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13화 (51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13화>

“오너!?”

케인 이사가 외치는 순간 나이트 아머 전성관에서 버럭 터져 나오는 외침!

[야! 비밀 엄수! 빨리빨리 움직여!]

자신이 먼저 이름을 부르고 되려 비밀 엄수 하라고 버럭 화를 내는 저 모습!

진짜 오너다!

로롤로 이사 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오너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재빨리 허리를 숙이며 외치는 케인 이사.

“알겠습니다!”

케인 이사는 바로 품 안에서 상자를 꺼내 들고, 멍하니 굳어 있는 세 사람을 향해 달렸다.

“으으윽- 안 돼. 안 돼…….”

사색이 된 에코가 주춤주춤 물러서자, 레이 실트가 확인했다.

“야, 너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야? 저 나이트 아머 탄 사람 누구야!?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에코가 덜덜 떨리는 몸으로 대답하려는 순간. 케인 이사가 일행 앞에 도착해 상자를 내밀었다.

그리고 나이트 아머 전성관과 케인 이사의 입에서 동시에 한 이름이 터져 나왔다.

[레이 실트!]

“레이 실트!”

“어……?”

“레이 실트?”

이때 모두의 시선이 교차했다.

나이트 아머의 시선이 마법사 에코에게 향하고.

마법사 에코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레이 실트를 봤다.

레이 실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레이 실트? 지금 찾고 있던 게……?”

순간 방금 도망칠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레이 실트! 이제 정체를 밝혀라!’

우레 폭풍의 마도왕 레이 실트.

‘레이 실트’라는 이름은 차원 수배에 걸려 본명을 쓸 수 없어 사용한 가명이다!

그런데 이 세계에 우레 폭풍의 마도왕을 아는 존재가 있다고!?

“그럴 리가!?”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에코가 보였다.

에코는 케페니안 차원 용병을 고용하면서 ‘아리엘 무겐다흐’의 이름을 팔았다.

그 결과 ‘아리엘 무겐다흐’가 차원 용병의 추적을 받게 됐다.

이름은 어둠 속 불빛처럼 사람을 끌어드린다.

자신이 사용한 가명 ‘레이 실트’가 누군가를 끌어들였다면?

레이 실트를 사칭한 마도왕 무겐다흐는, 문득 고개를 들어 우뚝 선 나이트 아머를 봤다.

나이트 아머에서 느껴지는 이글거리는 열망!

이 순간 머릿속에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모여들었다.

-7살 남짓 아이 같은 외모.

-타이탄을 너무나 닮은 나이트 아머.

-우레 폭풍의 마도왕 레이 실트를 쫓는 모습.

작은 조각들이 모두 합쳐지자, 직접 볼 수는 없었으나 수도 없이 들었던 한 이름이 떠올랐다.

“설마!?”

자신도 모르게 물러서는 순간.

케인 이사가 상자를 내밀며 말했다.

“이 종이를 받아주십시오. 레이 실트님.”

레이 실트는 반사적으로 상자 속에 놓인 작은 종이를 봤다.

마력 한점 느껴지지 않는 평범하게 구겨진 종잇조각.

이 종잇조각에는 어린아이가 쓴 것 같은 삐뚤빼뚤한 ‘대륙어’ 단어가 쓰여 있었다.

“명령권.”

단어를 읽는 순간 나이트 아머 흉갑이 열리고 희열에 들뜬 외침이 터져 나왔다.

“레이 실트! 명령권을 사용하겠다! 내 부하가 돼라! 카카카카카-.”

반팔 반바지, 평범한 동네 아이 같은 꼬맹이가 나이트 아머에서 뛰어내려 걸어왔다.

천문석과 싸웠던 그 꼬맹이다!

이 꼬맹이를 다시 보는 순간.

아리엘 무겐다흐는 모든 걸 알게 됐다.

왜 시간 오류 수정자 에코가 두려움에 떨었는지!

어째서 저 나이트 아머가 레이 실트를 추적했는지!

아리엘 무겐다흐는 이 꼬맹이의 정체를 깨달았다.

워커 실트!

지금 걸어오는 꼬맹이는 레이 실트의 형, 워커 실트였다!

레이 실트의 이름을 빌려 쓰며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

결코, 일어날리 없다고 생각한 일이 지금 일어났다.

워커 실트는 자신이 사용한 이름, ‘레이 실트’에 이끌려 동생을 찾아왔다.

가짜 레이 실트인 자신을!

* * *

타 대륙에 마도 제국이 세워지기 전, 무한의 어둠을 건너 타대륙에 도착한 종족이 있었다.

노움.

