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33화 (53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33화>

“아…….”

그렇다.

특급 헌터는 영원한 2등 콩 황제였다.

1등은 정체불명의 꼬맹이 앙꼬 대장이었다!

“특급 헌터 힘을 내라! 우리는 경주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야!”

“맞아! 난 알바를 믿어! 우리는 이길 수 있어!”

그리고 동시에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카캬카-

카카캌-

천문석과 특급 헌터의 대화가 항상 그래 왔듯이.

요플레 뚜껑 핥기에서 시작된 대화는 어느새 앙꼬 대장과의 승부로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엉망진창 대화가 끝나고 할 때 특급 헌터는 외쳤다.

“난 잃어버린 거 하나도 없어. 알바는 뭐 잃어버린 거 없어?”

“글쎄…… 나도 한번 확인해 봐야겠는데.”

천문석은 바로 침실로 가서 장비와 재산을 확인했다.

-침실 구석에 세워둔 강철봉. OK

-무장 상자 안에 담긴 강화 해머. OK

-협탁 서랍 안 통장과 도장, 사무실에서 받은 경매 관련 서류. OK.

……

“나도 없어진 거는 없는 것 같은데? 하긴 집에 뭐 값나가는 걸 두지 않으니…….”

천문석은 침실 안을 훑으며 말했다.

이때 천문석의 시선이 협탁에 닿았다.

텅 빈 협탁 위.

협탁을 보자 어쩐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이 위에 뭐 놔뒀나?”

생각을 더듬자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가 하나 있었다.

금이 간 구슬, 깨진 마안!

“아, 깨진 마안 없어졌구나. 어디 떨어졌나?”

천문석이 무덤덤하게 말하며 침실 바닥을 살폈다.

“알바. 뭐 없어졌어?”

“너도 봤던가? 깨진 마안. 금 간 구슬같이 생긴 거 여기 협탁 위에 놓아둔 게 없네. 어디 떨어진 건가?”

고개를 갸웃한 천문석은 마음으로 마안에 말을 걸었다.

‘야, 대답해라!’

“알바. 나 불렀어!?”

“아냐. 깨진 마안 불렀어.”

몇 번 더 마음으로 불러 봤지만, 같이 마안을 찾는 특급 헌터만 대답할 뿐이다.

아무리 불러도 깨진 마안의 잡음 같은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협탁 위에 놓아둔 깨진 마안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알바 안 보이는데!?”

“야, 됐어. 그만 찾아 없어도 괜찮아.”

천문석은 깨진 마안 찾는 걸 바로 포기했다.

어차피 완전히 맛이 간 마안.

없어도 아쉬울 것 하나 없었다.

이때 침대 아래로 기어 들어갔던 특급 헌터가 외쳤다.

“알바! 여기 상자 있는데 이 안에 들어 있는 거 아닐까?”

“상자? 아, 무림 던전 때 무장 상자…….”

순간 머리끝에서 발끝으로 전율이 달리고, 까맣게 잊고 있던 물건이 번쩍 기억났다!

“대환단!”

대환단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 * *

으아앗-

경악한 천문석은 재빨리 몸을 숙여 침대 밑을 들여다봤다!

특급 헌터의 말대로 있었다!

무장 상자가 침대 아래 깊은 곳에 있었다!

“알바! 내가 잡았어! 끌어당겨!”

“알았어! 조심해라!”

쓰으으윽-

발목을 잡고 끌어당기자 무장 상자와 함께 나온 특급 헌터!

“잘했어!”

천문석은 바로 무장 상자를 방 가운데 놓고 단숨에 잠금장치를 풀고 열었다.

딸깍-

무장 상자 안 완충재로 넣어 둔 수백 개의 도토리가 있고, 그 한 가운데 안전 상자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엉망이 된 집!

자신의 집에서 금전적 가치가 있는 건 이 대환단뿐!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분명히 이 안전 상자 안의 대환단을 노렸을 거다!

쿵쿵, 쿵쿵쿵-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손이 자신도 모르게 떨렸다.

‘대환단을 잊고 있었다니!’

단혈철검 주호!

그 얍삽한 놈에게 대환단을 받으려고 무림 던전에서 그 개고생을 했는데 모두 잊고 있었다니!

천문석은 잠근 장치를 풀고 눈을 질끈 감고 안전 상자를 열었다!

순간 너무나 익숙한 씁쓸한 단약의 향기가 느껴졌다.

“어……?”

반사적으로 눈을 뜨자, 안전 상자 안에 그대로 놓여 있는 대환단이 보였다.

그리고 특급 헌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바! 뭐 없어졌어!? 도둑놈이 뭐 가져간 거야!?”

