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86화 (487/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86화>

파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초대형 뱁새의 발!

으아아아아악-

에코의 비명이 계속 이어졌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차원 용병을 보던 아리엘이 다급히 외쳤다.

“야, 에코! 야 비명 그만 질러! 에코 정신 차려! 너 멀쩡해! 눈 떠! 임마!”

“으아…… 어? 왜 내가 멀쩡하지!?”

번쩍 눈을 뜬 에코는 몸을 더듬으며 주위를 살폈다.

멀리 뒤에서 쫓아오는 차원 용병!

이젠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차원 용병을 따돌렸다!

게다가 주위 풍경이 빠르게 밀려 가고 있다!

초대형 뱁새는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엄청난 속도로 날고 있다!

“아리엘님! 지금 이게 무슨!?”

“인장! 전투 인장이 갑자기 빛나고 이렇게 가속했어!”

에코는 재빨리 초대형 뱁새를 살폈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전투 인장!

이 전투 인장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초대형 뱁새의 몸 주위에서 소용돌이치는 엄청난 마력!

붉고 노랗고 보라색으로 물든 이 마력은, 북한산에 펼쳐진 거대한 마력 폭풍이었다!

그리고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휘이이, 휘이이잉-

휘파람 소리를 닮은 이 바람 소리에서 너무나 귀에 익은 곡조가 느껴졌다.

“설마!?”

에코는 홀린 듯이 회중시계 용두를 눌렀다.

찰칵-

마력 파문이 주위를 훑는 순간.

에코는 깨달았다.

휘파람 소리!

초대형 뱁새의 주위를 휘도는 바람만이 아니다.

하늘에서.

대지에서.

허공에서.

그 어디를 봐도 휘파람을 닮은 바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휘이이, 휘이이잉-

휘이이이, 휘이잉-

……

그리고 이 바람 소리는 너무나 귀에 익은 곡조로 울려 퍼졌다.

마도 제국의 진혼진군가!

에코는 문득 고개를 돌려 북한산 위에 펼쳐진 거대한 마력 폭풍을 봤다.

어떻게 이걸 눈치채지 못했을까!?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도 황제의 힘이 담긴 불의 씨앗!

이 불의 씨앗을 향해 솟아오르는 마력 폭풍은 노래하고 있었다.

마도 제국 기사들의 진혼진군가를!

이때 초대형 뱁새가 피리 소리를 닮은 목소리로 노래했다.

히리리, 히리히리-

히리히리, 히리리-

……

가장 위험한 전장을 뚫고 들어가 동료들을 구했던 마도 제국의 강습 수송병, 초대형 뱁새.

초대형 뱁새는 오래전 전장을 뚫고 날았던 그 날처럼.

진혼진군가를 노래하는 마력 폭풍과 함께 날았다!

광화문을 향해서!

강습 수송병은 과연 명불허전.

날아가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어지간한 상급 마족이라도 지금의 초대형 뱁새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순간 에코와 아리엘은 불안한 눈으로 뒤를 봤다.

팡, 팡, 팡-

폭음을 터트리며 뒤를 쫓는 건 상급 마족 따위가 아니었다.

분노한 케페니안 차원 용병이었다!

강습 수송병이라도 아슬아슬했다!

* * *

[00:59:59]

EMP 마력 폭풍 타이머가 1시간 안으로 진입했다!

“레이님! 레이님!”

천문석은 통신기로 레이 실트를 부르며 광화문 게이트를 살폈다.

게이트에서는 여전히 마수와 몬스터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군은 생각 이상으로 2차 게이트 웨이브를 잘 막아 내고 있었다.

특히 과거의 니케가 처리한 도마뱀 거대 괴수가 큰 도움이 됐다.

게이트에 걸친 채 죽은 도마뱀 거대 괴수 두 마리!

이 두 놈 때문에 마수와 몬스터의 돌진력이 확 죽었다!

전투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EMP 마력 폭풍이 터져도 궤멸적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 같았다.

EMP 마력 폭풍이 터지고, 화약 무기가 무력화돼도 군대가 몸을 뺄 시간은 충분히 나온다!

이제 좌표 고정을 끝내고 2020년으로 돌아갈 문만 열면 된다!

이때 김철수 발명가가 외쳤다.

“좌표 고정 거의 끝났다! 레이 빨리 와야 해!”

“알겠습니다! 다시 통신 넣겠습니다!”

여전히 레이는 오지 않은 상황!

천문석은 다시 한 번 통신을 넣었다.

“레이님! 레이님 어디세요! 준비 거의 끝났습니다!”

=치직, 치이익-

돌아오는 것은 잡음뿐!

그러나 이 잡음의 강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레이. 아직도 연락 안 됐냐?”

“레이님. 통신기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잡음이 강해지는 걸 보니 곧 도착…….”

