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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35화 (53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35화>

특이한 아이, 특급 헌터!

특이한 헌터, 암살검 한경석!

특이한 두 사람!

특급 헌터와 한경석이 만나는 순간 일어난 시너지!

오리온 길드 인포 데스크 앞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고, 이 난장판에 최후식 이사가 휩쓸렸다!

천문석은 난장판을 보며 탄식했다.

“하, 추 수석님이 이 난장판을 봤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더는 자신에게 재수 없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법!

특급 헌터와 한경석에 비하면 자신은 평범했다!

‘하하하하하-’

내심 흐뭇하게 웃을 때 사방에서 시선이 모여들었다.

당황하는 인포 데스크의 직원, 다급한 외침에 고개를 돌리는 사무직 직원들.

그리고 대형 길드에 반드시 있는 사람들이 몰려나왔다.

헌터들!

당장 던전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완전무장한 헌터들이 소란에 뛰어나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의아한 표정으로 달려오던 무장한 헌터들은 뒤엉킨 세 사람을 보고 어이없어했다.

“하, 이 멍청한 녀석들!”

“야, 레이드 대기 중인데 뭐 하는 거야!”

“장난하지 말고 빨리 일어나라!”

“쟤들 어느 팀 소속이야! 팀장 애들 관리 제대로 안 하지!”

핏-

순간 바람 빠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가장 아래 깔려 있던 사람이 사라졌다.

점멸 이동!?

그것도 타인과 접촉 중에 혼자서 점멸 이동으로 빠져나왔다고?!

헌터들은 이 사람의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암살검 한경석!

오리온 길드에서는 언터쳐블인 암살검 한경석이다!

‘그렇다면, 같이 뒤엉킨 저 사람은?!’

경악한 시선이 쓰러진 남자에게 모이는 순간 처절한 외침이 터졌다.

“악마 꼬맹이! 멈춰! 너희 삼촌한테 이른다!”

“카캬캌- 나 어제 엄마한테 엄청 혼나서 괜찮아!”

“뭐?! 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전화한다! 진짜로 전화한다!”

꼬맹이에게 깔려 분노하는 사람은 오리온 길드의 최후식 이사였다!

최후식 현장팀 총괄 이사 겸 메인 탱커!

현장에서 뛰는 팀장, 팀원 급 헌터들에게는 길드장보다 가까운 존재였다!

그런 최후식 이사가 꼬맹이에게 깔린 걸 본 순간 헌터들은 반사적으로 달려가며 외쳤다.

“이사님!”

“꼬맹이 떼어 내!”

단숨에 달려온 헌터들이 특급 헌터를 낚아채려 할 때.

최후식은 다급히 저지했다.

“야, 멈춰 건들지 마! 걔 만지면 큰일 난다!”

탱커의 명령은 절대적!

특급 헌터를 낚아채려던 헌터들은 순간적으로 멈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외쳤다.

“네?!”

“그게 무슨?”

최후식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이 녀석 악마 꼬맹이다!”

악마 꼬맹이!

이 단어를 듣는 순간 고참 헌터들은 흠칫 놀라 반사적으로 외쳤다.

“장강 유통!?”

“설마, 이 꼬맹이가?!”

……

고참 헌터들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릴 때.

신입 헌터 한 명이 사각에서 뛰어나가 특급 헌터를 낚아채려 했다.

“잡았다! 이 꼬맹이 녀석!”

“안 돼!”

“멈춰!”

“으아악!”

다급한 고참 헌터들의 외침이 사방에서 터졌다.

핏-

이때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특급 헌터는 사라지고 신입 헌터의 팔은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기계음이 들려왔다.

[친구! 거기서 봐!]

기계음을 향해 모이는 시선!

그곳에는 꼬맹이를 낚아챈 오색으로 일렁이는 형체가 있었다.

카멜레온 은신 망토를 입은 암살검 한경석!

핏핏, 핏핏핏-

연속 점멸 이동 소리가 들리고.

쿵쿵, 쿵쿵쿵-

책상과 의자, 서류함 곳곳이 충격에 울렸다.

한경석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점멸 이동해 특급 헌터와 함께 사라졌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헌터들과 사무직원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볼 때.

최후식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탄식했다.

“저 악마 꼬맹이는 어떻게 나타난 거야?”

