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485화>
“니케. 너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말하는 순간 깨달았다.
저 새끼 다람쥐는 자신이 아는 특급 헌터의 부하 니케가 아니었다.
작아진 몸과 어려진 울음소리!
지금 나타난 새끼 다람쥐는 과거의 니케였다!
그런데 과거의 니케에게서 전해지는 감각이 심상치 않았다.
황금빛에서 쏟아지는 저릿저릿한 힘!
게다가 울음소리에서 들려오던 거대한 분노!
분노한 니케가 북한산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제주도 카지노 나이트의 밤!
니케는 모든 게 끝나는 순간 불쑥 튀어나와 난장판을 만들었다.
그런 니케가 북한산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북한산에는 레이 실트가 있었다.
니케.
그리고 레이 실트.
촉이 왔다.
무언가 터진다!
천문석은 바로 인이어 통신기를 잡고 레이 실트에게 통신을 넣었다.
“레이님! 레이님!”
=치익, 치이익
추이린의 말대로 대답은 들려오지 않고 잡음만 쏟아지는 상태!
하지만 혹시라도 수신은 될지도 모른다.
천문석은 잡음만 들려오는 인이어 통신기에 다급히 말했다!
“레이님. 북한산으로 다람쥐 날아갔어요! 이 다람쥐가 엄청 위험한 녀석입니다! 절대 장난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
[마도 황제 폐하!]
초대형 뱁새의 발에 잡힌 아리엘은 사방으로 메시지 마법을 뿌리고 있었다.
이때 잡음과 함께 통신기가 작동했다!
마력 폭풍으로 통신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
그러나 잡음 사이로 천문석의 목소리 일부가 들려왔다.
=치이익- 날아갔. 치익- 엄청 위험한…… 다람쥐. 치이익-
[마도 황제…….]
다람쥐!?
메시지 마법을 뿌리던 아리엘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람쥐! 다람쥐가 날아왔다고! 야, 자세히 말해 줘!”
아리엘이 통신기를 잡고 외치는 순간.
에코가 다급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네!? 지금 뭐라고? 다람쥐요!? 설마!?”
콰아아아앙-
이때 폭음이 터지고 빛이 보였다!
마력 폭풍을 일직선으로 뚫는 빛!
그리고 이 빛에서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
킥, 키킼키키키키키킼킼-
울음소리에 담긴 엄청난 힘에 마력 폭풍마저 밀려난다!
마력 폭풍을 일직선으로 가르는 황금빛!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 차원 용병!
사기 계약을 한 차원 용병이 나타났다!
* * *
전율에 몸이 떨리고, 소름이 등골을 달리는 순간.
아리엘과 에코는 깨달았다!
타임 오버!
황제 폐하를 찾아내기 전.
케페니안 차원 용병이 나타났다!
“우린 끝장이야! 으아악-.”
아리엘이 머리를 쥐어뜯을 때.
에코는 재빨리 희망 회로를 돌렸다.
“아직 몰라요! 먹튀 한 게 아직 안 걸렸을 수도…….”
킥키, 키키키킼킼-
순간 엄청난 분노가 담긴 무시무시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에코는 직감했다.
걸렸다!
차원 용병이 모든 사실을 깨달았다!
에코는 재빨리 파트너, 뱁새에게 외쳤다.
“도망쳐! 우리 잡히면 끝장이야! 도망쳐! 당장 최고 속도로 도망쳐!”
히리히리히리-?
‘뭐야, 갑자기 왜 그래?’라는 표정으로 보는 초대형 뱁새!
“야, 그런 표정 지을 때가 아냐! 우리 잡히면 끝장이라고! 빨리! 제발 빨리 날아!”
“맞아! 우리 끝장이라니까! 뒤에 저기 다람쥐 보이지! 당장 도망쳐야 해!”
에코와 아리엘이 동시에 외쳤지만, 초대형 뱁새는 힐끗 새끼 다람쥐를 보고는 느긋하게 날았다!
“어, 어어!? 얘 왜 이래!? 케페니안 차원 용병 나타났다니까!”
아리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경계석! 경계석 남은 게 분명 있을 텐데……!?”
에코가 다급히 주머니를 뒤질 때.
차원 용병이 급속 기동을 시작했다!
팡, 팡, 팡-!
압축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연속해서 울리고.
매 순간 가속하는 차원 용병!
파아아아아아-
마력 폭풍을 일직선으로 가로지른다!
무섭게 가속하는 차원 용병과 느긋하게 나는 초대형 뱁새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리고 충돌하는 순간!
