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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06화 (50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06화>

“……왜 이렇게 만만하게 보이지?”

자신도 모르게 말한 순간 번쩍 깨달았다.

지난 며칠 동안 헤쳐 온 난장판과 격전!

-투영 공간 재의 숲에서 수천의 고스트와 재의 거인, 재의 기사와 싸웠다!

-2000년 1월 1일 최초의 게이트가 열린 세기말 대한민국에서 몬스터 웨이브를 뚫고, 바위 트롤을 굴리고, 오우거를 아작내고, 오크 군단을 물 먹였다!

-마지막 순간 서리혼이 끊겼을 때는 천지간의 영맥으로 일기일원공의 새로운 경지를 열고 초절정으로 나아갈 뻔하기도 했다!

그런 자신의 앞에 헌터 15명이 있는 거다.

재의 거인, 재의 기사, 바위 트롤, 오우거.

이런 놈들과 싸운 자신이 헌터 15명이 막았다고 도망친다고?!

호랑이가 개 짖는 소리에 놀라서 도망가는 격이다!!

“하, 시바. 하도 도망치다 보니까. 이제 반사적으로 도망부터 치려고 하네.”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 나왔다.

천문석은 바로 레이 실트에게 말했다.

“잠시 뱁새 좀 굴러가지 않게 잡아주세요.”

“뭐, 너 어떻게 하려고?”

“다른 놈들 오기 전에 저놈들 정리하겠습니다.”

레이 실트가 초대형 뱁새를 잡는 순간, 천문석은 강철봉으로 어깨를 두들기며 달렸다.

“야! 너희들 지금 도망치면 봐준다! 나 세기말에 단련된 사람이다!”

“뭐?! 하, 새끼가 어디서 허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문석의 양손이 하늘로 움직였다.

아앗-

으아앗-

한번 굉천수에 당한 놈들이 다급히 시선을 돌리는 순간.

짝-

평범한 박수 소리가 울렸다.

“어?!”

“지금…….”

기대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얼빠진 목소리가 튀어나왔을 때.

천문석은 어느새 방패 바로 앞에 도착해 강철봉을 내려쳤다!

휘이-

낭창낭창한 갈대처럼 부드럽게 떨어지는 강철봉!

그러나 임팩트 순간 그립이 변화하고, 강철봉에 실린 내력이 움직였다!

툭-

강철봉과 방패가 부딪쳐 둔탁한 소리가 울리는 순간 엄청난 무게가 방패에 실렸다!

방패를 잡은 탱커들이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휘청일 때.

천문석은 가볍게 탱커의 발을 툭- 밀어 차고 휘청이는 방패를 휙- 잡아당겼다!

으앗, 으아악-

탱커들이 앞으로 데굴데굴 구르는 순간 뻥 뚫린 진형 안으로 들어가 번개같이 강철봉을 날렸다!

그러나 상대도 베테랑 헌터들!

“흩어진다!”

커맨더가 외치는 순간.

바로 사방으로 흩어지려 했다.

그러나 천문석이 빨랐다.

휘이이이-

끝을 잡은 강철봉이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모여 있는 헌터들의 무기와 헬멧, 방검방탄복을 가볍게 건드렸다!

탁, 탁, 타탁-

아무 위력도 없는 듯한 소리가 연속해서 울렸다.

강화 전투복의 충격 감쇄, 이능 방어 효과는 탁월했다!

내력이 실린 강철봉으로 때려도 큰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길어야 2, 3초 멈칫하게 만드는 게 다였다.

그러나 시간은 상대적인 것!

이 2, 3초의 시간이면 충분히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

천문석은 폭풍처럼 밀어붙였다!

균형이 흔들린 적에게 로우킥을 갈기는 동시에 안전 헬멧을 밀어 넘어트리고.

활을 겨눈 헌터에게 무장 벨트를 잡은 동료를 던지는 동시에 몸을 던져 구른다.

훙-

허공으로 화살이 지나가는 순간 바로 앞에 보이는 다리!

이야압-!

다리를 잡고 벌떡 일어나 뒤로 집어던졌다!

으아아악-

거꾸로 뒤집힌 헌터가 동료와 뒤엉킬 때 내력과 힘을 실어 밀어차기!

타앗-

뒤엉킨 헌터 4명이 동시에 넘어지는 순간.

컥, 큭, 켁, 윽-

4명의 헌터 위로 보법을 밟아 나아가.

활잡이 앞에서 번개같이 두 손을 부딪친다!

으앗-

활잡이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는 순간.

짝-

그 앞에서 터지는 박수!

“어?”

멍한 소리가 내는 순간 활잡이는 빙글 회전해 몸을 일으키던 동료 위로 떨어졌다.