노움은 5-9살 인간의 외형으로 평생을 사는 종족이었다.

외형은 어린아이었지만, 노움 종족이 가진 능력은 엄청났다.

산맥을 넘어 이동하는 수십만이 사는 이동 도시.

엄청난 양의 강철과 병장기를 쏟아 내던 강철 도시,

상상을 초월하는 수많은 도시와 병기가 노움 종족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노움 종족은 마도 제국 성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런 노움 종족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사람이 둘 있었다.

마도 황제의 열두 제자 중 한 명.

우레 폭풍의 마도왕 레이 실트!

레이 실트는 마도왕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

그러나 그런 레이 실트조차도 그 형에 비하면 빛이 바랜다.

레이 실트의 형은 마도 황제와 함께 강철의 기사, 타이탄을 만들어 낸 세기의 천재 마도 공학자였다.

그러나 그는 어느 날 미쳐버렸다.

마도 황제가 보낸 전파를 수신했다고 외치며, 마도 제국의 근간 전능 옥좌를 부수려 했다!

그리고 마도 제국 전체가 난장판이 됐다.

마도 제국 일곱 재앙의 보스로 수많은 사고를 치고, 마침내 전능 옥좌를 파괴하는 데 성공한 최악의 테러리스트!

워커 실트!

꼬맹이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아리엘 무겐다흐는 에코를 봤다.

“설마, 이 사람 그 테러리스트!?”

에코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외치는 순간 아리엘의 머릿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타이탄을 너무나 닮은 병기 나이트 아머!

나이트 아머를 제작하는 초거대기업 W. S. 인더스트리!

나이트 아머 = 타이탄!

‘W. S.’ 인더스트리 = ‘워커 실트’ 인더스트리!

깨달음의 순간 아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아니 무슨 수배자가 자기 이름으로 회사를 만들어!?”

무게를 잡고 천천히 걸어오던 워커 실트는 깜짝 놀라 외쳤다.

“앗! 너 뭐야!? 내가 수배자인 거 어떻게 알았어!? 이거 시공이 어떻게 꼬인 거야!? 젠장!”

순간 아리엘 무겐다흐의 머리가 번개같이 회전했다.

‘뭐지? 내가 레이 실트 이름을 사칭한 걸 알았으면 이런 반응일 리 없는데!?’

이때 악당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카카카- 어차피 상관없지!”

“우리는 천공탑으로 돌아갈 테니까!”

“레이! 빨리빨리 위장 풀어! 할 일 많다!”

워커 실트는 스패너로 에코를 가리키며 외쳤다.

“네? 지금 무슨 말을?”

“레이 실트! 위장 풀라고! 명령권 썼잖아! 할 일 많다니까! 군단 애들 언제 나타날지 몰라!”

“…….”

에코의 시선이 아리엘 무겐다흐와 워커 실트 사이를 오가다 멈췄다.

“앗!”

탄성과 함께 에코는 벼락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갇힌 세계에서 아리엘 무겐다흐를 처음 만났을 때!

엄청난 번개 폭풍과 너무나 익숙한 마력패턴을 보고 그 사람이 왔다고 생각했다.

레이 실트!

지금 아리엘 무겐다흐는 레이 실트의 마력패턴으로 위장한 상태다!

워커 실트는 아리엘 무겐다흐의 마력패턴을 보고 레이 실트라고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그것도 그냥 헛다리가 아닌 ‘가짜 레이 실트’앞에서 ‘엉뚱한 사람’, 자신을 레이라고 찍는 이중 헛다리를!

즉, 워커는 아직 자신에 냉기 마법사 에코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에코는 재빨리 허리를 숙이며 공손히 말했다.

“위대한 타이탄 마스터 워커님. 전 레이 실트가 아닙니다!”

“뭐!? 하- 이 녀석 못 본 사이에 잔머리가 늘었네! 카카카-.”

탁, 탁탁-

워커 실트는 스패너로 손바닥을 두들기며 외쳤다.

“야! 맞고 위장 풀래? 그냥 위장 풀래?”

“고글! 그 고글로 확인해 보세요! 제 마력패턴은 절대 레이 실트의 것이 아닙니다!”

워커 실트는 바로 고글을 내려 에코를 확인했다.

기이이잉-

고글의 렌즈가 회전해 초점이 맞고 고유 파장 수치가 나오는 순간.

“뭐야! 진짜 마력패턴이 다르잖아!? 라고 할 줄 알았냐!? 야! 당연히 위장했겠지! 우선 좀 맞자!”