으아아악-
아리엘과 에코는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순간 초대형 뱁새는 날개를 접고 빙글빙글 회전해서 쏘아진 차원 용병을 피했다!
파아아아-
차원 용병은 빗나간 화살처럼 허공으로 멀어지고 있다!
“흐어어어- 됐어! 이제 바로 돌려! 바로 도망치면 된다!”
에코가 바람 빠지는 듯한 한숨을 내쉬며 외치는 순간.
압축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멀어지는 차원 용병의 이동 궤적이 꺾였다!
팡-!
45도 위로 날아오르더니.
팡, 팡-!
두 번 꺾어 수직으로 떨어져 내린다.
떨어지는 투창처럼 날카롭게!
초대형 뱁새를 향해서!
순간 귀찮은 듯 짧은 날개를 털어 막으려는 초대형 뱁새.
“안 돼! 부딪치면 안 돼!”
“피해! 저놈 공격은 막을 수 있는 게 아냐!”
경악한 에코와 아리엘이 다급히 실드 마법을 펼치고 장신구에 걸어 둔 압축 공기 마법을 터트렸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킥키킥킼키키키-!
차원 용병의 분노한 울음소리가 터지는 순간.
아직 완성되지 못한 실드 마법과 압축 공기가 바스러졌다!
콰지직-
피시식-
최후를 직감한 에코와 아리엘의 몸이 돌처럼 굳어 버릴 때.
탓-
황금빛을 뿌리는 차원 용병이 초대형 뱁새의 가슴에 거꾸로 앉았다.
케페니안 차원 용병과 초대형 뱁새 발에 잡힌 두 마법사는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
“…….”
“…….”
이글이글 눈이 불타는 차원 용병.
보석 가면을 쓴 채 멈춰버린 마법사 에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굳어 버린 아리엘 무겐다흐.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에코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문득 오래전 친구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떤 난관에서도 방법을 찾아내던 친구.
그 친구는 엄청난 설득력으로 적조차도 설득했었다!
에코는 바로 입을 열었다.
“지금 뭔가 오해 가…….”
그러나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원 용병이 움직였다.
킼, 킥킼키키킼키킼-
번쩍 양손을 들고 크게 외치더니!
콰드득-
초대형 뱁새를 물었다!
* * *
‘끝장이다!’
‘끝장이다!’
에코와 아리엘이 동시에 생각하는 순간.
파바바밧-
초대형 뱁새의 전신에 떠오른 전투 인장들.
전투 인장이 차원 용병의 물기 공격을 막았다!
콰드드득-
그러나 차원 용병에게 물리는 순간 전투 인장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찌그러졌다!
그리고 차원 용병의 무시무시한 물기 공격이 초대형 뱁새의 가슴을 스쳤다!
히리리리킼키킼-
초대형 뱁새는 이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빙글빙글 회전했다!
그러나 다행히 완전히 정신줄을 놓지는 않은 상황!
아리엘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장신구에 걸어 둔 수십 가지 보호 마법!
그중 반지를 잡으며 트리거를 발동시켰다.
‘터져라!’
순간 전투 인장을 물고 있는 차원 용병 앞에서 압축 공기가 터졌다.
파아아아앙-
제대로 폭발한 마법에 단숨에 날아가는 차원 용병!
차원 용병이 튕겨 나가는 순간.
전투 인장이 뱁새의 몸 안으로 스며들고, 초대형 뱁새는 번쩍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렸다!
“야! 튀어! 당장 튀어!”
에코가 다급히 외쳤지만, 이젠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한번 물린 초대형 뱁새도 상황을 파악하고 가속했다!
히리히리히리맄맄-
에코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훙훙훙훙훙훙훙-
짧은 날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갯짓했다!
이때 압축 공기에 튕겨 나간 차원 용병이 다시 뒤를 쫓았다!
팡팡팡팡파아아앙-
폭음을 연속해서 터트리고!
킼키, 킼키키킼키킼-
무시무시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히리히리릭-!?
초대형 뱁새가 에코를 바라보며 다급히 울었다.
“어디, 어디로 가야 하지!? 은신처!? 아냐! 이대로 은신처에 가면 잡힌다! 어떡하지!”
당황한 에코가 횡설수설할 때.
아리엘이 전신에 착용한 장신구를 활성화하며 외쳤다.
“광화문! 광화문으로 날아! 계속 도망칠 수는 없다! 내 동료들이 ‘문’을 여는 순간 거기로 튀어야 해!”
그렇다! ‘문’이 있었다!
에코는 다급히 외쳤다.
