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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31화 (532/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31화>

“으악! 아침이잖아!?”

벌떡 일어나 외치는 특급 헌터.

“뭘 그렇게 놀라? 당연히 자고 일어났으면 아침이지?”

“아 그렇지. 당연히 아침이지.”

천문석의 말을 들은 특급 헌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칫했다.

“어, 내가 왜 알바 침대에 있지? 난 내 집에서 잤는데?”

오래간만에 편하게 잔 천문석은 기지개를 켜며 대답했다.

“흐아아- 잘 잤다! 너 새벽에 와서 같이 잤어. 이불 개라. 난 창문 열게.”

“나 이불 엄청 잘 개!”

특급 헌터는 재빨리 침대 위 이불을 끌어당겨, 바닥에 놓고 네모반듯하게 개었다.

“오 잘하는데?”

“내가 삼촌이랑 장민 이불 다 개! 맨날맨날 해서 전문가 다 됐어!”

특급 헌터는 신나게 이불 각을 맞추다가 돌연 고개를 갸웃했다.

“알바…… 그런데 우리 뭐 까먹고 있는 거 아냐? 뭔가 중요한 걸 잊은 거 같은데……?”

“흐아- 글쎄? 잘 모르겠는데? 까먹었으면 안 중요한 거 아닐까?”

천문석이 하품하며 말하자, 특급 헌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럴 거야. 그보다 얼른 씻고 밥 먹자. 오늘 할 거 많다.”

“오늘 할 거 많다고!? 우리 뭐 해!? 키즈 카페 가는 거야!? 앗! 지금 키즈 카페 가도 앙꼬 없어! 앙꼬 할아버지 와서 놀러 갔거든! 오늘 우리 뭐하는데!?”

특급 헌터는 잔뜩 기대감 어린 눈으로 천문석을 올려다봤다.

“오늘 광화문에 장비 반납하러 가는데…… 경석이 있는 헌터 길드인데 너도 같이 갈래? 한경석 기억하지 북한산 워터 파크.”

“당연히 같이 가야지! 얼른 밥 먹고 준비하자!”

특급 헌터는 씩씩하게 외치고, 파바밧- 이불을 개고 거실로 나섰다.

이 순간 들려오는 장민의 장난스러운 목소리.

“일어났니? 앗- 엄마나 이불을 깜박하고 안 갰어. 어떡하지?”

“뭐!?”

깜짝 놀라 집을 확인하는 특급 헌터.

지난밤 특급 헌터의 집, 인디언 텐트 티피 안에서 같이 잠든 세 사람.

장민, 류세연, 특급 헌터.

특급 헌터는 두 사람을 자신의 집에서 재워 주는 조건으로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고, 텐트를 정리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러나 티피 안에는 엉클어진 이불이 널려 있었다!

특급 헌터는 깜짝 놀라 외쳤다.

“장민! 일어나면 환기하고 이불부터 개야 한다고 했잖아! 집은 매일매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단 말야!”

“미안. 내일은 꼭 내가 이불 갤게.”

“안 돼. 이미 늦었어. 이제 장민은 내 집에 출입 금지야!”

“앗! 진짜로!?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야구에서도 2번은 봐주잖아?”

“난 야구 안 좋아해!”

특급 헌터는 단호히 고개를 젓고는 재빨리 베란다 창을 열고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이때 슬쩍 끼어드는 류세연.

“누나는 들어가도 괜찮지?” 텐트 위 내가 정리했는데?”

“세연도 연대책임이야! 금지야! 일어나면 이불부터 갰어야지!”

특급 헌터가 단호히 외칠 때, 천문석은 거실을 바라보며 생경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장민 대표는 주방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 중이고.

특급 헌터는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하고, 이불과 베개, 침구류를 정리했다.

류세연은 러그 위에 넓은 상을 펼치고 냉장고에서 밑반찬을 꺼내 덜어 놓고 있었다.

시간은 오전 7시 정각.

평소와 다름없는 바쁜 아침 풍경이었다.

평소와 다른 것은 주방 앞 자신의 자리에 장민 대표가 있다는 것!

천문석은 바쁘게 움직이는 아침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봤다.

할 일이 사라지고,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사람은 불안해한다고 한다.

하지만 천문석은 처음 느끼는 생경한 감각에 전율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데도!

환기, 이불 개기, 상 차림, 요리가 척척 이뤄지고 있다!

“아, 이런 여유라니!”

