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89화 (490/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89화>

우오오오오오오-

서리 늑대의 용맹한 하울링 소리가 경복궁에 울려 퍼졌다.

발로는 얼어붙은 도마뱀 괴수 머리를 밟고!

등 뒤에는 푸른빛 고드름으로 꽁꽁 얼어붙은 게이트가 있다!

게다가 하울링에서 전해지는 마력으로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용맹까지!

서리 늑대는 신화 속 신수처럼 위풍당당했다.

이 위풍당당한 모습에 환호성과 찬탄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

“서리 늑대!”

“초능력 개!”

“시고르자브르!”

……

그러나 천문석은 경악한 얼굴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얼음 동상이 된 마수와 몬스터!

꽁꽁 얼어붙은 도마뱀 거대괴수!

수천 개의 고드름이 자라난 광화문 게이트!

지금 이 순간 용맹하게 울부짖는 하울링까지!

모든 곳에서 ‘서리혼’이 느껴졌다!

눈앞의 서리 늑대가 마지막 서리 늑대인데!

지금 마지막 서리 늑대의 서리혼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다!

천문석은 서리 늑대의 머리 위에 홀로그램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ㅁ/ㅁ/□/■/■]

깜빡이며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배터리 홀로그램이!

으아-!

‘아아아악-.’

천문석은 터지려는 분통을 다급히 속으로 삼켰다.

화를 내선 안 된다!

혹시라도 서리 늑대가 삐져서 드러누우면 끝장이다!

천문석은 재빨리 서리 늑대를 살폈다.

서리 늑대는 용맹하게 하울링 하면서도, 힐끔, 힐끔 자신을 곁눈질하고 앞발로 휙휙- 초대형 뱁새와 황금빛 니케를 가리키고 있다!

천문석의 귓가에 서리 늑대의 외침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봤지!? 재들이 땅에 내려 오면 내가 이겨!’

뭐지, 이 지기 싫어하는 꼬맹이 같은 모습은!?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었다.

서리 늑대는 초대형 뱁새와 18:1로 싸워서 일방적으로 쥐어 터졌다.

더욱 슬픈 건 서리 늑대가 18마리였다는 사실이다!

‘하아- 너희들 왜 이렇게 방어력이 저질이냐?’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터지고 어이없었지만, 지금은 이 지기 싫어하는 꼬맹이 서리 늑대의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천문석은 꼬맹이 비위를 맞추는 데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였다.

악마 같은 꼬맹이 놈들이 득실거리는 지옥, 키즈 카페에서 전천후 비정규직 부점장으로 일했으니까!

꼬맹이들은 리액션이 중요하다!

천문석은 조심조심 서리 늑대에게 다가가며 준비했다.

깜짝 놀란 ‘표정’!

깜짝 놀란 ‘몸짓’!

깜짝 놀란 ‘목소리’!

이 모든 게 합쳐진 깜짝 놀란 리액션을!

천문석은 깜짝 놀란 사람 그 자체가 되어 외쳤다!

“으앗! 너 이렇게 강했어!? 몇 마리나 상대한 거야!? 와 장난 아닌데! 저기 뱁새, 다람쥐는 상대도 안 되겠어!”

고개를 뻣뻣하게 치켜들고 하울링 하는 서리 늑대의 귀가 좌우로 쫑긋쫑긋 움직였다.

서리 늑대는 안 보는 척, 안 듣는 척 천문석에게 이목을 집중한 상태!

순간 천문석은 폭풍 같은 칭찬을 쏟아 냈다!

“와! 너 왜 이렇게 대단한 거야!?”

“털 색깔도 윤기 있고!”

“귀도 쫑긋 멋지게 섰고!”

“얼음 불꽃 엄청 시원하고!”

“탱탱탱! 튕기는 털도 완전 재밌고!”

“푸른 눈을 보고 있으면 바다 같고!”

“볼록 나온 배도 찹쌀떡처럼 귀엽고!”

“꼬리는 보글보글 풍성해서 따듯하고!”

“이빨도 하얗…… 시뻘게서 섬뜩하고!”

……

쓱쓱, 쓱쓱쓱-

서리 늑대의 긴 털을 쉴 새 없이 손가락 빗질하며 폭풍 같은 칭찬을 쏟아 낸다!

