이템이라 불리는 영약과 내단을 닥치는 대로 모아들였다.

영약과 내단은 상충하기에 먹을수록 효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일부 도가 문파에서는 잡스러운 기운이 섞인다고 평생 단 한 번만 영약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주호가 익힌 무공은 사파 무공!

내력의 정순함보다 강맹함과 그 양이 더 중요했다!

주호는 영약을 때려 부어 내상을 치료하고, 뒷골목을 전전하는 모자라는 실력을 독기로 채우는 이세계의 무사, 헌터들을 모아들였다.

이 헌터들에게 사파 심법을 전수하고, 영약을 복용시켜 실력을 키워 심복으로 삼았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한 달!

그리고 자잘한 흑도 놈들을 마구잡이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처음 10명, 작은 골목으로 시작한 철검장!

그러나 한 달 후에는 5000명으로 불어났고 도시의 뒷골목 전체의 이권을 삼켰다.

그러나 여전히 손에 쥔 이권은 자잘한 이권뿐. 게다가 급격히 인원수를 불렸기에 조직력도 내실도 없었다.

자잘한 이권만으로는 5000명의 조직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웠다.

더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굵직굵직한 이권이 필요했다.

흑도의 거물들!

관과 상계와 연계된 거물들을 먹어치워야 했다!

그러나 주호 자신이 예전의 무위를 6할 이상 찾았으나, 뒤를 받쳐줄 힘과 인맥, 정치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5000명의 무사 대부분이 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허수아비일 뿐.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헌터들은 주호가 영약을 먹이고 무공을 전수한 심복 100여 명뿐이었다!

게다가 공안의 중간 간부 몇몇과 안면을 트고 상납의 고리를 만들었으나.

오래 시간 권력자들과 이권을 나누며 관계를 다진 흑도의 거물들과는 비교할 수는 없었다.

주호가 직접 움직이면 이 거물들을 박살 내고 집어삼키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가능했다.

그러나 거물들의 배후, 진정한 권력자 헌터 군벌들이 움직이는 순간 뒷감당이 불가능했다.

주호는 고심했다.

‘차라리 다른 흑도의 거물 밑으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까?’

이때 갑자기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 있었다.

광휘를 몸에 두르고 거대 괴이와 마경에 득실거리는 수천, 수만의 요마괴이를 박살 내는 초인!

천검!

천검의 소문을 듣는 순간 주호는 천검의 정체를 바로 깨달았다.

금권 대협 그 미친놈의 친구!

자신과 함께 이 세계에 떨어진 이세기다!

천검 이세기의 행동이 주호에게 기회를 만들어 줬다.

천검의 손에 거대 괴이가 쓰러지고 마경의 요마괴이가 박살 나는 순간.

헌터 군벌들은 전 병력을 동원해 마경을 수복했다!

남중국은 난세!

적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방관하면 자신을 겨누는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그렇기에 남중국의 수많은 헌터 군벌들은 정신없이 천검을 따라 달릴 수밖에 없었다.

천검이 남중국의 세력 균형, 판을 흔들어 버린 것이다!

정도, 흑도 모두 똑같다.

한번 판이 짜이고 기득권이 만들어지면, 그 기득권 아래에서 새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그 판을 천검이 흔든 것이다!

주호는 기회가 왔음을 깨달았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헌터 군벌들은 더는 암흑가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일생일대의 기회!

주호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흑도의 거물들을 모두 건너뛰어 흑도 문파의 정점, 삼합회를 노렸다!

삼합회는 그 명성과 세력, 영향력에 비해 단기간에 동원할 수 있는 무력은 쳐졌다.

평소라면 그 뒤의 헌터 군벌들 때문에 감히 건들 생각도 하지 못할 거물 중의 거물이었다!

그러나 주호는 가능성을 봤다.

삼합회와 헌터 군벌들은 이세기를 잘못 파악했다.

영웅심에 불타는 청년!

적당히 추켜세워 주면 스스로 불 속으로 뛰어들어갈 잘 써먹을 수 있는 도구!

삼합회와 헌터 군벌들은 이세기를 적당히 사용할 도구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세기와 직접 손을 나눈 주호는 이세기의 진가를 알고 있었다.

이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강자다.

게다가 금권 대협 그 미친놈 못지않은 또라이다!

영웅심에 불타는 청년?

스스로 불구덩이로 들어갈 도구?

하-!

삼합회와 헌터 군벌들은 이세기를 완전히 잘못 판단했다!

이때 주호는 승부수를 띄웠다.

남중 삼합회 지단의 하부 조직을 공격하는 동시에.

푸젠성 군벌의 핵심에서 멀어진 해안 부대 사령관, 장웨이 대령에게 접근해 이세기에게 선을 대도록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주호의 생각대로 진행됐다.

