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37화>
“……!”
천문석은 바로 감을 잡았다!
‘철괴!’
철괴가 떨어지는 순간 깜짝 놀란 한경석, 특급 헌터 둘은 공방에서 도망친 것이다!
“와, 이 황당한 녀석들!”
천문석은 확 철문을 열며 외쳤다.
“야! 너희들 나 혼자 두고…….”
“으아악-.”
“아아앗-.”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급한 비명이 터지고, 특급 헌터와 한경석은 점멸로 도망치려 했다!
천문석은 번개같이 약지를 뻗어 한경석을 짚었다.
핑-
약지에서 쏘아진 구인창의 경력이 공간 감각을 흐트러트렸다!
점멸 이동은 캔슬되고 특급 헌터와 한경석은 데굴 앞으로 굴렀다.
으앗-
아앗-
이 타이밍 천문석은 가볍게 두 사람을 낚아챘다.
데굴데굴-
구르는 방향이 180도 바뀐 한경석과 특급 헌터가 활짝 열린 철문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뒤따라 공방 안으로 들어간 천문석은 입구를 막고 선언했다!
“야, 우리는 운명 공동체야! 혼령 처리하기 전에는 이 문 안 열린다!”
“알바! 난 어린애라. 큰 도움이 안 될 거 같은데…….”
“나도 생각해 보니까! 혼령이랑은 싸워 본 적이 없는데…….”
천문석은 말을 끊고 외쳤다.
“특급 헌터! 특급 헌터는 동료를 어떻게 하지?”
“특급 헌터는 절대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반사적으로 용맹하게 외치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한경석에게 어깨동무하고 외쳤다.
“친구! 난 너를 믿는다! 친구! 친구! 친구!”
“친구…… 알았어! 친구! 나를 믿어!”
한경석도 반사적으로 크게 외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확인하자. 소리가 어디서 들려왔지?”
“알바! 여기, 여기, 여기! 벽 전체에서 소리가 들려왔어!”
“맞아! 벽 전체가 진동하면서 울렸어!”
천문석은 바로 벽을 두들기며 걸었다.
쿵, 쿵, 쿵-
소리와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으로 바로 알 수 있었다.
역시 성채 빌딩!
사방의 벽 모두 보안 등급 강화 철근이 촘촘히 들어갔고, 의자를 밟고 올라서 확인한 천장도 안전 설비가 철저하다.
한경석의 공방은 작은 금고나 마찬가지, 혼령으로 위장한 사람이 침투할 공간은 없었다.
천문석은 순식간에 공방을 샅샅이 살폈다.
20평 남짓한 공방에서 확인하지 않은 곳은 한 곳뿐!.
천문석은 현관문 맞은편에 있는 문을 가리켰다.
“이 문 열어 봐도 될까?”
“앗! 맞아 그거 보여 줘야지!”
한경석은 한달음에 달려와 보안 키패드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순간 야외로 나온 듯 자연광이 쏟아졌다!
좌우로 문이 있고 제습기가 돌아가는 바짝 마른 공간!
강화 유리로 된 통짜 벽에서 쏟아지는 햇살 아래 붉은 가루가 든 병이 줄줄이 늘어서 있고 그 가운데 화분이 하나 놓여 있었다.
붉은 가루가 든 병은 공방 도시에서 당했던 최루 가루!
하나 놓인 화분에는 위험한 빛으로 알록달록 물든 커다란 괴물 선인장이 자라고 있었다!
“친구! 내가 거의 다 성공했어!”
한경석이 선인장 화분을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외치는 순간 예전에 공방에 온 기억이 떠올랐다.
이세기의 검혼이 담긴 롱소드를 받으러 왔을 때 저 괴물 선인장 화분을 봤다.
아니, 더 정확히는 저 선인장은 자신이 준 선물이었다.
원래는 철수형 개업 선물로 준비한 한 뼘 크기도 안 되는 작은 만세 선인장 화분이었다!
그때도 괴물 같이 자랐다고 감탄했는데, 이제는 얼핏 보면 식물형 몬스터로 착각할 정도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만든 거야!?”
천문석은 탄성을 터트렸다.
빨주노초파남보!
선인장 몸체는 선명한 일곱 색으로 물들고!
한 뼘가량 뻗은 가시마다 위험해 보이는 액체가 맺혀 있었다!
“아직은 분재에는 실패했지만, 더 노력하면 가능할 것 같아! 성공하면 바로 나눠 줄게!”
어느새 한경석은 혼령의 공포도 잊고 열띤 얼굴로 외치고 있었다!
그럴 만했다.
뭘 어떻게 했는지 선인장이 아니라 숫제 몬스터를 키워 낸 격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선인장보다 혼령의 정체를 밝히는 게 우선!
“선인장 설명은 나중에…….”
이때 열렬한 외침이 들려왔다.
“대단해! 이건 혁명이야!”
특급 헌터가 선인장을 가리키며 폭풍같이 외쳤다.
“경석이 형 엄청나!”
“이 선인장 어떻게 만든 거야!?”
