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88화>
“…….”
천문석의 시선이 쓰러진 제임스 김 요원에게서 당당히 외치는 국정원 최 팀장에게 이동했다.
대답이 없자, 다시 한 번 외치는 국정원 최 팀장.
“1억 2천! 시고르자브르 종 개도 1억 2천! 합이 무려 2억 4천입니다!”
“…….”
천문석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CIA 제임스 김 요원이 1억 ‘달러‘를 불렀다.
국정원 최 팀장은 그걸 듣고도 당당히 2억 4천만 ‘원’을 부르고 있다.
1억 ‘달러’ vs 2억 4천만 ‘원’.
와-
순간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 나왔다.
아니, 인간적으로 미국에서 1억 달러!
1000억이 넘는 돈을 불렀는데, 반은 맞춰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천문석은 외쳤다.
“와! 2억 4천이요!? 이거 진짜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아니, 인간적으로 반은 맞춰 줘야죠!”
순간 움찔한 국정원 최 팀장이 다급히 외쳤다.
“아직 IMF 외환위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국익을!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대한민국 국민을 생각해 주세요!”
“아니, 그 금 모으기 운동도 결국 대기업들 부가가치세 탈루로…….”
극비리에 조사하고 묻어 버린 사건이 튀어나오는 순간.
으아아악-
국정원 최 팀장은 깜짝 놀라 괴성을 질러 목소리를 지우고 반사적으로 달려들었다.
“국보법 위반입니다! 현행범으로 우선 임의 동행하겠습니다!”
탓, 탓, 탓-
재빨리 스텝을 밟고 들어와 번개같이 잽을 날린다!
휭-
손을 들어 막으려는 순간.
후우우웅-
다리를 향해 내리찍듯 떨어지는 로우킥!
‘잡았다!’
국정원 최 팀장이 확신하는 순간.
뻐억-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어어어억- 내 다리!”
국정원 최 팀장이 덜렁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나뒹굴었다.
“…….”
반사적으로 마주 로우킥을 갈긴 천문석.
천문석은 어이없어하는 눈으로 데굴데굴 구르는 국정원 최 팀장을 봤다.
중랑천에서 한강까지 군인들과 시민들 앞에서 수없이 많은 마수와 몬스터를 아작냈다!
그중에는 전신이 암석으로 된 상급 몬스터 바위 트롤도 있었다!
당연히 국정원은 보고를 받았을 거다.
강철봉으로 바위 트롤 몸을 깨뜨리는 사람 다리에 로우킥을 갈긴다고!?
부러지는 게 당연했다!
순간 최 팀장이 머리 위에 생겨나는 그림자.
“컥, 커억- 신임장…… 이 신임장을! 받으세요!”
리버 블로 삼연타를 맞고 쓰러졌던 제임스 김 요원!
제임스 요원이 컥, 컥- 거리며 기어 와 최 팀장의 품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내밀며 외쳤다.
“1억!”
순간 부러진 다리를 잡은 최 팀장이 악을 쓰며 외쳤다.
“끄어억- 2억 5천!”
그리고 두 사람은 경매라도 하듯이 잇달아 외쳤다.
“1억 5천!”
“2억 6천!”
“1억 6천!”
“2억 7천!”
……
어느새 미국과 한국의 요원들도 몸싸움을 멈추고.
발작적으로 숫자를 외치는 제임스 김 요원과 국정원 최 팀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군인들과 연구원, 전문가 모두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모였다.
서울 헌터 부대 준장!
과연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자리에 모인 모두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천문석을 바라봤다!
이때 한국말을 어느 정도 아는 주한 미군 병사 몇몇이 고개를 갸웃했다.
“1억이 넘게 차이 나는데. 이거 승부가 안 될 거 같은데?”
“그래도 미국 시민권 주면 미국으로 오지 않을까?”
“시민권이 1억 달러 가치라고? 제정신이야?”
“그리고 이 사람은 서울 헌터 부대 준장이라고! 한강에 얼음 다리를 만든 그 사람!”
이미 미군에도 서울 헌터 부대 준장의 정보가 퍼진 상황!
미군은 경의가 담긴 눈으로 서울 헌터 부대 준장을 봤다.
이 남자와 ‘시고르자브르‘가 한 일들은 그야말로 실존하는 기적이었다!
1억 6천만 달러라고 해 봤자, 전투기 5, 6대 가격!
실존하는 기적을 회유하는 액수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주한 미군 병사들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에 CIA 놈들 짠돌인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러게 말야 화끈하게 3억 달러쯤 부르지!”
이 이야기를 들은 한국군 병사들과 국정원 요원들의 얼굴이 기괴하게 변해 갔다.
제임스 김 요원. 1억 6천.
국정원 최 팀장. 2억 7천.
그러나 이들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
“…….”
그렇기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때 국정원 최 팀장이 악을 쓰듯 외쳤다.
“3억! 더는 안됩니다! 3억 드리겠습니다! 여기에 애국 상장과 상패를 추가로 수여하겠습니다!”
제임스 김 요원이 바로 외쳤다.
