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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40화 (54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40화>

“……!”

[……!]

“……?”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공방 안 모두가 경악할 때.

천문석은 돌이 된 듯 굳어 있었다.

구라치다가 딱 걸려 논리에서 완전히 밀려 버린 상황!

‘전생과 현생 통틀어 말로 하는 싸움에서는 99% 승리했던 자신이 당했다!’

천문석은 자신이 논리에서 밀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럴 수가!

내가 이런 기본적인 것을 잊고 있었다니!

하하하하하-

이태성이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봤냐? 혼령과 게이트 맥은 모두 사기다! 내가 진실을 밝혀냈다!”

순간 천문석의 눈에 빛이 번뜩였다.

‘아직 끝이 아니다!’

사람은 이성만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이성보다 중요한 게 감성!

팩트 그 자체만큼 중요한 게 팩트를 전달하는 사람의 신뢰성이다!

천문석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 순식간에 대응책을 찾아냈다.

그리고 실행하려는 순간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특급 헌터?”

천문석이 묻는 순간 확신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알바를 믿어!”

“……뭐? 지금 뭘 믿는다고?”

이태성이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반문하자.

특급 헌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알바가 이쪽에서 ‘게이트 맥’이 왔다고 하면 온 거야! 난 알바를 완전히 믿어!”

번쩍 손을 들어 복도에서 창문까지 크게 반원을 그리는 특급 헌터.

“이렇게 빙빙 돌아서 왔나 보지! 나도 알바 집에 갈 때 고양이 구경하려고 가끔 돌아간단 말야!”

“……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니, 게이트 맥이 너처럼 꼬맹이도 아니고 왜 돌아가?”

“돌아갈 수도 있지! 드래곤 형이 게이트 맥도 아니고 어떻게 알아!? 그리고 난 저 창문으로 광화문 게이트 보여!”

“어, 뭐!?”

깜짝 놀란 이태성은 창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직접 확인했다.

“……!”

그리고 외쳤다.

“야, 안 보이잖아! 여기 광화문 남쪽이야! 북쪽에 있는 광화문 게이트가 남쪽 창문으로 어떻게 보여!?”

“난 보여!”

“뭐가 보여? 야, 직접 와서 봐봐! 도로만 보이는구먼!”

“착한 사람이 마음의 눈으로 보면 보여!”

“…….”

[…… ]

“…….”

순간 정적이 흐르고 이태성은 고개를 저었다.

“……와 이 어이없는 녀석! 보인다고 아무리 우겨봐야 소용없어! 여기 있는 사람 아무도 못 보는…….”

[나도 보여!]

“…….”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음성 변조된 목소리.

한경석!

한경석은 특급 헌터 뒤에 서서 당당히 선언했다!

[나도 친구 말을 믿어! 이 창에서 게이트 맥이 흘러들어오고 있어! 나도 광화문 게이트 보여!]

허허, 허허허-

이태성은 허탈하게 웃으며 주위를 돌아보다가 버럭 소리쳤다.

“이건 믿고 안 믿고가 아니라, 사실관계잖아! 창문 밖에 광화문 게이트 없다니까! 직접 와서 보라니까!”

특급 헌터는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난 안 보고도 알바를 믿어!”

“야. 안 보이면 안 믿어야지! 안 보이는 데 있다고 믿는 건 말도 안 되잖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그렇다. 안 보이는 건 안 보이는 거다!’

그러나 특급 헌터는 휙휙, 휙휙휙-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천문석을 가리켰다!

“난 안 봐도 믿을 수 있어! 알바는 완전완전! 믿을 만하거든!”

[맞아! 맞아!]

한경석이 바로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이태성은 분통을 터트렸다.

“뭐!? 야 나 이태성이야!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 지금 나를 못 믿는다고!?”

이태성 길드장!

한경석이 흠칫 놀라는 순간.

특급 헌터는 천문석을 가리키며 외쳤다.

“알바는 특급 알바야! 게다가 엄청난 부자야!”