“이건 특특특급 선인장이잖아!”
“이 가시에 찔리면 빳빳하게 굳어서 꼼짝도 못할 거 같아!”
한경석도 마찬가지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쏟아 냈다.
“역시! 넌 알아보는구나!”
“이 선인장은 헌터 업계의 혁명이 될 거야!”
“이거 마석을 쏟아부어서 키웠어! 그냥 마석이 아니라 식물 마석!”
“식물 마석 엄청 귀한 건데! 후식이가 머리에 바르는 약이 식물 마석으로 만든 거거든! 그거 슬쩍해서…….”
어느새 한경석과 특급 헌터는 괴물 선인장을 사이에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 사이 천문석은 선인장을 기르는 방 안을 빠르게 살폈다.
우선 빠르게 벽을 훑어보고, 양쪽 벽에 있는 문을 확인했다.
우선 왼쪽 문을 열고 나가니 강화 유리로 덮인 탈출용 계단이 보였다.
다음으로 오른쪽 문.
탁, 탁-
그러나 오른쪽 문은 잠겨 있었다.
천문석은 바로 한경석에게 확인했다.
“이 문 무슨 문이야?”
“거기 비품 창고야. A4용지, 청소 용품이 가득 쌓여 있어.”
그러고 보니 공방 강화 철문 옆에 있던 비품 창고 문이 기억났다.
“…….”
천문석은 그대로 생각에 잠겼다.
최후식 이사는 자신이 이곳에 오는 순간 혼령, 귀신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뭐지, 내가 뭐를 놓친 거지?’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혼령의 소리를 들었다며 달려와 정신없이 말을 쏟아 낸 두 사람!
기억을 되짚자 두 사람이 공통으로 외친 말이 떠올랐다.
“……경석이 형이 ‘단검’ 만드니까!”
[……내가 ‘단검’ 만드니까 나왔어!]
‘단검!’
이번 혼령 소동은 ‘단검’과 관련되어 있다!
감을 잡은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한경석. 확인할 게 있다!”
신나게 선인장에 관해 설명하던 한경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확인할 게 있다고?”
천문석은 확신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단검 만들어 보자!”
* * *
단검 제작 준비는 순식간에 끝났다.
세 사람은 공방 곳곳에 흩어져 대기했다.
특급 헌터는 강화 유리 벽 너머에.
한경석은 장비를 갖추고 모루 앞에.
천문석은 공방 중앙에 서서 혼령의 소리를 탐지하기 위해 대기했다.
한경석이 집게로 붉게 달아오른 철괴를 꺼내며 외쳤다.
“단검 만들 준비 끝났어!”
뒤이어 외치는 특급 헌터.
“나도 준비됐어! 언제든 시작해도 돼!”
두 사람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기감을 사방으로 퍼트리며 대답했다.
“지금이다! 시작해!”
특급 헌터가 재빨리 귀를 막는 타이밍.
한경석은 무쇠 망치를 높게 들어 올렸다!
한경석의 전신을 타고 흐른 각성력이 무쇠 망치에 모이는 순간.
팟-
섬광이 망치에 맺히고 주저 없이 떨어졌다!
쾅쾅, 쾅쾅쾅-
붉은 철괴에서 불꽃이 튀어 오르고.
충격파와 진동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철괴가 펴지는 순간!
휙-
한경석의 손이 넓게 펴진 철괴 위를 훑었다!
파스스슥-
순간 폭발적으로 튀어 오르는 새파란 마력의 불꽃!
그리고 넓게 펴진 철괴가 마술처럼 반으로 접혔다!
이 순간 한경석의 망치가 다시 한 번 떨어졌다.
쾅쾅, 쾅쾅쾅-
순식간에 반으로 접힌 채 달라붙는 철괴!
한경석은 신들린 듯 망치를 내려쳐 접쇠 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일평생 검을 제작한 장인처럼 신들린 접쇠를 해내는 한경석.
천문석은 어느새 원래 목적도 잊고 한경석을 집중해서 바라봤다.
오러 와 염동력, 마력!
한경석은 3중 능력자였다.
하나하나는 대단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모든 능력이 조합된 순간 발현되는 시너지가 엄청났다!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망치에 오러를 담고, 염동력으로 철괴를 접고, 마력으로 철괴의 구조를 변화시켰다!
암살검 한경석은 상상을 뛰어넘는 대장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대단하다!”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소리가 느껴졌다!
콰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아-
마치 흐느끼듯이 울려 퍼지는 진동과 소리가!
* * *
콰아아아아-
천장, 바닥, 벽 가릴 것 없이 사방이 떨렸다!
진동이 사방에서 쏟아지고,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몸을 때렸다!
전신이 저주파 자극을 받듯 경련하고, 칠판을 긁는 것처럼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으아악!”
“으어억!”
순간 다급한 비명이 터졌다.
집중 상태였던 한경석이 다급히 철괴와 망치를 놓고 달려와 특급 헌터를 잡고 벽을 향해 웅크렸다.
