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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02화 (50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502화>

2020년으로 돌아오자마자.

무장한 헌터 수백 명이 달려드는 상황!

생각지도 상황에 모두가 굳어 있을 때.

천문석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밧줄을 끊고 배낭을 분리한 후.

동료들에게 배낭을 던지며 외친다.

휙, 휙, 휙-

“배낭 받으세요!”

“앗!”

“어, 엇!?”

얼떨결에 배낭을 받는 순간 천문석은 외쳤다.

“우선 튀고 보죠! 모두 준비하세요!!

외침과 동시에 번쩍 손을 드는 천문석!

이 자리의 모두는 1999년으로 떨어져 천문석과 같이 굴렀다.

천문석이 준비하라고 말하고 손을 들자, 앞으로 일어날 일을 깨달았다.

으아앗-

재빨리 눈과 귀를 가리고 바닥에 엎드리는 순간.

콰아아아앙-

굉천수의 섬광과 굉음이 터졌다!

“아악- 눈! 내 눈!”

“으앗- 뭐야?! 지금 뭐가 터진 거야?!”

……

돌진하던 헌터와 경호원들이 순간적으로 시력과 청력을 상실하고 균형감각이 무너져 구를 때.

천문석은 엎드린 동료들에게 외쳤다.

“제가 유인할 테니. 반대쪽으로 도망치세요!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이만…….”

달려가려던 천문석은 깜빡했던 걸 깨달았다.

“앗! 잠시만!”

천문석은 재빨리 잡낭에서 서류를 꺼내 추이린에게 내밀었다.

“추 수석님. 여기 사인! 빨리 사인해 주세요!!”

“뭐?!”

도망치려다가 붙잡힌 추이린은 서류를 봤다.

[배송 의뢰 물품 인수증]

“……야, 이런 긴박한 상황에!!”

“원래 급할 수록 이런 건 철저히 해야 하는 겁니다!”

추이린이 인수증에 사인하는 순간.

천문석은 바로 레이 실트에게 달려가며 외쳤다.

“강철봉! 이 강철봉 받아가셔야죠!”

다급히 도망치던 레이 실트는 깜짝 놀랐다.

“앗! 내 롱소드!”

레이가 걸음을 멈추는 순간.

보석 가면을 쓴 마법사, 에코가 회중시계를 연신 누르며 외쳤다.

“시간 없어요! 바로 튀어야 해요! 지금 뭔가 이상해요!!”

“뭐?”

레이로 위장한 아리엘은 재빨리 주위를 훑었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헌터들.

롱소드를 들고 달려오는 천문석.

오랜 도주 생활로 얻은 직감이 말한다.

지금 당장 여기서 튀어야 한다!

그리고 천문석은 믿을 만한 녀석이다!

“야, 나중에! 내 명함 있지?! 거기로 나중에 연락해 줘! 롱소드는 그때까지 맡길게!”

“알겠습니다!”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무력화된 헌터들에게 달렸다!

굉천수를 처음 맞았는데도, 벌써 몸을 일으키는 헌터들과 경호원이 있었다!

베테랑들이다!

힐끗 뒤를 돌아보니 동료들이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추이린과 김철수 발명가는 광장에 접한 카페로 들어가고.

레이 실트와 마법사, 초대형 뱁새는 한쪽 골목을 돌아 사라지고 있다.

2000년의 난장판에서 단련된 동료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이제 자신이 조금만 시간을 끌어 주면 추적을 끊고 모두 도망칠 수 있다!

천문석은 바닥에 넘어진 헌터와 경호원들을 확인했다.

헌터들의 통일되지 않은 장비와 복장, 모여 있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팀과 개인 단위로 급하게 모아들인 용병들!

통일된 장비의 경호원들은 W. S. 인더스트리 이사라는 사람들을 몸으로 덮고 있다.

한번 훑는 순간 이 집단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감이 왔다.

고용주와 밀착 경호원.

의뢰를 받은 용병 헌터!

그렇다면 조직력은 모래알이나 다름없을 거다.

천문석은 쓰러진 헌터들을 스쳐 지나가며 손을 뿌렸다.

탓, 탓, 탓-

절정의 공수탈백인(空手奪白刃)!

맨손으로 적의 무기를 뺏는 공수탈백인이 펼쳐지는 순간.

휙, 휙, 휘익-

균형감각을 잃고 쓰러진 사람들의 재킷, 헬멧, 장갑이 벗겨져 하늘로 날아올랐다!

천문석은 번개같이 재킷을 갈아입고, 안전 헬멧을 쓰고 장갑을 갈아 꼈다.

그리고 천둥 같은 외침을 터트렸다.

“동쪽이다! 이놈들 동쪽으로 도망치고 있다! 빨리! 급하다! 모두 당장 쫓아라!!”

* * *

청각을 회복하는 순간 들려오는 천둥 같은 외침!

