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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18화 (519/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18화>

부산 던전 앞, 성채 빌딩 회의실.

W. S. 인더스트리의 긴급 이사회가 열리고 있었다.

오너의 명령으로 레이 실트를 찾던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오너가 내린 명령 레이 실트 확보에 실패한 상황.

평소라면 오너의 가혹한 징계를 예상한 이사들은 까맣게 죽은 얼굴로 제대로 얼굴조차 들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이사들의 얼굴은 어둡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두 눈에는 기이한 열망까지 담은 채 서로 귓속말을 나누며 의장석에 앉은 로롤로 이사를 바라봤다.

이들의 표정이 밝은 건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오너와의 직접 접촉은 이사회 의장이자, 대표 이사 대리인 로롤로 이사가 전담했다.

그래서 알게 되는 게 늦었다.

하지만 결국 이사들도 모두 알게 됐다!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

W. S. 라는 이니셜 말고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오너와의 연락이 끊겼다!

최소 3일 72시간에서, 최대 5일 120시간 동안!

초거대기업의 오너와 이렇게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다는 건 말도 안 됐다.

게다가 연락이 끊긴 시간이 의미심장했다.

부산 던전 7층, 공방 도시가 난장판이 됐을 때와 오너와 연락이 끊긴 시간대가 일치한다.

이 자리에 모인 이십여 명의 이사들과 미국과 전 세계에 흩어져 화상으로 긴급 이사회에 참가한 모든 이사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던전에 들어간 오너에게 문제가 생겼다!’

오너에게 문제가 생겨 연락이 끊겼다는 건 W. S. 인더스트리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다.

W. S. 인더스트리는 평범한 기업이 아니다.

미국의 세계 패권을 상징하는 나이트 아머를 생산하는 초거대기업이다.

초거대기업 W. S. 인더스트리는 복잡한 세계 정치, 군사, 경제, 안보 이슈와 얽혀 있었다.

이런 초거대기업을 제대로 정체조차 밝히지 않은 오너 혼자서 마음대로 움직였다.

W. S. 인더스트리에서 오너의 지분은 77%로 독보적.

게다가 오너는 미국 연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때문은 아니었다.

천재성!

갑자기 툭 튀어나와 혼자서 나이트 아머를 만들어 낸, 오너의 압도적인 천재성 때문이다!

나이트 아머뿐만이 아니었다.

군용 등급의 마도구.

보안 등급 강화 철판 양산.

특수 마탄의 마력 조성 개선.

대형 마수조차 무력화시키는 화학탄.

……

오너의 천재성은 W. S. 인더스트리의 모든 사업 분야에서 발휘됐다.

이 압도적 천재성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에 W. S. 인더스트리의 모든 이사가 머리를 숙였다.

반성문 깜지라는 말도 안 되는 징계를 당하면서도 이사들은 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설령 오너의 지분이 77%가 아닌 1%라고 해도 이사들은 감히 나서지 못했을 거다.

초거대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영향력은 ‘W. S.’라는 이니셜을 지닌 오너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니까.

그런데 그런 오너와의 연락이 끊겼다!

오너가 건재할 동안에는 이사회의 야심만만한 이사 그 누구도 경영권을 노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너가 사라진 지금, 이사들의 마음속에서 열망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오너의 77%의 지분이 공중에 붕 떠버린 상황!

게다가 이인자 로롤로, 이사회 의장 겸 대표 이사 대리는 의도적으로 그동안 파벌을 만들지 않았다.

로롤로 가문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로롤로 의장의 회사 내 세력은 너무나 미약했다!

그런 로롤로 의장이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안건은 긴급 경영체제 전환!

내용은 정관 변경 금지, 임원 인사 정지, 주식 명부 폐쇄 등!

안건의 내용에서 로롤로 의장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났다.

연락이 끊긴 오너가 돌아올 때까지 가능한 회사를 이 상태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

그러나 이 안건을 보는 순간 이사들은 오히려 직감했다.

큰 처방은 큰 병에 내리는 법!

‘이런 긴급 명령을 내릴 정도로 오너에게 일어난 사건이 심상치 않다! 어쩌면 영원히 오너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직접 참여한 이사들과 화상으로 참여한 이사들의 시선이 마주치고 순식간에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황제는 실종됐고 후계자는 없다!

거대한 제국, 초거대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왕좌가 비었다!

이사들의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던 열망이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져 나가 두 눈에서 타올랐다.

로롤로 의장은 직감했다.

‘안 되겠구나!’

그럼에도 입을 열어 말했다.

“안건 투표 시작하겠습니다. 긴급 경영체제 전환 안건에 찬성하시는 분 거수…….”