양손으로 귀를 잡은 채 벽으로 파고들듯이 웅크린 두 사람이 외쳤다.
“시작했어! 이거야! 혼령의 울음!”
“혼령이 나타났어! 알바! 꼭 물리쳐야 해!”
두려움 가득한 외침을 터지는 순간.
천문석은 어이가 없었다.
‘혼령이 진짜라고!?’
아니, 서울 한복판. 그것도 마도 기술의 총화 성채 빌딩에서 혼령이 나온다는 게 말이 되는 거야!?
그러나 지금 눈앞에 증거가 나타났다!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벽에 손을 올린 채로 움직이며 기감으로 사방을 훑었다!
단단한 강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 속으로 뻗어 나간 기감을 통해 그 안의 구조가 느껴진다!
외부가 아닌 벽 내부!
강화 콘크리트 안, 강화 철근을 타고 흐르는 진동이 느껴졌다!
이 진동이 천장과 벽, 바닥을 스피커 진동판처럼 울려서 소리를 내고 있다!
천문석은 재빨리 진동의 원천을 찾았다.
천장과 바닥은 아니다!
등 뒤는 복도!
왼쪽 벽 밖은 허공!
오른쪽 벽은 거의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안쪽, 선인장 재배실이다!
천문석은 한달음에 선인장 재배실로 들어가 벽을 짚고 기감을 뻗었다!
여기다!
허공에서 느껴지는 진동과 소리는 똑같지만, 벽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미세하게 강해졌다!
천문석은 눈을 감은 채 벽을 훑어 진동의 원천을 쫓았다!
쓰으으윽-
바짝 마른 강바닥에서 젖은 흙을 찾듯 초집중 상태에서 손끝으로 벽을 훑는다!
콰아아아-
그러나 돌연 진동이 뚝 끊겨 버렸다!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경석아! 다시 한 번!”
“으으으- 알았어!”
신음 뒤로 곧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쾅, 쾅쾅쾅-!
곧 다시 시작되는 진동과 소리!
콰아아아아아-
천문석은 다시 벽을 훑어 추적했다!
쿵쿵, 쿵쿵쿵-
마치 살아 있는 심장이 뛰는 것처럼 감정이 담긴 진동이 느껴졌다.
진동에서 감정이 느껴진다고!?
진짜 혼령이 나타난 건가!?
등골에 소름이 쫙 돋고, 전신의 잔털이 쭈뼛 일어났다!
이 순간 손이 벽에 막혀 멈췄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여기다!
이곳이 이 모든 진동의 원천이다!
번쩍 눈을 뜨는 순간.
선인장 재배실의 잠긴 문이 나타났다!
비품 창고!
이곳에 혼령 사건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천문석은 다시 문고리를 돌려 봤다.
탁, 탁-
여전히 잠긴 문.
순간 천문석은 문고리 안으로 내력을 밀어 넣었다.
마치 직접 눈으로 보듯이 자물쇠의 구조가 파악됐다.
별다른 보안 장치가 없는 평범한 철문이다.
보안을 중요시하는 성채 빌딩, 대형 길드에 있는 게 이상한 철문!
철문 주위 벽을 다시금 살피자, 이런 철문이 있는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탁, 탁, 탁-
철문이 있는 벽은 나중에 만들어진 벽이다!
즉, 지금 선인장이 자라는 이 재배실은 넓은 공간을 벽을 세워 나눈 것이다!
원래 하나의 방이니 보안 장치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
추리를 끝낸 천문석은 열쇠 구멍 안으로 내력을 밀어 넣었다.
절정의 일기일원공이 열쇠 구멍 안으로 들어가 모든 요철을 밀어내는 순간.
딸깍-
잠근 장치가 풀렸다!
천문석은 바로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A4지, 세제, 볼펜, 파일, 청소도구 같은 온갖 비품이 조금의 틈도 없이 빽빽하게 쌓여 있는 공간이 드러났다.
문 너머 창고에 남은 공간은 가로세로 1미터 남짓!
이 비품 너머에 혼령의 비밀이 있다!
천문석은 빽빽하게 쌓인 A4 지와 비품을 좌우로 밀어내 공간을 만들고 몸을 밀어 넣었다.
2미터 남짓 전진했을 때.
얼핏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리.]
사람의 목소리!?
마침내 혼령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A4 상자에 귀를 가져다 대고 내력을 끌어올렸다.
실낱같던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점차 목소리로 변해 갔다!
[이제…….]
[……충분.]
[……리 그만.]
[참는 게…….]
천문석은 안테나 수신 감도가 좋은 자리를 찾듯이 천천히 귀를 움직였다.
돌연 작지만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리. 충분히 경고한 거 같아. 이제 안 들리는데 그만 참아.]
“대리……?”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분노한 외침이 들려왔다.
[아니에요! 이 녀석 또 언제 그럴지 모릅니다! 이번에 끝장을 볼 겁니다!]
“어?”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부산 던전 배송 의뢰의 동료.
운송선에서 빡세게 굴러, 전신이 새카맣게 탄 무공 각성자.
최설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