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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45화 (54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45화>

김철수가 사무실에 도착하기 10분 전.

미니 버스 한 대가 북한산을 등진 커다란 한옥에 도착했다.

미니 버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천문석과 이태성.

특급 헌터와 한경석.

그리고 김철수 사무실의 다섯 대리였다.

일행은 눈앞의 한옥을 올려다봤다.

“여기가 고깃집이라고? 뭔가 이상한데!?”

특급 헌터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한옥을 살폈다.

천문석도 동감이었다.

높게 솟은 담 너머로 보이는 것은 짙은 청록색 기와를 얹은 높게 솟은 지붕!

담 너머로 보는 건데도 한옥의 크기와 모양이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현판조차 없는 솟을대문 앞에는 사람도 초인종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한우를 구워 먹을 음식점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

“……?”

모두의 의심스러운 눈길이 이태성에게 모이고 특급 헌터가 입을 열었다.

“드래곤 형. 지금이라도 내가 아는 국수집 갈까?”

“야, 여기 진짜 고깃집이야. 기다려 봐. 김 비서가 예약했을 거야! 이 녀석 이번에도 실수했으면 던전 광산에 발령을…….”

이태성이 휴대폰을 꺼낼 때, 문이 열리고 정장을 입은 남자가 재빨리 나섰다.

“만월관 지배인입니다. 김철수 사무실 분들이죠? 연락받았습니다. 별채로 바로 안내하겠습니다!”

‘봤지!?’라는 표정으로 특급 헌터를 돌아보는 이태성!

그러나 특급 헌터는 이미 한경석과 함께 대문을 지나 달려가고 있었다!

“야, 기다려! 별채 어딘지도 모르잖아! 같이 가야지!”

“특급 헌터에게는 방법이 있다!”

“아니, 그쪽은 반대! 반대 방향……!”

당황한 지배인이 외치는 순간.

핏핏핏-

바람 빠지는 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오고 특급 헌터를 옆구리에 낀 한경석이 지붕 위에 나타났다.

순간 주위를 쓱 살피다가 한 곳을 가리키며 외치는 특급 헌터.

“저기닷!”

외침이 터지는 순간 한경석과 특급 헌터는 점멸로 사라졌다.

“…….”

천문석은 멍하니 서 있는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 녀석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우선 가시죠.”

“아! 죄송합니다!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정신을 차린 지배인은 재빨리 문을 활짝 열고 안내를 시작했다.

솟을대문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가자 천문석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탁 트인 마당 너머 넓게 펼쳐진 단 한 채의 한옥 건물!

주위 어디를 봐도 시야를 가리는 건물은 없다.

이 한 채의 한옥 건물만이 북한산을 등진 채 세워져 있었다!

넓게 펼쳐진 한옥 건물을 훑은 시선이 부드럽게 호선을 그린 청록색 기와지붕에 닿는 순간!

어느새 시선은 푸르른 하늘로 날아갔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하늘로 날아가듯 가슴이 시원해졌다!

모두가 감탄하고 있을 때 잠시 기다리던 지배인이 슬쩍 끼어들었다.

“별채는 저 건물 동쪽 뒤편에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

일행은 지배인을 따라 이동했다.

새하얀 자갈이 가득 깔린 마당에는 징검다리처럼 검은 판석이 길게 이어졌다.

이 검은 판석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깔끔하게 지어진 현대식 한옥이 나타났다.

사방의 문이 열린 현대식 한옥 마루.

이미 도착한 특급 헌터와 한경석이 손을 흔들었다.

“모두 빨리 와! 한국 사람은 빨리빨리 몰라!”

천문석은 마루 위로 오르며 주위를 한 바퀴 돌아봤다.

뒤창에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풍경이 흔들리고, 귀를 기울이면 졸졸-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루에 올라서자 담 너머로 펼쳐진 북한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종로가 아닌 깊은 산속 별장에 온 것만 같았다.

이때 이태성 길드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꼬맹이 여기 상 차려진 거 보이지?”

문득 고개를 돌리자 넓은 마루에 놓인 커다란 상이 보였다. 상에는 이미 밑반찬이 가득 깔려 있었다.

이태성은 맞은편에 앉은 특급 헌터를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꼬맹이! 너 2인분, 아니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먹기 전에는 여기서 못 일어난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먹어라!”

“드래곤 형!? 괜찮아? 진짜로? 정말로? 진짜진짜 괜찮은 거야!? .”

이태성은 지배인을 바라봤다.

“이미 결제 모두 끝났습니다. 마음껏 드시면 됩니다. 바로 숯불 준비할까요?”

지배인이 대답하는 순간 이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숯불 올리고, 한우 무제한으로!”