“파트너 광화문! 광화문으로 날아가면 된다!”
팡, 팡, 팡-!
이때 압축 공기가 근거리에서 연속해서 터지고, 섬뜩한 직감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위기!
아리엘은 보기도 전에 장신구에 걸어 둔 마법을 발동시켰다.
파스슥-
초대형 뱁새의 몸 위에 마력광이 터지고.
차원 용병이 투창처럼 수직으로 꽂혔다!
방금 전과 같은 상황이다!
“위에! 피해야 한다! 위에서 꽂히고 있어!”
에코가 다급히 외쳤다.
그러나 차원 용병이 마력광에 닿는 순간.
팟-
당구공처럼 35도 각도로 튕겨 나간다!
“반전 결계!”
에코가 외치는 순간.
아리엘은 튕겨 나간 차원 용병을 가리키며 외쳤다.
“에코! 정신 차려! 광화문까지만 날아가면 돼! 우리 빠져나갈 수 있어! 냉기 마법 뿌려! 시간만 끌면 된다!”
에코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
광화문에 도착해, ‘문’이 열릴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렇게 하면 이 닫힌 세계에서 마침내 벗어날 수 있다!
에코는 회중시계 용두를 미친 듯이 누르며 마력을 뿌렸다.
휘이이잉-
일진광풍이 불어오고, 초대형 뱁새의 궤적을 따라 눈이 흩날렸다.
이 눈발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냉기!
에코의 특기, 냉기 지뢰 마법이다!
순간 이 냉기 지뢰와 차원 용병이 닿았다.
콰드드득-
날아오던 모습 그대로 단숨에 얼어붙는 차원 용병!
“잡았…….”
그러나 환호성을 지르기도 전에 콰지지직- 산산조각나는 얼음덩어리!
팡, 팟, 팡, 팟-
순간 차원 용병은 입체 기동을 시작했다.
팡-!
압축 공기를 터트려 날아가는 각도를 바꾸고!
팟-!
섬광이 폭발하는 순간 흩날리는 눈발을 뛰어넘는다!
물리 법칙을 뛰어넘는 듯한 입체 기동!
섬광이 터질 때마다 공간을 넘어가까워진다!
차원 용병은 공포 영화 속 귀신처럼 접근했다!
훙훙훙훙훙-
초대형 뱁새가 미친 듯이 날갯짓했지만,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으아악-
크아악-
아리엘과 에코가 악을 쓰며 마법을 뿌리고,
히리리리킼-
초대형 뱁새의 전신에서 전투 인장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다시 한 번 가속하는 순간.
팟, 팟, 팟-
세 번 섬광이 터지고 차원 용병이 초대형 뱁새 옆을 나란히 날았다.
…… -
케페니안 차원 용병의 차가운 시선이 닿는 순간.
“…….”
“…….”
아리엘과 에코는 깨달았다.
끝났다.
이제 저 저주받을 이빨에 물린 후.
케페니안 노역장으로 끌려 간다.
“……아리엘님. 예전에 정말 죄송했습니다.”
“에코. 너 이 새끼…….”
최후를 짐작한 두 사람이 말하는 순간.
팟-
차원 용병이 섬광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에코의 바로 앞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킥, 킼, 키키키킼-!
작고 앙증맞은 입이 벌어지고 작은 이빨이 다가왔다.
그러나 이 작은 이빨에 물리는 순간.
존재의 본질이 흩어지는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신위에 달한 존재조차 견딜 수 없는!
최후를 직감한 에코는 눈을 질끈 감고 미리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이때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이, 휘이이잉-
휘파람 소리 같은 바람이 초대형 뱁새의 몸에 떠오른 전투 인장과 만나는 순간.
파아아아아-
초대형 뱁새는 잔상만 남기고 순간적으로 가속했다!
딱-
차원 용병의 이빨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물었다!
킥, 키킼키-!?
깜짝 놀란 차원 용병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보였다.
파아아아아아-
초대형 뱁새가 몸 주위에 거대한 마력 폭풍의 소용돌이를 휘감고 멀어지고 있었다!
남서쪽으로!
킥, 킼키키키키키킼키키키-!
‘절대 놓치지 않는다! 절대로!’
차원 용병은 번쩍 손을 들어 케페니안의 빛을 터트렸다!
파아아아아아-
황금빛이 차원 용병의 전신을 휘감는 순간.
파아앙-!
폭음과 함께 차원 용병은 쏘아졌다.
멀어지는 초대형 뱁새를 향해서!
그 발에 잡힌 먹튀 마법사를 잡기 위해서!