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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03화 (504/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03화>

꼬맹이는 문득 고개를 들어 다른 녀석들이 도망친 방향을 봤다.

북쪽, 지열탑이 있는 곳!

“……지금이라도 지열탑으로 갈까?”

심각하게 고민이 됐으나 도로를 데굴데굴 구르는 것은 초대형 뱁새, 강습 수송병이다!

이 세계에 뜬금없이 마도 제국의 강습 수송병이 나타난 것이다!

벌써 멸망 한지 천 년이 넘은 마도 제국의 강습 수송병이!

촉이 왔다!

천공탑과 관련됐다!

레이 실트도 자신처럼 천공탑에서 일어난 사고로 마도 제국에 떨어졌다면?

그렇다면 강습 수송병을 굴리고 있는 둘 중 한 명이 레이 실트일 가능성이 컸다!

강습 수송병은 한번 날면 잡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흑전을 가진 움직이는 재앙이 언제 나타날지도 모른다!

어차피 모두 잡아 드릴 예정!

강습 수송병이 날지 않고 구르는 지금, 저 두 마력 각성자부터 확보한다!

결정한 꼬맹이는 바로 지붕을 달렸다!

타다다닥-

엄청난 속도로 지붕을 달려 순식간에 강습 수송병을 굴리며 이동하는 두 마력 각성자를 앞질렀다!

‘갈림길에서 매복한다!’

꼬맹이는 지붕을 달리면 위장을 시작했다.

작업용 재킷을 벗어 공구 벨트를 둘둘 감싸 배낭에 넣고, 최루탄 구슬을 주머니에, 스패너 한 자루를 반바지 뒤에 찔러 넣었다.

별것 아닌 위장이 끝난 순간.

꼬맹이는 반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배낭을 멘 하교길에 흔히 볼 수 있는 초등학생이 됐다.

이때 초대형 뱁새가 지나갈 교차로가 보였다.

사방에서 일어난 복구공사로 텅 빈 교차로가!

주르르르륵-

바로 지붕에서 뛰어 빗물관을 잡고 단숨에 미끄러졌다.

지상에 내려서는 순간 한달음에 교차로로 달려가 벽에 찰싹 붙었다!

구르르르르-

초대형 뱁새가 도로를 굴러 오는 진동이 느껴졌다!

이 교차로에 나타나는 순간 연막 최루탄을 던져 잡는다!

누가 레이 실트인지 모르니 한 번에 둘 다 잡아야 한다!

재빨리 주머니에서 최루 연막탄을 꺼내 단숨에 무력화시킬 준비를 한순간.

환호성이 들려왔다.

우와아아아아아-

지난 일주일 동안 몇 번이나 들었던 꼬맹이들 환호성이!

“아니, 이건 또 뭐야!?”

벽 너머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휙 눈앞을 지나가는 종이비행기.

그리고 보였다.

데굴데굴-

초대형 뱁새가 굴러 오고.

휘이익, 휘이익-

종이비행기 수십 개가 그 주위를 날았다.

으아아악- 이야아악-

마력 각성자 콤비가 악을 쓰며 뱁새를 굴릴 때.

우와아아아아-

그 뒤를 따라 달리는 십여 명의 꼬맹이들!

“데굴데굴 굴러라 굴러!”

“아저씨! 힘내세여! 화이팅!”

“우와아아아! 엄청 커다란 공이야!”

……

빙글빙글 가방을 돌리며 환호성을 지르고,

대량으로 살포한 현상금 전단지로 만든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었다!

공방 도시의 초등학생 꼬맹이들이!

진짜 꼬맹이들이 나타나 마력 각성자 콤비를 따라 달리고 있다!

“……아니. 얘네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마력 각성자를 따라 달리는 꼬맹이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젠장! 이러면 최루탄 못 터트리잖아!”

분통을 터트리는 순간 한 꼬맹이에게서 들려오는 외침.

“야! 너도 빨리 와! 이제 곧 언덕 나와! 언덕에서 이거 굴리면 장난 아닐 거야!”

꼬맹이의 말을 듣는 순간 번개같이 머리를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지금 자신은 초대형 뱁새를 따라 달리는 꼬맹이들과 같은 모습!

최루탄을 터트릴 필요도 없다!

의심을 사지 않고 마력 각성자 바로 옆까지 다가갈 수 있으니까!

초등학생들 틈에 끼어 정신없이 뱁새를 굴리는 마력 각성자 콤비에게 다가가, 스패너로 뒤통수를 때려 기절시키면 된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 재빨리 두 손을 들고 다른 아이처럼 환호성을 지르며 달렸다!