이태성의 외침과 함께 전체 회식이 시작됐다.

* * *

천문석은 상에 놓인 음식을 보고 감탄했다.

정갈한 김치, 신선한 파무침, 송이버섯 샐러드…….

완벽하게 플레이팅 된 요리가 상에 가득 차려져 있었다!

분위기는 전통 한옥 스타일인데 상 차림은 세련됨의 극치였다!

얼핏 봐도 1인분에 몇십만 원을 훌쩍 넘을 것 같은 분위기다.

어쩌면 이번이 자신이 먹는 가장 비싼 점심일지도 몰랐다.

이때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철수 형에게 연락이라도 해 볼까?’

미팅 중이라 연락을 안 했는데 전체 회식에 사장님이 없는 것도 이상했다.

게다가 명목상이긴 하지만 직원 셋이 김철수 사무실에 입사한 상황!

김철수 사무실의 김철수 사장님은 상황을 알아야 했다.

천문석은 바로 최설에게 확인했다.

“최설. 사장님 미팅 언제까지지? 지금 연락해도 괜찮을까?”

“…….”

“최설?”

문득 고개를 돌리자 최설은 의혹 어린 시선으로 이태성과 특급 헌터 그리고 그 옆의 암살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딱, 따닥-

천문석은 최설 앞에서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며 불렀다.

“최설?”

“앗! 부사장님! 혹시 뭐 말씀하실 일이라도!?”

깜짝 놀란 최설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부사장을 대하는 대리처럼 공손한 태도로!

‘뭐지, 이 녀석!?’

공방 도시 운송선 알바.

김철수 사무실 ‘대리’ 인플레이션.

두 사건 이후 존경심이 바닥을 때려, ‘야, 야!’ 거리던 최설이 부사장님이라고 부르며 존칭을 쓰고 있다!

“뭐야? 너 갑자기 왜 그래?”

천문석이 묻는 순간 최설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움직였다.

한경석 -> 특급 헌터 -> 이태성.

이태성 길드장에게 꽂힌 채 미동도 없는 시선!

그 시선에 스치는 복잡한 감정!

‘이태성 길드장이 심상치 않은 사람이란 걸 눈치챘구나!’

직감하는 순간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이태성 길드장이 김철수 사무실 특별 고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장난 같은 일이다.

하지만 최설의 반응을 보니 나쁜 일은 아니다.

진실을 아는 순간, 야망의 화신 최설 대리와 엠마, 게릭, 클릭스, 폴리머 네 대리는 더욱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일할 테니까!

‘카캬카카-’

천문석이 내심 웃음을 터트릴 때, 최설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부사장님.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아차, 딴생각으로 빠져 버렸다!’

천문석은 바로 물으려던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 미팅 언제쯤 끝날까? 지금 전화해도 괜찮을까? 가능하면 회식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미팅은 끝나셨을 텐데…….”

말끝을 흐린 최설은 대리들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전화는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철수형 완전 고기 귀신인데?”

“그게 사실은…….”

최설이 대답하려는 순간, 특급 헌터의 외침이 들렸다.

“알바! 숯 오고 있어! 지금 주방장 아저씨가 와서 고기 설명해 준 데!”

“어, 네가 듣고 나중에 설명해 줘!”

천문석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 마루 한쪽으로 움직였다.

최설은 바로 천문석을 따라 걸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실은 김철수 사장님 미팅 끝나고 데이트하게 되실 예정입니다.”

“……뭘 하게 될 예정이라고?”

최설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잠금을 해제하고 톡 창을 열었다.

1:1 대화 목록이 주르륵- 지나 가가고, 낯익은 이름 두 개가 나타났다.

강화영, 허세인.

철수형과 현실 러브 시그널을 찍고 있는 두 사람이다!

“어, 너 어떻게 이 두 사람이랑 연락을?”

최설은 다시금 네 명의 대리를 확인하고 은밀히 말했다.

“제가 사무실에 돌아오자마자 대리님들에게 받은 업무지시가 이거였습니다!”

‘뭐지, 이 흥미진진한 음모의 냄새는?’

“업무지시?”

천문석이 눈을 반짝이자, 최설의 손가락이 슬며시 움직여 상에 앉은 사람을 가리켰다.

게릭, 폴리머!

“우수 대리, 마력 각성자 대리. 둘은 ‘강화영’ 님에게.”

엠마, 클릭스!

“선임 대리, 최우수 대리. 둘은 ‘허세인’ 님에게 적극적인 김철수 사장님의 일정 정보 제공을 지시하셨습니다. 그래서…….”

뒷말은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현실판 러브 시그널!

김철수, 강화영, 허세인!

