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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34화 (535/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34화>

[친구, 도와줘!]

한경석의 다급한 문자가 도착했다!

그러나 문자를 본 천문석은 놀라지도 다급하지도 않았다.

톡톡, 톡톡톡-

한 손으로 문자를 입력하면서 특급 헌터에게 느긋하게 말했다.

“경석이 의뢰 끝내고 공방에 왔나 보네. 잘됐다. 광화문 간 김에 겸사겸사 경석이도 보면 되겠다.”

“앗! 알바 왜 그리 느긋해?!”

펄쩍펄쩍 뛰어 문자를 본 특급 헌터는 깜짝 놀란 얼굴로 외쳤다.

“경석이 형이 도와달라잖아! 빨리 움직여야지! 이럴 때가 아냐!”

“야, 이 문자 그런 거 아냐…….”

피식 웃은 천문석이 설명하려 할 때 문득 의문이 들었다.

“경석이 형? 너 왜 경석이한테 형이라고 불러? 워터 파크에서 경석이 봤잖아?”

“아, 그거? 경석이 누나가 자기 지금 비밀 임무 중이라고 형이라고 부르라던데? 경석이 형은 정체가 비밀이래! 007처럼 말야! 대단하지 않아!?”

특급 헌터는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으로 외쳤다.

“…….”

한경석이 비밀 임무?

가능성이 한없이 0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그러나 천문석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한경석과 특급 헌터 모두 특이한 친구들이다.

이해하려고 해선 안 된다.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천문석은 작성을 끝낸 문자를 보내고 특급 헌터에게 말했다.

“자세한 건 가서 보면 될 테고. 대충 이야기하면, 경석이가 보낸 문자는 일종의 의뢰야.”

“의뢰라고?”

“어, 내가 부산 던전 내려갔을 때 경석이가 도와줬거든. 그때 경석이가 부탁한 게 있어. 이 문자 그 이야기 하는 거다. 그런데 너 괜찮겠냐?”

천문석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특급 헌터에게 툭 던졌다.

“이거 좀 ‘위험한 임무’인데?”

‘위험한 임무!’

이 단어가 특급 헌터의 피를 끓게 했다!

“혹시, 우리 비밀 임무 하는 거야? 007처럼 경석이 형 임무 도와주러 가는 거야?!”

호기심이 폭발한 얼굴로 외치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내심 웃었다.

이 호기심 어린 얼굴은 곧 공포로 물들 것이다!

천문석은 며칠 전 일을 떠올렸다.

공방 도시에서 격전을 치르고 기절했던 자신을 구해 준 한경석.

한경석은 감사하는 자신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의뢰가 끝나면 자신의 공방에 꼭 와달라고!

그리고 이유를 묻는 자신에게 하얗게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

‘내 공방에서 귀신 나와!’

그렇다!

[친구, 도와줘!]

대인전 세계 랭커, 암살검의 이 문자는 ‘귀신 퇴치’ 의뢰였다!

띠링, 띠링, 띠링-

이때 연속해서 문자 수신음이 울리고 한경석에게서 문자가 쏟아졌다.

특급 헌터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외쳤다.

“알바? 경석이 형이 보낸 문자야?! 경석이 형 뭐라고 하는데? 우리 임무가 뭔데?! 특급 임무 맡는 거야?!”

천문석은 간단한 답 문자를 보내고 휴대폰을 내밀었다.

“직접 봐라.”

************************************

[친구, 도와줘!]

…… …[귀신 나왔냐?]

[ㅇㅇ. 지금 나왔어!]

[공방에 못 들어가겠어!]

[지금 탈출해서 사무실!]

[빨리빨리! 급해! 빨리 와!]

…… …[알았어. 바로 갈게!]

************************************

“귀신이라고?!”

특급 헌터는 깜짝 놀란 얼굴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맞아! 우리 임무는 귀신 퇴치다!”

“설마! ‘우워어어어, 우어으으으’ 하는 그 귀신?!”

두려움에 질린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

예상 그대로의 반응에 천문석은 슬쩍 도발했다.

“뭐야, 꼬맹이 너 귀신 무섭냐?”

“아니. 무서운 게 아니라…….”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특급 헌터는 우물쭈물했다.

“무서우면 그냥 여기 있을래? 아니면 키즈 카페나 집에 데려다줄까?”

풉-

천문석이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바로 튀어나온 대답.

“당연히 아니지! 특급 헌터는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특급 헌터는 반사적으로 외치고는 말했다.

“알바! 조금만 기다려 봐! 제대로 준비해야겠어!”

다다다닥-

바로 옥탑방으로 달려가 크게 외치며 배낭에 물건을 챙겨 넣는 특급 헌터.