천문석은 말을 하다 말고 난간에 올라 북동쪽을 바라봤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하얀 새가 보였다!

북한산에서 만났던 그 새다!

“초대형 뱁새!”

“뭐, 뱁새?”

“초대형 뭐라고!?”

김철수 발명가와 추이린은 고개를 돌렸다가 굳어 버렸다.

새하얀 뱁새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몸 주위에 마력 폭풍을 휘감고.

마법 회로가 새겨진 빌딩을 향해 직선으로!

세 사람은 직감했다.

충돌한다!

“저 새 여기에 충돌하면 마법 회로 작살난다! 저거 막아야 해!”

김철수 발명가가 외쳤을 때, 천문석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난간 위를 달려 몸을 날리는 동시에 손을 뻗었다.

파르르륵-

밧줄이 풀려나며 날아간 흑요석 도끼가 맞은편 빌딩 옥상 구조물에 박히고!

파아아앙-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순간 손을 낚아채며 난간에서 몸을 날렸다!

단숨에 십여 미터를 날았을 때, 밧줄에서 전해지는 회전력!

파르르륵-

자동 줄자가 도로 감기듯 밧줄에 천문석의 팔에 감겼다!

천문석은 이 힘으로 순식간에 반대편 빌딩 옥상으로 넘어갔다!

탁-

난간을 밟는 순간 흑요석 도끼 헤드는 이미 손에 돌아온 상태.

천문석은 바로 난간 위를 달렸다!

초대형 뱁새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히리리히리히리-

이때 뱁새 특유의 피리 소리를 닮은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초대형 뱁새가 빠르게 커졌다!

천문석은 초대형 뱁새의 머리부터 확인했다.

동글동글한 머리.

삼각형의 짧은 부리.

착해 보이는 검은 눈!

고글이 없다!

게다가 짧은 날개를 휘저어 날고 있는 지금은 굉천수를 막을 수도 없다!

천문석은 양손에 내력을 끌어올려 굉천수를 터트릴 준비를 했다.

“한방에 떨궈 주마!”

이때 잡음만 들려오던 마력장 통신기에서 레이 실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나 지금 가고 있어! 문! 문 어떻게 됐어!?

“레이님!? 지금 어디세요!? 준비 끝났어요! 바로 오셔야 합니다!”

대답과 동시에 들려오는 목소리.

=앗! 너 보인다! 난간 위에 손든 사람 너 맞지!?

“네, 제가 보인다고……?”

반사적으로 주위를 돌아보던 천문석은 깨달았다.

멀리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초대형 뱁새.

초대형 뱁새의 발에 두 사람이 잡혀 있었다.

북한산에서 만났던 마법사.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레이 실트!

“어, 어어!? 아니, 왜 거기에!?”

천문석은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움찔했지만, 다음 순간 깨달았다.

레이 실트가 왔다!

이제 바로 넘어가면 된다!

“레이님! 준비 다 끝났습니다! 내려 오세요! 바로 넘어가면 됩니다! 하하하-.”

그러나 초대형 뱁새는 멈추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빌딩 위를 스쳐 지나갔다.

파아아아아아앙-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 뱁새 발에 잡힌 레이 실트와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쳤다!

순간 통신기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급해! 지금 우리 뒤에 악마! 악마가 따라붙었어! 빨리 열어야 해!

“네, 무슨 악마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보였다.

초대형 뱁새의 뒤로 유성처럼 길게 꼬리를 만든 마력 폭풍.

이 마력 폭풍의 꼬리를 쫓아오는 황금빛이 있었다.

이 황금빛에서 거대 괴수를 능가하는 거대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거리가 너무 멀고, 타오르는 황금빛이 너무나 강렬해서 형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황금빛이 날아오는 방향은 북한산이었다.

그리고 1시간 전 북한산으로 날아간 황금빛을 천문석은 봤다.

보지 않아도 저 황금빛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분노한 새끼 다람쥐, 니케였다.

* * *

“…….”

천문석은 멍하니 하늘을 봤다.

이번에는 모든 게 순조롭게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분노한 어린 니케가 초대형 뱁새를 쫓고 있다!

레이 실트를 잡은 초대형 뱁새를!

게다가 통신기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냉기 지뢰! 야! 냉기 지뢰 더 촘촘히 깔아! 거리 좁혀지잖아!

파아아아아앙-

초대형 뱁새는 새하얀 눈발을 흩날리며 경복궁을 중심으로 커다란 원을 그렸다!

팡, 팡, 팡-

그리고 폭음과 함께 그 뒤를 쫓는 분노한 새끼 다람쥐 니케!

“아니, 갑자기 왜 이렇게 되는데!?”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그동안 니케에게 당한 피해자 이름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초거대 사슴벌레.