쉴 새 없이 쏟아붓던 칭찬의 내용이 어느새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목소리도 우렁차고!”

“발바닥도 탄탄하고!”

“눈도 두 개고!”

“송곳니도 있고!”

“발도 네 개고!”

“털도 있고!”

……

천문석은 너무나 당연한 것을 과장되게 칭찬했고, 서리 늑대는 어느새 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을 받고 있었다.

사실 칭찬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일관’되고, ‘진지’하게, ‘진심’을 담아서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중요했다!

천문석은 이걸 알바 현장에서 배웠다.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생 시절부터 시작한 알바.

세상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24시간 인상을 쓰는 사람.

말끝에 욕을 달고 사는 사람.

모든 대화에 면박을 주는 사람.

……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게이지가 쭉쭉 차오르던 사람들!

전생 천마로 마도 18문에서 만났다면, 즉시 물리치료를 해 줬을 사람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았다!

그때는 전생을 기억하기 전이었다.

그리고 알바를 하지 않으면 생계가 위험했고 계속 알바를 하자니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그래서 이 폭풍 칭찬법을 만들어 냈다!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이 좋다.

‘귀 끝이 너무 예쁘세요!’

‘젓가락질을 너무 잘하시네요!’

‘와, 악력이 왜 이리 강하세요!?’

……

처음에는 이 새끼 뭐야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형, 누나, 삼촌, 이모, 동생들!

그러나 ‘일관’되고, ‘진지’하게, ‘진심’으로 칭찬을 계속하면 어느새 칭찬을 받는 데 익숙해진다.

모든 것에는 관성이 있고 그건 칭찬도 마찬가지다.

칭찬을 받는 사람은 어느새 칭찬받는 내용 그대로의 사람이 되기 마련!

찡그린 얼굴은 펴지고.

거친 목소리는 온화해지고.

까칠한 성격은 누그러진다.

천문석은 이 폭풍 칭찬법으로 수많은 알바 현장의 분위기를 개선했다!

그러나 이 칭찬법이 제대로 안 통하는 존재들이 있었으니!

키즈 카페의 악마 꼬맹이들!

그중에서도 악마 대장이자 마왕급 꼬맹이, 앙꼬!

마왕 꼬맹이 앙꼬에게 이 칭찬법을 쓴 순간!

자신은 앙꼬가 먹던 사탕을 강제로 먹어야 했다!

상상만으로도 되살아나는 고통과 분노, 치욕!

으드득-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가는 순간.

깨애앵-?

서리 늑대가 짧게 울며 의아하게 바라봤다.

아차, 손가락 빗이 털 결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쓱, 쓱, 쓰으윽-

천문석은 재빨리 정 방향으로 털을 쓰다듬으며 폭풍 칭찬을 계속 이어 갔다.

“이야! 털이 왜 이리 멋져!?”

“반들반들 반짝이면서도, 탄력 있는 게 장난이 아닌데!”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빛나네!”

……

어느새 천문석은 칭찬을 하지도 않았다.

칭찬하던 어조 그대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목소리의 높낮이, 어조, 분위기는 칭찬을 하던 때와 똑같았고.

서리 늑대는 어느새 흐물흐물 녹아내린 얼굴로 바닥에 반쯤 드러누워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순간 감이 왔다!

‘됐다! 완전히 먹혔다! 이대로 데려가면 된다!’

“자 이제 업히자…….”

천문석은 조심조심 서리 늑대를 들어 올려 등에 업었다.

북한산을 달리며 몇 시간 동안이나 업혔던 서리 늑대는 천문석이 업는 순간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커다란 얼굴을 어깨 위에 올리고, 기다란 꼬리로 허리를 감아 고정했다.

“자 그럼 우리 승리도 했으니까. 집에 갈까?”

조심스럽게 묻는 순간.

알겠다는 듯 돌아오는 대답!

컹, 컹-

이제 달릴 때다!

천문석은 단단하게 얼어붙은 도마뱀 거대 괴수 위를 미끄러졌다!

쓰으으으으윽-

얼어붙은 금속 질감의 비늘 위를 미끄러져 땅에 떨어지는 순간.