쾅-

이 활잡이가 마지막이었다.

으으읏-

어어엇-

한곳에 뒤엉킨 채로 신음을 흘리는 헌터 15명!

완전무장한 헌터 15명을 처리하는 데 3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하하하하-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렸다.

세기말 대한민국!

그 난장판을 헤쳐나오며 자신은 강해졌다!

베테랑 헌터 15인!

강화 전투복을 입고 포메이션까지 짠 헌터팀을 순식간에 밀어 버릴 정도로!

처음부터 도망칠 필요도 없었다.

그냥 힘으로 뚫고 지나가면 됐다!

세기말 대한민국, 그 난장판에서 그랬던 것처럼!

“저런 놈들 나오면 그냥 뚫고 언덕 위까지 달리겠습니다! 바짝 붙어서 달리세요!”

천문석은 바로 초대형 뱁새로 달려가 밀며 외쳤다.

“알았어!”

천문석과 레이 실트, 기절한 초대형 뱁새와 마법사 에코는 빠르게 경사진 도로를 올랐다!

“여기다! 레이가 여기 있다!”

“부두로 가는 도로다! 모두 모여라!”

골목 곳곳에서 헌터들이 쏟아졌지만, 나오는 순간 천문석에게 번개같이 쥐어박히고 쓰러졌다.

어느새 언덕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천문석에게 쥐어박히고 신음을 흘리는 헌터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하지만 사방에서 모여드는 헌터의 수가 점점 늘어나자 질도 높아졌다!

곧 만만치 않은 헌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정신없는 난장판 개싸움이야말로 천문석의 특기!

게다가 세기말 대한민국을 거치며 개싸움 솜씨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허허실실 움직이는 생사팔문의 보법!

-터트릴락 말락 간만 보는 페이크 굉천수!

-안에 담긴 모래가 흐르는 순간 무게가 변하는 강철봉!

탓탓, 탓탓탓-

생사팔문의 보법으로 허허실실 거리를 농락하고!

짝짝, 짝짝짝-

페이크 굉천수로 터질락 말락 공방의 타이밍을 뺏는다!

파스스스스-

갈대처럼 가볍게 나아가고 태산처럼 무겁게 누르는 강철봉!

레이 실트의 강철봉에 담긴 기능은 단순히 무게가 변화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무게야말로 무기 술의 핵심 중 하나!

일 푼의 무게 변화만으로도 공방의 묘리가 변화한다.

그런데 레이 실트의 강철봉은 수십 kg의 무게가 변화했다.

하나의 무기에 혼을 담는 보통의 무인이라면 이 강철봉을 제대로 쓰지 못했을 거다.

그러나 이 강철봉을 쓰는 사람은 수많은 무기술에 능통한 전생 천마 천문석이었다.

전생 천마의 손에 들린 무게가 변하는 강철봉은 검, 도, 봉, 곤, 창! 수많은 무기로 천변만화했다!

휘이이-

가벼운 봉처럼 나아가.

콰앙-

철퇴를 때려 박듯 충격량을 쏟아 낸다!

구르르-

해머처럼 짓누르다가.

휙-

세검이 되어 깃털처럼 날아오른다!

그리고 매 순간 생사팔문의 보법으로 거리를 농락하고 굉천수로 타이밍을 뺏었다.

진짜 굉천수를 터트릴 필요도 없었다.

짝-

페이크 굉천수!

단지 박수를 쳐서 타이밍을 뺏는 것만으로, 천문석은 농락하듯 베테랑 헌터들을 상대하고 압도했다!

그리고 최고의 찬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야, 눈뽕 터트릴 거야 말 거야?!”

“와, 이 새끼! 진짜 더럽게 싸우네!!”

“너 그렇게 치사하게 싸울래?!”

“시바! 제대로 좀 싸워!!”

“정정당당히 싸워라!!”

……

적에게서 듣는 모욕이야말로 제대로 싸우고 있다는 증거이자 최고의 찬사!

하하하하하-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더욱더 치사하고, 얍삽하고, 빡치게 싸웠다!

헌터들의 분노 게이지가 쭉쭉 상승하는 게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금 천문석은 슬쩍한 헬멧과 재킷을 입고, 입과 코를 머플러로 둘둘 감은 상태.

무기로 들고 있는 강철봉도 임시로 붙인 화로를 제외하면, 헬스장 강철봉과 다를 게 없다.

즉 지금 천문석의 모습은 전혀 누군지 특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갈 곳 없는 분노와 원한이 쌓여서 터지면 어떤 식으로 화가 미칠지 모른다.