천문석이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자신을 찾는 류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촌! 우리 집 문 앞에 떠먹는 요플레 왔을 거야. 그것 좀 가져다줘!”

“요플레? 웬 요플레냐?”

“삼촌 전에 그 할머니 기억하지? 서울 사태 때 끝나고 도어락 교체했던 할머니.”

“아 그 수제 육포 주신 할머니?”

“맞아. 그 할머니 이사 가시면서 요플레 배달 기한 남은 거 넘겨주고 가셨어.”

역시 우리 동네 일꾼 류세연!

“알았어. 바로 가져올게.”

“앗 알바! 잠깐만! 가기 전에 내가 갠 이불 각 좀 봐줘! 각 제대로 잡혔어!?”

특급 헌터는 똑같은 넓이로 네모반듯하게 접힌 이불을 착착 쌓아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너 왜 갑자기 이불에 각을 잡냐?”

“삼촌이 원래 특급 전사들은 이렇게 이불 각을 잡는 거랬어!”

갑자기 튀어나온 삼촌, 특급 전사, 이불 각.

여기서 한 번 더 ‘왜?’라고 묻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이야기가 튀어나올 거란 직감이 들었다.

바쁜 아침에는 우선 스킵이다!

천문석은 더는 묻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아직 모자라다!”

“모자라!? 어떻게!?”

“내가 시범 보여 줄게!”

소파 아래로 손을 쓱 집어넣어 리모컨을 꺼내는 천문석.

리모컨으로 침구를 쓱- 훑는 순간 칼 같은 각이 잡혔다!

“앗! 삼촌이 각 잡은 거랑 똑같잖아!”

휙-

천문석은 탄성을 터트리는 특급 헌터에게 리모컨을 던져 주며 말했다.

“특급 헌터 이걸로 해라!”

“알았어!”

반짝이는 눈으로 리모컨을 받는 특급 헌터.

천문석이 요플레를 가져 왔을 때.

아침 식사 준비는 모두 끝나 있었다.

“삼촌 준비 끝났어!”

천문석은 요플레를 냉장고에 넣고, 갖가지 밑반찬이 깔린 상 앞에 앉았다.

곧 류세연이 고슬고슬한 밥을 공기에 담아 가져왔다.

탁, 탁, 탁, 탁-

넓은 상 4면에 밥공기가 놓이고 류세연이 앉자 들려오는 목소리.

“나도 다 했어!”

마른 걸레로 텐트를 쓱쓱 닦은 특급 헌터가 착- 천문석 오른쪽 자리에 앉았다.

남은 사람은 주요리를 만드는 장민 대표뿐.

모두의 시선이 장민 대표에게 모이는 순간.

“저도 요리 끝났어요! 맛있는 김치찌개가 갑니다!”

장민 대표는 넓은 냄비를 가져와 상 가운데 올려놓았다.

“이제 먹어요.”

장민 대표가 웃으며 냄비를 여는 순간.

보글보글 뜨거운 김치찌개 안에 보이는 낯익은 생선.

고등어!

오늘의 아침 요리는 고등어 김치찌개였다!

순간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특급 헌터가 해가 뜨기도 전에 달려와 외친 고등어 통조림 3개 실종 사건!

실종된 고등어 통조림 3개가 냄비 안에 있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충격받은 특급 헌터의 얼굴이 보였다.

“…….”

특급 헌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눈빛을 보는 순간 마음속에서 너무나 생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빨리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내가 말했잖아!’

“제가 떠드릴게요.”

장민 대표는 장난스레 웃으며, 천문석, 류세연, 특급 헌터 앞에 고등어 김치찌개가 가득 담긴 국그릇을 내려놨다.

“…….”

“…….”

천문석과 특급 헌터가 말없이 눈빛으로 대화할 때.

장민 대표와 류세연의 흥미진진한 시선이 쏟아졌다.

‘걱정 마라! 내가 해결할게!’

하하하-

눈빛으로 말한 천문석은 웃음부터 터트리고 당당히 말했다.

“와! 고등어 김치찌개 엄청 맛있겠네요!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식사가 시작되는 순간 천문석은 절정의 용조수를 펼쳤다!

왼손에 들린 국그릇과 오른손에 잡은 젓가락.

쓱-

왼손이 밥상 아래로 내려가고, 오른손이 특급 헌터의 국그릇 위를 스치는 순간.

팟-

그 안의 고등어가 마술처럼 사라졌다!