한 이사가 바로 손을 들어 로롤로의 말을 끊었다.

“의장. 이런 중요한 안건을 처리하기에는 너무 급하군.”

모니터에 모습을 드러낸 이사가 바로 말을 이어받았다.

[맞는 말이야. 화상회의로 이런 중요한 일을 결정할 수는 없지.]

“그렇지. 본사로 모든 이사가 모여서 처리하는 게 어떨까? 이 안건 말고 ‘다른 안건’도 같이 올려서 말이지.”

‘다른 안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이사들 간에 의미심장한 미소와 시선이 어지럽게 얽혔다.

“‘다른 안건’이라? 그거 맘에 드는군! 시일은 일주일 후! 어때?”

로롤로 의장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사방에서 이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주일 후에 승부인 건가?”

“나쁘진 않군.”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지.”

“준비할 게 많겠어. 하하하-.”

“그럼 로롤로 의장 일주일 후에 보도록 하지.”

……

모든 이사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가고, 얼굴이 떠 있던 모니터가 모두 꺼졌다.

어느새 회의실에는 로롤로 의장 홀로 남겨졌다.

로롤로는 굳은 얼굴로 텅 빈 회의실을 봤다.

‘다른 안건과 일주일 후.’

그 이야기를 할 때 나누던 이사들의 의미심장한 시선!

이사들은 회의실에 모이기 전에 이미 사전 공감을 끝냈다!

다른 이사들이 사전에 공감한 내용을 의장인 로롤로 자신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내용을 짐작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른 안건 = 새 대표 이사 선임.’

‘새 대표 이사 선임을 일주일 후 안건으로 올리겠다는 이야기였다.’

오너와 연락이 끊겼다는 게 알려진 지금, 이사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초거대기업 W. S. 인더스트리, 제국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로롤로 의장은 탄식했다.

“오너, 도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겁니까?”

로롤로 의장은 문득 휴대폰을 들어 음성 메시지를 재생했다.

긴급 이사회에 들어오기 직전에 도착한 음성 메시지였다.

=나 한동안 못 돌아간다!

=꼭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나는 당분간 실종 상태인 거다!

=회사가 망해도 절대 나 찾지 마라!

=혹시 내 이름 아는 이상한 놈들이 나타나면, 전에 말한 금고에 넣어 둔 안전 상자 열어!

“…….”

로롤로 의장이 시선이 테이블 아래로 움직였다.

[Warnning!]

전자 봉인 수십 개가 붙은 안전 상자.

오너와 72시간 이상 연락이 안 되면 열도록 지시한 안전 상자 안에는 ‘마지막 명령’이 담겨 있었다.

오너와의 연락이 끊긴 지 벌써 5일째.

당연히 안전 상자의 전자 봉인은 뜯겼고, 그 안에 담긴 ‘마지막 명령’도 확인을 끝마쳤다.

2일 전에 이미.

그리고 긴급 이사회에 들어오기 직전에 방금 들은 오너의 음성 메시지를 받았다.

-회사가 망해도 찾지 마라.

-내 이름을 아는 이상한 놈들이 나타나면 열어라.

그리고 안전 상자 안 마지막 명령에 담긴 이 해할 수 없는 지시까지.

하아-

로롤로 의장은 깊은 한숨을 쉬고 안전 상자에서 정육면체 금속을 꺼내 테이블에 내려놨다.

여기에 오너의 마지막 명령이 담겨 있었다.

로롤로 의장은 마력이 일어난 손으로 정육면체를 툭 건드렸다.

정육면체의 꼭지점 8개에 마력광이 맺히는 순간.

팟-

섬광과 함께 공중에 마력광이 모여 홀로그램 악어를 만들어 냈다.

아무도 이유를 모르지만, 이 악어가 오너의 상징이었다.

홀로그램 악어는 마치 보이는 듯 주위를 쓱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실종된 지, 벌써 72시간이 됐다!]

홀로그램 악어 입에서 흘러나오는 생생한 오너의 목소리!

[이 말은 계획대로 내가 탑에 들어갔거나.]

[너무나 슬프게도 마침내 군단 놈들에게 잡혔다는 거다!]

[계획대로 탑에 들어갔으면 괜찮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군단에 잡혔다면!? 으으윽-]

홀로그램 악어는 손을 들어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하- 시바. 어떻게 잡힌 거지? 아, 젠장. 하필이면 군단 놈들이 이곳에 떨어져서는! 하이브리온 이놈들이 항상 문제란 말야!]