염동력자 마혁진.

헌터 부대 김태우 중령.

제주도의 수호신 거북이.

이태성 길드장.

이세영 선생님.

……

자신이 직접 본 피해자만 이 정도다!

그 피해자 명단에 오늘 셋이 추가되게 생겼다.

레이 실트, 정체불명의 마법사, 그리고 초대형 뱁새.

“하- 시바…….”

절로 탄식이 나왔지만, 지금 자신이 할 일은 분명했다.

문을 여는 것!

고개를 돌리자, 마법 회로가 새겨진 빌딩 위에 있는 두 사람과 한 마수가 보였다.

다급히 손을 흔드는 김철수 발명가.

멍한 얼굴로 뱁새를 보는 추이린 수석 연구원.

그리고 난간에 올라서서 용맹한 하울링을 하는 서리 늑대!

우오오오오오오-

서리 늑대의 하울링을 하는 순간 몸 주위에 생겨나는 냉기 불꽃과 흩날리는 서리혼!

육포를 줄 필요도 없었다!

서리 늑대는 때가 되자, 용맹하게 하울링 하며 서리혼을 뽑아냈다!

하하하하하-

천문석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저 서리혼으로 마력 파동 발생장치를 작동시키고, 난장판이 커지기 전에 빠져나가면 된다!

“바로 건너가겠습니다!”

천문석은 김철수 발명가에게 크게 손을 흔들고 난간 위를 달렸다.

그리고 흑요석 도끼 헤드를 맞은편 빌딩 벽에 박아 넣고, 빌딩 사이를 뛰어넘으려는 순간.

우오오오오오-

용맹하게 하울링 하던 서리 늑대가 난간 밖으로 몸을 던졌다!

탓, 탓, 탓-

빌딩 벽을 밟고 달리는 서리 늑대!

서리 늑대는 순식간에 광화문 도로로 뛰어내리더니 번개같이 달렸다!

“어어엇! 안 돼!”

“으앗! 지금 뭐야! 야, 야!”

경악한 추이린과 김철수 발명가의 다급한 비명이 터지고.

“야, 너 어디 가는 거야!? 가면 안 돼! 멈춰! 잠깐만 기다려!”

천문석이 다급히 외쳤지만, 서리 늑대는 뒤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거대한 원을 그리는 초대형 뱁새!

그리고 그 뒤를 쫓는 황금빛 다람쥐 니케를 향해서!

“시바, 시바! 개시바!”

천문석은 분통을 터트리며 손목에 스냅을 줬다.

팟-

밧줄을 타고 쏟아진 내력에 흑요석 도끼 헤드가 진동하며 벽에서 빠져나왔다.

파르르르륵-

흑요석 도끼 헤드에서 전해진 와류에 밧줄이 저절로 팔목에 감기고 손에 흑요석 도끼 헤드가 잡히는 순간.

쿠르르르르릉-

천문석은 벽에 강철봉을 박아 넣어 미끄러지며 외쳤다.

“서리 늑대 데려오겠습니다!”

마력 폭풍이 몰아칠 때까지 남은 시간은 51분!

시간은 충분하다!

“스톱! 정지! 멈춰! 야, 지금 싸울 필요 없어!”

천문석은 서리 늑대를 쫓으며 외쳤다.

2차 게이트 웨이브가 시작된 광화문 게이트.

마수와 몬스터와 국군의 전투가 벌어지는 이곳에 새롭게 나타난 존재들이 있었다.

-마력 폭풍을 휘감고 날아가는 초대형 뱁새.

-초대형 뱁새의 발에 잡힌 채 냉기 지뢰와 반전 결계를 펼치는 에코와 아리엘.

-먹튀한 마법사를 잡으려는 케페니안 차원 용병.

-용맹하게 하울링하고 서리혼을 흩날리며 강적 천공의 제왕과 도토리 숲의 악마를 쫓는 서리 늑대.

-집으로 돌아갈 문을 열기 위해서 서리 늑대가 필요한 천문석.

초대형 뱁새, 에코, 아리엘.

케페니안 차원 용병.

서리 늑대, 천문석.

세 팀, 여섯은 광화문 게이트 주위에 거대한 원을 그리며 달렸다.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천문석이 쫓는 입장 술래였다.

그러나 입장은 달라졌지만, 상황은 예전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서울 사태.

이세계 쿠팡맨.

고블린 평원 웨이브.

신동대문 광장 깃발전.

신동대문 터널 대인전.

제주도 거대 괴수 사건.

카지노 유람선의 카지노 나이트.

공방 도시 지열봉 과열 사건.

투영 공간, 재의 숲 전투.

……

그동안 천문석이 달렸던 수많은 사건·사고가 그랬던 것처럼.

2000년 광화문 게이트 앞도 난장판으로 변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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