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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07화 (50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07화>

천문석은 초대형 뱁새와 싸웠을 때 몇 번이나 감탄했다.

초대형 뱁새는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외모와 달리 전투력이 엄청났다!

5미터가 훌쩍 넘는 크기.

톤 단위의 무게를 지닌 육체.

충격량을 분산시키는 폭신폭신한 털과 빛의 인장이 떠오르면 이능 공격조차 튕겨 낸다.

이 압도적인 육체로 하늘 높이 날아올라 뚝 떨어지는 공격, 질량 폭격!

초대형 뱁새의 질량 폭격은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었다.

초대형 뱁새는 이런 압도적인 육체 스펙으로 서리 늑대를 농락하듯 상대했다.

서리 늑대 18마리가 일방적으로 쥐어박힌 이유가 있었다!

비록 지금은 최루 가루에 기절했지만, 초대형 뱁새의 육체 스펙은 그대로였다.

그런 초대형 뱁새가 내리막 도로를 구르는 순간.

항거할 수 없는 재앙이 됐다!

쿠르르르릉-

빠징코 구슬처럼 건물, 가로등, 자동차……!

사방에 널린 물체에 부딪치며 굴러 가는 초대형 뱁새!

쿵, 쿵, 쿵-

건물이 무너질 듯 요동치고.

콰앙-

가로등이 단숨에 부러져 날아갈 때.

콰지직-

방치된 자동차가 납작하게 주저앉았다!

“도망쳐!”

“젠장! 이건 또 뭐야!”

……

도로를 막았던 헌터들은 초대형 뱁새에게 스치기만 해도 장난감처럼 사방으로 나뒹굴었다!

초대형 뱁새가 구르는 내리막 도로는 순식간에 뻥 뚫렸다!

언덕 위 자전거를 탄 천문석은 바로 레이에게 외쳤다.

“지급 내려갑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기절한 에코를 업은 천문석과 레이 실트, 두 사람이 탄 자전거 두 대가 내리막 도로로 출발했다.

쿠르르릉-

초대형 뱁새가 부두를 향해 구르고.

기이이잉-

자전거 두 대가 그 뒤를 따라 질주했다.

휘이이이잉-

곧 강 냄새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불어오고 배가 가득 세워진 선착장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천문석은 초대형 뱁새와 부두를 훑으며 다음 계획을 세웠다.

초대형 뱁새가 부두 철책에 걸려 멈추는 순간.

재빨리 초대형 뱁새를 굴려 배에 싣고 강으로 튄다!

이렇게 배를 타고 강으로 튀는 동안, 초대형 뱁새가 정신을 차리면 바로 하늘을 날아서 도망치면 된다.

세기말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작된 난장판의 끝이 보였다!

이때 레이 실트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곧 탈출하네! 고맙다! 신세 졌다! 하하하-.”

천문석은 웃으며 별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뭘요! 서로 돕고 사는 거죠!”

구으으으으응-

이때 시가지에서 갑자기 기계음이 울려 퍼지고 땅이 거세게 진동했다!

쿵, 쿵, 쿵-

‘무언가 오고 있다!’

천문석은 페달을 밟아 치고 나가며 외쳤다.

“무언가 오고 있습니다! 제 뒤로 바짝 붙으세요!”

이때 골목에서 불쑥 튀어나온 7m에 달하는 인간형 거체가 도로를 막았다!

“어!?”

공방 도시에서 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존재가 튀어나왔다.

“나이트 아머!?”

* * *

금속 장갑의 인간형 로봇!

나이트 아머와 똑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천문석은 자신이 외치고도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제주도에서 본 나이트 아머 반의반도 안 되는 7미터 크기!

이 정도 크기면 나이트 아머가 아닌 외골격 중갑을 입은 레이드 탱커일 수도 있었다!

외골격 중갑도 상대하기 힘들지만, 나이트 아머에 비하면 천지 차이다!

“제가 유인하겠습니다! 우회해서 빠져나가세요!”

천문석이 다급하게 외치고 돌진하려는 순간.

나이트 아머 전성관에서 귀에 익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카카카카카캌-]

악당 같은 웃음소리!

자신이 꽁꽁 묶어 매달아 놓은 백곰권을 쓰던 꼬맹이다!

[내가 그대로 잡혀 있을 줄 알았냐!?]

[2차전이다! 마이너 타이탄으로 재앙이 돼주마!]

마이너 타이탄?