쿵-

내력이 실린 다리를 굽혀 충격력을 돌진력으로 전환하여!

뛴다!

콰아아앙-

잔뜩 눌린 스프링처럼 튀어 나가는 천문석!

서리 늑대를 업은 천문석은 엄청난 속도로 광화문 게이트 저지선을 달렸다!

“준장님!”

“서울 헌터 부대 준장님!”

사방에서 외침이 들려오고, 경례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충성!”

“충성!”

……

낯익은 사람도 낯선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전해지는 마음은 똑같았다.

경의와 감사!

1999년 12월 30일에 떨어져, 오늘 2000년 1월 1일에 집으로 돌아간다.

불과 3일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나 이 3일 동안 세기말 대한민국, 이 불꽃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이 숨 쉬고 같이 싸웠다!

천문석은 문득 주위를 돌아봤다.

하늘에선 초대형 뱁새와 황금빛 니케가 추격전을 벌이고, 지상에는 전차와 장갑차, 수천의 군인이 저지선을 펼치고 있다.

마수와 몬스터를 쏟아 내던 광화문 게이트는 서리혼이 담긴 고드름으로 막힌 상황!

문득 고개를 들어 집으로 돌아갈 문이 열릴 빌딩 난간을 바라봤다.

난간에 세워진 시계가 내력이 실린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00:19:57]

EMP 마력 폭풍이 터질 때까지는 20분도 남지 않았다!

천문석은 다시 한 번 역사를 바꿨다는 걸 깨달았다.

광화문 게이트가 서리 늑대가 만든 고드름으로 막혔다!

지금이라면 EMP 마력 폭풍이 터져 전자기기와 화약 무기가 무력화돼도 큰 피해 없이 후퇴할 수 있다!

전차와 장갑차 같은 장비는 잃겠지만, 수천의 군인은 무사하다!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게이트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마수와 몬스터와 싸운 경험을 가진 수천의 군인들!

수많은 각성자가 나오고 역사가 다시 한 번 바뀔 거다!

그러나 나비 효과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자신이 친 사고만으로도 나비의 날갯짓은커녕 태풍을 일으킬 정도니까!

순간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희열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통쾌하게 웃은 천문석은 2000년의 군인들을 향해 내력을 실어 외쳤다.

“서울 헌터 부대! 이세기 준장이 알린다!”

천둥 같은 고함이 대기를 흔들고, 찬사를 보내던 모두의 시선이 서리 늑대를 업고 달리는 천문석에게 모였다.

이 순간 천문석은 불꽃 같은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마침내 게이트 전쟁에서 승리할 2000년의 모든 이들에게 외쳤다.

“그 어떤 고난이 닥쳐도 우리는 승리한다!”

우와아아아아아-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다시 한 번 외치는 군인들!

“이세기 준장님!”

“서리 늑대!”

“시고르자브르!”

“우리는 승리한다!”

……

사방에서 쏟아지는 환호 속을 달리며 천문석은 내력을 담아 다시 한 번 외쳤다.

“모두를 만나 영광이었습니다!”

파아아아앙-

이 순간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이 천문석의 외침을 지워 버렸다.

그리고 폭발하듯 생겨난 엄청난 황금빛!

광화문에 자리한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이글거리는 황금빛이 게이트 위에 생겨났다.

그리고 이 황금빛 속에서 무언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거대한 투구가 튀어나오고, 그 뒤로 유선형의 갑옷이 이어졌다.

1미터, 3미터, 7미터 10미터……!

황금빛으로 빛나는 유선형의 갑옷이 끝도 없이 나오다가 멈추는 순간.

보였다.

부드럽게 휘어 볼록 솟은 등.

작은 손이 튀어나와 있는 팔.

엉덩이 아래로 툭 튀어나온 기다란 꼬리까지.

갑옷의 형체만 봐도 그 안에 있는 게 인간의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마치 동물이 전신 갑옷을 입은 듯한 모습!

그리고 모두의 뇌리에서 한 동물의 이름이 떠올랐다.

“저거!?”

“갑옷 모양이 완전…….”

“저거 설마……?”

“다람쥐야……!?”

누군가 말한 순간.

무시무시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킼, 키키키킼키키킼키키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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