“아무것도. 아무것도 안 없어졌는데?”

“어……? 그럴 리가 없는데.”

특급 헌터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천문석도 같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말야. 집안을 뒤지고는 왜 그냥 갔지?”

“알바! 잘 확인해 봐! 뭐 없어진 거 없어?”

천문석의 시선이 침실 안을 훑었다.

강철봉은 그냥 보기에는 헬스장 강철봉이고, 강화 해머와 경매 관련 서류는 며칠 전 자신이 가져왔다.

협탁 안 통장은 사용한 지 오래되어 잔액이 얼마 안 된다.

침실 안을 샅샅이 훑은 천문석의 시선이 자신의 소유물 중 가장 비싼 물건을 향해 움직였다.

무장 상자.

도토리.

안전 상자.

대환단.

아무리 생각해도 대환단 말고는 이 집에서 가져갈 게 없었다.

“이 대환단 말고는 가져갈 게 없는데?”

이때 유심히 대환단이 담긴 상자를 살피던 특급 헌터가 외쳤다.

“알바! 이 도토리! 이 도토리 가져간 거 아닐까?”

“……도토리 거기 있잖아?”

“도토리 많으니까! 몰래 한 개만 가져간 거 아닐까!?”

“…….”

대환단은 그냥 두고 도토리 한 개만 몰래 훔쳐 가는 도둑.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도둑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잖아? 가져갈 거면 통째로 그냥 다 가져가지?”

특급 헌터는 도토리를 하나하나 들어 샅샅이 살폈다.

“음…… 뭔가 있어. 분명 뭔가가 있어!”

이때 특급 헌터의 눈이 확 커졌다.

도토리 구석에 난 작은 물린 흔적!

놓치기 쉬운 작은 흔적이었지만, 특급 헌터는 놓치지 않았다.

며칠 전 탱탱이의 몸에 났던 그 흔적이다!

“앗! 이거는!”

특급 헌터는 바로 도토리를 팔 아래 놓고 자신이 물린 자국과 비교했다.

같았다!

완전히 똑같았다!

“내가 범인을 찾았어!”

크게 외친 특급 헌터는 번개같이 거실을 지나 옥상으로 뛰어가며 외쳤다.

“니케!”

* * *

뜨거운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뒷산 정상 나무 꼭대기.

휘이이이이잉-

싸늘한 바람결에 분노한 외침이 실려 왔다.

“니케!”

-……!?

니케는 재빨리 무성한 잎 뒤에 몸을 숨기고 몰래 옥상을 살폈다.

예상대로 분노한 대두목이 옥상으로 뛰어나와 자신을 찾고 있었다!

니케는 직감했다.

‘대두목의 텐트에 구멍을 뚫고, 집 안을 어지럽힌 게 걸렸구나!’

처음 대두목이 현관문을 쾅 열었을 때 재빨리 도망치지 않았으면 잡혔다!

킥, 키킼키킼-

안도하는 순간.

퐁퐁, 퐁퐁퐁-

분노한 대두목이 퐁퐁검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외치는 게 보였다!

그 즉시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가 하늘로 날아올라 추적을 시작했다!

사슴벌레와 황금 풍뎅이는 추적의 전문가 스카라베 추심원 출신!

싸우면 자신이 이기지만, 대두목의 명령을 받은 둘과 싸우면 가혹한 응징이 돌아온다!

이대라면 잡혀서 무자비한 딱밤을 맞게 생겼다!

니케는 바로 나무 꼭대기에서 펄쩍 뛰었다.

휘이이이잉-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오르는 순간.

팟, 팟, 팟-

섬광과 함께 연속으로 도약하는 니케!

신기한 검은 동전도 바쳤으니, 일주일 정도만 숨어 있으면 될 것이다!

이때 등 뒤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니케! 이 도토리 네가 물었지! 화 안 낼 테니까! 잠깐 와서 확인만 해 봐!”

킼, 키키키킼킼킼킼-!

‘대두목 안 속습니다!’

니케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북한산 방향으로 전력으로 도망쳤다.

20년의 시간 동안 정성을 쏟아 만든 도토리.

케페니안의 빛이 담긴 자신의 143개의 보물 도토리를 뒤로 한 채로.

* * *

“분명 니케가 범인이야!”

분노한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닌 거 같은데? 잘 봐. 잠근 장치를 연 흔적이 없잖아?”

“니케! 팟, 팟- 하면 상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분명해! 이 도토리에 난 이빨 자국 보라니까!”

물린 흔적이 남은 팔과 도토리를 휙 내미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유심히 두 흔적을 살폈다.

특급 헌터 말대로 비슷, 아니 거의 일치했다.