천검의 예상외 활약에 당황한 삼합회는 초반에는 우왕좌왕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흑도 방파간의 싸움에서는 한번 비세를 보이는 순간 끝장!

주호는 순식간에 몸집을 불려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러나 삼합회는 과연 삼합회!

삼합회는 수십 년 동안 쌓인 재력과 인맥으로 무력을 모아 철검장과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주호가 있었기에 철검장이 공방에서 잇달아 승리했다.

하지만 철검장과 삼합회는 역사와 저력이 비교가 불가했다.

매번 패배하는 삼합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매번 승리하는 철검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졌다!

전투에서 승리해도, 전쟁에서는 패배할 위기의 순간!

행운이 찾아왔다.

푸젠성 군벌 수장, 리웨이 사령관의 천검 이세기를 노린 테러 가 일어났다!

이 테러를 기점으로 천검 이세기를 중심으로 하는 내전이 터졌다.

전쟁이 났는데 도시의 소요를 용납할 권력자는 없다.

대규모 싸움이 불가능해지는 순간, 소수 정예로 움직이는 철검장이 숨돌릴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행운이 계속 이어졌다.

이세기에게 선을 대도록 한 장웨이 대령이 푸젠성 헌터 군벌의 수장이 됐다.

벼락출세한 장웨이 대령에게 필요한 것은 군의 지지기반을 단단히 다질 자금!

주호는 아낌없이 자금을 풀어 장웨이 대령을 뒷배로 업었다!

이때 남중국 삼합회에서 결정적인 실수가 나왔다.

잘못된 정보를 전해 북중국 공작원들이 천검에게 잡혀 한국에 넘겨진 것!

이 일로 북중국 정보당국은 남중국 삼합회와 연결된 끈을 끊어 버렸다!

북중국의 삼합회는 더는 남중국 삼합회를 도울 수 없었다.

이걸로 철검장과 남중국 삼합회와의 승패가 갈렸다.

광주, 복주, 항주!

주호는 남중국 해안 도시의 삼합회를 잇달아 무너뜨렸다!

그리고 내전이 천검의 승리로 끝나는 순간 마침내 남중국 삼합회의 중심, 상해 지단마저 박살 냈다!

철검장이 흑도의 거물 중의 거물!

삼합회 상해 지단을 집어삼킨 것이다!

하하하하하-

주호는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창밖을 바라봤다.

지상에서 수백 장!

상해의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100층이 넘는 거대한 건물!

성채 빌딩!

이 성채 빌딩이야말로 삼합회 상해 지단의 상징이다!

그곳에 마침내 자신이 선 것이다!

무림을 떠나 새로운 철검장을 세웠다!

“오늘부터 이 성채 빌딩의 이름은 철검장이라고 한다!”

주호가 명령하는 순간 바로 외침이 돌아왔다.

“존명!

“존명!

칼날 같은 기세를 뿜어내는 철검장의 헌터들이 일제히 외쳤다.

주호는 빙글 몸을 돌려 형형한 눈빛으로 헌터들을 마주 봤다.

“상해 삼합회 단주, 최평은 찾았나?”

“……항구와 공항을 봉쇄하고, 도시를 샅샅이 뒤지고 있지만 아무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때 왕체, 주호가 처음 거둔 심복이 앞으로 나섰다.

“아무래도 최평은 봉쇄를 뚫고 도망친 것 같습니다.”

주호는 머리를 굴렸다.

철검장이 삼합회 상해 지단을 무너뜨렸지만, 삼합회의 역사와 뿌리는 깊다!

지금은 천검의 눈치를 보느라 지리멸렬하고, 북중국 정부에 찍혀 숨을 죽이고 있다.

하지만 역사가 깊은 문파의 숨겨진 저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평은 어떻게든 기회를 노려 상황을 반전시킬 순간을 노리고 있을 거다!

삭초제근!

미처 수습하지 못한 다른 남중국 삼합회에 본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상해 삼합회 단주, 최평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이때 조심스레 앞으로 나서는 남자가 있었다.

최림.

“장주님.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최림을 본 철검장 헌터들의 입가에 비웃음이 생겼다.

최림은 삼합회 상해 지단의 배신자였다.

그가 상해 삼합회의 정보를 가지고 철검장으로 넘어와 승리할 수 있었다.

주호는 손을 들어 부하들을 제지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라.”

최림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삼합회 상해 단주. 최평에게 최설이라는 숨겨진 딸이 한 명 있습니다.”

순간 이 자리의 모두는 이 남자가 하려는 이야기를 짐작했다.

사라진 아버지가 숨겨진 딸을 찾아갔다.

가능성이 충분한 이야기였다!

왕체가 바로 질문했다.

“그래서 그 최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

“최설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

최림은 바로 말을 이었다.