스르르르르렁-

워커 실트의 스패너가 살벌하게 바닥을 긁으며 다가올 때, 에코는 아리엘을 가리키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이건 전부 그러니까 오해입니다! 저분! 저분 마력패턴을 확인해 보세요!”

“오해라고!?”

카카카카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 워커가 외쳤다.

“야, 나 타이탄 마스터야! 내가 바로 타이탄을 부활시킨! 대륙 유일의 타이탄 마스터라고! 그런 내가 오해 같은 걸 할 리가 없잖아!”

“한번 한 번만 확인해 주세요!”

에코가 애절하게 외치는 순간.

“아니면 너 두배로 맞는다! 하-.”

헛웃음을 터트린 워커의 시선이 옆으로 움직였다.

기이이잉-

다시 한 번 렌즈가 회전해 초점이 맞고, 고유 파장 수치가 고글에 표시됐다.

[00011011101001 11000100011100100]

“레이 실트!? 어, 뭔가 좀 이상한데!?”

경악한 외침이 터지는 순간.

기회를 노리던 아리엘 무겐다흐가 움직였다.

손에 낀 풀꽃 반지를 던지며 그 안에 저장된 마법을 풀어 놨다.

우레 폭풍의 마도왕, 레이 실트의 번개 마법을!

“오라! 번개 폭풍이여!”

우르르릉-

순식간에 구름이 모여들고 우렛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엎드려!”

아리엘은 바닥으로 몸을 던지며 외쳤다.

순간 워커의 시선이 공중을 날아오는 풀꽃 반지에 닿았다.

확 커지는 동공!

워커는 한눈에 알아봤다!

동생이 직접 만들어 마법을 담은 그 반지!

툭-

풀꽃 반지가 워커 앞에 떨어지는 순간.

번쩍-

새하얀 섬광이 터지고 새파란 뇌전이 떨어졌다.

그리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천둥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쾅쾅, 쾅쾅쾅-

천둥이 울릴 때마다 시야와 청각이 모두 사라진 새하얀 공간을 푸른 뇌전이 갈랐다!

아리엘은 바닥에 바짝 엎드려 기다렸다.

금속 스패너를 보는 순간 터트린 마도왕의 번개 폭풍!

아무리 워커 실트라도 이 뇌전을 맞으면 무력화 될 거다!

천둥 벼락이 멈추는 순간 튀면 된다!

쾅-

이때 마지막 뇌성이 울리고 시야가 살아났다.

“모두 튀어!”

아리엘은 외침과 함께 몸을 일으켜 날렸다.

탓, 탓, 탓-

반사적으로 사방으로 몸을 날리는 세 사람.

아리엘, 에코, 최설!

이때 분노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백곰권! 앞발 후려치기!”

크아아아아앙-

사나운 백곰의 포효가 터지는 순간, 금속성 굉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깡깡, 깡깡깡깡깡-

퍽, 퍽, 퍽, 퍽-

그리고 도망치던 세 사람과 가만히 엎드려 있던 케인 이사까지 모두가 사각에서 날아온 돌멩이에 맞았다!

최설과 케인 이사가 정신을 잃었고, 간신히 실드 마법을 친 아리엘과 에코만 정신줄을 잡을 수 있었다.

이때 분노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번개 폭풍! 풀꽃 반지에 담긴 마법이잖아!? 진짜로!? 정말로!? 내가 마력패턴에 속았다고!?”

워커 실트는 손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스패너를 쥔 채, 풀꽃 반지를 노려봤다.

기이이잉-

렌즈가 회전해 풀꽃 반지의 고유 파장을 확인했다.

그리고 휙 돌아가는 시선.

기이이잉-

다시 한 번 렌즈가 회전해 가짜 레이 실트의 고유 파장을 확인한 순간 허탈한 웃음이 터졌다.

“허허허허허- 진짜 아니잖아?”

“와, 그러니까 이게 모두 삽질이었다고?”

하하하하하하-

워커 실트는 미친 듯이 웃었다.

쓰러진 아리엘은 재빨리 워커 실트를 살폈다.

마도왕의 번개 폭풍이 떨어졌는데도 멀쩡한 워커 실트!

곧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은 나이트 아머에서 뇌전이 타닥타닥 기어 다니고 있다.

‘나이트 아머가 피뢰침 역할을 했구나!’

이때 웃음을 터트리던 워커 실트가 돌연 분통을 터트렸다.

“내가 속았다고!? 내가! 대륙 유일의 타이탄 마스터인 내가 완전히 속았다고! 으아아악!”

분통을 터트리던 워커 실트는 버럭 외쳤다.

“야! 너희들 정체가 뭐야!? 누군데 내 동생을 사칭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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