“……!?”

깜짝 놀라 커진 눈으로 바라보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이 순간 장민 대표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바 씨. 고등어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네?”

반문하는 순간 장민 대표의 손이 부드럽게 움직여 밥상 아래로 내려간 천문석의 왼손을 당겼다.

사라진 고등어가 국그릇에서 나타났다!

장민 대표는 평소처럼 빙그레 웃으며 나긋하게 말했다.

“알바씨. 고등어 많이 드세요.”

커다란 고등어 토막을 천문석의 국그릇에 놓아주는 장민 대표.

“삼촌. 나도 고등어 줄게! 흐흐흨-.”

웃음을 참으며 고등어를 올려 주는 류세연.

“알바! 나도, 나도!”

신나게 외치며 국그릇에 담긴 고등어를 통째로 넘겨주는 특급 헌터!

“…….”

손은 눈보다 빨랐다.

그러나 장민 대표의 눈치는 그보다 더 빨랐다.

* * *

아침 식사가 끝나고 네 사람은 바쁘게 움직였다.

장민 대표와 류세연이 출근, 등교 준비를 할 때.

천문석은 상을 치우고 설거지하고, 특급 헌터는 다시 환기를 시키고 청소기를 잡았다.

“야, 너 청소기 돌릴 수 있겠어?”

“나 청소 완전 전문가야!”

당당히 외친 특급 헌터는 청소기 줄을 쫙쫙 잡아당기고 능숙하게 청소를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러그, 소파, 진열장, 가구 밑!

특히 티피를 공들여 청소했다!

순식간에 거실 청소가 끝나고 설거지를 마친 천문석이 냉장고에서 요플레를 꺼낼 때.

준비를 마친 장민 대표와 류세연이 거실로 나왔다.

장민 대표는 비즈니스 정장 차림.

류세연은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백팩을 메고 있었다.

시간은 7시 30분!

“삼촌! 나 언니랑 같이 나갈게. 오늘은 좀 늦을 거 같아. 행정사무소 들려야 하거든!”

“알바씨 저 가 볼게요. 저도 좀 늦을 거 같아요. 특급 헌터 엄마한테 인사해야지?”

솔깃한 표정으로 외치는 특급 헌터.

“잘 가 장민. 늦으면 안 와도 괜찮아!”

카카카-

특급 헌터가 신나게 웃는 순간.

후흐흐흐-

장민 대표는 마주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번개같이 특급 헌터를 안아 들고 물었다.

“진짜 엄마 오지 마?”

“어! 나는 괜찮아! 오늘 엄청 바쁘거든!”

순간 장민 대표는 손가락을 들어 특급 헌터의 전신을 간지럽히며 물었다.

“진짜로?”

“카카캌캌캌- 진짜로!”

“정말로?”

“케케켘헤헼케- 정말로!”

특급 헌터는 당당히 외쳤으나, 끝없이 이어지는 간지럼에 곧 항복했다.

“크헤케케게카컄- 와! 장민 와! 꼭 와!”

대답과 함께 힘이 빠져 축 늘어지는 특급 헌터.

씨익 웃은 장민은 특급 헌터를 내려놓고 천문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요. 정말 너무나 고마워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처럼 웃고 장난치던 장민 대표의 얼굴에 돌연 서글픈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기쁨은 나누어도, 아픔은 홀로 삭이는 사람.

장민, 장철이 그런 사람이었다.

천문석은 마주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 요플레 가면서 드세요. 세연아 너도 받아라.”

“언니! 늦었어! 우리 빨리 가야 해! 삼촌, 특급 헌터. 갔다 올게!”

요플레를 받은 세연이 문을 열고 달릴 때.

장민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지난밤 …… 다시 만나는 꿈을 꿨어요. 너무나 감사해요.”

다시 한 번 고개 숙인 장민은 빙글 몸을 돌려 류세연을 따라 달렸다.

“세연아! 같이 가!”

류세연과 장민이 옥상 문 너머로 사라지고 잠시 후 자동차 출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린이와 다시 만나는 꿈.’

천문석은 주머니 속 동전을 튕겨 올리며 다시 한 번 기원했다.

장민이 조카를 다시 만나기를.

장철이 딸을 안아 줄 수 있기를.

그리고 특급 헌터가 누나와 함께 요플레를 먹을 수 있기를.

탁-

천문석은 떨어지는 흑전을 낚아채며 외쳤다.

“특급 헌터 요플레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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