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87화>
광화문 게이트를 겹겹이 둘러싼 저지선으로 초대형 뱁새가 날아갔다.
히리히리히리-
피리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훙훙, 훙훙훙-
거센 바람이 폭풍처럼 밀려 왔다.
순간 휙 하늘을 지나가는 거대한 하얀색 물체!
“하늘!”
“비행 마수!?”
“모두 하늘을 확인해라!”
다급한 외침이 사방에서 터지고.
군인들은 반사적으로 하늘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가 멍해졌다.
새하얀 털.
착해 보이는 검은 눈.
동글동글한 몸과 머리.
짧은 날개와 삼각형의 작은 부리.
“뱁새!?”
“무슨 뱁새가 저렇게 커!?”
보통 뱁새는 손안에 쏙 들어올 정도 크기다!
하지만 지금 하늘을 나는 뱁새는 몸길이가 몇 미터나 됐다.
게다가 새하얀 몸에선 신성하게까지 보이는 불꽃이 흩날린다.
초거대 뱁새가 전설 속 불사조처럼 불꽃을 흩날리며 날고 있었다!
이 모습에 군인들은 멍하니 초대형 뱁새를 바라봤다.
“무슨 하늘에서 보낸 사자 같네…….”
“……저거 사격해야 합니까?”
“…….”
군인들은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고, 지휘관들도 사격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귀여움은 포유류의 유전자에 각인된 생존전략.
엄청나게 커졌지만, 여전히 귀여운 뱁새에게 총구를 겨눈 것만으로도 생리적 거부감이 들었다.
군인들은 마수와 몬스터에게 거침없이 탄환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귀여운 뱁새, 게다가 신성해 보이는 불꽃까지 흩날리는 초대형 뱁새에게는 차마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잠시 멈칫하는 순간.
히리히리히리-
초대형 뱁새는 피리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광화문 게이트 너머 북악산을 향해 멀어졌다.
팡, 팡, 팡-!
이때 연속해서 폭음이 터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황금빛을 뿌리는 미확인 비행 물체가 폭음이 터질 때마다 지그재그로 가속하며 초대형 뱁새를 쫓았다!
“UFO?”
멍하니 보던 누군가가 말하는 순간.
우오오오오오오오-
이번에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동글동글하게 생긴 거대한 늑대가 푸른 불꽃을 전신에 휘감고 달려왔다!
귀엽게 생겨 생리적인 거부감이 생겼던 초대형 뱁새.
황금빛을 뿌리며 지그재그로 순식간에 사라진 미확인 비행 물체.
둘은 놓쳤다!
그러나 거대 늑대는 달랐다!
총구가 겨눠지고 기관총 사선이 서리 늑대에게 향했다.
그리고 발사 명령이 떨어지려는 순간.
천둥이 치는 듯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만! 쏘지마! 적이 아니다! 이 녀석 한강에 얼음 다리 만든 서리 늑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늑대를 따라 달려오는 사람이 보였다.
가죽 재킷에 모자, 머플러를 두른 일반인!
사병들이 잠시 멈칫할 때 다급한 명령이 떨어졌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달려오는 일반인, 천문석을 직접 만난 군인들이 사방에서 외쳤다.
“사격 중지 아군이다!”
“서울 헌터 부대!”
“……준장님이다!”
……
군인들은 깜짝 놀라 총구를 치웠다.
이미 한강에서 있었던 기적 같은 일이 전 부대에 전파된 상황이다.
저지선을 펼친 군인들은 서울 헌터 부대라는 외침을 듣는 순간 달려오는 일반인의 정체를 알아챘다.
외계 생명체의 정체와 전투 교리를 전해 주고.
뚝섬에 둑을 쌓고 범람한 중랑천 제방을 무너뜨려 십만 단위의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작전을 세웠다!
게다가 엄청난 냉기를 뿜어내는 초능력 견 ‘시고르자브르‘로 다리가 끊긴 한강에 얼음 다리를 만든 사람!
서울 헌터 부대 준장!
군과 정부에서 계속 찾고 있던 서울 헌터 부대 장성이 스스로 나타났다!
남자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앞서 달리는 거대한 늑대의 정체 깨달았다.
한강에 다리를 만들어 낸 초능력 개!
“시고르자브르!”