“제주도 삼합 호텔의 진 선생! 그가 최설의 절친입니다. 진 선생이라면 최설이 어디 있을지 분명 알고 있을 겁니다!”

주호는 최림을 잠시 바라보다가 툭 던졌다.

“자신 있나?”

최림은 부복해서 외쳤다.

“맡겨만 주시면 제 목을 걸고 최설을 데려오겠습니다!”

주호는 머리를 굴렸다.

상황이 나쁘지 않다.

장웨이 사령관에게서 ‘대환단’을 구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상황!

헌터들이 영약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장웨이 사령관의 지시는 분명 천검 이세기에게서 내려왔다!

자신이 남중국의 삼합회 지단을 몇 개나 무너뜨리고 상해 지단을 집어삼켰어도, 천검과는 비교할 수 없다.

천검 이세기의 손짓만으로도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거다.

대환단으로 천검 이세기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면 몇 개라도 가져다 바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주호는 남중국 헌터 시장에 나온 영약 대부분을 싹쓸이해 부하들을 키웠기에, 시장에 풀린 영약의 수준과 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대환단 수준의 영약은 애초에 헌터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각성력을 사용하는 헌터들에겐 영약의 효능이 크지 않기에, 영약을 구하는 헌터 자체가 없다.

수요가 없으니 당연히 공급도 없는 상황!

남중국에서는 ‘대환단’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영약을 구하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라면 어떨까?’

“한국에 무공 각성자들이 많다고 했지?”

주호의 의중을 파악한 심복 왕체가 바로 대답했다.

“네! 장주님. 한국은 무공 각성자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당연히 시장에 풀린 영약의 수도 많습니다.”

“가격은 어떤가?”

“이곳과 마찬가지입니다. 무공 각성자들에게는 영약이 별다른 효과가 없기에. 주로 일반인들이 좀 비싼 영양제라고 생각하고 구입하고 있습니다.”

주호는 간단히 상황을 정리했다.

한국에서 대환단을 구하고!

최평을 잡을 미끼 최설을 찾는다!

삼합회를 무너뜨린 직후이기에 지금 상해에서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

주호는 결심을 굳혔다.

“왕체! 최림과 정예들을 데리고 수색 조장으로 제주도에 가라! 목적은 최설을 찾고 대환단을 구하는 거다!”

“존명!”

“받들겠습니다!”

왕체와 최림이 허리를 숙이는 순간.

주호는 질문을 던졌다.

“이번 일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겠냐?”

“대환단과 시간입니다!”

대답하는 즉시 왕체는 움직였다.

“바로 제주도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왕체는 몇몇 부하들을 지목하고 바로 몸을 돌려 뛰었다.

주호는 창밖을 바라봤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대환단을 구하는 날, 남중국의 절대자가 된 천검 이세기 앞에 다시 선다.

주호는 천검의 성격을 그 누구보다도 잘 파악했다고 자부했다.

천검, 이세기는 대협이다.

대환단을 건네며 청탁을 위해 말을 더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천검의 대의에 따르는 모습만 보여 주면, 천검 이세기는 자신이 가져가는 ‘사소한’ 이권에는 신경도 쓰지도 않을 거다.

주호는 미소 띤 얼굴로 창밖에 펼쳐진 상해 시가지를 훑어봤다.

‘사소한’ 삼합회의 부동산들.

‘사소한’ 삼합회의 금융 기관 지분.

‘사소한’ 삼합회의 항만 컨테이너 야적장.

……

그리고 지금 자신이 서 있는 100층이 훌쩍 넘는 성채 빌딩까지!

상해 삼합회의 ‘사소한’ 이권이 사방에 널려 있다!

주호는 이 세계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마도 18문!

사자련!

무림맹!

……

어떻게 해 볼 엄두도 나지 않는 거인들이 단단히 판을 굳힌 무림과 달리, 난세가 도래한 이 세계!

이 세계야말로 자신의 웅지를 펼치기 적합한 장소였다!

주호는 창밖을 가리키며 외쳤다.

“자잘한 이권은 신경 쓸 것도 없다! 굵직굵직한 놈들부터! 상해 삼합회의 이권을 모조리 집어삼킨다!”

“존명!”

철검장의 헌터들은 바로 몸을 돌려 달렸다.

상해에 흩어진 삼합회의 이권을 집어삼키려면 시간이 모자랐다!

천검 이세기가 던진 눈 뭉치 중 하나가 철검장의 주호에게 굴러 갔고.

단혈철검 주호는 이 눈 뭉치를 다시 제주도를 향해 굴렸다.

점점 커지는 눈 뭉치가 굴러 가는 최종 목적지는 최설과 대환단이었다.

이때 최설과 대환단 모두와 연관된 천문석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 꿈을 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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