“2억! 이건 계약금일 뿐입니다! 금전뿐만 아니라 명예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조마조마한 눈빛을 보내는 국정원 최 팀장과 제임스 요원!
“…….”
천문석은 서울 사태 이후 수많은 사건·사고를 겪었다.
황당하고, 어이없고, 분통 터지고,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수많은 사건·사고를!
그러나 그중에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황당했다!
3억 vs 2억.
혹시 모르니 다시 한 번 국정원 최 팀장에게 확인했다.
“3억 부른 게 ‘원‘이죠? ‘달러‘아니죠?”
“네? 3억 달러요? 하하하- 농담도?”
최 팀장은 마치 재밌는 농담이라도 들은 사람처럼 웃었다.
“하하하, 하하…….”
“…….”
그러나 천문석이 말없이 보고만 있자, 최 팀장의 웃음소리는 순식간에 잦아들었고 곧 정적이 내려앉았다.
“…….”
싸늘한 시선이 쏟아지고, 질식할 것 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3억 달러 vs 2억 원!
3600억 원 vs 2억 원!
천문석은 참을 수 없었다.
애국심이란 이름으로 시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이 불합리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시바- 반은 맞춰 줘야 할 것 아냐! 인간적으로 절반! 아무리 힘들어도 1할은 맞춰 줘야지!’
이 불합리한 세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천문석은 준엄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나는…….”
순간 세 가지 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훙훙, 훙훙훙-
초대형 뱁새의 거센 날갯짓 소리!
파앙, 팡팡팡-
황금빛 니케의 가속하는 소리!
우오오오오오-
서리 늑대의 용맹한 하울링!
번쩍 고개를 드는 순간 보였다.
북악산 앞 청와대!
크게 원을 그린 초대형 뱁새가 돌아오고!
그 뒤를 황금빛 니케, 서리 늑대가 쫓고 있다!
‘아차! 서리 늑대!’
갑자기 거액의 포상금이 튀어나와 진짜 목적을 깜빡했다!
어차피 여기서 돈을 받아 봤자 미래에 가서는 쓸모도 없…….
‘어, 아니지!’
순간 머리를 스치는 수많은 아이디어!
천문석의 머리가 엄청난 속도로 돌아갔다.
“그래서 선택이 어떻게 됩니까!?”
최 팀장의 외침이 천문석의 생각을 끊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천문석은 주위를 먼저 살폈다.
거리를 두고 인파 곳곳에 있는 검은 정장을 입은 국정원과 CIA 요원들!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요원들의 손이 품 안에 들어가 있다.
부자연스러운 손 모양만 봐도 이들의 생각이 짐작 갔다.
그리고 방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아이디어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얼마나 큰 대가를 준다고 약속했는지는 상관없었다.
한가지가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어떤 대가를 약속했건 의미 없었다.
신의(信義).
순간 마음이 가라앉고 미망이 끊어졌다.
이제 이 광대놀음을 끝낼 때다.
주위를 포위한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인 상황.
게다가 요원들은 여차하면 강압적인 방법을 쓸 준비를 끝냈다.
말로 좋게 끝낼 때는 지났다.
천문석은 가장 빠르고 간단한 방법을 선택하고 잇달아 외쳤다.
“결정했습니다!”
“모두 이 손을 봐주세요! 제가 박수를 치는 순간!”
“이 손이 주먹을 쥐면 미국! 가위를 만들면 한국입니다!”
말이 끝나는 동시에 천문석의 활짝 펼친 손바닥이 머리 위로 움직였다.
모두의 시선이 천문석의 손바닥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양손이 머리 위에 도착하는 순간.
천문석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이 칠 수 있는 최고의 박수를 쳤다.
굉천수를!
* * *
콰아아아앙-
섬광에 시야가 하얗게 물들고, 굉음에 청력이 날아가 버린다.
균형 감각이 무너진 사람들이 와르르 나뒹굴 때.
천문석은 번개같이 앞으로 달렸다.
“준장님!”
“잠시만! 잠시만요!”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신의 없는 이의 말은 들을 가치가 없다!
지금은 서리 늑대를 낚아채서 돌아가는 게 우선이다!
힐끗 살핀 빌딩 위 EMP 마력 폭풍 카운트 다운은 41분!
약화한 굉천수를 터트렸기에 전방에는 영향이 없다.
타타타타탕-
광화문 게이트에 다가갈수록 육중한 중기관총 총성이 점점 커진다!
그리고 세 존재가 보였다!
훙훙, 훙훙훙-
마력 폭풍을 휘감고 하늘을 나는 초대형 뱁새!
팡팡, 파아아-
황금빛에 휩싸여 지그재그로 가속하는 니케!
우오오, 우오-
힘겹게 하울링 하며 땅을 달리는 서리 늑대.
초대형 뱁새, 황금빛 니케가 현란한 공중 추격전을 벌일 때.
서리 늑대는 헥헥- 거리며 그 뒤를 열심히 따라오고 있었다.
“…….”
용맹하게 하울링 하며 강적과 싸우기 위해서 달려갔는데.
초대형 뱁새도 황금빛 니케도 서리 늑대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당연했다.