“동쪽이다! 동쪽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몸을 끌어올리는 힘이 느껴졌다.

“어서 일어나! 동쪽! 저쪽이다! 빨리 달려!”

강제로 몸을 일으키고.

도로를 가리키며 등을 떠미는 손길!

얼떨결에 몇 걸음 걸은 헌터는 자신을 일으킨 사람에게 물었다.

“어, 그런데 너 누구…….”

“빨리 움직여! 타깃을 놓칠 생각이냐!”

버럭 외치는 소리에 움찔하는 순간.

동쪽 도로에서 낭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끈질긴 녀석들!]

[어떻게 알아챈 거야?!]

‘멀지 않다!’

순간 정신을 차린 모든 헌터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달리면 잡을 수 있다!’

순간 목이 터지라고 외치는 헌터들과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들!

“빨리 일어나! 동쪽이다! 동쪽으로 도망쳤다!”

“현상금을 더 올린다!”

“한 명당 2배씩 더 준다!”

“다섯 명 모두 잡아 오면 10배 지급한다!”

“반드시 우리가 잡는다!”

“당장 일어나! 빨리 달려라!”

다급한 외침이 사방에서 쏟아지고.

몸을 일으킨 헌터들이 동료를 강제로 일으켜 달렸다!

낭패한 외침이 들려왔던 방향!

동쪽으로!

엄청난 현상금에 눈이 돌아간 헌터들은 정신없이 달렸다.

광장에 가득 찼던 수백 명의 헌터들이 동쪽으로 달리고.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와 경호원들도 이들을 쫓아 달려갔다.

어느새 동쪽 도로를 향해 달리는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천문석의 일행 중 동쪽으로 도망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연히 추격 중인 헌터들은 금세 이상을 느끼고, 달리는 헌터들은 사방으로 흩어질 예정이었다.

이때 시가지 동쪽 방향, 골목에서 낭패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으아악- 뭐 이리 빨라!]

[여기로 도망친 걸 어떻게 알아챈 거야?!]

……

헌터들은 외침이 들려오는 골목으로 우르르 쏟아져 들어갔다.

“샅샅이 뒤져라!”

“어디에 숨은 거야?!”

“벽이랑 바닥 모두 확인해라!”

……

그러나 낭패한 외침이 들려온 골목은 텅 비어 있었다.

이 순간 반대쪽 골목에서 들려오는 외침!

[앗! 이 끈질긴 녀석들!!]

[으아앗- 어디까지 쫓아오는 거야!]

순간 다시 한번 우르르 몰려가는 헌터들.

마치 낚싯줄에 걸린 미끼를 쫓아 달리듯, 헌터들은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낭패한 외침을 정신없이 쫓았다.

막다른 골목, 카페 안, 건물 옥상, 반쯤 층이 열린 2층!

헌터들이 달리는 바로 앞에서 쉴 새 없이 아슬아슬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낭패한 외침이 들려온 어느 곳에도 쫓고 있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낭패한 외침은.

천문석이 내력에 소리를 담아 던진 거였다.

‘이번에도 얼렁뚱땅 어떻게 잘 넘겼구나! 흐흐흐-‘

천문석은 내심 웃음을 터트리며 같이 달리는 헌터에게 슬쩍 물었다.

“야, 근데 우리 쟤네들 왜 잡아야 하는 거야?”

“뭐? 너 의뢰 내용도 모르고 달리고 있는 거야?”

질문을 들은 헌터가 어이없어 하는 순간.

천문석은 앞서 달리는 우락부락한 헌터를 슬쩍 가리키며 목소리를 낮췄다.

“저기 우리 팀장이 설명해 주긴 했는데…… 그때 내가 술이 좀 돼서…… 슬쩍 말해 줘. 팀장한테 걸리면 아작 나거든. 흐흐흐-.”

천문석이 목소리를 낮춰 음흉하게 웃는 순간 헌터는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하- 이 어이없는 녀석. 너 일주일쯤 전에 일어난 사기 전단지 사건 기억하지?”

“사기 전단지 사건?”

반문하는 순간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부산 던전 7층으로 내려가던 중 듣게 된 헛소문!

사기꾼 수십 명이 재금 그룹의 숨겨진 후계자를 찾는다는 전단지를 만들어서 뿌렸다!

어이없게도 최설이 거기에 낚일 뻔했고, 자신은 그 전단지를 역 이용해서 추이린 수석 연구원을 찾는 가짜 전단지를 만들어서 뿌렸다.

“그 재금 그룹 후계자 찾는다는 그 사기 전단지?”

천문석이 말하는 순간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헌터.

“맞아 그 사기 전단지. 알고 보니까 그 사기 전단지에 적힌 후계자라는 사람이 다른 곳에도 사기를 쳤나 보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현상금이 걸린 거다.”

“다른 곳?”

헌터는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W. S. 인더스트리.”

“뭐?!”

‘그러고 보니 W. S. 인더스트리 이사들이 있었다!?’