[하여튼 지금 중요한 건 이거다! 어떻게 됐든 내가 없으니. W. S. 인더스트리는 더는 ‘W. S.’ 이니셜을 쓸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인더스트리의 앞에 붙을 이니셜을 결정할 승부를 시작한다!]

[원래 대범한 강자만이 명예를 얻을 수 있는 법!]

홀로그램 악어는 다시 한 번 주위를 쓱 훑어보더니 외쳤다.

[나를 잡은 군단 놈들에게서 한가지 물건을 쓱싹 해 와라!]

[그 일에 성공한 녀석의 이니셜을 회사 앞에 붙여 주겠다!]

당당히 선언한 홀로그램 악어는 마치 무대에서 퇴장하는 연극배우처럼 빙글 돌아 제자리에서 걸었다.

“…….”

오너가 항상 그러했듯 ‘군단’이 누군지, 자신이 ‘왜 잡혔는지’, 불쑥 튀어나온 ‘하이브리온’이란 이름이 누군지까지.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보상이라고 해 봤자, 회사 앞에 붙을 이니셜을 바꿔 주겠다는 것뿐이다.

평소처럼 지시와 보상 모두 어이없는 정신 나간 명령이었다.

오너의 지시대로 이 마지막 명령을 공개했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퇴장하던 홀로그램 악어는 깜빡했다는 듯이 몸을 멈추더니 말을 덧붙였다.

[앗, 깜빡했네. 쓱싹해 올 물건은 가로세로높이 30cm 정도? 정육면체 형태의 금속 상자다! 재앙급 마수한테 쓱쓱 비벼보면, 특이한 마력 파동이 나올 거다.]

그리고 사라지기 직전, 동전 한 개 던져 주듯 마지막 말을 던졌다.

[거기에 덤으로 내 지분 77%도 줄게.]

* * *

KTX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는 순간 너무나 익숙한 간판이 보였다.

[서울역]

마침내 대한민국 서울에 돌아왔다!

환호성을 지르려는 순간.

한발 먼저 들려오는 환호성.

“마침내 돌아왔다!”

최설이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그리고 별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천문석을 바라보며 외쳤다.

“부사장님. 바로 사무실로 가실 거죠?”

최설의 별처럼 반짝이는 눈에서 뜨거운 욕망이 느껴졌다.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 향상심이!

향상심을 느낀 순간 최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바로 감이 왔다!

최설은 이세계 쿠팡맨 시즌2를 무사히 마친 지금, 향상심을 채워 줄 보상을 원하고 있었다!

공정한 상벌이야말로 경영진의 미덕!

그러나 자신은 지금 당장 확인할 게 있었다!

천문석은 수첩을 꺼내 쓱쓱쓱- 적은 다음 찢어서 최설에게 건넸다.

“난 지금 바로 확인할 게 있어! 이거 가지고 사무실 들렀다가 알아서 퇴근해라!”

천문석은 빠른 속도로 달려 사라졌다.

“야! 잠깐만…….”

최설의 얼굴에 생겨나는 당혹과 실망감.

그러나 이 실망감은 달려가는 천문석이 한마디 외치는 순간 단숨에 기대감으로 변했다.

“최설 대리! 수고했어!”

“……!?”

최설은 기대감 어린 눈으로 건네받은 수첩 페이지를 봤다.

[철수형. 최설 대리 승진 좀.]

너무나 짧고 가벼운 문장이다.

그러나 이 문장에 담긴 의미까지 가볍지는 않았다.

사무실로 찾아왔던 하얀 번개 추이린!

정신을 차리는 순간 눈앞에 있던 암살검 한경석!

한국 헌터 업계 최정상에 자리한 인물들과 깊은 관계를 맺은 김철수 사무실!

김철수 사무실의 대리가 됐다!

그것도 선배들을 제치고 자신이 처음으로 대리 승진을 해냈다!

삼합회의 보스 비서로 일한 최설은 이 일의 가치를 너무나 분명히 알고 있었다.

대리, 다른 회사라면 아무것도 아닌 직위다.

그러나 김철수 사무실은 세워진 지 얼마 안 되는 신설 회사다.

김철수 사장, 천문석 부사장 바로 아래가 최설 대리 자신이었다!

넘버 3!

헌터 업계 최정상에 있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은, 김철수 사무실의 폭발적인 성장은 이미 약속되어 있었다!

지금은 평범한 헌터업 사무실의 대리지만,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순간.

이 대리라는 직위는 삼합회 보스조차 내려다볼 위치가 될 것이다!

그동안의 개고생이 모두 보상받는 이 충족감!

지금 당장 사무실로 돌아가 김철수 사장님께 이 승진 쪽지를 건네야 했다!

최설은 터질듯한 가슴으로 외쳤다.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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