우와아아아-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지는 순간.
서리 늑대를 겨눈 총구가 치워지고, 앞을 막은 군인, 장갑차, 전차가 다급히 길을 틔웠다.
우오오오오오-
서리 늑대는 용맹하게 울부짖으며 동료들의 원수, 초대형 뱁새를 쫓아 달렸다!
이 모습을 본 천문석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다.
“야, 멈춰! 가면 안 돼! 복수는 나중에 하자!”
저 초대형 뱁새는 얍삽한 전투의 대가다!
십여 마리의 서리 늑대가 달려들었을 때도 일방적으로 쥐어박혔다!
서리 늑대 한 마리가 달려가 봐야 부리로 쪼이고, 날개로 연속 싸다구를 맞은 후에, 데굴데굴- 구르기에 볼링핀처럼 사방으로 나뒹굴 뿐이다!
게다가 초대형 뱁새는 지금 도망치는 중이다!
초대형 뱁새를 쫓고 있는 건 무시무시한 황금빛 다람쥐 니케!
그동안 니케한테 물려서 정신줄을 놓았던 존재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서리 늑대가 초대형 뱁새에게 쥐어박히거나, 니케에게 물려서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끝장이다!
2020년으로 못 돌아간다!
으아악-
천문석은 악을 쓰며 얼마 남지 않은 내력을 끌어올려 외쳤다!
“서리 늑대 멈춰!”
그러나 서리 늑대는 번개같이 경복궁 담을 넘어 북악산 방향으로 사라졌다!
“……!”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나 북악산 방향으로 날아가 초대형 뱁새가 크게 원을 그리는 게 보였다.
레이 실트!
초대형 뱁새에 발에 레이 실트가 있다!
초대형 뱁새는 돌아올 거고, 당연히 서리 늑대도 그 뒤를 쫓을 거다.
그렇다면 서리 늑대가 돌아올 경로에서 기다리면 된다!
천문석은 서리 늑대가 내려다보일 빌딩으로 달렸다.
이때 사방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준장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만! 잠시만 이야기 좀!”
“국방성 과학기술국 연구원입니다!”
……
기다렸다는 듯이 밀려 온 사람들이 천문석을 포위했다.
* * *
‘아니, 이게 뭐야!?’
사방에서 달려든 사람들로 포위된 상황!
한국군뿐만이 아니다!
미군 군복을 입은 사람들,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 정장을 입은 요원들까지 사방에서 달려들어 정신없이 외쳤다.
“저 게이트의 정체가 뭡니까!?”
“경고하신 이상 현상! 그 이상 현상을 좀 더 정확히…….”
“외계 생명체를 마수, 몬스터라고 했는데…….”
“……한국 지부 요원입니다! 제안이 있습니다!”
“저 ‘시고르자브르‘종 개 같은 초능력 동물이 더 있습니까!?
“국정원입니다! 질문 하지 마세요! 저희가 상황 통제하겠습니다!”
……
“…….”
천문석이 생각했던 것과는 상황이 달랐다.
자신의 정체보다, 자신이 전해 준 정보에 더 집중하는 상황!
그러나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었다!
서리 늑대!
돌아올 서리 늑대를 낚아채려면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
우오오오오오-
이때 하울링이 울려 퍼지고 서리 늑대의 모습이 보였다!
탱, 탱, 탱-
마치 탱탱 볼이 튕기는 것처럼 경복궁 너머 군인, 장갑차, 전차 사이를 펄쩍펄쩍 뛰며 전진하고 있다!
북악산을 향해서 날아 나는 초대형 뱁새를 쫓아서!
전차, 장갑차, 기관총, 공격 헬기 기타 등등이 소란스럽게 움직였다.
재앙급 마수 서리 늑대가 일반 탄에 치명상을 입을 리는 없다.
게다가 사격 중지 명령도 내려졌다.
하지만 혹시라도 오발 사고라도 나서 서리혼이 손상되면 끝장이다!
“비켜! 비켜요!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다급히 외치며 사람들을 밀어내지만, 오히려 엉겨 붙는 사람들.
굉천수로 뚫고 나간다!
내력을 끌어올리고 굉천수를 터트리려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외침이 들려왔다.
“정보를 제공해 주시면 1억의 포상금을 드리겠습니다!”
‘1억!?’