서리 늑대가 열심히 쫓아가 얼음 불꽃을 날렸을 때는 뱁새와 니케는 이미 휙- 반대쪽으로 날아간 후였다.
얼음 불꽃은 뱁새와 니케를 스치지도 않았고, 서리 늑대는 구름을 따라 달리는 강아지처럼 의미 없이 달리고 있었다.
순간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짠내가 느껴졌다.
“와, 저 멍청한 녀석! 야, 그만하고 이제 돌아와! 너 뭐 하냐!”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우뚝 멈춰 서는 서리 늑대!
서리 늑대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자신은 신경도 안 쓰고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나는 두 원수.
천공의 제왕과 도토리 숲의 악마!
자신을 향해 달려 오고 있는 친구의 한심하게 바라보는 시선!
-……
서리 늑대는 침묵했다.
이때 문득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크아아아-
끼이이익-
쿠르르릉-
빛의 원반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수와 몬스터들!
서리 늑대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너무나 맘에 들게도 저놈들은 하늘을 날지 못한다!
“야! 얼른 돌아와! 이제 집에 가자!”
친구가 다시 한 번 외친 순간.
우오오오오오-
서리 늑대는 용맹하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마수와 몬스터를 향해 돌진했다!
휘이이이이잉-
몰아치는 얼음 불꽃을 전신에 두르고!
* * *
서리 늑대가 게이트 앞 살상지대로 뛰어들었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아니 거기는 갑자기 왜 들어가!? 위험해!
천문석이 다급하게 외치며 달려가는 순간.
타타타타타타-
마수, 몬스터에게 쏟아지는 중기관총 사선으로 들어가는 서리 늑대!
휘이이이잉-
순간 폭발하듯 일어난 눈보라가 몰아쳤다!
콰드드드득-
돌진하던 마수와 몬스터가 단숨에 얼어붙고!
쾅, 콰아앙-
다음 순간 중기관총에 도자기 인형처럼 깨져 나갔다!
이때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사선 확인!”
“사선 확인!”
“저 개 아군이다!
“사격 중지!”
“멈추라고!”
“시고르자브르다! 사격 금지!”
……
다급한 외침과 함께 사격이 서서히 멈추는 동안.
서리 늑대는 종횡무진 쏟아지는 마수와 몬스터를 몰아쳤다.
휘이이잉-
얼음 불꽃으로 단숨에 얼리고!
탱탱, 탱탱탱-
탄성 있는 동글동글한 몸으로 돌진해 박살 낸다!
열, 스물, 서른 마리!
한번 돌진할 때마다 하급 마수와 몬스터 수십 단위가 박살 났다!
검치호, 트롤 같은 중급 마수와 상금 몬스터는 얼음 불꽃의 엄청난 마력에 몸이 서서히 느려진 순간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찢긴 상처로 스며든 서리혼의 마력에 어느새 피는 얼음 알갱이로 변해 흘러나왔다.
서리 늑대는 파죽지세로 마수와 몬스터를 밀어붙였다!
1차 저지선으로!
그리고 그 너머 게이트를 향해서!
어느새 게이트 앞에 도착한 서리 늑대는 쏟아지는 마수와 몬스터를 향해 냉기 불꽃을 폭발시켰다.
휘이이이잉-
엄청난 냉기를 품은 눈보라가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수와 몬스터를 순간적으로 얼려 버렸다!
콰드드드득-
몇 걸음 걷기도 전에 얼음 덩어리가 되는 마수와 몬스터 무리!
서리 늑대는 밀려 오는 파도를 막아 내듯, 2차 게이트 웨이브를 홀로 막아 냈다!
어느새 사격은 완전히 멈췄다.
군인들은 서리 늑대가 마수와 몬스터를 박살 내는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봤다.
게이트에서 쏟아지던 마수와 몬스터 무리가 완전히 끊기고.
콰드드드득-
게이트 링에서 생겨난 고드름이 게이트 전체를 꽁꽁 얼려 버렸다!
우와아아아아아-
순간 엄청난 환호성과 탄성이 쏟아졌다.
“역시 초능력 견종!”
“서리 늑대!”
“시고르자브르!”
“신화 속 신수다!”
“저거 완전 펜릴 아냐!? 펜릴!?”
……
휘이이이이잉-
서리 늑대는 흩날리는 냉기 불꽃을 휘감은 채로 도마뱀 거대괴수 머리 위에 서서 사방에서 쏟아지는 환호성을 들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용맹하게 하울링 했다.
우오오오오오-
서리 늑대의 하울링이 울려 퍼지는 순간.
저지선의 군인들이 지르는 환호성은 몇 배로 커졌다.
우와아아아아아-
촤르르륵-
이때 천문석이 던진 밧줄 달린 흑요석이 나선을 그리며 날아가 도마뱀 마수 머리에 박혔다!
흑요석에서 전해진 회전력으로 팔에 휘감기는 밧줄!
천문석은 단숨에 도마뱀 머리 위로 올라갔다.
천문석이 나타나는 순간.
우오오오오오오-
서리 늑대의 하울링이 더 크고 더 용맹하게 울려 퍼졌다!
‘봤지!? 내가 엄청 잘 싸우는 것 봤지!?’
라고 말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