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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20화 (52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20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이없어할 때 넘어가는 페이지 사이로 얼핏 보이는 항목!

-시고르자브르 광장 소유권 논란!

소유권!

천문석은 재빨리 페이지를 펼쳐 해당 항목을 읽었다.

[시고르자브르 광장의 소유권은 뽀국추가 주장한 뽀미 특별법 통과로 최초의 각성 동물 ‘시고르자브르’에게 귀속됐다.]

‘뽀국추? 뽀미 특별법?’

생소한 단어를 넘기고, 죽 내용을 읽어 내려가자 찾던 문장이 나왔다!

[…… 한강에 얼음 다리를 만드는 각성 동물을 ‘시고르자브르’로 인정한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천문석의 얼굴이 환해졌다.

한강 얼리기에서 얼음 다리 만들기로 조건이 변했다!

하지만 한강에 얼음 다리를 만드는 것은 이미 한번 했던 일이다!

이 시대 어딘가에 있을 서리 늑대만 찾으면 의인 광장, 아니 이제 ‘시고르자브르 광장’이 된 이 광장을 먹을 수 있다!

‘이 광장을 먹는 순간 제일 먼저 이름부터 바꾼다!’

카캬카카카-

안도감에 웃음을 터트릴 때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이세기 이야기가 왜 없지?’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세기’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이세기’, ‘의인 이세기’.

서울 헌터 부대 ‘이세기 중령’의 이야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뒷장에 있는 건가?’

차르르르륵-

천문석은 현장학습 자료를 넘기며 죽 내용을 훑었다.

그러나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워 버린 것처럼, ‘의인 이세기’의 이름은 역사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그리고 유인물이 몇 장 남지 않았을 때, 관련된 내용이 불쑥 튀어나왔다!

[게이트 사태 당시, 시고르자브르를 데리고 나타났다고 하는 ‘예언자’에 대한 목격담이 전해진다. 하지만 이 목격담은 당시에 퍼진 다른 목격담처럼 혼란스러운 세기말에 퍼진 헛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 사실은 당시 광화문 게이트 웨이브 현장에 있던 최원익 교수, 전직 국정원 팀장의 저서에서도 나오는데…….]

……

긴 설명을 빠르게 훑자 중간에 도표가 나왔다.

#세기말 대한민국, 게이트 사태 당시 목격담.

1. 불꽃의 기사.

2. 인간형 거대 로봇.

3. 하얀 날개를 가진 신의 사자.

4. 황금 갑옷을 입은 외계 종족.

……

“이거!?”

보는 순간 무엇인지 감이왔다!

천문석은 손가락으로 목격담을 짚으며 하나하나 말했다.

1. 불꽃의 기사.

“재의 기사.”

2. 인간형 거대 로봇.

“북한산에서 만난 나이트 아머.”

3. 하얀 날개를 가진 신의 사자.

“새하얀 몸에 짧은 날개를 가진 초대형 뱁새.”

4. 황금 갑옷을 입은 외계 종족.

“황금 갑옷을 입은 분노한 다람쥐, 니케.”

그리고 마지막.

“5. 예언자.”

예언자의 행적은 따로 표로 만들어져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광화문 게이트의 정체 파악.

-던전, 균열 발생 가능성 경고.

-광화문 1차 저지선, 경기도 2차 저지선 붕괴 경고.

-화약 무기가 무력화되는 EMP 마력 폭풍 예측.

-마수와 몬스터, 거대 괴수 분류 체계 기초 확립.

-대 몬스터 전 기초 전술, 초기형 안전 장갑 개발.

-중랑천 범람 경고.

-뚝섬에서 수공으로 십만 단위 몬스터 웨이브 처리.

-시고르자브르에게 명령해 한강에 얼음 다리 건설.

……

페이지를 넘어 길게 이어지는 예언자의 행적들, 모든 행적이 적힌 게 아닌데도 한 일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천문석은 이 ‘예언자’가 누군지 바로 알아챘다.

“이렇게 보니까. 나 진짜로 막 나갔구나…… 하아-.”

천문석은 자신의 행적을 읽으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이렇게 행적이 자세히 적혀 있는데, 몇 번이나 밝힌 ‘이세기’란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 ‘예언자’로 기록됐다고!?

그러고 보니 의문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의인 광장은 ‘이세기 광장’이 아닌 ‘시고르자브르 광장’이 됐고.

이세기에 관한 기록은 예언자 목격담이라 불리며 신빙성이 의심받고 있다.

“아니 뭔 놈의 나비 효과가 이따위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현장학습 자료 마지막 장 내용이 보였다.

[…… 상기된 목격담에 대해 최원익 교수는 ‘예언자’의 동선과 목격담을 교차 검증한 결과 예언자는 특정 개인이 아닌 수많은 사람의 행적을 하나로 모은 상상의 존재일 거라고 밝혔다…….]

“이건 또 뭔 헛소리야…… 하-.”

헛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이름이 눈에 밟혔다.