“네!? 1억이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탱, 탱- 튕기는 서리 늑대를 가리켰다.
“네! 시고르자브르! 저 초능력 개를 인도해 주시면 추가로 1억을 더 드리겠습니다!”
순간 천문석과 정장을 입은 남자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추가로 드릴 게 있습니다!”
정장을 입은 남자는 소리 내지 않고 천천히 입 모양으로 말했다.
‘완전한 면책!’
“……!”
서울 헌터 부대 준장이라고 구라친게 걸렸구나!
서울 헌터 부대, 대 몬스터 전 전문가, 정부의 비밀병기 시고르자브르 종 서리 늑대까지!
대놓고 구라를 친 게 하나둘이 아니다!
안 걸렸으면 그게 더 문제다!
그러나 여전히 주위에 몰려든 장교들과 전문가들은 자신을 헌터 부대 준장이라고 알고 있다.
‘뭐지, 뭔가 이상한데!? 구라친게 걸렸는데. 왜 2억 원이나 준다는 거지!?’
사기꾼은 사기꾼을 알아보는 법!
천문석이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직감하고 재빨리 머리를 굴릴 때.
모든 생각을 지워 버리는 폭탄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100 million dollar!”
“……얼마라고요!?”
경악한 천문석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정장을 입은 남자가 외국인 남자를 제지하는 게 보였다.
“제임스 요원님! 이분은 서울 헌터 부대의 비밀요원입니다! 우방국의 비밀요원을 돈으로 매수하다니요!”
“뭔 헛소리야! 당신이 먼저 돈을 불렀잖아!?”
“그리고 뭐 1억? 10 thousand dollar!? 10만 달러라고!?”
“와, 이 사기꾼 같으니라고!? 우리한테는 외계 생명체 정보 전해 주면서, 100만 달러를 받았…… 읍읍!”
으아아악-
정장을 입은 남자가 괴성을 지르며 제임스 요원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외침.
“잡아! 아니 모셔! 우선 모시고 본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국익이 달렸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순간 천문석을 향해 사방에서 뻗어 나오는 손!
“어디를! 밀어붙여! 몸으로 막아! 요인의 신병을 반드시 우리가 확보한다!”
제임스 요원이 외치는 순간 몸을 던져 뻗어 오는 손을 막는 외국인 요원들!
팔과 팔이 부딪치고, 멱살을 잡고 고성을 지르더니 주먹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으아악-
Shit-
천문석 주위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상황.
으아악-
제임스 요원이 악을 쓰며 난장판을 뚫고 달려와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CIA 한국 지부 제임스 김입니다! 1억 달러에 시민권! 훈장! 기타 등등 원하는 건 뭐든지 드리겠습니다! 여기 대통령 각하의 사인이 들어간 신임장이 있습니다! 이 서류를 받으시면 바로 면책 특권이…….”
순간 정장을 입은 남자가 뒤에서 달려들어 제임스 요원의 목을 조였다.
“컥, 커어억-.”
십자로 목이 졸린 제임스 요원이 말을 잇지 못하는 순간 외쳤다!
“국정원 5팀! 최 팀장입니다! 지금 국가안보에 관련된 상황입니다! 그 신임장 받으면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으아아악-
순간 제임스 요원이 목을 조르던 국정원 최 팀장을 뒤통수로 들이박았다.
콰아앙-
최 팀장의 코피가 터지고 조르던 팔이 풀리는 순간 주먹을 날리며 외쳤다.
“크레이지! 야, 이 미친 새끼야!”
탁, 타탓-
그러나 국정원 최 팀장은 가볍게 위빙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고!
팍-
제임스 요원의 구두를 밟고 바디블로를 날렸다!
퍽, 퍼벅, 퍽-
갈비뼈 하단, 간이 있는 위치에 정확히 들어간 리버블로 삼연타!
컥-
제임스 요원은 짧은 외마디 비명을 내더니 픽- 앞으로 쓰러져 파르르 경련했다!
제임스 요원을 단숨에 제압한 국정원 최 팀장!
국정원 최 팀장은 제임스 요원이 손에 쥔 서류 봉투를 낚아채 재빨리 품에 넣고 외쳤다.
“포상금을 대폭 올리겠습니다! 1억 1천! 이건 세금도 안 내는 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