“화로, 태풍 구슬, 명령권, 퐁퐁검. 동전, 신문지…….”

특급 헌터가 배낭에 마구잡이로 물건을 집어넣을 때.

천문석은 강화 해머가 담긴 무장 박스에 대환단을 넣고 등 뒤로 맸다.

오늘의 퀘스트는 간단했다.

1. 오리온 길드 최후식 이사의 강화 해머 반납.

2. 한경석의 공방에서 나오는 귀신 퇴치.

3. 김철수 사무실에 대환단 판매 의뢰.

“금방 끝나겠네. 야, 준비 아직이야?”

문득 고개를 돌리는 순간.

커다래진 배낭을 메고 일어나는 특급 헌터가 보였다!

“…….”

“다 됐어! 이제 가자!”

순간적으로 말문을 잃었던 천문석은 외쳤다.

“이사 가냐? 뭘 그렇게 많이 챙겨?! 우리 저녁 되기 전에 돌아올 거야!”

특급 헌터는 지지 않고 외쳤다.

“귀신이라며! 철저히 준비해야지! 방심하다가 잡혀가면 큰일이란 말아! 우리 집에도 ‘우워워-’ 해서 내가 잘 알아!!”

“…….”

이렇게 철저한 준비를 한 특급 헌터와 천문석은 옥상으로 나왔다.

쿵-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움찔 놀라는 특급 헌터.

“앗! 생각해 보니까. 삼촌도 귀신 한 번도 못 본 거 같아. 삼촌 부를까? 부르는 게 좋겠지. 잠깐만!”

특급 헌터는 재빨리 헌터용 시계를 잡고 장철 헌터에게 연락했다.

“삼촌! 지금 귀신 보러 가는데. 잠깐 나와주면 안 될까?!”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십니다. 메시지를 남겨 주시면…….

녹음된 메시지에 얼굴이 다시 한번 하얗게 질리는 특급 헌터.

“야, 너 무서우면 그냥 키즈 카페에서 기다려. 앙꼬랑 놀면 되잖아?”

“앙꼬는 할아버지 와서 놀이공원 갔단 말야! 그리고 특급 헌터가 무서워할 리 없잖아! 나한테는 강철이가 있어!”

특급 헌터는 목에건 펜던트를 번쩍 들어 올리며 씩씩하게 외쳤다.

“친구들! 나 귀신이랑 싸우고 올게!”

왕-

평상 아래 그늘에 축 늘어진 서리 늑대가 짖는 순간.

“앗! 깜빡할뻔했네!”

특급 헌터는 재빨리 평상으로 달려가 검은 나무판자와 분필을 잡았다.

“너 뭐하냐?”

“오늘 드래곤 형이 보내 주는 깡통 오는 날이거든. 나 없으니까 메시지 남겨야 해!”

쓱, 쓰스스슥-

특급 헌터는 검은 나무판자에 분필로 무언가를 빠르게 적어 서리 늑대 옆에 놨다.

“탱탱이. 비서 누나가 깡통 가지고 오면 이거 보여 줘! 꼭 보여 줘야 한다! 반드시 꼭꼭 보여 줘야 한다!!”

특급 헌터는 몇 번이나 당부하고는 앞장에서 뛰어가며 외쳤다.

“알바! 빨리 와! 귀신 잡으러 가자!”

단숨에 옥상 문을 지나 계단으로 내려가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슬쩍 서리 늑대 옆에 놓인 나무판자를 뒤집어 봤다.

[드래곤 비서 누나! 혹시 깡통 가져왔을 때 나 없으면! 우리 삼촌한테 연락해 줘! 나 귀신한테 잡혀갔다고!! 꼭! 꼭 이야!!]

“…….”

천문석은 다급히 적힌 메시지 뒤에 빠진 내용을 적어 넣었다.

[삼촌 - 장철 헌터.]

[잡혀간 장소 - 광화문 재금 빌딩 13층, 오리온 길드.]

* * *

끼이익-

광화문 게이트 구역 입구 바로 앞.

재금 빌딩 입구에 장갑 SUV가 멈춰 섰다.

“다 왔다. 내리자.”

무장 박스를 멘 천문석이 뒷문에서 내리며 말했다.

“…….”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운전석에 앉은 경호원.

조수석에 앉은 황 비서.

먼저 차에서 내린 천문석.

세 사람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운전석 뒤, 커다란 배낭을 품에 안은 특급 헌터.

특급 헌터는 눈을 꼭 감은 채로 떨리는 손으로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특급 헌터는 보는 사람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조수석의 황 비서가 눈을 반짝일 때,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툭 건드리며 말을 걸었다.