W. S. 인더스트리는 미국의 세계 패권을 상장하는 초거대기업!

전술 등급 나이트 아머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유일한 기업이었다!

“와! 완전 미친놈이네. 재금 그룹 오너의 후계자라더니, W. S. 인더스트리에도 사기를 쳐?! 그래서 현상금이 걸렸다고?!”

“그러니까 말이야. 역시 세상에는 미친놈이 많다니까. 재금 그룹에 W. S. 인더스트리라니. 그 녀석은 모르긴 몰라도 인터폴 수배도 떨어졌을걸?”

“그렇지!”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재금 그룹과 W. S. 인더스트리 모두 세계적으로 악명이 엄청나다.

역으로 말하면 그 엄청난 악명을 가지고도 독보적인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말이었다.

그 어떤 권력자라도 두 초거대기업에 잘 보일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다!

“와, 걔네들 잡히면 완전히 끝장나겠는데?”

천문석이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하듯 말하자 고개를 젓는 헌터.

“걔네들이 아니라 한 놈이다. 구분 방법이 없어서 우선 전부 잡고 확인하겠지만 말이야.”

“그렇구나. 그 미친놈 이름…….”

갑자기 말을 멈춘 천문석.

천문석은 너무나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휴일 아침, 작업복을 입고 류세연이 “삼촌 바빠?”라고 질문한 후 벌어질 일처럼.

-고기를 구워 먹을 때면, ‘콰앙-‘박력 있게 옥상 문이 열리고 들려오는 외침처럼.

새벽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하단 듯 머릿속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조각들이 있었다.

그리고 헌터가 입을 여는 순간.

“그 녀석 이름…….”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흩어진 조각들이 단숨에 하나로 맞물렸다.

-사기 전단지에 적힌 재금 그룹 오너의 후계자.

-W. S. 인더스트리에 사기를 친 현상 수배자.

그리고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청바지에 로브를 걸치고.

머리에 비녀를 몇 개나 꽂은 채.

헬스장 강철봉을 중앙 지열봉 통제 콘솔에 내려치던 사람!

이 사람은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드높은 자부심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이름을 말했었다.

“레이 실트.”

* * *

“레이…… 어, 뭐야? 너 이름은 알고 있던 거야?”

같이 달리는 헌터가 뻘쭘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천문석은 이 헌터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사기 전단지에 적힌 [레이 실트]라는 이름을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그런데 중앙통제실에서 만난 레이 실트가.

자기 이름이 ‘레이 실트‘라고 직접 말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떻게 이걸 눈치채지 못했을까?!’

의문을 품는 순간 바로 답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때는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헌터 왕족!

캐부자 중의 캐부자!

레이 실트가 움직이는 중견 기업, 마법 마도구 제작자라는 걸 알았을 때였다!

순간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방금 광장에서 김철수 발명가가 한 말!

‘W. S. 인더스트리의 이사들!’

재금 그룹 오너의 후계자.

W. S. 인더스트리에 현상 수배당한 사기꾼.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초거대기업의 이사들이 직접 움직였다는 게 말해 주는 게 있었다.

명불허전(名不虛傳).

이름은 헛되이 전해지지 않는 법!

‘레이 실트‘라는 이름에 그 정도의 무게가 있다는 것이다!

순간 천문석은 촉이 왔다!

대박의 촉이!

“야! 나 먼저 간다!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어!”

천문석은 같이 달리는 헌터에게 외치고, 재빨리 몸을 돌려 달렸다!

서쪽.

레이 실트가 달려간 골목길이 있는 방향으로!

‘레이님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천문석은 수백 명의 헌터들을 거슬러 레이 실트를 찾아 달리며 마음으로 외쳤다!

이때 레이 실트와 에코는 분통을 터트리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으아악- 야, 이게 뭐야!?”

“으아앗- 죄송합니다! 경계석이 다 떨어져서…….”

……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모습을 어이없어 하는 눈으로 내려다보는 꼬맹이가 있었다.

“쟤들 뭐 하는 거야?”

흑전을 가진 무공 각성자가 사라지자마자, 둘로 나뉜 무리 중 하나를 찍었다!

그리고 지붕을 몇 개나 뛰어넘어 쫓아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보였다.

“뭐지? 쟤들 왜 강습 수송병을 굴려서 이동해?”

데굴데굴데굴-

거대한 짐볼처럼 도로 위를 구르는 마도 제국의 강습 수송병, 초대형 뱁새.

초대형 뱁새를 마력 각성자 둘이 붙어서 악을 쓰며 굴리고 있었다.

“으아악- 야, 언제까지 밀어야 해!”

“조금만 더! 조금만 더요! 곧 시력 회복하고 일어설 거예요! 으아앗-.”

“…….”

하아아-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

“하, 시바- 레이가 기억까지 봉인했어도 저렇게 멍청할 리는 없는데…… 그냥 다른 놈들 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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