흥미진진한 세 사람의 연애에 사무실 전체가 둘로 나뉘어 ‘강화영’, ‘허세인’을 지지하고 있었다!

역시, 철수형이다!

수많은 커플을 이어 줬으나 정작 자신은 솔로인 철수형!

그런 철수형의 연애는 다른 사람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서로서로 존재를 아는 삼각관계 난장판이라니!

‘부럽습니다! 철수형! 카캬카킄-.’

천문석이 마음속으로 웃음을 삼킬 때.

최설이 이태성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혹시, 사장님이 이곳에 꼭 오셔야 하면. 제가 지금이라도 두 분께 연락하겠습니다.”

순간 천문석의 머릿속 저울에 두 선택이 놓였다.

[이태성 길드장] ******-- [강화영, 허세인]

지나가는 사람 누구에게 묻더라도 90%는 이태성 길드장을 고를 거다.

한국 길드 랭킹 1위!

서울 수복 작전의 메인 탱커!

인맥 위주로 돌아가는 헌터 업계의 최상층부!

수많은 사고를 쳐서 인간 재해라고 불리지만, 이태성 길드장의 영향력만큼은 한국 헌터 업계에서 독보적이다!

헌터 지망생, 베테랑 헌터, 중대형 길드의 간부 같은 동종 업계 사람들!

정치인 지망생, 국회 의원, 장·차관 같은 정치인들!

그리고 국내 외의 수많은 기업인까지!

이태성 길드장을 만나 그 유명한 ‘빈 명함’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널려 있었다.

여기에는 이태성 길드장의 성격도 한몫했다.

이태성 길드장은 공평하고 공정한 사람이 아니다.

눈에 거슬리면 누구라도 박살 내고, 마음이 내키면 선물을 안겨 준다!

이런 이태성의 모습이 오히려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공정한 사람이 먼 산에 서 있는 나무라면, 이태성은 웅크려 잠든 용과 같은 사람이었다.

용을 깨웠을 때 박살이 날지, 뜻밖의 행운을 얻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원래 긍정적이고, 누구나 자신만은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지금 최설처럼.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최설을 봤다.

최설은 야망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이태성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태성 길드장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아챘을 뿐인데도 이 정도다!

최설이 이상한 게 아니다.

이게 이태성 길드장을 만난 보통 사람의 반응이다.

그러나 어째선지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김철수 사무실의 사장, 철수형은 이태성 길드장을 만나도 무덤덤할 것만 같았다.

아니, 무덤덤한 정도가 아니라, 어이없어하는 눈으로 자신을 보며 말할 것만 같았다.

‘뭐, 이태성? 야, 내가 그런 거로 속겠냐? 저기 종이 명패! 특별 고문 이 길드장님이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이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하하하하하-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 철수형은 이태성 길드장에게 불쑥 손을 내밀며 웃을 거다.

‘그래도 문석이 소개면 믿을 만하겠네요. 잘 해 보죠. 이 김철수 사무실 김철수 사장입니다. 그냥 김철수라고 부르면 됩니다.’

바로 앞에서 일어난 듯 생생한 상상에 천문석은 미소 지었다.

삶이나 무공이나 마찬가지다.

그토록 애타게 원하는 사람에게는 평생 스치지도 않는 인연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쉽게 닿는다.

특급 헌터가 제주도 해변에서 기절한 이태성 길드장을 만났고.

철수형이 맞선 자리에서 강화영을 만나고, 붕괴한 호텔에서 허세인을 구한 것처럼.

철수형의 김철수 사무실로 암살검 한경석, 이태성 길드장 그리고 특급 헌터까지 모였다.

불운하지만 적이 없는 남자 철수형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거대한 난장판을 만들려는 듯이!

피식 웃은 천문석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정신없이 이태성을 바라보는 최설에게 신호했다.

딱, 따악-

“앗! 죄송합니다. 바로 연락할까요!?”

“됐어. 연락하지 마. 철수형의 연애를 방해할 수는 없지! 특별 고문님과 사장님은 나중에 내가 다시 자리를 만들면 되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두 분께 사장님 일정 바로 전송하겠습니다!”

이때 들려오는 특급 헌터의 긴박한 외침.

“알바! 빨리빨리 와! 이제 고기 올거야!”

“알았어! 최설 우리도 빨리 가자.”

천문석이 자리로 돌아가려 할 때.

최설은 다급히 물었다.

“저 부사장님!”

“어, 왜?”

“…….”

최설은 한참을 주저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천문석은 힐끗 특급 헌터를 살피고 말했다.

“야, 뭔데. 물어볼 거 있으면 빨리 물어봐. 빨리 안 온다고 특급 헌터 분노하기 직전이다.”