이름은 달랐지만, 진짜라는 감이 왔다!

‘진짜 나이트 아머라고!?’

순간 천문석은 어이가 없었다.

안전지대 제주도에 강림체가 나타났을 때 출동한 게 나이트 아머다!

그런데 던전 7층 공방 도시에서 추격전 좀 벌어졌다고 나이트 아머가 나타난다고!?

나이트 아머는 거대 괴수조차 상대하는 전술 병기!

지금 나이트 아머가 나왔다는 건, 애들 싸움에 어른, 아니, 각성 헌터가 나온 격이다!

게다가 부산 던전은 직접 짊어지는 게 아니면 외부 물건 반입이 안 된다.

“던전으로 나이트 아머를 어떻게 가져온 거야!? 나이트 아머가 던전 입구를 통과했다고!?”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어째선지 움찔하는 나이트 아머.

곧 나이트 아머 전성관에서 꼬맹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거 절대 이상한 거 아냐! 잘 봐라! 이야아압-]

나이트 아머의 거체에서 마력광이 뿜어지고, 7미터 크기의 나이트 아머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6미터, 4미터, 3미터!

3미터 크기로 작아진 나이트 아머가 가볍게 제자리에서 뛰었다.

탓, 탓-

중량이 느껴지지 않는 너무나 가벼운 소리가 울렸다!

이때 전성관에서 숨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봤지!? 이렇게 가지고 들어온 거야! 허억, 헉-]

[난 이 나이트 아머로 정정당당하게 승리하겠다! 헉-]

“뭐? 정정당당!? 야, 인간적으로 나이트 아머를 끌고 와서 정정당당은 말이 안 되지! 내려서 우리 정정당당히 싸우자!”

[아, 하긴 그러네. 그럼 나이트 아머 내려서 정정당당히 싸우…… 자고 할 줄 알았냐?]

[카카카카카카카캌-]

얄미운 웃음이 길게 이어지다가, 뚝 멈추는 순간 돌연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이기는 게 정의다!]

[난 압도적으로 이겨 정정당당해지겠다!]

그리고 나이트 아머가 당장이라도 돌진할 듯 몸을 숙였다.

[백곰권! 맹호 돌진! 이야야얍-!]

이 순간 천문석은 번쩍 손을 들고 다급히 외쳤다!

“잠깐! 3초만 기다려 줘!”

[어? 뭐지, 갑자기 기시감이……?]

나이트 아머가 움찔하는 순간.

천문석은 외쳤다.

“3초!”

그리고 기다리던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나이트 아머 옆에서 불쑥 튀어나온 새하얀 털 뭉치.

초대형 뱁새!

빠징코 구슬처럼 지그재그로 모든 것을 때려 부수며, 굴러 가던 초대형 뱁새가 불쑥 튀어나와 나이트 아머를 덮쳤다!

나이트 아머가 평소 모습이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지금 나이트 아머는 크기와 무게 모두 확 줄어든 상태였다.

이 상태로 초대형 뱁새와 충돌하는 순간.

콰아아앙-

나이트 아머는 볼링공을 맞은 볼링핀처럼 나 뒹굴었다.

급경사의 내리막 도로를 향해서!

[으아아악- 뭐야!? 이런 함정을 준비하다니!]

전성관에서 분노한 외침이 터지고.

내리막 도로를 구르는 구슬이 두 개가 됐다.

쿠르르르릉-

지그재그로 구르는 초대형 뱁새.

데굴데굴, 쾅쾅-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할 때마다 초대형 뱁새와 충돌해 구르는 나이트 아머.

초대형 뱁새와 나이트 아머.

둘이 내리막 도로를 구르자 조금 전 이상의 난장판이 만들어졌다.

콰르르르-

복구가 끝난 도로가 길게 파이고.

으아악-

헌터들이 초대형 뱁새와 나이트 아머에 걸려 사방으로 날아갔다.

“…….”

천문석은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내려가며 이 모든 것을 봤다.

자신이 노리긴 했지만, 이렇게 잘 먹히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건 세 가지 조건이 겹친 결과였다.

-꼬맹이는 자랑하느라 주위를 살피지 못했고.

-스스로 나이트 아머의 크기와 무게를 줄였다.

-게다가 멈추라고 하는 순간 진짜 멈춰 서 불쑥 튀어나온 초대형 뱁새에 정통으로 맞았다.

[3미터 크기의 가벼워진 나이트 아머]

vs.