“최원익 교수? 어!?”

천문석은 문득 드는 생각에 재빨리 유인물을 앞으로 훑었다. 그리고 곧 발견했다.

[…… 게이트 웨이브 현장에 있던 최원익 교수, 전직 국정원 팀장의…….]

최원익 교수.

전직 국정원 팀장.

2000년 게이트가 열린 광화문에서 만난 국정원 요원!

미국 CIA 요원이 2억 달러를 제시할 때.

한화 3억 원에 애국 상장과 상패를 제시했던 국정원 최 팀장!

그 최 팀장이 최원익 교수다!

이 순간 모든 조각이 맞물리고, 진짜 예언자가 된 것처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이세기란 이름과 행적을 지웠다!

“아니, 도대체 기록을 왜 지워!?”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수공으로 몬스터 웨이브 정리!

-한강에 만들어진 얼음 다리!

-대 몬스터 전 교리 개발!

-EMP 마력 폭풍 예측!

……

이세기의 이름으로 행한 수많은 업적!

이세기의 이름을 지우면 이세기의 업적을 나눌 수 있다!

“하- 그랬던 거야?”

모든 사실을 깨달은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처음부터 업적을 내세울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세기말 대한민국에 전한 것들은 게이트 전쟁 동안 수많은 헌터가 피로 익힌 것들이다.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이세기란 가명을 사용했다.

그 가명, 이세기란 이름이 지워졌다고 아쉬울 것은 없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자신이 대박을 쳤다는 사실!

탁, 탁-

천문석은 말아쥔 유인물로 손바닥을 두들기며 동글동글 한 서리 늑대 동상을 봤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예전보다 몇 배나 커진, 가지게 되는 순간 재벌 부럽지 않을 광장을 돌아봤다.

시고르자브르 광장!

재앙급 마수, 서리 늑대를 찾아 한강에 얼음 다리를 만들면 이 광장을 먹을 수 있다!

자신의 오랜 꿈 건물주를 뛰어넘는 땅 부자가 되는 거다!

이미 서리 늑대를 찾을 방법도 생각해 뒀다.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분리 필드 너머 푸른 하늘을 올려다봤다.

초절정의 벽을 넘는 순간 무심한 하늘조차 마음을 가지고 벽을 넘는 존재를 바라본다.

그 순간 일심으로 하늘에게 물으면 된다!

‘서리 늑대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나 초절정의 벽을 넘는 것은 생사현관을 넘는 것!

온 힘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도 초절정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천운이 필요하다!

정신을 다른 곳에 판다면 백이면 백!

벽을 넘지도, 제대로 된 답을 듣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번 극을 넘어선 자신이라면 최소 3할의 가능성은 있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위험하게 초절정의 벽을 넘을 생각은 없었다.

‘다른 방법이 있었으니까!’

천문석은 환한 얼굴로 탄성을 터트렸다.

“와! 천문사가 이렇게 도움이 되네!”

자신은 지금 당장이라도 서리 늑대가 어디 있는지 하늘에 묻고, 들을 수 있다!

천문사(天問寺)의 업을 이어받은 후계자.

천문(天問), 석(石)!

자신은 천문사를 이어받은 이들이 대대로 쌓은 업! 그 업으로 무엇이든 한가지 묻고,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자격을 이미 갖췄다!

단 한 번 있는 질문 기회를 서리 늑대를 찾는 데 쓴다.

전생의 스승님이 아신다면 목을 잡고 넘어가실 일이다.

그러나 천문석에겐 이미 전생에 얻은 교훈이 있었다.

아끼다가 뭐 되는 법이다!

전생의 자신은 마공은 어떻게든 알아서 극복하고, 금맥을 찾는데 ‘하늘 찬스권’을 쓰려 했다.

그렇게 최후의 최후까지 질문을 아끼다가, 얼렁뚱땅 천마신공이 극(極)을 넘어 버렸다!

천마신공이 초인경, 초절정의 경지 너머 새로운 무의 지평을 여는 순간.

‘하늘 찬스권’은 사라져 버렸다!

천문석은 전생의 쓰라린 경험으로 깨달았다.

뭐든지 적절한 때가 있는 법!

천문사의 질문으로 서리 늑대를 찾고, 이 광장을 얻어 땅 부자가 된다면 최고의 결말이다!

카캬카카카카-

‘그냥, 지금 물어볼까?’

문득 드는 생각.

하지만 곧 고개가 저어졌다.

자신은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놀아야 한다!

서리 늑대가 어디에 있는지는 놀다 지친 그때 묻는다!

천문석은 날듯이 광장을 가로질러 맹호 건 스미스를 향해 걸었다.

첫 번째 나비 효과를 확인했다!

이제 리볼버를 영치하고 사무실에서 철수형과 직원들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 두 번째 나비 효과를 확인해야 했다.

특급 헌터와 그 누나!

* * *

천문석은 리볼버를 영치하고, 너무나 유용하게 사용한 재금 그룹 정품 마탄 구입했다

“손님. 몇 발 사신다고요?”