“저기, 혹시. 저 특별 고문님…….”

상기된 얼굴로 말끝을 흐리는 최설.

최설의 모습에서 어째선지 미끼도 걸려 있지 않은 바늘을 톡톡 건드리는 호기심 어린 물고기가 떠올랐다!

낚이기 위해 달려드는 듯한 어린 물고기의 모습이!

내심 웃음을 터트린 천문석은 귓가로 입을 가져가 최설이 원하는 대답을 속삭였다.

“맞다. 특별 고문님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님이다. 재금 그룹의 그림자 실세인 우리 사장님과 만나러 온 거지. 이거 일급비밀이다! 반드시 비밀 유지해야 한다!”

“……!”

최설의 전신이 충격으로 굳는 순간.

천문석은 어깨를 툭- 두들기고 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야, 잠깐만 기다려! 첫 고기 올리는 소리는 같이 들어야지!”

“…….”

최설의 시선이 천문석을 따라 움직였다.

특급 헌터와 암살검 사이 앉는 천문석 부사장.

맞은편에 앉은 특별 고문이 웃으며 부사장의 잔을 채워 주는 게 보였다.

특별 고문은 정말 친한 지인 앞에서만 보여 줄 격의 없는 미소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이 특별 고문이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이다!

최설의 머릿속에 폭풍이 몰아쳤다.

김철수 사장 - 재금 그룹의 비밀실세!

천문석 부사장 - 헌터 업계 최상층부에 엄청난 인맥을 지닌 사장의 최측근!

선배들이 해 준 몇 번이나 의심했던 이야기가 완전한 사실로 밝혀졌다.

아니, 선배들이 한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자신이 직접 만난 하얀 번개 추이린, 1세대 헌터이자 재금 연구소 수석 연구원!

-김철수 사장님과 만남을 이어 가는 금성 그룹의 로열패밀리와 재력가의 손녀!

-지금 상에 앉아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고기를 먹는 대인전 랭커, 암살검 한경석!

이 사람들만으로도 의심은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 지금 그동안 본 사람들을 빙산의 일각으로 만드는 사람이 나타났다.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

이 사람은 그동안 만난 사람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태성 길드장은 개인의 무력뿐만 아니라, 길드 단독으로 마경조차 밀어 버릴 수 있는 태성 길드라는 집단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태성 길드장이 갑자기 사무실에 나타나, 장난하듯 종이 명패에 ‘특별 고문’이란 이름을 올렸다!

우연, 장난?

꼬맹이를 보고 마음 동해서?

모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최설은 삼합회 상해 단주를 아버지로 두고, 오랜 시간 단주 비서로 일해 왔기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태성 길드장 같은 거물은 인사조차 쉽게 나누지 않는다.

그런 인물이 직접 사무실을 찾아와 ‘특별 고문’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그럴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이유’는 하나뿐이다.

사람!

천문석 부사장과 김철수 사장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온몸이 전율로 파르르 떨렸다.

이런 거물 밑에서 자신이 일한다니!

최설은 새삼 감탄했다.

‘신동대문에서 천문석 부사장님을 만난 건 일생일대의 행운이었다!’

문득 보이는 까맣게 탄 팔다리, 공방 도시에 버려져 7일간 개고생을 한 흔적조차 이제는 자랑스러웠다!

이 흔적은 천문석 부사장님과 빡세게 같이 구른 증거니까!

최설의 눈이 고기를 굽고 있는 4명의 대리에게 향했다!

엠마, 게릭, 클릭스, 폴리머!

선임, 우수, 최우수, 마력 각성자 대리!

비록 지금은 자신이 막내 대리로 뒤처졌지만, 반드시 따라잡아 넘어선다!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천문석 부사장님은 이태성 길드장의 정체를 자신에게만 말해 주셨다!

즉, 자신을 신임하고 계셨다!

최설은 야망과 충성심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천문석 부사장을 바라봤다.

카캬카카-

호탕하게 웃으며 젓가락으로 꼬맹이 앞접시에 고기를 놓아주시는 인자한 모습!

‘부사장님! 충성충성!’

최설은 부사장님 방식으로 충성을 맹세하며,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톡을 작성하고 보냈다.

수신인은 강화영과 허세인. 내용은 김철수 사장님의 오후 일정이 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재빨리 다음 톡을 작성했다.

[야! 대박 사건! 우리 사무실 장난 아냐!]

[너 지금 당장 비행기 타고 올라와서 면접 봐야 해!]

[자세히 말해 줄 수는 없지만, 이번 기회 놓치면 나중에 정말 후회할 거야!]

최설은 작성을 끝낸 톡을 오랜 친우이자, 곧 자신 밑에서 일하게 될 진교은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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