“우와아아아아- 공이 구른다! 엄청 신난다!”

“야, 오지 마! 이거 노는 거 아냐! 가까이 오지 마!”

순간 힘겹게 뱁새를 굴리는 마력 각성자와 눈이 마주쳤다.

로브를 걸치고 얼굴에는 반짝이는 보석 가면을 쓰고 있는 마력 각성자.

체형도 얼굴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보석 가면에 뚫린 구멍으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마력 각성자의 눈에 생겨나는 감정이 너무나 분명히 느껴졌다.

의혹, 당혹, 의심, 확신, 경악!

그리고 연이어 터지는 탄성!

“어.”

“어……?”

“엇!?”

“앗!?

“으아앗!”

짧은 외침이 잇달아 터지는 순간, 눈이 마주친 마력 각성자는 뱀을 본 개구리처럼 단숨에 얼어붙었다!

“……!”

촉이 왔다!

‘이 녀석 나를 알아봤구나!’

이곳은 천공탑을 오르던 중 사고로 떨어진 세계다!

이 세계에서 여기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고!?

당연히 레이 실트다!

생각지도 못하게 위장한 레이 실트를 한방에 찾은 상황!

카카카카카카-

웃음을 터트리며 번개같이 외치려 할 때!

“레이 실트님!”

골목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흑전!

움직이는 재앙이 나타났다!

* * *

“으아아악- 빌어먹을 젠장!”

레이 실트가 악을 쓰며 초대형 뱁새를 굴릴 때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

“레이 실트님!”

“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천문석이 보였다.

“야, 너 여기는 어떻게 온 거야!? 너 반대쪽으로 튀었잖아!?”

“…….”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레이 실트가 현상금 헌터들에게서 탈출하게 돕고, 거기에 더해 눈도장을 찍으러 달려왔다.

그러나 레이 실트가 처한 상황은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레이 실트는 초등학생 꼬맹이 수십 명에게 둘러싸인 채 텅 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동글동글한 몸통에 바짝 붙인 날개와 다리.

초대형 짐볼이 되어 버린 초대형 뱁새를 굴리면서!

“아니,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이 긴박한 상황에 얘를 왜 굴려요!? 당연히 타고 하늘로 튀어야죠!”

자신도 모르게 묻는 순간.

하아-

땅이 내려앉을 듯한 한숨이 돌아왔다.

“,얘 아까 네가 터트린 눈뽕 맞았어. 그래서 못 날아…….”

“네!?”

천문석은 도로에 멈춰 선 초대형 뱁새를 봤다.

굉천수는 처음 맞으면 99% 먹힌다.

하지만 그건 1%는 예외가 있다는 말.

그 예외 중 하나가 눈앞의 초대형 뱁새였다!

이 녀석은 굉천수를 처음 터트렸을 때도 귀신같이 알아채고 막은 녀석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각종 변칙 기술을 섞어서 굉천수를 터트렸는데도 모조리 다 막았다!

게다가 얼마나 얍삽하게 잘 싸우는지 싸우다가 울화통이 터질 뻔했다.

그런 초대형 뱁새가 굉천수를 맞았다고!?

처음에도 당하지 않은 굉천수를,

미리 경고까지 하고 때려 박았는데!

그걸 맞고 무력화돼서 굴러 가고 있다고!?

“아니, 뭐 이런 거지 같은 상황이 다 있어!”

상상도 하지 못한 현실에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살짝 실눈을 뜬 초대형 뱁새와.

“앗! 너!”

깜짝 놀라 손가락질하는 순간.

번개같이 눈을 감는 초대형 뱁새!

천문석은 감을 잡았다.

‘이 녀석 농땡이 부리는구나!’

싸울 때도 느꼈지만, 초대형 뱁새 이 녀석 잔머리가 미친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급한 상황이다.

가능하다면 초대형 뱁새를 타고 하늘로 빠져나가는 게 최선이다.

“야! 너 눈 뜬 거 다 보였다! 이제 눈 떠라!”

“뭐!? 눈 떴다고!? 진짜로!?”

깜짝 놀란 레이 실트가 외치는 순간.

휙휙휙휙-

초대형 뱁새는 절대 아니라는 듯 눈을 꼭 감고 고개를 빠르게 좌우로 휘저었다!

“어, 아닌 거 같은데?”

고개를 갸웃하는 레이 실트.

“잘 보세요.”

천문석은 말하는 즉시 손을 들어 초대형 뱁새 앞에서 박수를 쳤다.

짝, 짝짝, 짝짝짝-

리듬을 탄 박수가 터지는 매 순간.

번개같이 눈을 가리는 짧은 날개!