“야, 너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 돌아가도 돼. 황 비서님. 바로 키즈 카페로 갈 수 있죠?”

“물론이죠…….”

그동안 특급 헌터의 장난에 수없이 당한 황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무서우면 어쩔 수 없죠. 풉-.”

순간 특급 헌터는 번쩍 눈을 뜨며 외쳤다.

“특급 헌터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차에서 내리는 순간.

탁-

번개같이 뒷문이 닫히고 조수석 창문으로 머리를 내민 황 비서가 외쳤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앗! 잠깐만…….”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부으으으응-

장갑 SUV는 출발했다!

“황 비서 누나! 멈춰! 멈추란 말야!”

특급 헌터는 다급히 장갑 SUV를 따라 달리며 외쳤다.

그러나 차는 멈추지 않았다.

후흐흐흐흐흐-

황 비서의 웃음소리가 길게 이어지다가 어쩐지 웃음기가 담긴 외침이 들려왔다.

“수고하세요! VIP!”

“황 비서 누나!!”

멀어지는 장갑 SUV를 향해 절규하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특급 헌터에게 다가가 커다란 배낭을 번쩍 들고 말했다.

“야, 너 업보 받은 거야. 그러니까 장난도 적당히 쳤어야지.”

“원래 애들은 장난 좋아한단 말야!”

“그럼 귀신이랑 장난치러 가자.”

피식 웃은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번쩍 들어 옆구리에 끼웠다.

“그럼 출발한다?”

“알바! 아무 걱정하지 마! 나만 믿어!”

그게 외친 특급 헌터는 천문석의 옷깃을 꼭 잡았다!

천문석과 옆구리에 들린 특급 헌터는 당당히 인도를 지나 들어갔다.

재금 빌딩 로비를 향해서!

땡-

13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내려서는 순간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오리온 길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내 직원이 인포 데스크에서 일어나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순간 천문석의 옆구리에서 휙 뛰어내린 특급 헌터가 외쳤다.

“경석이 형이랑 약속했어요! 빨리빨리! 경석이 형 여기로 불러 주세요!”

“아, 그러시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과연 대형 길드의 직원.

꼬맹이가 불쑥 튀어나와 외치는 데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대응했다.

“경석…… 경석…… 혹시 성은 어떻게 되죠?”

이때 반가움이 담긴 외침이 들려왔다.

“야, 너 천문석?! 와, 너 여긴 웬일이냐? 이게 얼마 만이야?!”

문득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오리온 길드 신입 사원 현장 면접에서 만났던 면접관 최후식!

오리온 길드 최후식 이사가 인포 데스크 앞에 나타났다!

“이사님 안녕하세요.”

천문석이 인사하는 순간 두 방향에서 동시에 외침이 들려왔다.

[친구! 드디어 왔구나!]

오리온 길드 사무실 안쪽.

“후식이 아저씨?!”

천문석의 다리 아래.

외침과 동시에 두 사람은 동시에 움직였다.

사무실에서 달려 나오는 한경석!

사무실 방향으로 달려가는 특급 헌터!

그 중간에 낀 최후식 이사는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악마 꼬맹이!!??”

특급 헌터를 본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보지도 않고 뛰는 최후식 이사!

순간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한경석이 최후식 이사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으앗-

아앗-

짧은 비명이 울려 퍼지고 충돌한 두 사람이 뒤엉켜 나뒹굴 때.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쓰러진 최후식 위로 올라타며 잇달아 외쳤다.

“후식이 아저씨!”

“왜 안 놀러 와?!”

“앗! 후식이 아저씨 머리카락 엄청 많이 생겼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앗! 여기 흰머리 보여! 내가 뽑아 줄게!”

작은 손이 움직이는 순간.

톡톡, 톡톡톡-

순식간에 뽑혀 나오는 머리카락들!

강철 와이번의 급강하 공격조차 웃으며 받아 낸 탱커 최후식이 다급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안 돼! 그만! 뽑지 마! 내 머리카락은 건들면 안 돼!”

[뼈! 뼈 깔렸어! 후식이 멈춰!]

“찾았다! 여기도 흰머리! 내가 뽑아 줄게!”

“야, 뽑지 말리니까! 뭐? 후식이라고?! 한경석! 너 이 새끼!”

[실수! 실수임!]

“또 찾았다!! 내가 다 뽑아 줄게! 카카캌-.”

……

한경석, 최후식, 특급 헌터. 세 사람은 뒤엉킨 채로 정신없이 외쳤다.

한경석과 특급 헌터가 만나는 순간 인포 데스크 앞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

천문석은 어이없어하는 눈으로 이 모습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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