이때 모두에게서 잊힌 천문석이 어색한 웃음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하하- 안녕하세요. 이사님. 오랜만입니다.”

“……!”

최후식의 눈에 스치는 깨달음의 빛!

“너!? 네가 악마 꼬맹이를 데려왔구나!?”

순간 고참 헌터들의 뜨거운 눈빛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이 뜨거운 눈빛에 담긴 건 분노가 아니었다.

“……?”

어이없게도 부러움이었다.

* * *

최후식 이사의 방.

천문석은 최후식 이사에게 악마 꼬맹이, 특급 헌터와 같이 온 이유를 간단히 설명했다.

“한경석에게 약속한 귀신 퇴치를 하러 같이 왔습니다.”

“아, 그 이상한 소리! 엇! 그렇지 그게 있었지! 맞아!”

최후식 이사는 갑자기 탄성을 터트리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천문석을 봤다.

“그런데 악마. 흠, 특급 헌터는 어떻게 같이 온 거야?”

천문석은 시간을 되짚어 올라가며 사정을 설명했다.

-한경석의 문자.

-특급 헌터와 요플레 뚜껑을 핥던 이야기.

-장민, 류세연, 특급 헌터 셋과 함께 한 아침 식사.

-공방 도시에서 한경석에게 받은 도움과 자신이 한 약속.

그리고 최후식이 궁금해 한 특급 헌터가 같이 오게 된 사정.

천문석이 민감한 이야기를 빼고 적당히 설명을 끝마쳤을 때.

최후식 이사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악마, 흠. 특급 헌터가 너희 집에서 산다고?”

“……산다기보다는 자주 놀러 오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장민 대표님이 식사를 차려 줬다며?!”

“네 그렇긴 한데…….”

“와! 어떻게 장민 대표랑 안면을 튼 거야?! 장철, 그 형 통한 거야? 그 형이 소개해 줄 리가 없는데?!”

최후식이 연신 감탄을 터트릴 때,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장민 대표님을 장철 헌터님보다 먼저 알았습니다.”

문득 장민 대표와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났다.

전생을 깨달았으나 무공에 입문하지 못하고 키즈 카페 부점장을 하던 시절.

천장에 찍힌 어린이 젤리 발자국을 닦다가, 특급 헌터의 돌머리 박치기에 직격당했다!

시커멓게 죽은 멍에 픽 기절했을 때, 자신보다 더 놀라던 특급 헌터의 엄마, 장민 대표.

그때 장민 대표를 처음 만났다.

그러고 보니 그 시절 특급 헌터의 별명도 키즈 카페의 ‘악마 꼬맹이’였다!

문득 미소가 지어졌다.

인연은 얼마나 헤아릴 수 없는 것인가?

그때는 특급 헌터, 장민 대표, 장철 헌터. 세 사람과 이렇게 가까워질지 생각지도 못했다.

이때 천문석의 표정을 본 최후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 그 표정을 보니까. 장민 대표님이랑 보통 가까운 게 아닌가 보네. 하긴 특급 헌터까지 맡길 정도면…….”

“…….”

“부럽다! 이 부러운 녀석! 장강 유통 장민 대표님이랑 친하다니! 내가 그렇게 연락해도 얼굴 한번 못 봤는데……! 장민 대표님이 차려 준 아침 식사까지 먹다니! 너 전화번호도 있겠지? 부럽다! 부러워!”

이때 천문석은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어, 경석이도 장민 대표님 전화번호 있을 텐데요?”

“뭐?! 경석이가 장민 대표님을 어떻게 알아?”

“전에 워터 파크 놀러 갔을 때 만났습니다. 한경석 장민 대표님하고, 언니 동생 하는 사이입니다.”

“워터 파크?! …… 한경석! 이 어이없는 녀석! 연락처 알면서도 한마디도 안 한 거야?!”

한참을 어이없어하던 최후식은 돌연 천문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

“네?”

“경석이 사실 내 친조카야.”

“네?!”

아니, 얼굴이 전혀 안 닮았는데?!

천문석의 표정을 본 최후식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경석이 누나 막내딸이다. 경석이 특이한 거 사정이 좀 있어. 너 만나고 경석이가 많이 밝아진 거다. 워터 파크라니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거든…….”

어쩐지 아련한 표정으로 말하는 최후식.