[5미터가 훌쩍 넘는 톤 단위 무게의 초대형 뱁새]

둘이 충돌한 결과는 뻔했다.

그동안 만난 수많은 적 중에 이런 녀석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천문석은 미친 듯이 도로를 구르는 나이트 아머를 향해 내력을 실어 외쳤다.

“야! 너 왜 이렇게 재수가 없냐!? 카캬카캌-.”

[으아악- 빌어먹을 흑전!]

이해할 수 없는 외침이 들려오는 순간.

콰아아앙-

나이트 아머는 부두를 둘러싼 철책을 단숨에 뚫고 화물차와 충돌했다!

와르르 쏟아지는 증기관 복구용 파이프들!

“어?”

천문석의 당황한 외침이 터지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파이프 위를 데굴데굴 굴러 창고 벽에 충돌하는 나이트 아머!

[으아악-]

악을 쓰며 손을 뻗었지만,

찌지지직-

이 벽은 방수천으로 만들어진 임시 벽이었다.

단숨에 방수천 벽을 찢은 나이트 아머는 창고를 지나 그 뒤로 굴러 갔다.

공방 도시 중앙을 흐르는 강으로!

첨벙-

물이 크게 솟구치는 순간 거대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으악- 뭐가 이따위야! 더러운 흑전! 재수 없는 거 옮았어!]

첨벙, 첨벙, 첨벙-

나이트 아머는 급류에 반쯤 가라앉은 채 발버둥 치며 빠르게 떠내려갔다.

그리고 곧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

전술 병기, 나이트 아머.

정면 승부로는 상대가 불가능한 나이트 아머가 강으로 데굴데굴 굴러 가 빠졌다.

모든 상황을 유도한 천문석도 예상하지 못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천문석은 문득 시계를 봤다.

나이트 아머 등장부터 퇴장까지 걸린 시간은 3분 남짓이었다.

천문석은 지금껏 수많은 방법으로 적들을 상대했다.

그러나 이번이 최고였다.

그동안 싸운 수많은 적 중에 가장 황당한 방법으로 이겼다.

하지만 이 황당한 꼬맹이 덕분에, 급경사를 달리는 자전거 앞에 남은 적은 없었다.

게다가 철책까지 사라졌다!

‘도로 -> 부두 -> 선착장’까지 가리는 것 하나 없이 탁 트인 것이다!

선착장에 줄줄이 늘어선 수많은 배가 보였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결말이었다!

하하하하하-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뒤따라 오는 레이 실트에게 말했다.

“잘됐습니다! 이대로 선착장까지 가죠! 전 초대형 뱁새를 굴려 갈 테니까. 레이님은 바로 선착장으로 가서 배를 찾아주세요.”

“알았어! 바로 배 타고 튀면 되겠다!”

레이 실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트 아머 나왔을 때는 아찔했는데! 와,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되냐!”

“앞으로 절 행운의 사나이로 불러 주십시오. 카카카-.”

“하하하-.”

천문석과 레이 실트가 웃음을 터트릴 때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쿠르르르르릉-

빠징코 구슬처럼 지그재그, 사방을 두들기며 내려간 초대형 뱁새!

초대형 뱁새가 부두 구역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 뱁새가 왜 안 멈춰?”

말하는 순간 깨달았다.

‘부두 철책!’

초대형 뱁새는 원래대로라면 부두 철책에 15도 각도로 들어가 멈췄어야 했다.

그러나 더 이상 부두 철책은 없었다!

먼저 굴러 간 전술 병기 나이트 아머가 부두 철책을 뚫었으니까!

초대형 뱁새는 순식간에 철책이 있던 경계를 지나, 쫙 깔린 증기관 파이프 위를 구르며 가속했다!

구르르르르르륵-

그리고 찢어진 방수천 벽을 통과해 나이트 아머랑 똑같이 날아갔다.

강으로!

첨벙-

물보라가 높게 치솟았다.

여기까지는 나이트 아머와 같았다.

하지만 이 뒤에 일어나는 일은 달랐다.

나이트 아머는 급류에 반쯤 잠긴 채 떠내려가다 물속으로 금세 가라앉았다.

그러나 동글동글, 비중이 낮은 초대형 뱁새는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았다.

강에 띄워진 ‘초대형 러버덕’처럼 급류에 둥둥- 뜬 채로 떠내려갔다.

그래서 초대형 뱁새는 순식간에 하류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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