“…….”

자신 앞에서 부자라고 자랑하는 사람을 만나다니!

너무나 생경한 느낌에 이태성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힌 이태성.

그리고 말문이 막힌 건 이태성만이 아니었다.

대책을 실행할 타이밍을 놓치고, 멍하니 논쟁을 바라보던 천문석도 말문이 컥 막혔다.

개인 재산이 조 단위라는 이태성 길드장 앞에서 알바가 더 부자라고 당당히 외치는 꼬맹이라니!

이태성 길드장에 비하면 어지간한 재벌 총수도 구멍가게 주인이었다.

통장 잔고 억을 넘었다고 좋아하는 자신과 이태성 길드장을 비교할 수는 없었다.

이때 이태성 길드장이 넋 나간 표정으로 천문석을 바라봤다.

“너 나보다 부자였어!?”

“…….”

차마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특급 헌터, 이 어이없는 꼬맹이 녀석!

어째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란 말인가!?

천문석이 침묵하자, 특급 헌터가 재빨리 대답했다.

“당연히 알바가 더 부자지!”

이태성 길드장의 시선이 특급 헌터에게로 움직였다.

“얘 얼마나 부자인데? 집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특급 헌터는 외쳤다.

“알바는 엄청 좋은 집 있어! 문 열면 시원한 산바람 불어오고! 집 앞에는 경주장 있어! 그리고…… 평상! 맞다! 평상 있어! 평상에 모두 앉아서 고기 구워 먹으면!”

캬-

가슴이 뻥 뚫릴 듯한 탄성을 터트리며, 엄지손가락을 척 내미는 특급 헌터!

“엄청 맛있어! 고등어는 비교도 안 돼! 우리 어제 한우랑 삼겹살 구워 먹었다니까! 게다가 냉장고에 한우랑 삼겹살 아직 남아 있어!”

카캬카카캌-

특급 헌터가 신나게 웃는 순간.

이태성 길드장의 눈빛이 번뜩였다.

“평상? 야, 우리 집에는 언덕도 있어! 얘네 집에 언덕 있냐?”

“풉- 언덕? 알바 집에는 산 있어! 그 산 어어어엄청 커! 나무도 많고 지렁이, 개미, 지네 엄청엄청 많아! 황 비서 누나랑 경호원 형한테 매일매일 선물할 정도로 엄청 많거든! .”

“……수영장! 너 수영장 있냐!? 우리 집에는 국제 규격 수영장 있다!”

“당연히 있지! 커다란 다라에다가 물 받아서 물장구치면 엄청 시원해! 거기서 수박 먹으면 하나도 안 더워!”

“난 자동차 20대가 넘게 있다! 월화수목금토일! 요일별 장갑 SUV 7대! 무장 캠핑카와 장갑 버스는 다섯 대! 기차도 한 대 있다!”

“난 쌩쌩이 있어! 그리고 수박 토마토 팔아서 특급 쌩쌩이도 살 거야! 그리고 아주 멋진 경주 트랙도 있어!”

“우리 집에는 코끼리, 기린 있다! 너 코끼리, 기린이 얼마나 큰지 아냐!?”

“니케! 사슴이! 반짝이! 탱탱이! 가끔 놀러 오는 냠냠이! 내가 부르면 재빨리 날아와!”

……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논쟁이 이어졌다.

“…….”

천문석은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말이 논쟁이지 꼬맹이들의 자기 자랑에 가까운 말싸움이다.

그러나 이 말싸움을 하는 상대가 대한민국 길드 랭킹 1위, 태성 길드의 길드장 철벽 이태성이다!

이태성 길드장은 엄청난 악명의 주인공!

눈에 거슬리는 상대라면 그 누구든 밀어 버리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다.

특급 헌터는 그런 이태성 길드장을 동네 형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태성 길드장도 어린 조카랑 티격태격하는 삼촌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외쳤다!

‘아니, 서로 어떻게 아는 거야!?’