“……!?”

이 모습을 보는 순간 레이 실트는 감을 잡았다.

“와 미친! 지금까지 낚였던 거야!? 뭐가 이따위야!? 으아악-.”

레이 실트가 분통을 터트리는데도,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듯 계속 고개를 젓는 초대형 뱁새!

게다가 사방에서 몰려 와서 환호성을 지르는 꼬맹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와아아아아-

“아저씨! 이제 안 굴려요!?”

“앞에 언덕 있는데! 언덕까지는 굴려야죠!”

“맞아요! 저기 언덕에서 굴리면 부두까지 굴러 가요!”

“쾅쾅쾅! 다 때려 부수고 굴러 갈 수 있어요!”

“저희가 도와 드릴까요!?”

“야! 우리도 밀자!”

이야얍-!

이야아압-!

정신없이 외치고 환호성을 지른 꼬맹이들이 이제는 초대형 뱁새를 밀기까지 했다!

구릉, 구르릉-

오뚜기 인형처럼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히리히리히리맄-

초대형 뱁새는 추임새를 넣듯이 피리소리를 닮은 울음을 터트렸다.

우와아아아아아-

꼬맹이들은 밀 때마다 반응이 돌아오자, 환호성을 터트리며 더 열심히 밀었다.

“우리가 굴려서 올라가자!”

이얍-

이야얍-!

악을 쓰며 초대형 뱁새를 밀어붙이는 수십 명의 꼬맹이.

흔들흔들 움직이는 게 재밌는지, 꼬맹이가 밀 때마다 좌우로 움직이는 초대형 뱁새.

“야! 그만하고 빨리 눈떠! 이게 뭐 하는 거야!?”

마지막으로 분통을 터트리는 레이 실트까지.

긴박한도주전이 펼쳐져야 하는데 어이없게도 개그를 찍고 있었다.

“서리 늑대도 그러더니…… 각성 동물들 다 왜 이 모양이야!?

깊은 탄식을 할 때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가면 쓴 마력 각성자!

“레이님! 같이 도망간 사람! 그 가면 쓴 마력 각성자는 어디 갔어요!?”

“어? 걔? 반대쪽에서 밀고 있잖아?”

레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초대형 뱁새를 가리키는 순간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도망치세요! 당장 도망치세요!”

지나온 도로!

가면을 쓴 마력 각성자, 에코가 달려 오며 다급히 외쳤다.

“야, 너 안 밀고 뭐 하는 거야!?”

레이 실트가 버럭 소리칠 때.

초대형 뱁새를 밀던 꼬맹이 한 명이 빙글 몸을 돌려 에코에게 달려가며 외쳤다.

“가면 쓴 아저씨다! 카카카카카-.”

“으아악- 안 돼! 오지 마! 제발 오지 마세요!”

도망치라며 달려 오던 에코가 비명을 지르며 우뚝 멈췄다.

“카카카- 너 나 아는 게 맞구나!”

꼬맹이가 돌연 멈춰 서더니 버럭 외쳤다.

“백곰권! 앞발 후려치기!”

으아악-

에코는 재빨리 몸을 돌려 도망치는 순간.

크아아앙-!

진짜 곰처럼 포효를 지르며 손을 번쩍 드는 꼬맹이!

깡, 깡, 깡-

금속 부딪치는 소리가 세 번 울리고!

도망치던 에코는 앞으로 픽 쓰러졌다!

“이게 무슨!?”

레이 실트는 경악했다!

도망치는 데는 마스터 급 마법사 이상인, 냉기 마법사 에코가 저항도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때 꼬맹이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다다다닥-

번개같이 달려가 쓰러진 에코의 몸을 뒤집고 다리를 잡고 외친다.

“레이 실트는 내가 데려간다! 카카카- 모두 안녕이다!”

“뭐!? 누굴 데려간다고!?”

레이 실트가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꼬맹이는 기절한 에코의 발을 잡고 도로를 달렸다!

그르르르륵-

순식간에 멀어지는 꼬맹이와 에코!

에코가 일격에 기절해 꼬맹이에게 납치되는 어이없는 상황!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레이 실트와 어느새 눈을 뜬 초대형 뱁새는 멍하니 이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나 천문석은 달랐다!

가면 쓴 마력 각성자가 비명을 질렀을 때, 이미 뒤를 잡기 위해 달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

꼬맹이가 지나가는 타이밍,

번개같이 골목에서 뛰어나가며 외쳤다.

“야!”

“앗! 너!?”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 꼬맹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천문석은 앞뒤 가리지 않고 굉천수부터 때려 박았다.

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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