“저도 이번 의뢰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의뢰? 어, 경석이 부산 던전으로 의뢰 갔는데 거기서 만난 거냐?”

“네. 난장판에서 탈출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긴 내 친구도 부산 던전에 들어갔는데 장난 아니었다고 하더라. 앗!”

최후식은 돌연 눈빛을 빛내더니 주위를 살피고 목소리를 낮췄다.

“잘됐다. 내가 선물을 하나 주마.”

“네, 선물이요. 아닙니다. 이 강화 해머 빌려 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아니, 이건 물건이 아니라 정보다. W. S. 인더스트리 알지?”

W. S. 인더스트리면 미국의 세계패권을 상징하는 초거대기업!

헌터뿐만 아니라 일반인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천문석의 대답을 듣는 순간.

최후식은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고 말했다.

“그곳의 오너가 실종됐다. 그리고 다음 주에 이사회가 열려 대표 이사를 새로 선임할 거다.”

천문석도 경영학과 학생!

듣는 순간 이 정보의 가치를 깨달았다!

금융에서 정보는 곧 돈이다!

베일에 가려진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는 나이트 아머를 만들어 낸 세기의 천재!

오너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미국과 세계 증시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날 거다!

이 정보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박을 터트릴 정보다!

아니, 그 이상이다!

W. S. 인더스트리는 그냥 기업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패권을 상징하는 초거대기업.

하지만 초거대기업은 W. S. 인더스트리 하나가 아니다.

재금 그룹!

순간 천문석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W. S. 인더스트리] - [재금 그룹]

천칭의 양쪽 쟁반에 놓여 균형을 이루던 두 초거대기업의 오너 중 한 명이 사라졌다!

그것도 세기의 천재가!

균형을 이룬 천칭이 기울면, 경제계뿐만 아니라 세계정세 자체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일이다!

이 정보는 이렇게 쉽게 전해질 정보가 아니었다!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살필 때.

최후식 이사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표정을 보니 정보의 가치를 짐작했구나?”

“이거 진짜입니까?!”

최후식은 바로 손가락으로 테이블에 글자를 썼다.

[W. S. 이사.]

그야말로 최고위층에서 흘러나온 정보!

정보의 신뢰도가 극도로 높았다!

‘아니, 이런 정보를 왜 나한테 줘?’

최후식을 바라보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이 돌아왔다.

“경석이 고맙다.”

최후식은 조카를 걱정하는 삼촌처럼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걔는 빡세게 굴려야 사람 된다. 가능하면 네가 데리고 다니면서 빡세게 굴려 줘라. 크크크킄-.”

천문석은 음흉한 웃음소리에 담긴 최후식의 진심을 느꼈다.

그렇기에 마주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가능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강화 해머 돌려 드리겠습니다. 잘 썼습니다. 혹시 수리비…….”

“됐다. 길드에 정비팀 있어.”

최후식은 피식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 그보다 부탁이 있다. 그 귀신 퇴치…….”

“네! 최선을 다해서 퇴치하겠습니다!”

순간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젓는 최후식.

“아니. 최선을 다하지 말고, 되도록 퇴치도 하지 말아라.”

“네? 그게 무슨.”

“너 일하는 사무실이 김철수 사무실이라고 했지?”

“네. 그런데…….”

최후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의문을 품는 순간 최후식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한경석 그 녀석 공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녀석이. 귀신이 무서워서 밤이 되면 공방에 못 들어가고 있다. 크크큽-.”

“…….”

“그래서 걔 요새 밤에는 집에 가서 잔다. 경석이 엄마, 누나가 너무 좋아하더라. 한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꼭 좀 부탁한다.”

“아니, 부탁하셔도 귀신 퇴치가 제 마음대로 되는 게…….”

‘귀신 퇴치를 하지 말라니, 이게 마음대로 되는 거였어? ! 아니, 그보다 진짜 귀신이 있는 거야?!’

천문석이 황당해 할 때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서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건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최후식은 천문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 귀신 절대 퇴치하면 안 된다! 아니, 가능하면 더 심하게 만들어 주라! 한경석이 무서워서 아예 집으로 들어가게!”

“…….”

천문석은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최후식 이사의 눈에는 자신이 할 수 있다는, 한점 흔들림 없는 믿음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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