의문을 품는 순간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드래곤 형!

광화문에 오기 전 특급 헌터가 말한 깡통을 줬다는 형! 그 드래곤 형이 이태성 길드장이구나!

이때 가소롭다는 듯한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꼬맹이 녀석! 너 이런 거 본 적 있느냐?”

이태성은 지갑에서 검은 카드를 꺼내 흔들며 외쳤다.

“보이냐 이 카드!? 우리나라에서 나 혼자 가지고 있는 한도 무제한! 놀이 공원 자유 이용권 연 365회 무료혜택의 ‘V’ 카드다!”

특급 헌터도 지지 않고 주머니에서 번쩍 종이를 꺼내 흔들며 외쳤다.

“이거 레이랑 레이형한테 명령할 수 있는 명령권이야!”

“뭐? 명령권? 풉-.”

이태성은 천문석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야, 이 종이가 명령권이래? 이걸로 명령하면 사람이 막 명령을 따르는 거라고? 풉-.”

하하하하하-

어이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웃음을 터트리는 이태성 길드장.

“…….”

[…… ]

천문석과 한경석은 뭐라 대답을 못했다.

모두가 특급 헌터의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눈을 번뜩인 특급 헌터가 동전 지갑을 꺼내 높게 들고 흔들었다.

“잠깐!”

짤랑, 짤랑-

“어?”

이태성은 동전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특급 헌터의 번뜩이는 눈빛이 보이고 다음 순간 씩씩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여기 내 지갑에 동전 잔뜩 있어! 이걸로 제주도에서 만난 ‘노.숙.자.’ 형한테 국밥 사 먹을 돈도 줬어!”

“……!?”

이태성은 단숨에 꼬맹이 녀석의 의도를 알아챘다.

순간적으로 숨이 컥 막히고, 이 꼬맹이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일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

제주도 해변에 기절했을 때 만난 꼬맹이!

그 꼬맹이에게 국밥 사 먹으라고 받은 500원 동전 무더기가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은원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

이건 자신이 PC방 죽돌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평생 지켜온 철칙이었다.

그리고 깡통 줍는 꼬맹이가 건네준 500원 동전 무더기에는 숫자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금융치료를 해 주기 위해 꼬맹이를 찾았고 물었다.

“야, 꼬맹이 소원이 뭐냐? 뭐든지 말해라.”

순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돌아온 대답!

“커다란 로봇.”

역시 꼬맹이는 꼬맹이라는 생각에 로봇 장난감 한 트럭을 사주려 할 때, 꼬맹이는 사진을 보여 줬다.

“이 로봇보다는 컸으면 좋겠어!”

“…….”

꼬맹이가 보여 준 사진은 ‘나이트 아머’였다.

국밥 사 먹으라고 동전을 준 꼬맹이가 W. S. 인더스트리의 나이트 아머를 소원이라고 말한 것이다!

나이트 아머!

돈이 있어도 개인은 살 수 없는 전술 병기 나이트 아머를 사달라고!

어이없어하는 자신에게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한 꼬맹이!

‘드래곤 형은 안 되나 보구나? 알바는 주워다 준다고 했는데…… 그럼 깡통이나 줘.’

“……!”

그 순간 이 일은 자신의 자존심이 됐다.

영향력을 총동원해 W. S. 인더스트리에 라인을 뚫으며, 깡통을 모조리 모아서 꼬맹이에게 보내 줬다!

오늘은 특히 깡통을 많이 보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김 비서의 다급한 연락이 왔다.

그래서 꿀벌 가면을 쓴 그 녀석을 쫓던 것도 미루고…….

///

짤랑, 짤랑-

문득 들려온 동전 부딪치는 소리가 이태성의 회상을 끊었다.

그리고 꼬맹이의 의미심장한 외침이 들려왔다.

“드래곤 형! 내 말이 맞지? 어떻게 생각해!?”

“…….”