“맞지! 똑같지!? 범인은 바로 니케야!”

특급 헌터는 확신을 담아 외쳤다.

그러나 특급 헌터의 추리에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특급 헌터. 흔적을 자세히 봐봐. 도토리에 난 흔적이 흐릿하잖아? 게다가 마른 먼지 냄새까지 나고. 이 정도면 며칠 전에 난 흔적이 아냐. 적어도 몇 년은 지났어.”

“엇!?”

재빨리 도토리를 확인한 특급 헌터는 깨달았다.

“아, 진짜 그러네. 그럼 니케가 범인이 아닌 거네.”

특급 헌터는 바로 퐁퐁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사슴이! 반짝이! 취소! 니케 범인 아냐! 안 잡아 와도 돼!”

퐁퐁, 퐁퐁퐁-

비눗방울 같은 방울이 바람에 실려 뒷산 방향으로 퍼져 나갔다.

곧 뒷산에서 빛이 번쩍이는 발광 신호가 오고. 특급 헌터가 크게 손을 흔들며 외쳤다.

“알았어! 그럼 잘 놀다가 와!”

그리고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옥탑방 침실로 돌아왔다.

“알바. 그럼 범인은 누구지?”

“글쎄. 감이 안 오는데.”

천문석은 손에 쥔 대환단과 사라진 마안이 놓여 있던 협탁 위를 번갈아 봤다.

“대환단은 그대로 놓고 깨진 마안만 가져갔다고? 도대체 왜? 깨진 마안. 그거 쓸모도 없는데?”

탐정처럼 수첩을 꺼내든 특급 헌터가 말했다.

“구슬 치려고?”

“그거 깨져서 제대로 구르지도 않아.”

“사탕처럼 먹은 걸까?”

“마안 강도가 엄청나 망치로 때려도 금도 안 갈걸?”

“그럼 범인이 누구지…….”

“그러니까 말야…….”

침묵 속에서 천문석과 특급 헌터는 침실, 거실, 베란다, 다용도실을 서성였다.

그리고 어느새 소파에 나란히 앉아 고심할 때 천문석은 문득 말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뭐가?”

“집에다가 두는 건 위험해! 이 대환단 팔아야겠어!”

“그거 별로 안 비쌀 거 같은데?”

“야, 이거 무림 최고의 영약이야! 단혈철검 주호한테 이거 얻으려다가 호수 밑에 수장당할 뻔했어! 당연히 엄청 비쌀 거야!”

천문석은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인터넷 쇼핑 헌터 탭으로 들어가 검색했다.

“대환단! 자 너 얼마짜리냐?”

그러나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

“너무 귀해서 그런가 보다?”

천문석은 슬쩍 특급 헌터의 눈치를 살피고 재빨리 통합 검색을 했다.

[대환단 大還丹. 소림사에서 비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영약. -무협 백과]

[대환단 먹은 댕댕이.gif]

[대환단 50개 한 세트 49,900원]

[대환단 먹고 머리카락 난 썰 푼다. ㅋㅋㅋ]

……

“알바! 대환단 먹으면 머리카락 난데! 대환단 진짜 대단하잖아! 탈모 아저씨한테 꼭 필요한 약이야!”

특급 헌터가 환호성을 지를 때.

천문석은 스마트폰 화면을 끄고 일어났다.

“아무래도 대환단처럼 귀한 물건은 인터넷에서 거래가 안 되나 보다. 경매에 올려서 팔아야겠는데.”

“그럼 우리 경매장 가는 거야!?”

초롱초롱한 눈으로 외치는 특급 헌터.

“아니, 대신 경매에 올려줄 사람 있어.”

천문석은 슬쩍 시계를 봤다.

특급 헌터와 놀다 보니 어느새 10시 30분!

광화문으로 출발하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다.

최후식 이사의 강화 해머를 반납하고.

한경석의 공방을 찾아가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김철수 사무실에 대환단 경매 의뢰를 하면 된다.

장강 유통, 재금 그룹, 재금 연구소, 금성 길드!

김철수 사무실은 예전과 달리 여러 거래처를 확보한 상황!

대환단을 적당한 가격에 팔 수 있을 거다.

‘한경석에게 미리 전화해 볼까?’

문득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의뢰가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공방에 들려 보고 없으면 다음에 보자.’

마음의 결정을 한 천문석은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특급 헌터에게 외쳤다.

“특급 헌터 준비해라! 광화문으로 출발이다!”

“광화문으로 출동이다!”

두 사람이 재빨리 준비를 끝마치고 옥탑방을 나설 때 문자가 날아왔다.

[친구, 도와줘!]

다급한 문자를 보낸 사람은 한경석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