건 스미스 직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천문석은 직원의 생각을 짐작하고 겸연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제가 마탄을 3발만 사용해서…… 정품 마탄 3발만 구입 가능할까요?”

“…….”

건 스미스 직원이 말없이 고개를 돌려 맹호 건 스미스 사장이자, 큰아버지 박호를 봤다.

그리고 눈으로 말했다.

‘큰아버지. 쟤 거물 될 거라면서요?’

‘다음에 오면 남은 정품 마탄 95발 전부 사갈 거라면서요!?’

‘재금 중공에 정품 리볼버 마탄 2상자 더 주문하라면서요!?’

‘그런데 지금 3발! 3발! 산다잖아요!’

“…….”

박호 사장은 슬며시 조카의 시선을 피하고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그러니까 지금 리볼버 5발 중에서 3발만 써서 3발만 추가로 산다고? 정품 마탄 95발을 사는 게 아니라, 3발! 사용한 3발만 산다고? 아니, 도대체 어떻게 사냥을 한 거야!?”

천문석은 배낭에 꽂아둔 강철봉을 자랑스레 내밀었다.

“이게 제 주 무기입니다!”

“헬스장 강철봉? 그게 무기라고요?”

직원이 어이없어하는 순간.

천문석은 강철봉을 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게 그냥 강철봉이 아닙니다! 캐부자 마도구 제작자님이 만든 엄청난 무기입니다! 그 캐부자 마도구 제작자님께서 이 강철봉을 특별히 제게 장기 대여해 주셨습니다!”

천문석이 자랑스레 강철봉을 흔들며 외치는 순간 직원의 어이없어하는 시선이 천문석, 강철봉, 박호 사장으로 움직였다.

“…….”

박호 사장은 힘없이 말했다.

“정품 마탄 3발, 발당 100만원에 팔게.”

“감사합니다! 영치한 리볼버랑 같이 보관해 주세요!”

천문석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 스미스에서 나가고 직원과 박호 사장 둘만 남는 순간.

건 스미스 직원이자 조카는 리볼버 마탄을 치우면서 큰아버지 박호에게 말했다.

“사장님. 리볼버 마탄 292발 남았습니다! 하하하-.”

“…….”

“이 추세면 저 헌터분이 대략 97번 의뢰를 끝마치셔도 한발이 남네요. 하하하-.”

“…….”

* * *

리볼버 영치와 정품 마탄 재보급을 마쳤다!

이제 사무실로 돌아가 의뢰 확인서와 장비를 건네주고, 철수형과 직원들을 확인하면 광화문에서 할 일은 모두 끝난다!

천문석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향했다.

그리고 곧 도착했다.

광화문 게이트 지역 바로 앞, 재금 빌딩 13층에 있는 김철수 헌터업 사무실에!

[김철수 사무실]

예전 기억 그대로 철문에 붙어 있는 A4 용지.

천문석은 철문을 열며 외쳤다.

“저 왔습니다! 철수형! 이세계 쿠팡맨 시즌2 완벽히 끝냈습니다!”

비품이 가득 찬 선반이 사방에 놓인 예전 모습 그대로인 사무실!

탱커 게릭이 번개같이 달려 오며 말을 쏟아 냈다.

“천문석 부사장님! 오셨습니까!”

“장기 배송 임무에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앗! 배낭이랑 장비는 바로 저 게릭, 우수 ‘대리’에게 주시면 됩니다!”

번개같이 배낭을 벗기고 천문석의 어깨를 마사지하는 게릭.

‘대리?’

순간 천문석은 사무실에 앉은 한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다.

최설.

대리 승진에 환호하며 택시를 불러 사무실로 이동한 최설.

최설 대리는 넋 나간 표정으로 앉아, 허망한 눈으로 천문석을 보고 있었다.

“…….”

그리고 허망한 눈빛의 최설 대리 옆, 다급히 몸을 일으키는 직원들이 보였다.

얼음물을 가져오는 폴리머.

의자를 들고 책상을 넘는 클릭스.

먹던 과자 봉지를 들고 뛰는 엠마까지.

게릭과 마찬가지로 환한 얼굴의 직원 3인조!

“……!”

이 순간 수많은 알바 현장에서 구른 천문석은 감을 잡았다!

그리고 생각 그대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사장님! 이 시원한 얼음물 드십시오! 저 폴리머 마력 각성자 ‘대리’가 마력으로 얼음 얼렸습니다!”

“부사장님! 최우수 ‘대리’ 클릭스가 준비한 이 의자에 편안히 앉으십시오!”

“야, 이 과자 먹어! 나도 이제 엠마 ‘대리’다. 내가 선임이다! 크크킄-.”

우수 대리.

마력 각성자 대리.

최우수 대리.

선임 대리.

까맣게 탄 대리.

대리, 대리, 대리, 대리 그리고 대리.

김철수 사무실의 직원 5명 전원이 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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