차라리 누구에게 분노할지 알려 줘, 미리 압력을 빼는 게 나았다!

그래서 천문석은 분노하는 헌터들에게 누굴 미워해야 하는지 대놓고 알려 줬다.

강철봉으로 쥐어박고, 체술로 꺾어서 집어던지고, 보법으로 꾹꾹 밟는 매 순간.

천문석은 얄밉게 외쳤다!

“나 이세기를 상대하기에는 멀었다!”

“이세기의 창천봉을 받아라! 얍얍얍!”

“이얍! 이세기의 창천광이 터질락! 말락!”

……

카캬카카카캌-

도발 사이사이 분노를 부르는 웃음이 터졌다.

대놓고 이름을 외치는 어이없는 모습!

그러나 원래 목숨을 걸고 마수와 몬스터를 잡는 헌터들은 제정신이 아닌 녀석들이 많았다.

곧 분노한 헌터들의 외침에 한 단어가 추가됐다.

“이세기! 이 새끼!”

“정정당당히 싸워라! 이세기 새끼야!!”

“와, 미친! 더럽게 얍삽한 새끼!”

“이 새끼! 잡아 밀어붙여!”

……

이렇게 입과 몸으로 싸우면서 경사진 도로를 올랐다!

그리고 언덕을 바로 앞에 뒀을 때, 천문석은 한 헌터를 상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메인 탱커를!

천문석은 임팩트 순간 강철봉에 내력을 싣고 무게를 급증시켜 때려 박았다!

쿠우우웅-

방패가 종처럼 울리는 순간.

콰지지직-

쏟아진 충격파로 메인 탱커가 밟은 땅에 금이 갔다!

순간 터지는 기합.

흐아아앗-

메인 탱커는 비스듬히 방패를 기울여, 기어이 천문석의 일격을 미끄러뜨렸다!

콰아아앙-

태산처럼 떨어진 강철봉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파스스스-

강화 전투복에서 충격을 상쇄시킨 마력광이 치솟았다!

메인 탱커는 거리를 벌리며 뒤로 빼낸 동료들에게 외쳤다!

“견제만 넣어라!”

“아까처럼 붙으면 안 된다!”

“이 녀석 어지간한 던전 보스 이상이다!”

“같은 헌터라고 생각하지 말고!”

“상급 몬스터랑 싸운다고 생각해라!”

“…….”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야, 왜 대답이 없어!?”

메인 탱커가 다시 한번 외칠 때.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강철봉으로 메인 탱커의 뒤를 가리켰다.

“난 혼자가 아니거든.”

“뭐?”

반문하는 순간 강철봉의 충격파를 상쇄하느라 마력장이 확 깎인 강화 전투복에 전격이 쏟아졌다.

등 뒤에서!

파지지직-

동료들이 회복할 시간을 벌어 주던 메인 탱커는 뭘 어떻게 할 틈도 없이 픽 쓰러졌다.

그리고 레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모두 정리했다! 크크킄-.”

천문석이 드러난 검이면, 레이 실트는 숨겨진 검이었다.

천문석이 강화 전투복에 충전된 마력을 깎아내면.

레이 실트가 은밀히 뇌전을 때려 박아 기절시켰다!

이 방법으로 마지막 헌터팀까지 모조리 정리했다!

거의 백 명에 달하는 헌터들이 오르막 도로에 줄줄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언덕 정상에 도착했다!

천문석은 빙글 몸을 돌려 언덕 아래로 이어지는 도로를 봤다.

길게 쭉 뻗은 내리막 도로.

그 끝에 거대한 강과 부두가 보였다.

이 강과 부두에는 수백 척의 배가 몰려 있었다!

저 배를 타고 빠져나가면 이 추격전도 마침내 끝이다!

“야, 앞에 헌터들 나타나고 있어! 빨리 움직이자!”

천문석은 손을 뻗어 레이 실트가 업고 있던 마력 각성자를 둘러업었다.

“어, 왜? 너 싸우려면 내가 업는 게 나을 텐데?”

천문석은 내리막 도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우리는 싸울 필요 없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리막 도로에 헌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뭐? 저기 헌터들 어떻게 하려고?”

레이 실트가 의아해 하는 순간.

천문석은 대답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 줬다.

길이 5미터가 넘고 무게는 톤 단위인 초대형 뱁새를 잡고 세밀히 각도를 맞췄다.

“너 설마?!”

천문석은 방치된 자전거를 챙기며 부두를 가리켰다.

“우리는 여기서 부두까지 멈추지 않고 자전거로 내려갈 겁니다. 준비하세요!”

그리고 바로 초대형 뱁새를 내리막 도로로 굴렸다!

구르르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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