꼬맹이의 반짝이는 눈만 봐도, 지금 하는 생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서 자신이 더 세게 나가면, 이 꼬맹이는 해변에서 있던 일을 외칠 거다!

모래사장에서 해초를 덮고 잠든 ‘노숙자’ 형을 도와준 이야기를!

[노숙자 = 나!]

“야, 너 그건 반칙이지! 아이스크림 트럭 보내 주면서 더는 말 안 하기로 비밀유지서약서에…… 엇!”

분노하던 이태성은 흠칫 놀랐다!

비밀유지 서약서!

이 녀석이 있는 키즈 카페에 아이스크림 트럭을 보내고, 비밀유지 서약서에 사인을 받기 전에 급한 일이 있어 먼저 자리를 비웠다!

이 꼬맹이 녀석이 좀 어이없는 녀석이긴 해도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김 비서가 분명 사인을 받았을 텐데……! 설마, 사인을 못 받은 건가!?’

재빨리 지갑을 꺼내 비밀유지 서약서를 꺼내자 사인이 보였다.

하-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순간, 이태성은 분통을 터트렸다.

“야, 너 여기 사인했잖아! 그거 말하면 계약 위반이야! 거짓말쟁이 되는 거라고!”

특급 헌터는 바로 외쳤다.

“특급 헌터는 절대 도장을 찍지 않는다!”

“뭔 소리야!? 여기 사인이 이렇게 있는데! 야, 봐! 네가 사인한 거잖아!”

이태성이 비밀유지 서약서를 내미는 순간.

천문석이 앞으로 나서서 대신 대답했다.

“진짜입니다. 이 녀석 슬픈 사연이 있어서 절대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아요.”

“뭐? 그럼 여기 이 사인…….”

천문석은 계약서에 적힌 사인을 보는 순간 탄식했다.

“하- 그 사인 이 녀석 사인일 리가 없습니다. 특급 헌터 명함 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꺼운 종이에 크레파스로 이름을 쓴 명함을 척 내미는 특급 헌터.

[특급 헌터 - 딱지치기 세계 2등]

크레파스로 삐뚤빼뚤 적힌 꼬맹이 글씨.

“보이시죠?”

“…….”

이태성은 천문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필체!

비밀유지 서약서와 명함의 필체는 비슷하지만 달랐다!

아이 필체를 흉내 낸 사인.

삐뚤빼뚤한 꼬맹이 필체 그 자체!

“그리고 이 녀석은 사인 안 합니다. 무조건 손도장을 찍습니다.”

“맞아!”

특급 헌터는 작은 손을 앞으로 내밀고 외쳤다.

“사인은 믿을 수 없어!”

“장민이 위조할 수 있거든!”

“그래서 난 내 손바닥만 믿어!”

이태성은 어떻게 상황이 돌아갔는지 깨달았다.

“김 비서 이 녀석…….”

하아-

깊게 탄식하는 순간.

짤랑, 짤랑, 짤랑-

특급 헌터는 동전 지갑을 부적처럼 흔들며 외쳤다.

“드래곤 형!”

“빨리빨리 인정해!”

“형도 알바 완전 믿지!”

“저 창에서 게이트 맥 흘러들어오는 거 맞지!?”

“드래곤 형도 창문 밖에 광화문 게이트 보이지!?”

“…….”

한참을 말없이 서 있던 이태성은 결국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특급 헌터는 이 순간 번쩍 손을 들었다!

“우리가 이겼어! 역시 우리는 특급이야! 카카캌-.”

[맞아! 우리는 특급이야! 크크킄-]

특급 헌터와 한경석이 손을 잡고 신나게 외칠 때.

천문석은 차마 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

혼령, 게이트 맥 사건 모두 자신의 주장이 맞는 거로 ‘합의’를 봤다.

팩트에서 밀렸는데, 특급 헌터의 정치력으로 논쟁에 승리한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이태성 길드장은 깊게 탄식했다.

“하, 이 더러운 인맥 사회! 팩트가 인맥에 패배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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